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재단 종교학자의 메모: 부서진 화물


@import url('https://scpko.wdfiles.com/local--files/unfont/UnBatang.css');
@import url('https://scpko.wdfiles.com/local--files/unfont/UnTaza.css');
 
/* ---------------------------------
Word Processor Theme
2020 Wikidot Theme
Created by stormbreath
Logo Image by Rounderhouse and MalyceGrayves
--------------------------------- */
 
/* -------------- HEADER -------------- */
body {
    font-family: '신명조', '바탕', 'UnBatang';
}
 
#header h1 a::before {
    content: '커먼 오피스';
    font-family: 'Baloo Bhaina 2', 'UnTaza', cursive;
}
 
#header h2 span::before {
    content: '오픈소스 워드프로세서';
    font-family: 'Baloo Bhaina 2', 'UnTaza', cursive;
}
 
textarea {
    font-family: '바탕체', monospace;
}
 
input#edit-page-title.text {
    font-family: '바탕체', monospace;
}
평가: +17+x

논리학적으로, "메카네"에 대해서 다음 둘 중의 명제 하나만이 참이다.

  • 메카네는 실존한다.
  • 메카네는 실존하지 않으며, 메카네는 전적으로 창작된 산물이다.1

비변칙 세계에서 유명한 한 학자가 있다. 전투적 무신론자를 자처하며, 어느 요주의 단체의 높으신 분 되시는 그 학자는 자기가 출판한 책에서 "기독교의 메시아는 실존하지 않는다"고 했다가,[1]: 122 종교인 여부를 따지지 않고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고 나서야 마지못해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고, "그가 실존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라고 의견을 수정한 바 있었다.

하지만 기독교의 메시아가 실존한다는 명제가 (잠정적으로) 참이라고 하더라도, 이 명제가 곧 그를 묘사하는 신화적인 탄생-행보-죽음 이후에 대한 기록물이 모두 참이라는 뜻은 아니다. 간단한 비유를 들자면, 미합중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실존하지만, 그 사실이 곧 "조지 워싱턴은 어릴 적에 실수로 집의 벚나무를 베었지만, 이를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자백했다"는 명제의 참임을 의미하지 않듯 말이다.

그렇다면, 위의 선택지에서, "메카네는 실존한다."라는 명제가 참이라 하더라도, 그 말이 곧 "부서진 신의 교단에서 주장하는 메카네 신과 교리서에 적힌 역사 서술이 모두 참이다"라는 말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잠시 생각나는 다른 주제를 좀 적어 보려고 한다. 적어도 비변칙적인 '정상성의 역사'에서 기계 문명의 발달은 인간의 도구적 이성의 쾌거이며 탈주술화의 결과물이었다. 현대 사회를 상징하는 기술인 IT 기술 또한 이 기계 문명의 연장선상이다. 자연과학이 발달하며 — 혹은, 과거의 초상 문명이 발견했던 바를 다시 상기하며 — 자연 또한 기계로 비유하는 학자들이 나타났는데 그들의 주장에서 기계를 비유물로 든 것은 복잡한 법칙성과 정교함을 의미하는 것이었을 뿐, 그 자체가 인간보다 우월한 초월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중세가 끝나고 현대 시대로 접어들며 기계의 발전에 의해 인간이 손쉽게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기고 변환시킬 수 있게 되었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만들어낸 도구이며 인간이 조종하는 바에 복종하는 것에 불과했다. 어떤 낙관주의자들은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며 전 인류가 그 혜택으로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고, 그에 반대하는 비관주의자들은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의해 '인류의 자유가 억압당한다', '일차원적 인간들이 넘쳐나게 된다', '급격한 양극화로 이어질 것이다' 등을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이 비관주의자들의 견해에서도 기술문명의 산물은 도구로서 사용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다만 발전된 기술을 사용하는 이들이 사리사욕과 악한 목적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영화 시리즈가 널리 퍼뜨린 주장으로 기계나 인공지능 등이 곧 인류의 통제를 벗어나 인류의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을 대하는 낙관론, 비관론, 위협론 세 가지 관점에서도 기계는 초월적인 것이 아니고 인류가 숭배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

그렇다는 점은 부서진 신의 교단은 탈주술화와 도구적 이성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기계를 두고, 지극히 전근대적이고 주술적인 사고관과 함께 숭배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 "메카네는 실존한다." / "메카네는 실존하지 않으며, 메카네는 전적으로 창작된 산물이다."의 문제로 되돌아가보자. 나는 개인적으로 전자의 명제가 참에 가깝다고 본다. 적어도 메카네가 형이초학적인 변칙 서사인데 우리의 세계로 튀어나왔다는 그런 건 아니라고 보니까. 그리고 메카네가 실존하지 않는다면 우리 재단의 고고학적인 발견 성과를 설명할 수 없고, 그들이 고대에 벌인 울트라 세계대전의 존재도 설명할 수 없으며, 무엇보다도 그 교단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단이 부서진 신의 교단의 교리서를 단편적으로나마 입수[4]: 23-54, 221-257, 651-703하고 신도들을 억류하고 '심문' 하여 얻어낸 교리 내용을 토대로 하면 메카네, 혹은 맥스웰파가 WAN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신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들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인류의 탄생 이전부터 문자 그대로 존재했고, 자신들의 경전에 쓰여 있는 내용은 문자 그대로 참이라고 믿는다.[2]: 23-26, 44-50, 53-58, 72-73 다만, 이 부서졌거나 네트워크 공간에 흩어져 있다는 신을 믿는 사람들이 어느 분파에 속하냐에 따라 믿는 경전 자체가 다르고 그 중 뭐가 참이냐는 웃긴 문제가 남지만. 그런데 톱니장치파든 맥스웰파든 서로의 상충되는 경전 중 하나 이상이 거짓 또는 문자 그대로의 참이 아니라면, 부서진 신의 교단 전체의 경전 내용이 문자 그대로의 참이 아니라는 추론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우리가 그리스에서 발견하고 확보한 유적은 고대의 메카네 제국의 것이라는데는 나도 동의하지만, 거기에서 직접적으로 숭배나 예배 등을 의미하는 내용은 없다. 이를 그들의 신에 대한 숭배의 흔적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부서진 신의 교단원들이 말한 내용을 토대로 유추한 것일 뿐이다. 재단의 공식 문서에서 신전이라고 추측되는 곳에는 Κύθηρα라는 글자는 있을지언정, Θεός2이나 δαίμων3는 단어, 또는 이를 어근으로 하는 다른 문구는 없었다.[5]: 33-69 우리가 신전이라고 해석하고 있는 곳이, 종교적 장소와는 거리가 먼 단순한 공장이거나 연구소, 무기 격납고 같은 시설일 가능성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자. 그들은 나처럼 변칙세계에 발을 담근 사람이 생각해도 대단히 위대하고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기계들을 만들고 다룰 수 있었다. 한 문학가가 말하기를 발전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기술이든 마법이든 그것을 익숙하게 만들고 다루고 개량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무섭고 끔찍하고 숭배해야 할 것이 아니다. 지구상 모든 국가를 쓸어버릴 만큼 많은 핵무기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핵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정신나간 대통령이 갑자기 핵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나 혹은 고장난 핵발사 시스템을 고치지 못하는 것 등을 두려워하지 우라늄과 플루토늄이라는 원소와 핵융합과 핵분열이라는 물리적 현상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듯 말이다. 이런 지점에서 생각해보자면 고대 메카네 제국이 기계를 신으로 숭배했다고 볼 수 있을까?

내가 잠정적으로 부서진 신의 교단에 대해서 생각하는 바가 있는데 이 추측은 다음과 같은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 고대 메카네 문명은 실존했고, 이 문명은 거대한 전쟁 때문에 멸망했다. 멸망한 메카네 문명의 남아 있는 잔재들이 현재의 부서진 신의 교단으로 이어진다.
  • 부서진 신의 교단의 경전 내용 및 교리는, 고대 메카네 문명 시절에는 존재했던 것이 아니며 후대에 기록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문자 그대로의 진실을 담고 있지는 않다.

종교가 어떻게 탄생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추론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나는 토테미즘적 관점을 생각해보려고 한다. 그 어떤 인간의 삶도 존재하지 않는 것에 비하면 극히 비루한 삶이며, '야만적인 원시인'의 삶이나 '가장 문명화된' 현대인의 삶도 자신을 자연과 유리된 존재로 자각함으로서 스스로를 고립된 존재로 자각하는 비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만큼 비루한 삶을 살았을 그 시기의 고대인들은 변칙성을 보거나 듣지 못한 이들이 동물이나 식물 등을 토템으로 삼았는데, 얼렁뚱땅한 소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현대 문명도 일종의 토테미즘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 토템이 생겨난 이유는 그렇게 비루한 인간들이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괴리를 치유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현대인들이 마주한 환경은 자연 환경이 아니라 기술 문명이 어디에나 있는 환경으로서 기술이 현대인들의 토템이라는 것이다. 고대의 메카네 문명에게 있어서도 그들의 환경은 초상기술의 환경이었으므로 그들 또한 기술 토템의 세계관을 살아갔던 사람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6]

고대 메카네 문명은 분명히 엄청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메카네는 문자 그대로 '기계'거나 '소프트웨어', '기술'이었을 뿐이며 이것들은 고대인들이 사용하던 도구에 불과했을 뿐 그들의 신이 아니었다.4 하지만 이 위대한 문명의 막강한 기계 군세로도 살덩어리 떼를 막을 수는 없었고 결국 이 나라는 멸망했다.

멸망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존경하던 수많은 학자들이 목숨을 잃고, 갖가지 기물들을 만들던 공장들은 파괴되었을 것이며, 그들의 연구 성과와 역사를 기록하던 많은 기록시설들과 서버들이 소실되었을 것이다. 아시아 지역에 존재하던 하나라는 아예 변칙적으로 존재 자체가 없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남아 있는 것들은 전성기에 비하면 극히 조금 남아 있는 유물과 약간의 생존자들, 메카네 문명의 생존자들이 다른 곳으로 동화되었을 '원시인들' 뿐이었을 것이다. 살아남은 메카네 문명의 생존자들 중에는 몇몇은 기술자나 과학자였을 것이지만 전부가 전문가들이었다고는 볼 수 없으며 유민들 중 상당수는 단지 메카네 문명의 산물을 소비하기만 하는 일반인들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인에 해당하는 유민들은 구체적인 원리와 지식을 알지 못했을 것이고, 메카네 문명 바깥의 정상성의 영역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있어 남아 있는 몇몇 유물들은 한번 부서지거나 잃어버리면 복구할 수 없는 전설의 오파츠나 마찬가지였을 것이고, 이것들을 소유하던 사람들이 자기가 갖고 있는 기술의 일부를 '보구'나 '신물' 처럼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태도가 세대를 거쳐 이어지면서 그 도구들을 숭배하는 풍습이 생겨났을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메카네 문명의 고대사에 대해 남아있는 극히 일부의 문건들과 구전된 전승들, 외부인의 조악한 목격담 등이 시대를 지나 혼합되며 경전으로 받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원시적인 부서진 신 신앙을 토테미즘 종교로 볼 때, 다른 이들이 토템으로 삼은 동물이나 식물에 비해 기술은 눈에 보이는 것도 있지만, 눈으로 보이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신비함으로 가득하고, 그렇기에 이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자기들을 다른 이들과 구분되는 특별한 존재로 여기게 되었을 것이다.

내가 현재의 비변칙의 세계를 일컬어 기술 문명이라는 말을 쓰지만, 그것도 여러 시대로 분류를 할 수 있다. 중세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기계에 대한 인식론적 관점에서 네 가지의 기계장치들이 순차적으로 나타났다. 각각 시계, 저울, 증기기관, 컴퓨터가 비유의 상징물들이었다. 기계의 '일'과 '에너지'의 문제에서 시계는 미세한 곳에까지 이르는 기계적이고 정교한 법칙의 상징으로, 저울은 인력과 척력들이 평형을 이루면서 생겨난 조화로운 운동을 하는 자연의 상징으로, 증기기관은 '힘'이라는 모호한 개념 대신 '에너지 -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였다. 거기에 더해 석탄이 가지고 있는 화학적인 에너지는 열과 일로 전환할 수 있게 됨으로서, 이러한 현상들이 자연의 핵심 요소로서 연구해야할 것이라 여겨졌고 '자연철학'이 '물리학'에 퇴출되고 말았다.마지막으로, 내가 쓰고 있는 컴퓨터의 시대에는 정보라는 개념을 질량, 에너지와 동등하게 중요성이 있는 것으로서 심세계 자체를 정보를 처리하는 장치로 이해하는 시각이 등장했다. 심지어는 인간의 뇌마저도 정보를 처리하는 병렬적인 슈퍼컴퓨터로 비유되고 이해될 정도이다.[3]

이 이야기는 비변칙 세계의 역사를 해명하기 위한 것이지만 메카네에 적용시켜 볼 수 있다.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메카네 문명은 "시계, 저울, 기관, 컴퓨터"가 모두 극한으로 발달한, 어떻게 보면 인간 기술 문명의 '완벽한 원형'에 가까운 변칙적인 문명이다. 고대 메카네 문명에서는 대단히 정교한 오토마톤들, 수천 년 동안 스스로 작동 가능한 인공지능, 그리고 나의 주장이기는 하지만 어떤 공장에 해당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부서진 신의 교단의 분파들은 이와 같은 기술문명의 상징물들을 하나씩 나누어 갖고 있다. 교주 부마로를 따르는 교파는 시계에, 톱니장치 정교회는 기관, 맥스웰파는 컴퓨터에 비유할 수 있다.5’부서진 교단’의 수장인 부마로는 ‘위대한 건설자’를 자칭하거나 적어도 숭배자들에게 그렇게 불린다. 건축가로서 그의 목표는 자신의 신을 다시 구축하는 것이고, 신의 육신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부서져 있는 신이 다시 운동하게 되는 것으로 정교한 총체를 다시 구축하는 것이다. 간혹 일부가 오해하는 것과는 달리 부마로의 교단은 신체의 기계화 등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장 ‘원초적’이라는 점도 고려해볼 만 하다. 톱니장치 정교회는 대량생산을 신봉하며 총대주교들은 산업혁명 시대의 공장주들의 변칙적인 버전과 같다. 그들은 기관이 갖고 있는 놀라운 힘과 에너지, 기계장치가 끝없이 복제해내는 하나의 규격을 질서라고 생각해 매료되어 스스로의 몸도 그와 같이 '규격화' 하여 신에 가까워지려는 기관의 숭배자들이다. 마지막으로 맥스웰파는 자기들의 신, WAN을 네트워크에서 찾는다. 그들의 신은 과거의 기술문명과는 다르게 ‘물질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이들도 자기들의 육체를 개조하지만 그 개조는 자기의 몸을 네트워크 디바이스, 즉 정보를 생산하고 송수신할 수 있는 단말기로 만든다.

신이 부서졌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의 신이 부서졌다(Broken)고 할 때, 그 단어는 물리적으로 파손되고 깨지고 손상되었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고장나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일 수도 있다. 어느 쪽으로 보아도 상관은 없다. 현대의 부서진 신의 교단은 재단의 입장에서도 만만히 볼 수 없는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의 신이 부서졌다고 스스로 표현하는 한 자기들의 기계, 아니면 소프트웨어(맥스웰파들은 자기네 신이 물리적 기계가 아니라고 박박 주장하는 까닭에 일일히 이를 언급해야 하는 것이 대단히 귀찮을 뿐이다)가 불완전하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것이다. 당연할 것이다. 완벽에 가까운 테크놀로지를 쌓은 문명인 메카네 문명이 가지고 누리던 바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지고, 산산히 조각난 파편 중 몇 개만을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으니까. 위에서 추론한 바에 따르면 부서진 것은 그들 자신이기도 하다. 메카네 문명은 시계, 저울, 기관, 컴퓨터가 하나인데 그것 중 하나만을 신의 형태로 섬기고 있다는 건 그들이 부서져 있는 것이고 또 그들이 신을 부숴 놓은 게 아니겠는가.

태평양의 섬들 한가운데는 수송기를 숭배하는 신앙이 있다. 이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나무를 깎아 '총'을 만들고, 숲을 개간하여 '활주로'를 만들고, 나무를 쌓아 '관제탑'을 지으면, 언젠가는 거기에 미군의 수송기가 착륙하여 위대한 존 프럼이 무한한 화물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신앙을 믿는 사람들이 본 것은 분명히 참이다. 실제로 미군이 만든 활주로에 비행기가 착륙하여 막대한 화물을 쏟아냈고, 그 화물들 중 일부나마 섬의 토착민들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즉, 그들이 관찰한 것과 그들의 후손이 기억하는 내용은 사실이지만 해석은 크나큰 오류인 것이다. 나는 부서진 신의 교단이 초상 세계의 화물 숭배라고 믿는다. 실제로는 존재한 바 없는 '부서진 신'이 그들이 열심히 숭배하면서 복원하려는 노력을 하면 '다시 조립될 것'이라고 믿으면서, 나무로 관제탑을 짓는 의식의 변칙성 버전을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현재로서는 이와 같은 견해는 검증되지 않은 추측에 불과하다. 그래도 이 말이 참이라고 할때 부서진 신의 교단은 살덩어리의 종교인들, 사르킥 숭배와는 완전히 상반된다. 낼캐들은 비록 야만적이고 원시적으로 보이는 살덩어리의 의례를 따르지만, 그들은 신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신을 숭배하지 않으며 오히려 신을 넘어서서 인간들(적어도 사르킥 숭배자들만이라도) 스스로가 신처럼 강성해지기를 원한다. 사르킥 숭배자들은 뒤틀렸으나마 인간의 발전 가능성을 믿고 노력한다면, 부서진 신을 믿는 이들은 정교하고 발전된 기계를 두고서 스스로 그 앞에 굴종하면서 존재하지도 않는 것의 신도를 자처하는 것이다.

참조주
1. R. D██████, T██ ███ ████████, R██████████ 2006
2. F. Habermas et al, 『부서진 신의 교단 신도들이 갖고 있는 교리에 대한 해석차이와 교리논박 – SCP 재단의 심문 기록을 중심으로』, SCP 재단 인류학부 초상종교연구과 2006
3. Frans van Lunteren, "Clocks to Computers: A Machine-Based ‘Big Picture’ of the History of Modern Science," Isis 107 (2016) 762-776.
4. U. Matteotti & V. Kryuger, 『메카네계 종파의 경전 및 교리서 주해』, SCP 재단 인류학부 초상종교연구과 2000.
5. G. ████████ and W. ████, 『██████ 지역 초상유적지 탐사 보고』, SCP 재단 고고학부 1984.
6. James W. Quirk and John J. Carey, "The Mythos of the Electronic Revolution," American Scholar 39 (1969-70), pp. 219-241 and pp. 395-424.




 

내 생각을 추측 이상의 것으로 만들려면, 조금, 아니 엄청난 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전세계에 있는 메카네 문명의 유적들을 더 많이 찾아내고 남아 있는 기록들을 아득바득 긁어내며 심지어는 부서진 신의 교단 본부에 쳐들어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세 번째 것은 불가능하다. 그저 초상세계의 고대사를 알아내겠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재단이 교단에게 선전포고하는 일은 평의회가 원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다고 첫 번째와 두 번째도 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재단이 그저 부서진 신의 교단에 대한 역사를 알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케테르 등급 변칙개체를 격리하는 데도 빠듯한 자원을 내게 지원해 주겠는가.

그리고 혹시 몰라, O5 평의회들 중에는 실제로 메카네를 본 사람이 있을지. 그 평의회의 늙다리들은 말 그대로 볼 것 못볼 것 다 봤을 테니까.

 

> shutdown

| SCPiNET: 현재 임시 저장된 파일이 있습니다. 저장하지 않고 종료할 시 파일이 사라집니다. 파일을 서버에 저장하시겠습니까? Y/N

> N

| SCPiNET: 시스템을 종료합니다. 이 단말기를 조작한 모든 내역은 기록되며 보안과의 감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SCPiNET: 안녕히 가십시오, 마르쿠제 연구원(보안 인가 2등급 인원).

[[footnoteblock]]


🈲: SCP 재단의 모든 컨텐츠는 15세 미만의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합니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