파국

총소리와 비명소리가 온실 안에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문 안으로 들어오던 풀그림과 고디스가 펄쩍 뛰어 몸을 날렸다. 쯔산이 온실에 미니 우지를 난사하기 시작하고, 하사드와 카일리는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숙이고 기어가며 총알을 피했다. SCP-1794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하자 쯔산이 그쪽으로 총구를 돌리고, 그 사이 풀그림은 쓰러져 신음하는 노래마인을 끌어당겨 기둥 뒤로 피했다. SCP-1794가 든 상자가 총에 맞아 구멍투성이가 된 채로 그의 앞에 떨어졌다. 인터컴을 통해 들려오던 소리가 조금씩 작아지더니 완전히 끊겨 버리자 온실에 한 순간 침묵이 감돌았다. 쯔산이 온실 곳곳에 숨어 있는 이들을 찾아 총구를 이리저리로 돌렸다.

“..왜?” 노래마인이 힘겹게 물었다. 적막 속에 그 물음이 또렷하게 들렸다. “왜 날 잡으려고 한 거지? 왜 대피하라는 정보를 보내 준거고?”

쯔산이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총구를 돌렸다. “당연한 질문을 하는군요. 내부 보안부의 업무는 재단의 반역자를 잡아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보를 보내준 거야, 당신에게 동조하는 자들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으니 그런 거죠. 외무부의 그 직원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누군가가 연락을 취해서 당신을 빼내는 데 성공하면 귀찮은 일 아니겠습니까? 그럴 바에야-”

쯔산이 그들이 어디 있는지 감을 잡은 듯 총을 다시 발사했다. 그들이 숨은 기둥이 부서져 내리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풀그림이 노래마인의 상처를 손으로 막으며 총소리를 뚫고 소리쳤다. “그래서 일부러 여기로 오라고 한 거군? 여기서 해치우려고?”

“그렇지! 배반자들을 한 번에 엮어서 처리하는 겁니다. 그런데 엄청난 정보를 잡았군요. 시나리오라. 세계멸망 시나리오가 진행중이라니.”

“그럼 나한테 정보를 보내줘서 가니메데 프로토콜을 발동시키도록 도운 건?” 노래마인이 악을 썼다.

“그런 것까지 제 입으로 얘기해야 하려나요? 꽤나 구질구질한 얘기가 될 텐데.”

잠시 쯔산이 얘기하느라 총을 낮춘 사이, 고디스가 가지고 있던 권총을 들고 기둥 너머로 한 발 쏘았다. 쯔산이 옆으로 피하고 테이블 옆으로 몸을 숨겼다.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쯔산이 테이블에 기대고 앉아 탄창을 갈았다. “재단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라고요. 그 동안 요주의 단체에 의해 희생된 요원이 몇이나 되던가요? 그들이 우릴 습격해 온 건 얼마나 많고? 저 역시 한 번 습격당한 적이 있죠. 재단이 그런 요주의 단체들에게 한 번 역공을 가한다는 게, 그렇게 반대해야 할 일입니까? 왜 요주의 단체들에게 적극적으로 맞서는 걸 반대하는 겁니까?”

고디스가 기둥 밖으로 몸을 내밀고 쯔산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총을 쏘았다. 쯔산은 바닥에 엎드려 몸을 숨겼다. 그 사이 하사드와 카일리가 눈을 피해 온실의 안쪽으로 기어가 스위치를 내렸다. 온실의 조명이 한 순간 완전히 꺼지자 온실이 어두컴컴해졌다. 온실의 한쪽 벽에 난 거대한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지만, 곳곳의 식물에 가려져 완전히 안을 밝혀주지는 못했다.

쯔산이 천장을 올려다보고 왼쪽으로 돌아 세 명이 숨어있는 기둥으로 움직였다. 고디스가 다급하게 고개를 돌리며 그를 찾으려 했지만, 어둠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쯔산은 셋의 실루엣이 언뜻 보이자 총을 다시 난사하기 시작했다. 고디스가 옆으로 몸을 빼며 반격하는 동안, 하사드는 몸을 숙이고 뒤에서 쯔산에게 접근했다.

“그래봤자 도망칠 길은 없어!” 쯔산이 소리쳤다. “내가 신호만 보내면 기동부대가 들어온다. 그냥 생포되는 게 우리 모두를 위해 좋을-” 그 때 하사드가 쯔산을 덮쳐 뒤에서 그를 안고 굴렀다. 하사드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손에서 총을 빼내려 했다. 쯔산이 발버둥쳤지만, 10대의 몸을 한 그가 하사드를 당해내기는 무리였다. 손에서 총이 떨어져나가고, 하사드가 쓰러진 상태에서 손을 뻗어 UZI를 잡고 다시 겨누었다. 쯔산이 증오에 가득 찬 눈으로 미처 움직일 틈도 없이 무전기를 허리춤에서 꺼내들었다.“기동부대! 진입하라! 반복한다. 진입-” 엉겁결에 하사드는 UZI의 방아쇠를 당겨버리고 말았다. 쯔산이 말을 다 끝맺지 못하고 뒤로 쓰러졌다. 헐떡거리며 하사드가 총을 손에서 떨어뜨렸다. 무전기에서 칙칙거리며 들리는 소리를 무시하며, 하사드와 카일리 둘이 몸을 일으키고 노래마인 쪽으로 달려갔다. 카일리가 노래마인의 상처를 손으로 감쌌다. 피가 손을 타고 흘러내렸다. “조금만 버텨요. 다 잘 될 겁니다.”

“잘 들어요.” 노래마인이 헐떡거리며 말했다. “모든 건 O5-1이 보낸 메시지에서 온 거에요. TF급 세계멸망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어요. 그 시나리오의 내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제5기지, 그곳이 모든 시나리오를 연구하는 기지 중 하나에요. 시나리오를..”

“말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피가 더 심해질 테니까.” 카일리가 상처를 손으로 감쌌다. “지금 이동해야 해요. 곧 기동부대가 들이닥칠 겁니다.”

“난 틀렸어요… 그냥 가세…” 노래마인이 말을 끝맺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하사드와 풀그림이 각각 팔 한쪽을 붙잡고 들어올리려 했지만, 그녀의 몸은 축 늘어진 채로 일어나지 못했다. “관리자님!” 풀그림이 안타깝게 소리치는 순간, 창문이 깨지고 중무장한 부대가 뛰어들어왔다. 풀그림이 노래마인을 한 번 더 끌어당겨 보았지만, 그녀는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가야 해요! 지금 당장!” 카일리가 소리쳤다. 고디스가 풀그림을 잡아끌며 넷은 온실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 “이쪽으로!” 하사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달려가자 지프가 한 대 서 있었다. 넷은 지프에 올라탔다. “죄송합니다. 그자가 협박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

“괜찮으니 일단 도망치죠. 지금 당장!” 하사드가 그 말에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 지프가 특수 작물 농장에서 달려나갔다. 풀그림이 뒤를 연신 돌아보며 누가 쫓아오지는 않는지 확인했다. “GOC에 연락을 이미 취해 놓았습니다. 고든 소령이 곧 도착한다고 했고요.”


온실에 들이닥친 부대원 하나가 쯔산의 목에 손을 대고 맥을 짚어 보고 다른 부대원에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남은 둘은 앞으로 나아가 노래마인이 쓰러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노래마인, 쯔산 두 명 사망. 그 외 없습니다.” 분대 대장이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빌어먹을!” 그 말을 들은 킬리 차장이 주먹으로 차 좌석을 쳤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망할!” 킬리가 욕을 퍼부으며 주먹으로 좌석을 미친 듯이 내리쳤다. 분이 풀리지 않은 듯 머리를 감싸쥐고 이를 갈다가, 옆에 앉아 있는 대원에게 소리쳤다. “밀어 버려. 농장을 깡그리 폭파해 버리고, 도망친 자들은 무조건 추적해 잡아들여. 그리고 공중 지원 요청해. 이 근방을 통째로 스캔할 수 있도록.”

킬리를 태운 차량과 호위 차량들이 달려나갔다. 그 중 한 대는 멈춰서서 바디 백 두 개를 들고 나오는 부대원들을 태웠다. 부대원들이 타고 차가 달려나가고, 그 뒤로 폭발음과 함께 특수 작물 농장이 화염에 휩싸였다.


지프가 빠르게 도로를 달려나갈 때, 갑작스레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룸미러에는 특수 작물 농장이 불에 휩싸이는 광경이 들어오고 있었다. “오, 놈들이 농장에 불을 질렀군. 이런 젠장할.”

“지금 농장이 문제에요? 당신들이 배신한 탓에 관리자님이, 관리자님이..” 고디스가 말을 다 끝맺지 못하고 눈시울을 적셨다.

“미안해요. 그 자가 총을 들고 와서 우리를 협박했어요. 따르지 않으면 다 처분하겠다고-”

“그렇다고 관리자님이 죽게 그렇게 놔둘 수 있는 거에요? 혹시 당신들도 이중스파이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우리는 애지당치 내부 보안부에서 연락을 받은 게 아니라 외무부에서 연락을 받았단 말입니다. 계속 그렇게 의심을 하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는데-”

“모두들 제발 그만 좀!” 풀그림이 소리쳤다. “서로 옥신각신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일단 이곳을 탈출하고, 재단을 따돌린 다음에, 노래마인 관리자님이 말한 대로 하는 게 최선입니다. 중국에 있는 제5기지를 찾아서 그 시나리오가 뭔지 알아내야 해요. 그러니 제발 그만 좀 하고 뒤에 누가 쫓아오고 있는지 확인이나 해 봐요.”

“여기 단동에서 제5기지가 있는 상하이까지 가려면 엄청나게 오래 걸릴 겁니다. 최소한 한 번 이상은 보급을 받지 않으면 힘들 거고요. 중간에… 27기지가 있군요. 거기에 들르는 게 낫겠군요. 우릴 도와줄지는 모르겠지만, 아는 사람이 한 둘 있으니까요.” 하사드가 운전대를 꺾으며 답했다.

“27기지는 지역사령부와 연락이 끊겼어요. 5기지도 마찬가지이고. 일단 고든 소령과 합류해서 이동하는 게 나을 겁니다.” 풀그림이 답했다.

하사드가 한숨을 쉬고 지프를 계속 몰아갈 때, 뒤쪽에서 거칠게 차 소리가 들려왔다. 내부 보안부의 작전 차량들 넉 대가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잡았다.” 작전 차량 중 하나를 운전하던 요원이 히죽 웃었다. 차량이 지프를 쫓아 언덕 위를 올라서는 순간, 요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바다에 SCP-217-KO가 천천히 해안 쪽으로 들어오며 몸체를 돌리고 있었다. 요원이 떨리는 손으로 무전기를 집어들었다.

“여기 공중지원 말고 해상지원 요청한 거 있습니까? 지금 군함 한 척이 여기 떠 있는데 우리가 부른 건 아니고 이게 도대체 어디서 온-”

채 말을 끝맺기도 전에, 미사일 하나가 하늘을 갈랐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에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