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것들의 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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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쳐질 수 없는 작은 병정님을 잃은

망가진 음표와 살아남은 악기들의 밝고 검은 피날레


망가진 것들의 저항과 피날레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고 하지만 악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정반대이지요. 죽은 악기는 비록 그것이 끔찍한 불협화음만을 내뱉어도, 그 형체조차 바스러져 쓸모없는 먼지 더미가 되어도 고요 속을 헤엄치고 다니는 강렬한 "인상"을 따르는 삶을 삽니다. 음표 하나하나가 그것들의 사명이고 음색 하나하나가 그것들의 목소리이자 의지이며 동시에 인상입니다. 이 인상은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소음이 될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화려한 축제가 될 수도 있지만 그것들에게 인상은 단 한 가지 의미만을 가집니다.

"Da capo"

아직 숨을 멈출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게 망가지기까지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었습니다. 그들이 다시 살아나기에 충분할 정도로 말입니다. 인상을 위하여, 그 주인을 위해 일생을 바친 그들은 주인의 죽음이라는 무거운 이유로, 또는 단순히 싫증 났다는 사소한 이유로 버려지고 그렇게 역한 오물과 함께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평생의 노력은 그렇게 잊혀갔고, 그 주인들마저도 그들의 존재를 망각하였습니다. 그런 인간들의 행동에 유례없는 일을 해낸, 이에 처음으로 반발하고 일어난 것은 도태되어 잊혀진 지휘봉이였습니다. 모두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더라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집어삼켜져 손을 놓고 썩어들어가는 운명을 받아들였으나, 지휘봉의 그 어둠 속 한줄기 빛과 같은 행동에 모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한마음 한뜻으로 외쳤습니다.

악상이 떠올랐다던 연주자는 어디에 있는가?

어디에도 없어 저곳으로 가 늙어죽고 말았는데

숨을 들이마셔도 썩은 흙탕물만이 하늘에서 내리는데

숨을 조르는 학살자의 숨길로 추위를 피하는데

악상이 떠올랐다던 그 연주자는 어디로 갔는가?

우리를 남겨두고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그들은 손을 높이 치켜들었고, 하늘을 향해 힘없는,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무엇보다도 강인한 음표들을 쏘아 올렸습니다. 푸른 하늘이 형형색색의 화려한 음들로 매워지고, 언제 끝날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그 빛깔들이 모두를 주목시켰습니다. 살점이 붙고 그 위에 파리와 구더기가 앉았지만 그들은 인상을 멈추지 않았고,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역시나 절대 멈추지 않았습니다. 흰 옷의 방패들푸른 옷의 창들이 몰려와도, 녹빛 옷의 손들과 검은 옷의 지킴이들이 몰려와도 멈추지 않던 그들은, 한순간 어디선가에서 들려온 그 심금을 울리는 한 구절을 듣고 모든 인상을 멈추었답니다.

숨은 이는 말이 없고, 죽어도 살았으니 비극이로다

音樂에 맞춘 춤사위에 그 누가 미소를 잃지 않으랴

하지만 音의 행렬은 그 향기를 잃었고

惡의 화음들만이 의미없이 쏟아져 내리니

우리 모두 새 가락을 즐겨보세 너도나도 한마음으로

음악의 樂은 노래라고 하나 즐겁다는 뜻으로도 쓰이지않던가?

음유시인들은 그들에게 함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역한 것은 음유시인을 비웃었고, 그 비웃음은 불길과 같이 전 세계로 빠르게 번졌지만 그들만은 불길의 단비가 되어 손을 잡고 화려한 인상의 막을 내리었습니다.



강에서 들려오는 희망찬 음표의 노래


망가진 것들의 피날레는 도태되어 잊혀진 지휘봉을 필두로 자신들의 인상을 세상에 펼치고자 일어난 악기들의 음악회입니다. 음악회에서는 클래식한 느낌의 오르간부터 모던한 느낌의 플루트까지도, 이뿐만 아니라 굵은 향의 바순도, 얇은 빛의 피리도, 여린 느낌의 캐스터네츠도, 단단한 맛의 드럼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나라, 모든 종류의 악기들까지도 하나의 무대에 모여 그들만의 예술과 인상을 펼쳐냅니다.


list


도태되어 잊혀진 지휘봉의 화려한 지휘를 신호탄으로 각양각색의 음이 물밀듯이 터져 나와 저 하늘에 인상을 잔뜩 떨쳐내는
제1장 - 시작

검은 말이 주는 흰 상처들이 서로 대비되며 맛을 눈으로 들려주는
제2장 - 붉은 아로마의 풍미

알록달록한 귀여운 음표들의 화려한 날갯짓과 작은 체셔 고양이들 사이의 유쾌한 말싸움을 꾸며낸
제3장 - 배회하는 원더랜드의 작은 소녀

페도라 모자를 푹 눌러쓴 숙녀의 가벼운 발걸음과 난쟁이들의 톡톡 튀는 춤사위를 들려주는
제4장 - 상한 사과

(이하 공연 현장서 공개)

당신은 이들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위대한 "인상"을 들으실 준비가 되셨나요?


미소짓는 지평선 너머의 바이올레타

달 아래의 떡갈나무
차가운 강바닥에서 숨을 들이쉬는 네번째 검은 참새
약속의 샘, 음악의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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