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 (2)

한편 그 시각, 자우와 Cat With Eye는 일지가 또 있지는 않을까 시설 곳곳을 뒤지고 있었다. 시설 안은 온통 먼지투성이였고 색색의 전선이 복잡하게 얽혀 발을 디디기도 쉽지 않았다. 모든 컴퓨터와 모니터 화면은 건드리기만 해도 암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만 짜증스럽게 보여줄 뿐이었다. 바닥에 공책이나 메뉴얼이 몇 개씩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떨어져 있기는 했지만 아무 상관없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더 이상 일지는 없는 것 같아요." 자우가 투덜거렸다. "뭐 좀 보여요, 고양이 씨?"

"고양이 씨는 뭐야?" Cat With Eye가 콘솔들 틈새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엉금엉금 기어나왔다. 그러고는 앞발을 들어 머리 위의 털에 엉겨붙은 먼지 덩어리를 떼어내는데 열중했다. 마지막으로 몸을 부르르 떨고 한참 동안 몸을 핥은 끝에야 말을 이었다. "내가 인간 씨라고 부르면 기분 좋겠냐? 인격권 몰라? 그건 인간 말고도 적용되는 거라고. 아니, 어쨌든… 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네. 그럼 남은 희망은 저 녀석들뿐인데." Cat With Eye가 앞발로 이트륨과 란란맥을 가리켰다. 그 둘은 시설 구석에 나란히 거꾸로 매달아 놓은 상태였다.

"아니 잠깐. 당신은 사람들을 구할 방법을 알고 있다고 했는데. 그 일지에는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계산해놓은 재단의 기록이 있다고 했지." 귀신 군이 말했다. "근데?" Cat With Eye가 되물었다. "그걸 찾아서 뭘 막으려는 거지? 재단을 막으려면 그냥 이 도서관 통로로 슬쩍 들어가서 O5 평의회를 처리하면 끝 아닌가?"

고양이가 떨떠름한 듯 고개를 돌렸다. 자우는 속으로 고양이가 어떻게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건지 의아스러웠지만, 그 얼굴에 피어오른 표정은 그것 말고는 설명할 단어가 없었다. "재단이 다른 여러 단체들을 공격했을 때, 우리 뱀의 손은 직접 공격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영향을 받았지. 예를 들어 보면…" 갑작스레 세찬 바람이 불더니 그들이 있던 시설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파묻혔다. 대신, 어둠 속에서 끝없이 위로 뻗어있는 책장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사방이 책장으로 둘러싸인 좁은 육각형의 방에 서 있었다. 바닥에는 대리석 책상과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고, 의자는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으나 아무도 앉아있지 않았다. 아득히 높은 천장에서는 희미한 빛이 내려왔다. 책장에는 책은 단 한 권도 놓여있지 않았고, 뻥 뚫린 반대편에서 거죽만 남은 앙상한 것들이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것들은 인간의 모습을 닮았으나 다리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흡사 조각가가 몸통을 적당히 빚어놓은 다음 팔을 아무 데나 박아놓은 모습이었다. 갈비뼈와 쇄골, 두개골이 앙상한 거죽 너머로 훤히 보였다. 그것들은 덤벼들지 않았다. 책장 반대편에서 빛을 내며 제 창백한 모습을 드러내고 부유할 뿐이었다. 자우가 이맛살을 찌푸리고 책장에서 물러났다. 귀신 군은 눈을 감았다. "저게 뭐죠?"

"창백한 꽃." 고양이가 으스스하게 말했다. "난 그렇게 불러. 저것들이 도서관 곳곳에 피어나고 있는데, 그때마다 거기 있는 책들을 먹어치워 버리고 있어. 책만 먹는 건 아니지만-" 그때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책장들이 일제히 그들 쪽으로 무너져 내리고 그것들이 달려들었다. 허공에서 헤엄치듯이 제 몸을 굴리고 팔을 허우적거리며 그것들이 가까이 왔을 때, 다시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주변이 다시 어둠에 휩싸이더니 재단 시설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Cat With Eye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한 표정이었다. "또 이렇게 아무렇게나 도서관에 들어가고 나올 수도 있지. 원래는 정해진 길에 올바르게 부탁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지. 세계가 멸망하면서 도서관도 죽어가고 있다는 증거야. 도서관이 무너지는 날에는, 저것들이 이 세상으로 풀려날 것이고, 그러면 뭐… 나도 도망가련다."

"그러니까 당신은 도서관이 언제 누구에게 공격받을지 알아내려고 하는 거 같은데-" 귀신 군이 말했다. 그때 총소리가 그의 말소리를 덮어버리며 울렸다. 셋은 잽싸게 흩어져서 장비들 뒤로 몸을 감추었다. 자우와 귀신 군은 거대한 서버 뒤편에 몸을 숨겼고, 고양이는 제 덩치를 이용해 무너진 책상들 틈새로 숨어버렸다. 그러나 공격자는 섣부르게 안으로 들어올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밖에서 확성기로 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찰이다. 이 시설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있는 자들은 즉시 투항하라. 경고한다."

"도망가죠?" 자우가 건너편의 Cat With Eye에게 제안했다. "저하고 귀신 군이 저기 묶어놓은 사람들을 데려올 테니까, 우리 고양이 양반이 길을 열어서 도서관으로 가면 될 것 같은데요."

그때 텅 하는 소리와 함께 최루탄이 바깥에서 시설 안쪽으로 날아들어왔다. 최루탄이 계속해서 날아들어왔고, 한 발은 자우의 발치에 떨어졌다. 옅은 흰색 연기가 피어올라 사방을 뒤덮기 시작했다. 자우와 Cat With Eye는 비틀거리며 눈을 찡그리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연기가 닿은 모든 곳이 따가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눈, 코, 귀, 목구멍, 피부까지. 자우는 숨을 참아보려고 손으로 코를 틀어막았지만, 일 분도 견디지 못했다. 숨을 참다가 다시 급하게 들이쉬면서 고통만 더해질 뿐이었다. 그 와중에 귀신 군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만히 앉아있었다. 이들이 왜 괴로워하는지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반대쪽 문에서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비스듬하게 서 있던 책장이 Cat With Eye가 숨어있던 책상들 위로 넘어졌다. 고양이는 배를 뒤집고 누워 버둥거리느라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그 밑에 깔렸다. 책장이 무너진 곳에는 철문이 하나 서 있었다. 문이 찌그러지고 뒤로 밀리더니, 먼지와 함께 박살나며 고양이가 깔려있는 책상 위로 쓰러졌다. 방독면에 새까만 작전복을 입은 여섯 명의 대원들이 그 문을 밟고 날렵하게 시설 안으로 들어섰다. 한 명이 자우에게 산탄총을 들이댔다. 자우와 귀신 군이 양 손을 들어올렸을 때, 그 대원이 고무탄을 자우의 배에 쏘았다. 그는 그대로 뒤로 넘어져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다. 눈앞이 흐려지며 머리가 멍해졌다. 군홧발이 그의 얼굴 앞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때, 눈앞이 흐려지고 다시 세찬 바람과 함께 정적이 찾아왔다.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고양이가 강제로 길을 열어 다시 그들을 방랑자의 도서관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방금 전보다도 더 위험한 장소에 와 있었다. 세 명은 족히 수십 미터는 되어보이는 거대한 책장 꼭대기에 있었다. 한 단의 크기가 족히 3m는 되어보이는 거대한 책장이었다. 바닥에는 고양이가 꽃이라 불렀던 그것들이 수백씩 자리잡고 있었다. 그것들은 책장을 바닥에서부터 갉아먹고 집어삼키고 있었다. 책장에서 책이 떨어질 때마다 손을 뻗으며 서로 아귀다툼을 벌이고 먹어치웠다. Cat With Eye는 아까 깔린 충격으로 피범벅이 된 채 정신을 잃은 채였다. 책장은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귀신 군은 책장 위에 엎드리고 빽빽히 꽂힌 책을 향해 아래로 손을 뻗었다. 자우는 고양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상처를 살펴보다가 물었다. "귀신 군, 미안한데, 지금 책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거든요?"

귀신 군이 책을 한 권 붙잡고 들어올렸다. "이 책들 중에서 여기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책도 있겠지. 지금 살아남을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보이거든?"
"그러니까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는 거죠?" 책장의 왼쪽 다리가 무너지며 책장이 기우뚱거렸다. 꼭대기에 있던 세 명의 몸도 왼쪽으로 쭉 미끄러졌다. 귀신 군은 데구르르 구르다가 왼쪽 귀퉁이 쪽으로 떨어졌다. 자우가 한 손으로 책장 꼭대기에 뜯어져 튀어나온 나무판자를 붙잡았다. 정신을 잃은 고양이가 책장 너머로 날아갔다. 자우가 몸을 쭉 뻗고 다른 한 손을 힘껏 뻗었다. 소년은 아슬아슬하게 고양이가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꼬리를 붙잡을 수 있었다. 고양이가 공중에 가로등마냥 대롱대롱 매달렸다. 자우는 자기도 딸려가서 떨어지지 않도록 이를 악물고 균형을 잡으며 소리쳤다.
"귀신 군, 살았어요?"
"그래." 귀신 군의 고함이 들려왔다. 그는 책장 꼭대기 바로 아래쪽 단의 바닥을 한 팔로 붙잡고 버티고 있었다.
"뭐 쓸 만한 책은 보여요? 지금 몇 분 내로 우리 다 죽을 것 같은데요?"
"난 몇십 초 내로 저 아래로 떨어질 것 같거든 지금? 좀 기다려봐!"

귀신 군이 소리치고 몸을 끌어올리려고 해보았지만, 격통만 더해질 뿐 소용없었다. 그때 요원 제복을 입은 사람 둘이 그의 팔을 붙잡고 끌어올렸다. 이트륨과 란란맥도 같이 도서관으로 이동한 것이었다. 귀신 군은 상황을 대충 설명했고, 둘은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일단 따라주었다. 세 명은 자신들이 서 있는 단에서 빽빽히 꽂힌 책들을 닥치는 대로 빼내서 넘겼다. 그 사이 자우도 균형을 되찾고 고양이를 끌어올려 아래로 내려왔다. 아직도 정신을 잃고 있는 Cat With Eye는 놓아두고, 넷은 쓸모가 있는 책을 찾으려 분투했다. 책들은 기묘했다. 어떤 것은 처음 보는 꼬부랑글씨로 쓰여있는가 하면, 어떤 것들은 라틴어나 그리스어로 쓰여 있었으나 펼쳐서 보고 있자 천천히 한국어로 바뀌었다. 란란맥이 천 페이지는 되어 보이는 두툼한 책을 하나 꺼내들어 이리저리 넘겨보다가 말했다. "여기 쓸만한 구절이 있는 것 같은데? 끔찍한 가면대부들과 그것들을 능가하는 대사가 도사리는 알라가다로 들어가는 주문이 있다. 이 주문은 소리내어 읽는 것만으로도 효력이 있다. 그러나 살아서 돌아가고 싶다면 공물로 쓸 염소, 소, 돼지, 인간의 피를 각각 1쿼트씩 준비하라. 오…"

란란맥이 그 책을 아래로 던져버리고 다음 책을 집어들었다.

…때때로 나는 너무나도 두려워 내 영혼을 탐내는 도둑들에게 썩 물러가라고 부질없이 외치곤 했다. 그러나 곧 나는 그런 노력이 아무 부질없는 일임을 깨달았다. 모든 희망을 버리고 동굴 속에 나 자신을 가두고 나는 도둑들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하며 환영했다…

지존하신 제우스는 거만한 카파네우스를 타르타로스에 쳐넣었으며, 지혜로우신 아테나를 시켜 진정 시체의 머리를 파먹은 티데우스의 목숨을 빼앗았다. 그러나 그의 아들에게 죽은 안타이오스는 반역한 죄가 없었기에 묶어두지 않았으니, 그리하여 그의 손을 타고 단테가 카이나로 내려간 것이다. 이제 지존하신 그분의 가호로 타르타로스로 가는 길을 여는 비밀을 말하리니, 이곳으로 가려는 자 먼저 단테와 같이 길잡이를 구해오라.

「길」에서 길을 잃은 자들에게: 도망치는 방법. 두 번째 열쇠의 이름을 말하고 비밀스러운 그리폰의 가호를 구하라. 그 다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열쇠구멍에 세 번째 열쇠를 꽂아 문을 열고 허리를 숙여 모든 도서관의 역사에 경의를 표하고 물러나라. 어느 하나라도 틀리면 그대들의 영혼을 게걸스럽게 퍼먹을 자들이 나타나리라. 자기들이 갇혀 있던 어두운 구석으로 그대들을 쫓아내 천년 만년 가두리라.

전혀 쓸모없거나 끔찍하게 위험해 보이는 책들만 한가득이었다. 책장은 이제 몇 단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밑에서 푸른 빛과 함께 팔들이 허우적거리며 그들을 맞이하려 하고 있었다. 네 사람이 살펴본 수십 권의 책 중 쓸모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천장 높은 곳에서 거미줄 같은 긴 하얀 줄이 쭉 내려왔다. 그 끝에는 거미 같은 생물체가 무표정하게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그 생물은 짜리몽땅한 생김새에 정장을 입고 있었다. 팔이 여덟 개이고 다리가 안쪽으로 휘어져 있다는 점만 빼면, 인간과 꽤나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 팔 중 하나는 종이쪽지를 들고 있었다. 네 명이 서 있는 단까지 내려와 그것이 종이쪽지를 툭 내밀었고, 자우는 혼란스러웠으나 받아들었다. 거기에는 딱 한 마디만 쓰여 있었다.

따라와라. 급사의 팔을 타고.

그 생명체가 여덟 개의 팔 중 다섯 개를 내밀었다. "어…누가 보낸 건지 말해 주실 수 있나요? 급사님?" 급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표정하게 그들을 쳐다볼 뿐이었다. 그때 책장이 흔들거리며 빠드득 하는 나무 갈라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책장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었다. 더 생각할 여유가 없어 네 명은 급사의 팔에 몸을 맡겼다. 여전히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고양이는 손 위에 올려놓았다. 다섯 명을 붙잡고, 급사는 다시 거미처럼 위로 매끄럽게 올라갔다.


여섯 명의 요원들은 텅 빈 건물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재단에서 일하면서 그간 변칙적인 현상들이야 숱하게 보아왔기에, 여기 있던 침입자들이 한순간에 도망갔다고 해서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한 명이 그들에게 작전을 지시했던 카에스틴 차장에게 작전 완료를 알리는 암호를 보냈다. 답신 문자가 돌아왔다.
"사전 지침에 따라 동봉한 USB 장비를 연결하여 원격 접속을 진행할 것."
요원이 메인 서버를 찾아 USB를 꽂았다. 모니터의 화면을 보고 이리저리 조작한 끝에, 모니터에는 원격 접속이 실행되었고 관리자 권한이 허가되었다는 메시지가 떴다. 저 멀리 러시아 모스크바의 재단 임시 본부의 카에스틴 차장 책상 위에 놓여있던 노트북에도 그 모니터 화면이 떴다. 그는 암호를 입력하고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했다. 접속하자마자 알림 창들이 주르륵 떴다. 가장 위의 메시지는 이랬다.

데이터 긴급보존 절차가 완료되었습니다. 수신된 데이터는 임시 저장된 상태입니다.
경고: 일부 데이터가 손상되었습니다. 발신 기지에 연락하여 수리 조치하십시오.
절차 진행자: [관리자 권한으로 암호 해제됨] 큐빅, 제5기지

제5기지. 중국. 그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고심했다. 온갖 생물학적 변칙개체 때문에 개판이 난 중국에서 재단이 뭔가를 아직도 하고 있다는 뜻인가? 아니면 그곳에 고립되어 있는 기지들이 아직도 멀쩡한 건가? 아니면 네탈시포가 재단 기지들을 차지해서 이 시설을 돌리는 건가? 그 질문 중 답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재단이든 UN이든 중국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위성과 정찰기, 온갖 소문을 다 떠들어내는 정보상 말고는 없었다. 일단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은 뒤로 제쳐놓고, 그는 자판을 두들기며 보존되었다는 그 데이터가 뭔지 뒤져보았다. 진행 표시줄이 다 채워지고 큼지막한 검은 글자가 떴다. 카에스틴 차장의 몸이 굳었다.

시나리오 # : TF

자연적 발현 확률

<0.0001%

발현 시 권고사항

전 직원은 이 시나리오를 인위적으로 발현시키지 말 것.
어떠한 이유로든 시나리오가 발현되는 경우, 전 직원은 발현을 주도한 자들이 죽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
발현을 주도한 자들은, 간곡히 부탁하는데, 자기 똥은 자기가 치울 것.

O5-1
서명생략

그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무실에 있는 다른 직원들은 다 퇴근한지 오래였다. 혹시 몰라 사무실 문을 잠그고 아예 문 손잡이 밑에 의자를 놓아두어 막아버린 뒤, 그는 모니터에 뜬 문서를 다 읽었나갔다. 읽어나갈수록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졌다. 중요해 보이는 내용 부분 몇 개를 노트에 휘갈겨 쓰고, 카에스틴 차장이 코트를 집어들고 황급히 길을 나섰다. 층계참을 세 계단씩 성큼성큼 뛰어내려가 여섯 층을 내려가고 복잡한 복도를 한참 휘젓고 다닌 끝에, 그는 내부 보안부 사무실에서 킬리 차장을 찾을 수 있었다. 내부 보안부 사무실도 그녀 말고는 다 퇴근한지 오래였다.
"킬리 차장. 와서 그 염병할 시나리오를 좀 봐야 할 것 같은데." 카에스틴 차장이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그가 가져간 메모를 내밀었고, 그 메모를 훑어본 킬리 차장도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갔다.


거미처럼 줄을 당겨 올라간 급사는 계속해서 위로 올라갔다. 대략 한 이십 분 정도 지났다고 느꼈을 때, 천장이 보였다. 천장 바로 아래까지 올라서자, 톱니바퀴 소리와 함께 발 아래에서 거대한 철판이 움직이더니 그들이 올라온 통로를 닫아버리고 멈췄다. 급사가 고양이만 빼고 그들을 철판 위에 내려놓았다. 철판 앞에는 주목(朱木)으로 된 문이 열려 있었고, 그 안은 대저택의 복도처럼 보였다.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었고, 벽에는 마호가니 가구들과 책장이 줄지어 서 있었다. 급사가 뒤에서 들어가라고 떠밀었고, 넷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 복도로 들어섰다. 급사는 뒤에서 Cat With Eye를 들고 총총걸음으로 따라갔다. 복도는 몇십 미터씩 이어졌고, 그 끝에는 육각형으로 된 작은 방이 있었다.

그곳에는 왕관을 쓴 노인이 거대한 의자에 앉아 졸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책과 양피지, 파피루스들이 탑처럼 솟아오르고 있었다. 천장은 낮았고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샹들리에는 위태롭게 흔들거리고 있었다. 일행과 급사가 안으로 들어서자 목소리가 노인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손뼉을 쳤다.
"너희 무지에 찌든 것들아, 나는 파괴를 벌하는 파수꾼이다. 너희가 한 짓에 대해 1311년의 규칙을 적용하면…대략…70년 정도면 되겠군."

천장에서 두꺼운 뱀 꼬리가 펼쳐지며 내려왔다. 뱀 꼬리가 그들을 모조리 휘감고 거꾸로 매달았다. 이트륨이 비명을 질렀다. "당신 누군데? 우린 아무것도 모르고 여기 와서 죽을 위기에 놓인 죄밖에 없거든?"

노인이 길고 흰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여기 왔다… 「길」을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왔다는 소리군. 도서관의 그곳 구역은 폐쇄된 상태였다. 「길」도 거치지 않고 그곳에 들어간 건 너희 죄가 맞군. 더군다나 그곳에서 온갖 책들을 파괴하고 망가뜨렸지. 급사와 사서들이 본 모든 것들은 전형적인 파괴자들의 형태다. 걱정하지는 말거라." 노인이 다정하게 말했다. 그가 손가락을 한번 튀기자 뱀 꼬리들이 그들의 몸을 칭칭 감싸고 바이스처럼 옥죄었다. "죽이지는 않을테니. 죽일 생각이었으면 애초에 왜 구했겠느냐. 팔다리 하나씩 잘라내고 딱 70년 동안만 도슨트로 일하면 보내주마."

"그럼 죽을 때까지 노예로 부리려고 구해줬다는 거잖아요? 거기 있는 책들은 어차피 다 박살날 상황이었거든요?" 자우가 소리쳤다. "그 창백한 꽃인가 뭔가 하는 것들이 책장이고 책이고 다 먹어치우고 있었다고요!"

"그것들은 참으로 골치아픈 것들이지. 그러나 그것들에게 책을 던져준 건 너희다. 도서관의 이용자들이 책을 파괴했는데 벌하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안 좋은 선례가 될 테니. 문제는 저놈인데…" 노인이 고양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손뼉을 쳤다. 순식간에, Cat With Eye의 상처가 아물고 피범벅이 된 몸이 깨끗해졌다. 급사의 품 안에서 고양이가 눈을 뜨고 폴짝 뛰어내렸다. Cat With Eye가 뱀 꼬리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과 노인의 모습을 보며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그 특유의 건방진 태도가 돌아오고 있었다.

"미노스 이 늙은이가 너무 오래 살았나." 고양이가 으르렁거렸다. "아직 우리 거래는 유효할 텐데?"

"물론 거래는 유효하지." 노인이 엄숙하게 답했다. "그러나 그대가 데려온 자들이 도서관의 책을 부수고 파괴했다네. 분서꾼들만큼이나 심하게. 그대 또한 「길」을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침입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나와 그대 사이의 사적인 거래보다는 파수꾼으로의 규칙이 우선하는 법일지니." 노인이 엉덩이에 깔고 앉은 왕홀을 꺼내들어 왼손에 쥐었다. "그대는 이곳의 일꾼으로 부릴 수 없으니, 타르타로스로 추방하는 방법밖에는 없겠군."

"이봐 늙은이." 고양이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게 진짜 헤라의 왕홀이어서 지옥문을 열 수 있다고 쳐도, 날 쫓아내면 여기 피어나는 그 지랄맞은 것들은 어떻게 하시려고? 도서관이 다 먹혀서 지킬 도서관도 안 남은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할 건가? 내가 알아온 정보들이 좀 있는데 다시 거래를 해보지."

"역시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었던 거였군." 귀신 군이 거꾸로 매달린 상태에서 투덜거렸다. "내가 그랬지. 이 고양이는 믿을 게 못 된다고. 뱀의 손에 넣어주겠다니 어쩌니 하면서 자기들 본진 규칙도 안 알려주고, 결국 이 사단을 내는군."

"닥쳐." 짜증으로 가득 찬 날카로운 일갈이 돌아왔다. "자 미노스, 어떻게 생각해?"

노인이 왕홀로 가볍게 바닥을 두드리며 고심했다.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른 끝에 노인이 왕홀을 의자 뒤로 집어던졌다. "좋다! 두 번째 거래를 하겠다. 그대가 나에게 도서관에 번지는 저 곰팡이들에 대해 좋은 정보를 알려준다면 이자들의 죄를 사하고 우리의 첫 번째 거래를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해주겠다. 그럼, 말해보거라."

"저 곰팡이들은…" 고양이가 느긋하게 자리에 배를 깔고 편안히 앉았다. "재단이 TF급 시나리오를 실행에 옮기면서 나타났다. 우리 세계의 멸망이 시작되면서 도서관도 그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는 증거지. 여기까지는 알 테고. 그 시나리오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확한 기록이 존재한다. 그 기록을 알고 있는 자도 존재하고. 둘 중 하나를 확보하면 더 이상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왜지? 미래를 안다고 미래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왜냐하면 TF급 시나리오는 다른 것들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이지. 그 시나리오는 연극처럼, 배역에 맞는 사람들 몇 명이 갖추어져서 배역에 배정된 행동을 충분히 해야만 발현되기 때문이지. 즉 배역을 맡은 사람들이 죽어서 더 이상 무대에 나올 수 없으면 막을 수 있다 이 말씀이야. 세계멸망을 막으면, 저 곰팡이도 사라질 테고, 그러면 짜잔! 다시 평화로운 도서관으로 돌아올 수 있겠지." 고양이가 허공에서 붉은 일지 하나를 띄웠다. 그 일지는 거칠게 찢겨나간 상태였고, 불에 그을린 흔적이 역력했다. "이건 내가 재단 윤리위원회 위원으로 있으면서 입수한 정보고, 이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바로 관두고 나왔어. 지금까지 완전한 기록을 확보하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그래서, 그 완전한 기록은 못 찾았나 보군?" 미노스가 정곡을 찔렀다.

"오, 아직. 하지만 아무도 아닌 자가 그 기록에 대해 알고 있지. 그리고 여기 있는 자우 요원과 귀신 군 요원은-" 고양이가 앞발을 들어 둘을 각각 가리켰다. "다른 사람 기억을 빼앗고 취할 수 있지. 아무도 아닌 자도 그 능력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걸? 이 둘을 데리고 모나코 DB에 다시 가서 기록이나 아무도 아닌 자 둘 중에 하나라도 확보하려고 했지만 재단이 개입해서 실패했지. 그래서 여기로 '어쩔 수 없이' '비정통적인 방법으로' 도망친 거고. 오케이?"

"흥미롭군. 그럼 여기 다른 두 명은 뭐지?" 이트륨과 란란맥을 붙잡고 있는 뱀 꼬리가 앞뒤로 흔들거렸다.

"아, 걔네 둘은 걍 재단 요원이야. 혹시 그 일지를 읽었으면 기억을 빼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놔둔 것 뿐이고. 그 후에는 얼마든지 부려먹어도 상관없는데."

"내가 말했잖아." 귀신 군이 다시 투덜거렸다. "속는 것 같았다니까."


킬리와 카에스틴 차장은 컴퓨터 앞에 앉아 시나리오에 담긴 내용을 읽고 또 읽었다. 충격에 빠진 킬리 차장이 중얼거렸다. "그러니까…SCP-1000이나 SCP-2222 이런 건 완전히 소설이라는 거네요? 팡글로스토성 사슴이니 대마초를 반대하는 게이머들 같은 것들도 재단이 적절히 꾸며낸 가짜 단체인 거고? 재단의 자원을 쓸데없이 낭비하게 만들기 위한?"

"더군다나 이 시나리오는 재단이 주도해서 세계를 멸망시키는 시나리오라는군요. 이렇게 일곱 명이 주도하는."
그들은 노트에 두서없이 휘갈겨 써놓은 일곱 개의 단어와 설명을 다시 찬찬히 읽어보았다.

관리자The Administrator — 재단 내 고위급 인사. 재단을 설립했다는 그 관리자인지는 불확실. 지위와 권력. 재단을 통해 요주의 단체들과의 전쟁을 처음 선포해야 함. 세계와의 전쟁을 이어나가야 함. 그러면서 세계를 제 편으로 끌어들이고 굴복시켜야 함. 다른 다섯을 적절한 시기(그 시기에 대해 자세한 조건이 적혀 있긴 하다)에 죽이거나 무력화해야 함. 그 전쟁에서 승리하는 경우 세계의 질서를, 지면 세계의 멸망을 이끌 수 있는 역할.
선동자The Firebrand — 수많은 사람들을 이데올로기로 끌어들여 제 편으로 삼음. 변칙적인 능력(?) 권능(?)을 부릴 수 있음. 재단에 대적해야 함. 데마고그이거나 사이비 종교 지도자일 수 있음. 재단을 공격하고 타격을 입히고 힘이 있음을 증명해야 함. 전 세계가 그를 두려워하여 관리자에게 굴복해야 할 정도로. 악의 상징으로 남을 자.
파수자The Guardian — 디케로 비유됨. 인류를 수호하는 눈 먼 파수꾼으로, 재단에 맞서는 세계를 이끌 것임. 온 세계를 연합할 만큼의 지도력과 단결력이 있어야 할 것. 재단을 증오하고 그 파멸에 눈 먼 자여야 함. 재단의 사명(변칙 개체로부터 인류 보호?)을 이어받을 준비가 된 자여야 함. 눈멀었기에 실수를 할 것이며 그 실수를 피한다면 승리할 자. 승리한 후에는 다른 자들을 모두 죽여야 함.
아무도 아닌 자The Nobody — 재단에서 요주의 인물로 규정. 이 시나리오의 발현을 조장하며 앞장섬. 다른 다섯 역할을 맡은 자를 번갈아 방해하고 시련을 줌. 세계가 순조롭게 멸망하도록 도우며 이를 조장해야 함. 선동자를 돕다가 다시 관리자를 도울 것임. 제 목적이 성취되면 사라질 자.
탐구자The Inquirer — 재단과 밀접한 인물. 진실을 찾아 모든 곳을 헤집고 다니며 다른 이들도 희생시켜야 함. 진실을 깨달으면 때로는 잔인하지만 필수불가결한 결단을 서슴치 않고 내리는 법이다(? - 이상한 격언?). 스승이 있을 것이며 스승과 함께 다닐 것임. 파수자가 실패하고 치명적으로 어리석은 결정(여러 사례만 제시되어 있을 뿐. 예를 들어, 북미 지역을 재단에게 내주는 경우)을 내리는 순간 이자가 파수자를 죽여야 함. 그 이외의 인물이 파수자를 죽이면 시나리오의 진행은 멈출 것.
배신자The Betrayer — 다른 다섯 명 중 하나를 돕다가 배신할 자. 자신이 배신한 자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혀 죽일 것임. 어떤 대의도 법도 모르고 오로지 자신의 생존에 눈이 먼 자. 그의 배신이 비가역적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것임.
이시스Isis — 마지막 희망. 눈 멀고 어리석을 자(?). 누가 그 역할을 할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다른 다섯 역할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을 망가뜨리고 죽일 기회가 있는 자라면 가능. 한 명 이상이 수행할 수도 있음. 종지부를 찍을 자. 시나리오의 최후반까지 등장하지 않음

"O5-1도 꽤나 노스트라다무스처럼 표현했네요. 참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기가 힘드네." 킬리 차장이 결론내렸다. "일단 아마 저 관리자는 O5-3를 말하는 거겠죠? 지금 재단의 실질적인 지도자고, 처음 이 전쟁을 선포했고, 이끌어나가고 있고."
"그리고 아무도 아닌 자야 그 아무도 아닌 자를 말하는 것일테고, 선동자는 중국에 있다는 네탈시포 사제일까요?"
"그자가 때가 되면 힘을 잃을 거라 한 건 당신이에요. 노래마인 이사관도 가능하지 않아요? 한국 지부에도 변칙 개체들은 있었고, 반-재단 이데올로기로 한국 재단 직원들을 끌어들였고, 그 부하 직원 때문에 일본 지부가 박살나기도 했잖아요?"
"살아있다는 정보가 나오지 않는 한 확신할 순 없죠. 어쨌든 우리가 보고 있는 것도 불완전한 데이터고, 그중에서도 뭔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있는 것만 대충 정리한 거잖아요? 한 번 우리 분석관한테 맡겨서 분석해보라고 할까요?" 카에스틴이 어깨를 으쓱했다.
"절대 안 돼요!" 킬리 차장이 날카롭게 말했다. "그러다가 새어나가면 우리 둘 다 죽는 거에요. 파수자는 알 피네 GOC 차장일 테죠. 그건 대충 알겠고. 나머지는 지금 알 필요가 없어요. 중요한 건 보안을 유지하면서 이 세계멸망 시나리오를 막는 거죠. 그러려면…" 킬리 차장이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관리자 역인 O5-3를 죽여버리죠." 카에스틴 차장이 내뱉었다. "그 자리를 대체할 만한 사람은 없고, 재단 내 많은 정보들이 조작되었다고 발표하면 직원들이 본격적으로 이탈할 겁니다. 재단은 망할 것이고 이 전쟁은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닌 결말로 끝날 수 있어요. 그러면 세계멸망은 막을 수 있을 테죠."

"O5-3를 죽여라…" 킬리 차장이 그의 말을 반복했다. "그럼 우리가 배신자의 역할을 하게 되겠군요. 관리자를 돕다가 배신해서 죽이는 꼴이니. 이 배신이 '비가역적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는데, 그건 어떻게 할 거죠?"

"아마 재단이 망하면서 변칙 개체들이 풀려나서 생기는 일을 말하는 거 같은데요. 정보가 부족해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하긴 SCP-008 감염자가 벌써 프랑스에 생겼다는군요. 내일이면 언론에서 터뜨릴 거라는데. SCP 개체 딱 셋으로도 이러는데 진짜로 존재하는 개체 이천 개가 풀려나면 무슨 일이 생길 지 짐작도 안 가네요."

"그럼 차라리 O5-3를 죽여버리고 바로 GOC로 튀어버리죠. 내가 어제 당신한테 말했다시피, 부하들이 반란군 우두머리 목 가지고 항복하는 경우는 많았어요. 물론 내부 보안부 소속이면서 이렇게 배신을 하게 되니 다소 씁쓸하긴 한데…" 킬리 차장이 손톱을 다시 씹었다. 손가락 끝에서 피가 한 줄기 흐르고 있었지만 그녀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다음 주 고위 간부들끼리 안전가옥에서 비밀 연회가 있어요. 그때 끝장냅시다. 그때까지는 공식 석상 이외에는 나한테 말도 걸면 안 돼요. 사적으로 계속 접촉하면 내부 보안부에 걸리기 딱 좋으니까. 믿을 만한 부하들 좀 모아봐요. O5들의 친위부대 알파-1을 상대할 만한 자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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