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을 짠 자들이 있고 (2)

C-130 수송기 안은 춥고 엔진 소리 때문에 시끄러웠다. 수송기 한 쪽 벽에 붙어있는 좌석에는 FBI, EPA, ATF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 민간 환경 전문가 한 명이 모여 앉아 있었고, 반대편 벽의 좌석에는 자우와 카잔을 비롯한 AEA 직원들이 앉아 있었다. 거대한 수송기 중앙에는 군용 험비 두 대 또한 실려 있었다. Cat With Eye는 자우 발치에 놓인 케이지 안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 조사단장을 맡게 된 힉스 단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는 항저우 국제공항까지 수송기로 이동해 착륙합니다. 그 다음에는 방호복을 입고 험비로 이동하겠습니다. 사전에 정찰기가 확인하기는 했지만, 만약 '좀비' 감염자나 폭도들이 나타나면 즉각 사살해도 됩니다. 험비로 사오싱 시 근처로 가서 이 'SCP-505'라는 게 진짜인지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제거합니다. 그 후 오염이 퍼진 지역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하고, 특히 첸탕 강이 오염되었는지 확인합니다. 이틀 후 태평양 표준시 0000에, 다시 수송기가 이곳 공항으로 우리를 데리러 올 것입니다."

"아뇨. 첸탕 강으로 바로 가야 합니다. 재단에서 505 격리 파기를 공개적으로 경고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어요.그게 동중국해로 퍼진다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생길 거라고요." 카잔이 딴지를 걸었다.

"SCP-505라는 게 진짜인지 확인하고 제거하는 게 우리 조사단의 주 목적입니다. 오염 지역의 범위 또한 확인할 것이고-"

"이봐요, 내가 지금은 그냥 일개 AEA 직원이지만, 재단에 있을 때는 기지 하나를 관리하던 감독관이었어요. 재단에 있을 때 505 문서를 읽어보았는데, 이게 이미 강에 퍼졌다면 걍 끝장이라고요. 강에 이미 들어가서 동중국해로 번지고 있다면, 당장 위에 알려서 폭격을 하든가 핵무기를 쏘던가 해야 할 테니까요."

"당신이 그렇게 재단에서 고위층이었으면, 여기 있는 게 아니라 청문회장과 법원을 왔다갔다 했겠죠." 단장이 맞받아쳤다. FBI 직원 둘이 키득거렸다. "CIA와 AEA가 조율했고 UN군 사령관과 국방부 장관이 승인한 계획입니다. 당신한테는 이의제기할 권한이 없죠. 그리고 재단 505 문서는 나도 읽어봤어요. 잉크의 증가 속도는 양에 반비례해서 느려진다고 나와있잖아요. 정찰기 영상을 분석한 결과 아직까지 강에 직접 들어간 걸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됐죠?"

카잔이 입을 다물었다. 고양이가 케이지 안에서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올려다 보았다. 카잔이 발로 케이지를 툭 걷어찼다.


킬리 국장의 추측과는 다르게, 네탈시포는 계속해서 도망칠 생각이 없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더 이상 도망칠 수가 없었다. 재단이 처음 505와 관련된 방송을 공개적으로 내보낸 뒤, 그는 본대와 합류하지 않고 일주일 밤낮으로 이동해 산 세 개를 넘어갔다. 마음은 급했으나, 행렬이 길게 늘어져 빠르게 이동할 수가 없었다. 무리한 진군에 그의 참모들과 부하들은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우리야 원래 군인이었지만,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난민이거나 그냥 특이한 민간인입니다. 쉬지 않고 계속 이렇게 행군을 하면 이탈자가 늘어날 겁니다." 네탈시포로서는 중국 육군에서 대대장까지 했던 참모의 조언을 그냥 흘리기가 어려웠다. 그는 무리를 멈추고 각 부서의 고위층을 전부 불러모았다. 사르킥과 부서진 신 잔당들, 다섯째주의 탐구자들, 그의 직속 부하들, 중국군, 공안, 베이징대 소속원들까지 온갖 잡다한 무리가 회의장으로 모였다. 회의장은 궁여지책으로 만들어 놓은 거대한 게르 같은 막사였다. 큐빅을 비롯한 직속 부하들은 사제의 뒤쪽에 앉았고, 나머지 부서장들과 사제는 원탁에 자리를 잡았다. 한밤중의 달빛이 어슴프레하게 회의장 안을 비추었다. 달빛을 빼면 회의장 내의 조명은 원탁 위에 놓인 호롱불 두 개가 다였다.

"네탈시포 사제 당신이 이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엄청난 걸 풀어놓았다는 얘기가 TV에 퍼다하게 나옵니다. 우리 무리 중 일부가 그 장소로 갔다가 오염되서 돌아오지 못했고. 오늘 미국 대통령은 핵무기를 우리 머리 위로 떨어뜨릴 생각도 있다고 하던데. 그 금발 미친놈은 진짜로 그런 짓을 벌일 작자지요. 러시아에 쳐들어가서 재단 직원들을 체포했다고 하니 원. 이제 어떻게 할 거요?" 큐빅이 첫 날 마주쳤던 사르킥 쪽의 새하얀 형체가 쉿쉿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거슬리는 목소리에 큐빅은 속으로 몸을 떨었다. 그 형체 옆에 앉은 공안 한 명이 거들었다. "당신이 '기적'을 행할 수 있었던 건 재단 기지에서 온갖 것들을 훔쳐나와서 써먹었기 때문이고, 실제로는 당신한테 아무 힘도 없다고 하는데. 사실 아니요?"

네탈시포 사제가 손가락으로 원탁을 두드렸다. "나는 그런 일들과 아무 관련도 없다."

큐빅은 다른 이들의 미심쩍다는 표정을 보며 약간의 희망을 다시 가졌다. 보통 사이비 종교와는 다르게, 네탈시포가 규합한 자들은 원래 다른 조직에 속해있던 이들이었고, 그 조직의 정체성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네탈시포 자신의 교리로 이들을 세뇌한 것도 아니었고.

공안이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원탁에 올려놓았다. "나는 사제 당신이 우리를 바이러스에서 구해준 걸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당신의 진짜 목적도 세계를 멸망시키는 거였다면 따를 이유가 없지. 아무 힘도 없는데 있는 척 한 거라면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러니 이렇게 하는 거 어때? 내가 총으로 당신을 쐈는데 살면 신통력이 있는 거일테니 따르고, 아니라면 죽을 테니 우리 갈 길을 가고."

공안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사제 뒤편에 앉아있던 부하들이 불쑥불쑥 일어났다. 큐빅 역시 몇 초 늦기는 했지만 일어났다. 공안이 태연하게 총을 집어들어 사제에게 겨누었다. "당신 개들한테 앉으라고 해."

네탈시포는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고 공안을 쳐다볼 뿐이었다. "그 총 내려."

"왜? 신통력이 있으면 이런 총알 따위에는 죽지도 않을 텐데?"

"귀찮거든."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는 가운데, 원래 베이징대 의대 교수였던 사람이 끼어들었다. "그만들 하시죠. 자, 자, 사제님. 아시겠지만 우리들 중 종교를 원래 믿었던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당원들도 많지요. 당신을 따랐던 건 당신이 진짜 이 세상을 구할 힘과 의지가 있다고 생각해서 아니겠습니까. 그게 아니라면 떠나야죠. 뉴스를 보니 UN에서도 중국 내 민간인은 구조하겠다는데, 가는 게 낫겠죠. 안 그래요?"

네탈시포가 계속해서 손가락으로 원탁을 두들겼다. 사제 뒤편의 부하들은 여전히 버티고 서 있었다. 적막한 회의장 가운데 그 소리만 울려퍼졌다. 공안이 사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떠나는 자들에게는 당연히 충분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실 테지, 우리 사제님은? 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오신 분이니까?"

"아, 그렇고말고. 다섯째주의 신도들이 말하기를, 육신은 영혼 없이 홀로 남아도 춤추다가 다시 태어날 거라고 하더군. 아름다운 날이 찾아오면 모두가 새로운 모습으로 반갑게 인사할 거라고. 당신들이 말한 대로, 나는 화평을 주러 왔지 검을 주러 온 것이 아니다. 그 화평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해하든 못하든, 밤중의 손님과 같이 너희를 찾아와서 덮칠지니."

"또 두루뭉술하게 헛소리를 지껄이시는구만. 그래서 어쩌겠다는 건데, 한번 실력 행사라도 해보겠다는-" 공안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찰나, 네탈시포가 손짓했다. 그때까지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아있던 다섯째주의 잔당의 수장이 소매에서 칼을 꺼내 옆자리에 앉은 교수의 목에 박아버렸다. 중국군 참모도 자신의 권총을 빼들어 공안을 겨누고 쏴버렸다. 사제의 직속 부하들도 일제히 원탁으로 달려들었다. 큐빅이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가만히 서 있는 사이, 원탁에 있던 자들은 하나둘 죽어나갔다. 온몸이 새하얀 노인이 날카로운 괴성을 내지르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몇 분 뒤, 살아있는 자들은 다섯째주의 신도와 중국군 참모, 그리고 사제의 부하들뿐이었다. 큐빅을 뺀 모든 이들은 피에 젖은 몸과 얼굴을 닦았다. 막사 밖에서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사르킥 노예가 도망갔군. 역시 쉽게 죽지는 않아… 한시가 급하다. 사제와 군인을 모두 모아 사르킥을 우선적으로 쳐죽여라. 그 다음에는 공안들이다. 항저우에 있는 본산에도 똑같이 지시해라. 아, 그리고 그 재단 기지에서 잡아온 직원 하나가 남아있지? 그놈도 데려와." 참모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 "그리고…" 네탈시포가 그때까지도 자리에 서 있던 큐빅을 바라보더니,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네탈시포가 큐빅의 머리 위에 한 손을 올려놓았다. 큐빅이 움츠렸다. "겁먹을 것 없다. 이런 세상에서, 선을 위해 악을 행할 날이 올 거라고 충분히 짐작했을 것 아니냐. 겁먹지 마라. 오늘 네 손은 더러워질 것이나, 그로써 세상이 네게 고마워하리라. 너도 같이 가라. 가서 사르킥 놈들을 죽여라. 가서 죽여. 듣자하니 첫날 너도 그들이 얼마나 구역질 나는 것들인지 보았다 하던데, 오늘이 그들을 다 죽이고 이 세상을 조금이나마 깨끗하게 할 날이다. 가라." 네탈시포가 큐빅의 등을 손으로 쳤다. 다른 견습 사제 하나가 큐빅을 잡아당겨 끌었다. 큐빅은 멍하니 따라갔다.

밖은 난장판이었다. 사제들과 중무장한 군인들이 바쁘게 돌아다녔고, 검게 얼룩진 피가 흙바닥 곳곳에 뿌려져 있었다. 인간 같지 않은 사르킥 잔당들이 뒤엉켜 싸우고 발버둥치고 도망쳤다. 큐빅은 아득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유체이탈을 해서 다른 사람이 된 양 이 모든 일을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확성기와 스피커로 증폭된 네탈시포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최근, 우리를 시기하는 이들이 내가 이 세상을 멸망시키려 한다고 고발한 것을 본 자들이 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우리 땅을 이렇게 만들어놓은 재단의 말을 믿을 겁니까? 내가 사실을 말하지요. 내 눈 아래에서 악독한 일을 꾸미는 자들을 눈치채고 쫓던 중, 그 결정적인 증거를 찾는 순간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 시도한 겁니다. 소위 그 '잉크 바다'를 꿈꾸는 자들은 재단과 결탁해 공안과 사르킥, 오만한 지식인들입니다."

큐빅은 네탈시포의 목소리에 점점 한기를 느꼈다. 노숙하고 있던 자들과, 텐트나 차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던 자들도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하나 둘 일어났다. "내가 등급제를 만든 것은 질서와 안정을 위해서였으나, 그것을 악용해 무도한 짓을 벌이는 쓰레기들이 무더기로 널려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등급에 상관없이, 이들 파벌, 즉 공안과 사르킥, 베이징대, 부서진 신 잔당들에 속한 자들은 모두 잡아들이고 죽여도 좋습니다. 그로써 이 세상이 조금은 깨끗해질 겁니다. 여러분의 곁에 수많은 나의 사제와 군인이 있으니 어떤 우귀사신(牛鬼蛇神)도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가십시오, 여러분."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조사단은 험비를 타고 정찰기를 통해 확인한 좌표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제 250미터만 더 가면 목표 지점에 도착합니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군인이 말하던 찰나, 질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험비 유리에 검은색 잉크가 한 방울 떨어졌다. 카잔이 유리창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밖을 올려다 보았다. 새까맣게 물든 나무에서 잉크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맙소사."

험비는 이제 새카만 숲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풀과 나무가 잉크로 뒤덮여 있었고, 땅조차도 까만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새소리나 풀벌레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험비가 내는 소음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적막하고 고요한 숲이었다. 자우가 무전기로 뒤쪽에서 따라오는 험비를 불렀다. "저기요, 단장님? 지금 잉크로 물든 숲이 하나 있는데요? 이 정도면 505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증거는 충분히 되지 않을까요?"

무전기에서 직직거리며 응답이 들려왔다. "내려서 샘플 채취하고, 사진 찍읍시다. 보호복 입고 내려요. 주위 경계 철저히 하고." 운전석의 군인만 남겨두고, 자우와 카잔, 민간 전문가, EPA 직원 하나가 보호복을 주섬주섬 입었다. 덧신과 장갑까지 착용한 뒤에 차 문을 열고 내린 뒤, 그들은 사진을 찍고 주변의 흙과 식물 샘플을 채취하는 데 열중했다. 카잔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되도록이면 아무것도 만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고무장갑이어도 완전히 못 막아줄 수도 있어요. 넘어졌다가 노출된 부위에 닿기라도 하면 끝장이니까 절대 주의하고. 그리고 금속에도 남으니까 핀셋하고 집게도 다 보관함에 집어넣어요. 맙소사, 케테르급 개체를 이렇게 무방비한 상태에서 다뤄야 한다니. 돌아버리겠네. 아무리 비행기가 걸리면 안 된다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오밤중에. 오 신이시여 맙소사."

카잔의 잔소리에 자우가 한숨을 푹 쉬었다. 옆에서 EPA 직원도 같이 얼굴을 찌푸렸다. 한창 그러고 있을 때, 멀리서부터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 명 모두 몸을 홱 돌려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았다. 나무들 사이로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인간이 보였다. 운전석에 앉아있던 군인도 차에서 내려, 긴장한 표정으로 그쪽을 향해 총을 겨눴다. "정지, 정지! 더 가까이 오면 쏜다!"

그 형체가 가까이 다가오자 자우가 숨을 헉 들이쉬었다. 혈관이 새까맣게 물들어 도드라져 올라와 있었고, 사지는 완전히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오, 염병 염병 염병." 민간 전문가와 EPA 직원 모두 뒤로 슬슬 물러났다. 직원은 뒷걸음을 치다가 넘어지기까지 했다. "쏴요, 그냥 쏴서 죽이라고!" 군인이 욕을 중얼거리고 허공에 총을 한 방 쏘았다. 그 형체는 아랑곳하지 않고 세 발짝을 더 떼었으나, 그러고는 얼굴을 땅에 처박았다. "맙소사, 오 맙소사." 민간 전문가가 헛구역질을 하며 허리를 숙였다.

"염병, 가지가지 한다." 카잔이 투덜거리고 차로 다가가 무전기를 집어들었다. "저기요, 필요한 샘플은 다 챙긴 것 같거든요. 저야 옛날 현장 보조 연구원 하던 때 생각나고 좋긴 한데, 이제 어떻게 할까요, 차에서 기다리고 계시는 단장님 나으리? 더 전진하면 험비도 오염되서 나중에 버리고 가야될 것 같은데요?"

무전기에서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대답이 돌아왔다. "특수 불침투성 도료로 코팅했습니다. 아마도… 대충 버텨줄 거에요. 계속 험비를 타고 전진하죠. 우리가 이번에 그 펜을 안전하게 확보해 내면 AEA가 대중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을 수 있어요. 당신도 승진하고 싶은 생각은 있을 거 아니에요?"

"망할. 재단에서 기지 관리자 정도 해봤으면 승진은 충분히 해본 것 같은데. 거기에 요주의 인물도 되어 봤으니." 카잔이 무전기를 내려놓고 트렁크로 다가갔다. Cat With Eye가 안쪽의 케이지에서 반쯤 눈을 감고 엎드려 있었다. 카잔이 트렁크 문을 활짝 열자 고양이가 깜짝 놀라 케이지 안쪽으로 휙 숨었다. "뭐야? 왜? 말했잖아. 난 고양이여서 이런 조사 업무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내가 뭐 공중부양이라도 하리?"

"응, 그거라도 하면 안 되냐?" 카잔도 허리를 굽혀서 말했다. "재단에 있었으면 이런 멍청한 짓은 안 했을 텐데. 넌 진짜로 아무것도 안 하고 이러고 있을 거냐? 미래라도 좀 보던가?"

"미래 볼 줄 알았으면 진작에 로또나 긁었겠지." Cat With Eye가 점잔빼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대로 조사단이 505를 안전하게 제거하면 최고지. 도서관이 세계 멸망에 감응하면서 곰팡이가 생겨난 거니까, 그렇게 되면 도서관도 안전해질테고. 실패해도 우린 얼마든지 도망갈 수 있잖아? 난 그때 끼어들게. 말하자면… 비밀병기라고 생각하라고."

"어후. 비밀변기도 안 되는 게 입만 살았어." 카잔이 투덜거리며 트렁크를 쾅 하고 닫았다. "전부 타요. 가서 505나 챙기러 갑시다. 오 제발, 설마 그 헬멧 안에 토한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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