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 (1)

변수 연산 중.

경고 : O5 평의회의 허가 없이 이 프로그램을 실행하지 말 것.

치명적 오류 : 방호 장치가 기능하고 있지 않습니다.

프로그램 가동 시 과부하 예상 시간 : 17분

계속하시겠습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시나리오 # : TF

자연적 발현 확률

<0.0001%

발현 시 권고사항

전 직원은 이 시나리오를 인위적으로 발현시키지 말 것.
어떠한 이유로든 시나리오가 발현되는 경우, 전 직원은 발현을 주도한 자들이 죽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
발현을 주도한 자들은, 간곡히 부탁하는데, 자기 똥은 자기가 치울 것.

O5-1
서명생략

동일한 변수 입력 사례를 발견했습니다. 해당 시나리오의 원 데이터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일차 가공 데이터를 대신 불러오시겠습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주요 발현 요인

TF급 시나리오는 기존의 K등급 시나리오와는 현저히 다르다. 이 시나리오가 자연적으로 발현할 확률은 무시해도 될 정도로 적으며, 인위적으로 발현할 가능성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시나리오의 발현 여부는 순수하게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발현시켰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이다.
이 시나리오 하에서 재단의 역할은 워낙 지대하기에, 재단 고위급 인사가 반드시 관여하여야 하며, 이 인물이 내리는 명령과 지시는 감히 거역하지도 못할 만한 지위에 있어야 하고, 산더러 움직이라고 하면 그것이 순종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카잔은 집무실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피곤해서 어느 순간부터 집무실의 전기가 나갔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재단 내부망 전화였다.

"말해." 하품을 하며 카잔이 말했다. 그러나 그 전화를 한 것은 자기 밑의 직원은 아니었다.

"관리자다. 광신자들이 오고 있다." 변조된 목소리가 딱딱하게 말했다. "기지는 포기해라. 앞으로 살아남고 싶으면 내 지시를 따라라."


…이 시나리오에서 아무도 아닌 자가 무슨 역할을 차지하는가? 이 질문이 가장 답하기 까다로운 질문 중 하나인데, 예측값에서 본 그의 행적을 볼 때 두 가지를 추론할 수 있다. 첫째, 아무도 아닌 자는 시나리오의 진행을 가속화하고 있다. 둘째, 아무도 아닌 자는 이 시나리오의 결말이 세계 멸망이라 보고 있다. 이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 원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이자가 취할 수는 훤히 내다볼 수 있다…


아무도 아닌 자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가 붉은 일지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그자가 있는 곳은 평범한 여관방처럼 보였다. 세 평도 안 되어 보이는 방에 침대와 책상, 의자, 서랍장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서랍장 문 앞에 책상이 붙어있고, 의자 다리와 침대 다리가 맞닿아 있어 그 중 아무것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책상 위에 놓은 TV는 전선이 연결되어 있지 않았지만, 뉴스가 열심히 나오고 있었다.
"오래간만에 돌아왔군. 배달은 잠시 미뤄놓고…" 아무도 아닌 자가 창문을 바라보았다. 안쪽에 검은 종이가 붙어있어 바깥 풍경이 보이지 않았다. 창문을 열자, 한순간 눈부신 빛이 방 안을 비추더니 곧 제5기지의 어두운 복도로 변했다. 아무도 아닌 자가 창문을 넘어 복도로 들어섰다. 복도 끝에는 철문과 경고문 하나가 보였다. 경비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 사제님이 시나리오 내용을 알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이쪽부터 신경써야겠군."


한편, 시나리오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소위 '선동자'들이 나타날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시나리오에 영향을 줄 만한 자들은 많지 않으며, 하나뿐일 수도 있다. 변칙적 존재들이 세상에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선동자는 그에 걸맞는 힘을 가지고…

경고 : 본체 과열됨

긴급 냉각 장치를 가동합니다.

고열과 빛에 주의하십시오.


땅바닥에서 강렬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몇 백 미터는 떨어져 있던 네탈 사제의 눈에도 훤히 보일 정도였다. 네탈시포가 오른손을 까딱거렸다. 옆에 선 여자가 그에게 망원경을 가져다주었다. 망원경에 들어온 제5기지의 모습은 평범한 병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주변의 다른 텅빈 건물과 전혀 다른 부분이 없었다. 저 빛이 아니었다면 절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였다. "…꽤나 위장을 잘했군."
그러나 이미 알아낸 이상 들어갈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이미 그는 붕괴된 중국군 일부를 흡수해서 군의 무기를 갖추고 있는 상황이었다. 네탈 사제의 부름에 120mm 박격포가 앞으로 나섰다. 기지에서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몇 분이 지나고 설치가 끝난 끝에, 네탈 사제가 손짓했다. "발사." 박격포가 불을 뿜었다. 기지 건물이 무너지고 폭발음이 공기를 찢으며 허공을 울렸다.


큐빅과 연구원 다섯 명이 있던 지하 층도 폭발의 영향이 전해졌다.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요. 나갑시다." 큐빅이 말했다. "시나리오에 대해 알아내는 것도 좋다지만, 죽으면 아무 쓸모 없어요!"
"안 돼." 풀그림이 가로막았다. "노래마인이 죽으면서 말한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염병할 O5들이 무슨 일을 벌인 건지 알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이대로 나갈 순 없어."
말소리가 점점 커지며 고성이 오갈 때, 비상벨이 요란하게 울리며 그 소리들을 다 덮어버렸다. 이어 기지 방송이 울려퍼졌다.
"전 직원은 광신도를 피해 일차 방어선까지 대피하라. 기지 방어를 위해 SCP-247, SCP-1048의 격리를 해제한다."


"그게 사실입니까?" 카잔이 전화 소리를 놓치지 않고 들으려 수화기를 귀에 바싹 가져다댔다.
"그래. 아무도 아닌 자는 지금 그곳 지하 테스트 시설에 있다. 변칙적 공간이동이 불가능한 곳이지." 딱딱한 대답이 돌아왔다. "네탈시포가 가지고 있는 반지를 이용하면 그자를 처리할 수 있다. 기회를 잘 노려라."
"물론이죠." 카잔이 픽 웃었다. "근데 진짜로 당신 관리자입니까? 이런 걸 왜 직접 안 하고 남한테 떠넘기는 거죠? 그 지랄맞은 바이러스는 왜 살포한 거고?"
"바이러스는…" 건너편의 목소리가 잠시 머뭇거렸다. "과했지만, 모자라게 하는 것보다 과하게 하는 게 낫겠지. 그리고 명심해라, 모든 경우의 수는 내가 살필테니," 그때 집무실 문을 쾅 열고 요원 셋이 벌컥 들어섰다. "관리자님! 피하셔야 합니다! 네탈 사제의 광신도들이 일차 방어선까지 들어서고 있습니다!"
"입 다물어!" 카잔이 벌컥 화를 냈다. 그가 다시 수화기에 귀를 가져다 댔지만 이미 전화는 끊겨 있었다. "이런 젠장할." 그가 중얼거렸다. "지하로 적이 침입할 수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나 혼자 갈테니, 너희는 방어선을 지켜!"
카잔이 반박할 틈을 주지 않고 방을 나섰다. 뒤에서 부르는 요원들을 따돌리며 카잔은 머리를 이리저리 굴렸다. 그자가 재단과 평의회를 설립한 그 관리자라는 말은 믿기 어려웠으나, 나머지 이야기는 신빙성이 있었다.


냉각 완료.

주석: 실상 TF급 시나리오의 진행은 엉성하면서도 정교해서, 경우의 수를 따져보고 실제 실현되는 경우에 따라 상황에 맞추어 대비할 수 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재단 자체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뿐이다. O5-1은 일부 직원들과 협력하여 거짓 SCP 보고서와 거짓 기지, 거짓 실험 요청서를 만들면서 지금까지 이를 막아왔다.
TF급 시나리오는 다분히 자기실현적이며, 그 결론을 알기 전까지 그 시나리오가 발현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1 그렇다면 아무도 아닌 자가 이 시나리오를 발현시키려 애쓴다는 것은 이자가 그 결론을 알고 있다는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자를 배제하거나 탈취하는 것은 시나리오의 진행을 막는 데 있어 필수적이다.

시나리오 진행 시 도출되는 결론

시스템 완전 과부하…
모든 시스템 실행 불가…


"SCP-247이 풀려났으면 여기서 더더욱 나가면 안 돼요." 즈소가 말싸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인식재해 저항 장치 같은 게 없으니, 나가면 죽기 딱 좋죠. 거기다가 광신도들까지 있다면서요?"

"음, 좋은 생각이긴 한데, 애초에 그 시나리오를 재현시켜서 광신도들이 온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 갑작스레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여섯 명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아닌 자가 서 있었다. "방호 장치가 망가져서 그 빛 때문에 기지 위치가 들통난 거잖아. 물론 재현을 안 했어도 하루이틀이면 알아냈겠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니까. 물론 나 포함."

그가 조잘조잘 떠드는 사이 여섯 명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뛰어!" 풀그림의 신호가 떨어지자, 여섯 명은 복잡하게 얽힌 컴퓨터와 서버들 사이로 흩어져서 도망쳤다. 아무도 아닌 자가 당황해서 잠시 서 있다가, 장치를 제어하는 콘솔 앞으로 다가갔다.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군. 내 우선순위는 이게 먼저인데." 그가 소매 안에서 작고 검은 공 하나를 꺼내 콘솔 위로 굴렸다. 공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에, 아무도 아닌 자는 뒤로 돌아서서 경쾌하게 뛰었다. 공이 바닥에 부딪치는 순간, 폭발음과 함께 콘솔이 산산조각나며 파편이 사방을 휩쓸었다. 줄지어 서있던 장비들이 깨지고 넘어졌다. 아무도 아닌 자가 연기 속을 헤치며 문에 거의 도착했을 때, 연기 속에서 불쑥 다른 사람의 형체가 나타났다. 하사드가 비상용 도끼를 들고 그에게 뛰어들었다. 비명 한 마디 지를 틈도 주지 않고, 도끼날이 아무도 아닌 자의 목덜미를 깊숙히 파고들었다.


카잔은 멀리서 들려오는 폭발음에 잠시 멈칫했다. 그 폭발은 지상에서 일어난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저 깊숙한 지하에서 일어난 것 같았다. 그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손전등과 총구들이 그에게로 일제히 향했다. 카잔이 천천히 두 손을 들어올렸다. "나는 여기 제5기지 총책임자다. 너희 사제한테 할 말이 있다."


아무도 아닌 자가 몸을 일으켰다. 도끼가 목에 박히고도 움직이는 그 모습은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그가 손을 천천히 들어 도끼날을 몸에서 잡아뺐다. 거기에는 피 한 방울 묻어있지 않았다. "뭔가 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아무도 아닌 자가 히죽 웃었다. 그가 허리를 숙여 떨어진 중절모를 집어들었다. "나는 싸우려고 온 건 아니거든. 이 세상이 합당한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뿐이지."

"이 미래는 세계가 화려하게 멸망하는 것으로 끝나야지, 다른 길로 새면 안 돼. 나는 아무도 그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관리할 뿐이지, 그렇기에…" 아무도 아닌 자가 도끼를 고쳐잡았다. "원래는 이 장치를 부수려고 온 건데, 너희도 시나리오 내용을 조금이나마 봤을테니 죽여두는 게 낫겠군. 사제가 시나리오에 대해 알게 되면 귀찮아져서…"

아무도 아닌 자가 연기 속으로 뛰어들었다. 아차 하는 순간 도끼날이 고디스의 가슴팍에 찍혔다.


네탈 사제는 복잡한 기지 지하 복도를 걸으면서 그것보다도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 그와 일행을 인도하는 이 카잔이라는 기지 관리자놈이 함정을 파놓은 건지 아닌지, 도저히 알 수가 없는 탓이었다. 도망칠 수 없도록 수갑을 채우고 쇠사슬을 목줄처럼 묶어놓기는 했다만, 자폭을 각오했다면 그것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자가 한 말은 상당히 끌리는 이야기였다. 아무도 아닌 자가 기지 지하에 있고, 지금 공격하면 붙잡을 수 있다. 물론 그자에게서 재단 기지들에 대한 정보를 더러 받기는 했지만, 본질적으로 그자는 영 찜찜했다. 뭐든 다 알고 있다는 그 태도도 마음에 안 드는 놈이었다. 해치울 수 있을 때 해치워 두는 게 나아 보였다.

카잔이 철문 앞에서 멈춰섰다. 검게 칠해진 철문 앞에는 경고. 관계자 외 출입 시 사살될 수 있음.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네탈 사제는 문구를 무시하고 성큼성큼 걸어가 문을 잡아당겼다.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네탈 사제가 이상하다는 듯이 카잔에게 말했다. "안 열리잖아."

카잔이 되려 당황해서 반문했다. "원래 그러면 열려야 정상인가요?" 네탈 사제가 그 질문을 듣지도 않은 듯 무시하고 카잔의 다리를 걷어차 바닥에 쓰러뜨렸다. "왜 안 열리는 거지?" 사제 옆에 서있던 남자가 발로 카잔의 목을 짓눌렀다. 카잔이 컥컥거리며 답했다. "만..만약, 변칙적 능력으로도 안 열리는 거라면… 안에 누가 있어서 문을 완전히 잠근 겁니다. 천장을… 부수고 들어가면 됩니다. 문은 탱크로 쏴도 못 부수지만, 폭약을 이용하면 천장은… 천장을 부숴도 그자는 못 나갈 테니 어서…"

남자가 발을 치우자 카잔이 콜록거리며 숨을 거칠게 들이쉬었다. 사제가 오른손을 들자 그 남자가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2등급 토마스. 맞지? 위층으로 가서 천장에 폭탄을 달아라. 터뜨리기 전에 알리고." 토마스는 감격에 겨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가 총총걸음으로 왔던 길을 걸어갔다. 네탈 사제가 허리를 굽혀 카잔의 목에 채워진 목에 걸린 사슬을 끌어올렸다. 여전히 쓰러져 있던 카잔의 목이 그와 함께 끌려갔다. 네탈 사제가 목이 졸려 괴로워하는 카잔의 귀에다 입을 가까이 대고 말했다. "기억해라. 지금 날 속이고 있는 거라면, 그때 네가 겪을 고통은 이것과는 비교도 안 될 테니."


아무도 아닌 자는 곤란한 얼굴로 난장판이 된 방을 헤매고 다녔다. 서버와 파편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어 숨자면 숨을 만한 곳은 많았다. 한 명이 죽는 걸 봤는지 이들 모두 꼭꼭 숨어서 당췌 보이지가 않았다. 도끼에서 피가 뚝뚝 떨어져 바닥을 적셨다. "흐흠. 역시 말하고 죽이면 안 되는 건가." 말은 그렇게 하고 있으나 그 역시 정상은 아니었다. 도끼로 찍힌다고 죽거나 부상을 실제로 입는 것은 아니었으나 고통은 그대로 생생히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의식이 흐려질 정도의 고통이 그의 몸을 갉아먹고 있었지만, 그는 애써 정신을 다잡았다.

그때 격렬한 폭발이 방 전체를 뒤흔들었다. 아까 터진 공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폭발이었다. 아무도 아닌 자가 비틀거리며 다시 균형을 잡았다. 연기가 사방을 메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폭발이 일어난 곳 같아보이는 곳으로 한 발짝씩 천천히 다가가자, 무너진 천장에 깔린 사람 둘이 보였다. 하사드와 카일리였다. 도끼자루로 쿡쿡 찔러보아도 움직임은 없었다. "죽었군." 천장에 뚫린 구멍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들어 구멍을 바라보는 찰나, 위에서 뛰어내린 발 한 쌍이 그의 얼굴을 직격했다.

"그래. 그 도끼로 뭘하려고 했는지 설명 좀 해보실까." 천장에서 내려선 네탈 사제가 거만하게 말했다.

"아, 이거요?" 아무도 아닌 자가 쓰러진 채로 고개를 들어 웃었다. 쓰러질 때 도끼는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떨어져 버렸다. "별거 아닙니다. 벌목 좀 하느라고."

"요즘 나무들은 그렇게 붉은 피를 흘리나보지? 아무래도…" 네탈 사제가 웃었다. 크고 환한 웃음이었다. "우리 같이 할 얘기가 많은 것 같군. 잡아."

그 말에 뒤에 선 신도 몇이 아무도 아닌 자를 위에서 누르고 수갑을 채웠다. "음, 설마 수갑을 채워도 전 도망갈 수 있다는 걸 모르시는 건 아니죠?"

그 말에 네탈 사제가 느긋하게 아무도 아닌 자에게 다가갔다. 무릎을 굽히고 자리에 편안히 앉아, 사제가 그와 눈을 맞췄다. 중절모를 벗겨 자신의 머리 위에 얹고, 네탈시포가 그 질문에 답해주었다. "저기 기지 관리자께서, 너도 이 방 안에서는 마음대로 이동 못한다고 알려줘서 말이야. 넌 여기 계속 있으면 된다. 영원히. 왜 여기 와 있는 건지, 누굴 죽인 건지,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건지, 알아볼 시간은 아주 많을 거다."

아 시발. 아무도 아닌 자는 생각했다. 개망했군.


출력값 표시 장치가 응답하지 않습니다. 연결을 확인해 주십시오.
연결을 확인해 주십시오.
데이터 긴급보존 절차에 따라, 모든 출력값을 외부 데이터베이스로 전송합니다. 확인하지 못한 출력값은 해당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문의하십시오.

타겟 데이터베이스 : 모나코


"시나리오가 있든 없든, 그런 형이상학적인 질문에 매달려서 얻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카에스틴 차장이 잘라 말했다. "지금 전황은 우리에게 너무 불리합니다. 그 바이러스 살포 덕분에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이대로라면 GOC-UN 동맹이 다시 공격을 개시했을 때 러시아도 못 지켜요. 중국은 그 네탈시포 사제가 세력을 불리고 있고."

"그 잘난 바이러스 때문에 재단이 테러조직으로 낙인 찍힌 건 생각 안 하나 보죠? O5들도 미친 거죠. 그런 짓을 하면 직원들 사기가 어떻게 될지 불 보듯이 뻔한데. 지금 재단에서 도망치려는 직원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요? 자기가 도망갔다가 사람 부족해서 격리실패라도 터지면 더 큰일 날 것 같으니 남아있는 거지. 우린 지금 SCP 개체들을 인질로 직원들을 잡아두고 있는 거에요. 이봐요, 정보국 차장, 똑똑하게 행동합시다. 역사를 봐도 반란군 부하들이 자기네 우두머리 목 잘라 바치면서 항복한 사례는 많았어요. 다른 사람이 먼저 하면 나머지는 다 반란군으로 몰리는 법이죠. 그 전에 우리 살 길 하나쯤은 확보해 두는 게 낫지 않겠어요?"

카에스틴이 어깨를 으쓱했다. "배신자 잡는 게 일인 내부 보안부 차장께서 그리 말하시니 놀랍군요. 그럼 그 모나코 시설에 요원들을 보내보죠. 다만 O5-3는 그렇게 멍청한 자가 아닙니다. 명심해 두는 게 좋을 거에요. 뭔가 꿍꿍이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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