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원회 이야기: 재단은 아기를 잡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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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녹음 시작합니다. 아직까지 SCP 번호 분류는 받지 못했으므로 문제의 개체는 현지 명칭의 영어 번역인 씨뿌리는 원Sowing Circle으로 지칭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씨뿌리는 원의 사용과 그에 따르는 문제를 논의하는 정식 윤리위원회를 시작합니다. 저는 위원회 의장 다니엘 엘리엇입니다. 다들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테니슨: 전임 연구원 루크 테니슨입니다.

보르헤스: 전임 연구원 훌리오 보르헤스입니다.

싱클레어: 전임 연구원 스카이 싱클레어입니다.

슈트라우스: 현임 요원 척 슈트라우스고요, 이 자리에 오게 되어 영광입니다.

엘리엇: 씨뿌리는 원에 대한 서류는 읽어보셨나요?

슈트라우스: 그렇습니다.

엘리엇: 그렇다면 영광이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라는 건 아실 텐데요.

슈트라우스: 의장님, 송구합니다만 저는 원래 배속된 특무부대에서 동유럽 내 산부인과 병동의 신생아를 납치하는 일을 했었습니다.

엘리엇: 아하. 그래서 지금 위원회에 있으신 거고요?

슈트라우스: 사슴한테 먹이를 줄 때가 다시 왔다는 이유로 산모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당신 아이가 왜 죽었는지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라면 무슨 일이든 개인적인 이해 관계가 좀 있다는 거죠.

엘리엇: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슈트라우스 요원. 개인적인 감정은 배제해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만, 요원의 현재 절차에 대한 경험은 저희가 오늘 제안하고자 모이게 된 대안책과 좋은 비교가 될지 모르지요.

슈트라우스: 객관적이고 전문가다운 태도 말씀이시죠. 못했다면 여기 있지도 않을 겁니다.

보르헤스: 그것 때문에 대형 병원에 스파이를 두는 게 아니었어?

슈트라우스: 아기 훔치는 일까지 맡기기엔 너무 위험이 많아. 그 사람들의 충성심을 믿는 거랑 아기를 훔쳐오는 일을 맡길 수 있다고 믿는 건 별개니까. 그런 부담을 지울 수는 없다는 거지.

싱클레어: 정신적 고통을 많은 사람들한테 나눠 받게 하는 게 아니라 전체를 극소수의 사람에게만 지우는 건가요?

슈트라우스: 그런 게 SCP 윤리랍니다. 트롤리 문제 얘기할 시기는 좀 지났죠.

보르헤스: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는 법이라.

테니슨: 저기, 전 이런 회의는 그냥 구색 맞추기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안이 나오고 나면 바로 회의를 끝낸 다음에 문제의 물건은 콘크리트 벙커에 처박아두고 다시는 입에 담지 않는 방향으로요. 이 물건을 사용하는 걸 진심으로 고려하는 겁니까?

보르헤스: 전 이용하는 건 이미 기정사실이고 최적의 사용방법을 논의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싱클레어: 아기를 먹여야만 하는 케테르급 위협은 많고 많아요. 고결한 이, 순수한 자의 피,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전부 인간 아기를 가리키죠. 여기 계신 분들도 이 일이… 저 개인적으로는 오늘 결론이 어떻게 나든 밤에는 악몽을 꾸게 될 거라 믿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아이 아무나 납치해오는 것보다 더 인도적이라는 결론이 내려진다면…

보르헤스: 아님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거나.

싱클레어: 그렇다면 저흰 사용을 고려해야만 하겠죠.

엘리엇: 첫번째 의제로는 우선 지금 있는 자료를 검토해보죠. 현재 시점에서 서류는 모두 약식이며, 저는 지금 우리가 가진 정보가 무엇인지 기록에 분명히 밝혀 두고자 합니다. 그 다음에는 대안책을 계속 논의할지 아니면 테니슨이 말한 것처럼 문제에 대한 대책이 너무 과격한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논의를 중단할지 투표로 정하겠습니다. 이의 있으십니까?

[3초간 완전한 침묵.]

엘리엇: 좋습니다. 씨뿌리는 원은 몽골 남부에서 발견되어 이송해온 후에도 변칙적 특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상은 신원불명의 미라화된 인간으로, 지름 약 3미터의 원을 형성한 내장을 지니고 있습니다. 성기, 그러니까 고환에서는 씨주머니 같은 식물이 자라고 있고요. 장관(腸管)을 항상 흐르는 O+형 혈액이 덮고 있어야지 씨앗이 수확 후에도 다시 자라게 됩니다. 내장은 미라의 몸에서 나와 고리를 형성하고는 다시 돌아가는데, 도중에 끊어지거나 봉합한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상의 설명이 여러분 자료에 있는 사진과, 여러분이 원에 대해 이해하신 사항과 일치하나요?

[침묵]

엘리엇: 음성 녹음이니 고개만 끄덕여선 의사 표시가 안 됩니다.

[전원 각자 긍정의 말을 중얼거린다.]

엘리엇: 좋아요. 씨뿌리는 원의 특성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가임기 여성이 수확한 씨앗을 먹으면 먼저 한 시간 동안 원치 않은 격렬한 오르가즘을 겪게 됩니다. 이 수정(授精) 과정 후에는 7시간 동안의 출산 기간이 뒤따릅니다. 이동안 최소 8명에서 최대 12명의 인간 아기가 - DNA의 아버지 쪽은 몽골인인 아이들이 - 자라게 됩니다. 이 숫자는 돼지의 임신 한 번당 태어나는 새끼돼지의 수와 같으며—

싱클레어: 역겨워.

엘리엇: —이로 인해 씨뿌리는 원이 지금과 같은 이름을 갖게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싱클레어?

싱클레어: 죄송합니다. 씨뿌리기가 무슨 뜻인지 방금 이해했어요. 지금까지 파종을 한다는 뜻으로 알아들었거든요.1

엘리엇: 유쾌하진 않지요.

보르헤스: 솔직히 방금 거 듣고 처음 든 생각은 '아, 그래, 그거 말고 다른 흰살 고기 말이지.' 였네요.2

테니슨: 보르헤스!

[슈트라우스가 힘겹게 웃음을 삼킨다.]

슈트라우스: 죄송해요, 예상 못한 말이라.

테니슨: 뭐가 웃긴 건지 모르겠는데요.

엘리엇: 저도요. 계속해도 되겠습니까?

보르헤스: 그냥 너무… 지나치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도가 넘쳐요. 이걸 어디 뭐… 좋은 일에 쓰지는 않을 테고? 영어로 적당한 표현이 생각이 안 나는데, 이런 변칙개체를 만들 만한 이유로 생각나는 건 유전자가 유사한 아이들을 대량 생산하는 용도로군요.

싱클레어: 붙잡은 여자들한테서 말이죠…

보르헤스: 아 맞아, 제가 읽은 바로도 지원자를 찾은 건 아닌 모양이더군요. 오랜 여정에 가지고 다닐 수 있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인구 증식 목적으로. 가볍고 간편하고, 여기로 이송된 후로도 효과가 있었고.

테니슨: 여기서 실험을 했다고요? 그런 허가가 내려진 기록은 안 보이는데.

엘리엇: 내장에 피를 뿌리자 씨앗이 다시 자라났습니다. 남자가 씨앗을 먹으면 한 시간 동안 심각한 위통과 골반 근육 경련을 겪지만 수정은 이루어지지 않아요. 아마 기억하기로… 변비가 아주 심한 D계급 자원자로부터 얻은 결과로는? 씨앗은 아직도 살아 있다네요.

테니슨: 아, 알겠어요.

슈트라우스: 변비는 어떻게 됐대요?

엘리엇: 완치되었다는군요. 그 D계급은 보상으로 일주일 간 식당 포인트를 두 배로 받았고요.

슈트라우스: D계급이면 운이 더 나쁠 수도 있었겠구만.

보르헤스: 바바 야가한테 밥 주는 것보다야 낫지.

싱클레어: 이야기가 딴 곳으로 새는 것 같네요. 다음 질문은 이겁니다. 우리가 이 개체를 사용해야 할까요? 피해는 어떻게 최소화하고요?

보르헤스: 최대 효율을 뽑는 방법은?

테니슨: 그리고 이게 정말 우리가 생각해낼 수 있는 다른 방법들보다 나은지도요.

슈트라우스: 결론적으론 재단은 아기 몇을 잡아먹고 세상을 구해야 돼요. 그건 그냥 사실이죠.

테니슨: 괴물과 싸우는 인간은…

보르헤스: 온 세상을 괴물들한테서 구하게 되겠지.

싱클레어: 개인적으로 전 피해 최소화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봅니다.

테니슨: 그런… 디테일을 논하는 데 시간을 들이기 전에 처음부터 이 일을 해야 할지를 투표에 부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엘리엇: 그럴 경우 제안을 가장 넓은 해석에 기반해 성급하게 각하해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더 나쁘게는 현재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방법을 섣불리 통과시켜버릴 수도 있고요. 실행 여부를 정하기 전에 접근법을 논하는 게 낫다는 데 동의합니다.

테니슨: 윤리학 중에서도 '닥치고 계산기나 두드려라' 학파로군요.

보르헤스: 그래. 그러니까 닥치고 계산기나 두드리라고.

테니슨: 괜찮으시다면 제가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맡아도 될까요? 우선 저희 모두 현재의 방법론이… 끔찍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겠죠? 실로 끔찍한 방법이에요.

슈트라우스: 그러죠 뭐.

테니슨: 진심으로 묻는데, 마지막으로 검토하거나 수정된 게 언제였어요?

슈트라우스: 1975년에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죽었을 때요. 1939년부터 스페인에선 아기가 연간 천 명 정도 빼돌려졌으니 우리도 그 사이에 숨을 수 있었죠.

테니슨: 하느님 맙소사.

슈트라우스: 보통 독재 정부에 윤리위원회가 있진 않으니까요.

테니슨: 현재의 방법을 좀 더… 수준 높은 기준에 맞추어 다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악마와 심해 중에3 꼭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요.

보르헤스: 그럼 난 심해의 대변인이 되는 셈이네.

테니슨: 좋을 대로. 전 그걸 붙들고 있을 테니 여러분은… 씨뿌리는 원을 사용하는 제안의 영향에 대한 이야기 나누세요.

엘리엇: 이 안에 찬성합니다. 테니슨은 방법론에 집중하면 되겠죠. 보르헤스, 변칙개체의 사용을 옹호하는 쪽을 들었군요.

보르헤스: 넵. 그러니까 여기 바다에 있는 우리는… 이제 무슨 얘기가 남았더라?

싱클레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사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머니? 기증자? 피험자? 이들을 선택하는 방식이요.

엘리엇: 듣기 싫은 말일 거 알지만, 의미론을 따져봐야 할 겁니다.

[보르헤스가 앓는소리를 낸다.]

슈트라우스: 저도 보르헤스랑 같은 생각입니다. 처음부터 설명해 주셔야겠는데요.

엘리엇: 여기에 어떤 결정을 내린다면 절차 보고서로 쓰여야 하겠죠. 피험자를 비인간화하는 표현을 써야 할까요? 자원을 받는다면 그 여성들에게 모욕이 될까요? 원치 않은 여성혐오적 사고방식을 퍼뜨리게 되나요? 아니면 절차를 지켜보고 실행하는 사람들 일이 힘들어지는 결과를 낳을까요?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까요?

보르헤스: 세상에.

슈트라우스: 우리 진짜 의미론을 논해야 되는 거죠? 그게 실제로 문제가 되는 거고요?

싱클레어: 그런 게 SCP 윤리랍니다. 영아 살해를 논할 때에도 정치적 올바름을 신경써야 하죠.

슈트라우스: 맙소사. 여성혐오도 신경을 써야 해요? 그게 어떻게 관련이 있는데요?

보르헤스: 사람들은 재생산 기관에 대한 여성의 권리와 여성의 '번식'하는 역할에 대해 이상한 생각을 품는 편이고, 비인간화하는 표현을 쓰면 거기에 힘을 실어주게 될 수도 있으니까. 우린 방금도 실험에 자원한 남자 얘길 하면서 웃었죠, 왜냐면… 의장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표현 방식에 주의를 기울여야 돼요.

싱클레어: 여성혐오 관련해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거기서 나아간 생각이라고 할까. 지금도 의문이 있는 표현이 있어요.

보르헤스: 아까 서류에요? 무슨 뜻이죠?

싱클레어: 여기 보면 '원치 않은 격렬한 오르가즘을 겪게 된다'고 써 있습니다. 정말 이대로 넣어야 할까요? 이렇게 말할 필요가 있나요? 유치하기 짝이 없는데다 불필요하게 느껴집니다.

엘리엇: 정식 보고서에는 들어가야 할 겁니다, 절차를 시행하는 사람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있도록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지도 못한 채 절차를 시행하는 건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고, 그 정보가 루머를 통해 퍼지는 것 또한 원치 않으니까요.

싱클레어: 이 표현은 역겨운데다 저로서는 보고서에 이 내용을 집어넣을 경우 원치 않은 합리화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듭니다. 굳이 예시를 들자면, '괜찮아, 그 여자도 처음엔 즐길 텐데 뭐' 처럼요.

[방 전체에서 앓는소리와 한숨이 들려온다. 테니슨 연구원이 웩웩하는 소리를 낸다.]

슈트라우스: 보고서 안에서 문제의 생리적 반응이 어떤 건지를 속일 수도 있어요. 발작이라고 부르죠. MRI 기계 안에서 진행할 것도 아니고.

엘리엇: 속일 수도 있겠죠.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은 아직 안 듭니다만.

테니슨: 넣을 필요가 없는데도 넣는다면 그에 따른 결과가 있을 겁니다. 내부 조사 보고서에서 우리가 절차를 페티시화했다며 추궁하는 걸 듣고 싶으신 건 아니죠?

엘리엇: 그 경우 책임은 모두 제가 질 의향이 있다는 것만 기록에 남겨두지요. 질책받지 않으면서 보고서에서 문제의 부분을 제외할 방법이 있다면 지금 밝혀주십시오. 다만 저희는 지금 끔찍한 오컬트 수태 의식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겁니다.

테니슨: 아직도 이 안이 맘에 안 든다는 것만 기록에 남겨두죠.

슈트라우스: 동감이에요, 테니슨. 조금만 더 집중하면 금방 끝날걸요.

테니슨: 편안히 누워서 영국을 생각하라고요?4

보르헤스: 우리가 더는 납치해다가 분쇄기에 던져넣지 않아도 되는 무고한 아이들을 생각하라고.

테니슨: 대신에 여자들한테 아기를 대량 생산하게 시킬 뿐이잖아요.

싱클레어: 저도 마음에 안 든다는 걸 기록에 남겨둘게요.

엘리엇: 그럼 다음 의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절차를 강제로 진행해야 할까요? 내포된 위험성을 고려할 때 D계급 여성이 자원할 시 석방을 제안하는 방식이 공평할까요?

싱클레어: D계급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이미 숨겨진 강제력이 있는 셈입니다. 동의를 얻는다 해도 유의미하지 않을 거예요.

슈트라우스: 안 되겠는데요. D계급이 다 멍청하진 않습니다. 자원자를 절차가 끝난 후에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 절차란 게 사실상의 처형이고 석방해준다는 말은 이른바 자기네를 가스실로 꾀어내기 위한 당근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테니슨: 젠장. 그리 틀린 생각도 아닐 거고요.

슈트라우스: 대안책이라고 하면 살아남은 자원자들이 힘들게 얻은 자유로 향하는 길에 시설 안에서 '승리 세리머니'를 하게 시키는 건데, 이러면 D계급 중에도 증언해줄 목격자가 많을 겁니다. 우리도 정직하게 진행해야 하겠죠, 들어간 사람들이 그대로 나오도록요. 이런 걸 보여드리게 돼 유감입니다만, 이다음 슬라이드에 결과가 최선의 시나리오일 경우 사진을 준비했습니다. 8시간의 임신으로 최대 12명을 잉태할 때 최선의 경우라면 이런 느낌이고요.

[슬라이드 프로젝터를 넘기는 딸깍 소리. 엘리엇을 제외한 전원이 고통과 역겨움에 신음을 내뱉는다.]

슈트라우스: 최악의 경우에는…

[다시 딸깍 소리. 테니슨이 헛구역질한다. 싱클레어의 머리가 탁자에 부딪치고 이어 아픔에 찬 훌쩍임이 들린다. 보르헤스가 크게 씨근거린다.]

슈트라우스: 투명하게 진행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자원 받는 건 꽝이에요.

테니슨: 하느님 맙소사. 이런 게 사람한테 일어난단 말이지. 우리가 사람들한테 이런 걸 겪게 시키는 거야.

엘리엇: 임신 중에 진정제를 투여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출산 시 경막외 마취를 사용할 수는 있군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부분의 외상은 나을 테고.

보르헤스: 진정제도 못 줘요?

슈트라우스: 서류에 있어. 이렇게 신속한 출산은 화학적 영향에 의한 유산에도 매우 취약하다고. 피험자는 전부 절차 내내 또렷한 정신으로 있어야 돼.

보르헤스: 계획 하나는 날아갔고.

싱클레어: '대부분' 외상이 낫는다는 건 무슨 뜻이죠?

엘리엇: '4도 회음부열상'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군요.

[테니슨이 구역질한다]

슈트라우스: 뭐라고요?

보르헤스: 성기와 항문 사이에 있는 내부 조직 말이야.

슈트라우스: 아, 그럼 '4도'가 무슨 소리인지 보려고 다시 꺼낼 필욘 없겠네.

[테니슨이 종이 봉투에 대고 구토한다.]

엘리엇: 테니슨, 부탁이니 예의를 좀 보여 봐요. 점심은 적게 먹는 게 좋겠군요.

싱클레어: 15분 휴식을 요청합니다. 아니면 똑같이 할 것 같아서요.

엘리엇: 보르헤스? 슈트라우스?

보르헤스: 계속해도 상관은 없지만, 새 커피도 좋죠.

슈트라우스: 듣고 보니 커피랑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지네.

테니슨: 어떻게 저걸 보고도 식욕이 남아 있어요?

슈트라우스: 혈당을 유지해야죠. 이건 마라톤이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니까.

보르헤스: 여기에다가 카페인 두통까지 더하고 싶진 않은데.

싱클레어: 차가 좋겠어요. 아주 많이. 우유랑 설탕도 같이.

테니슨: … 그래요. 알았다고요. 자판기에 지금도 게토레이가 있던가?

보르헤스: 수분 보충이 필요하신가?

테니슨: 닥쳐요.

슈트라우스: 한숨 돌리고 산뜻해진 머리로 다시 얘기할까요?

싱클레어: 전기포트를 갖고 와도 되나요?

엘리엇: 모두 허락합니다. 15분간 휴식하죠.

[각자 자리를 뜨며 의자가 끌려나오는 소리. 이후 정적.
엘리엇이 12분 후 복귀한다. 보르헤스와 슈트라우스는 14분 후 함께 복귀하며, 싱클레어와 테니슨은 17분 후 복귀한다. 녹취 재개.]

테니슨: 저, 싱클레어랑 밥 먹으면서 대안책을 논의해본 게 있습니다.

엘리엇: 비공식적으로요?

싱클레어: 죄송합니다.

엘리엇: 그럼 이제 기록해 두는 게 좋겠군요.

테니슨: 쌍둥이나 세쌍둥이, 잉태한 아이가 두 명 이상인 임산부를 찾는 겁니다. 그리고 나오기로 예상한 것보다 아이 하나가 적다고 말하면서 요원이 한 명을 빼돌리는 거죠. 지금 사용하는 방법과 거의 똑같지만 부모들이 상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

보르헤스: 장하기도 해라. 아이도 훔치고 괴물이랑도 싸우네.

테니슨: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는 법이라며요.

싱클레어: 제가 밀어붙였어요. 태연한 척하지만-

테니슨: 나 멀쩡해.

싱클레어: 미안.

슈트라우스: 실행하는 사람 관점에서 생각해 보세요. 유산이라고 한다면 아이를 빼돌리고 서류만 조작하면 돼요. 손쉽고 끔찍하죠. 이거요? 거짓말해야 하는 부분만 해도… 지금 당장 이름이 생각나질 않는데, 임산부 배에다 젤을 발라서 아이를 화면에 띄우는 거 있죠? 그거 받을 사람들이 영상을 조작해줄 재단 소속 의사들만 찾아가도록 해야 되고, 출산할 때도 가족 없이 재단 인원만 참석하고 산모는 의식이 없어야 하고… 죄 없는 아이를 훔쳐다가 살해하는 건 똑같은데.

보르헤스: 부모들에게 충격이 덜하긴 하겠군요.

슈트라우스: 그냥 똑같은 일을 하는 걸 정당화하는 데 드는 수고가 너무 커요. 결국 부모한테서 아이를 훔치는 거잖아요. 아이를 가질 자격도 없는 약쟁이 애들한테서 뺏거나, 기초생활수급자한테서만 뺏거나, 어떻게든 다른 애들보다 '가치가 덜한' 아기였다고 좋을 대로 합리화할 수도 있지만, 그게 똑같이 빌어먹을 일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고요.

엘리엇: 심호흡해요, 슈트라우스.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해야죠. 말 조심하고.

싱클레어: 희생자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어요. 지금으로선 부모들은 불필요한 피해자고요.

테니슨: 그리고 그 원이… 생산해내는? 아기들은 완전히 비변칙적이죠. 그건 곧 걔네도 다른 아이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아기란 뜻이고.

슈트라우스: 절충안을 제안하죠. 현재와 같은 표준 절차에, 쌍둥이 이상일 경우에만 진행해서 부모에게 위로상을 남겨두는 거요. 그 이상은 물류 면에서 실행이 불가능합니다.

테니슨: 그 정도 마음의 짐은 지고 살 수 있겠네요. 플랜 B로 올려 둘까요?

엘리엇: 그럽시다.

보르헤스: 슈트라우스랑 저도 얘기를 좀 했는데요.

엘리엇: 이러면 곤란한데요.

슈트라우스: 죄송합니다, 의장님.

보르헤스: 윤리적으로 현재 상황은 문제가 많아요. 자원을 받을 순 없어요. 이런 일을 강요하는 건 더 지독한 일이고요. 진통제도 사용할 수 없죠. 최선의 시나리오를 얻기 위한 수술은… 길고 복잡해요. 어휘와 비인간화의 문제도 있습니다.

슈트라우스: 저희한테 필요한 건 비인간입니다. 그게 아니면 가능한 한 비인간에 가까운 무언가죠.

보르헤스: 살아 있는 뇌사자들이요. 깊은 혼수상태에 빠진 여성들. 실질적으론 신체 기증자인 셈이에요.

엘리엇: 계속해요.

싱클레어: 세상에…

슈트라우스: 어찌 됐든 병원에서 조달을 해야 한다면… 식물인간을 이송하고 가족들한테는 영면하셨다고 말하는 게 훨씬 쉽습니다.

보르헤스: 반면에 현실적으로 보자면 어떤 가족들은 짐을 덜지도 모르죠.

테니슨: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게 지긋지긋해요. 너무 싫어.

싱클레어: 그게 모든 경우에 적용되진 않을 텐데요.

보르헤스: 여러분이 제안한 플랜 B와 직접 비교할 때만 그렇죠. 그것도 아까 말한 대로 아이를 훔치는 일이고.

테니슨: 맙소사…

보르헤스: 피험자가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해 둬야 합니다. 보고서에 마음껏 비인간화하는 표현을 넣어서 절차를 따라야 하는 사람들의 짐을 가능한 한 덜어 주죠. 태어나는 아기들은 제물로서만 존재하고, 그 목적으로 맞춤 생산된 겁니다.

슈트라우스: 만삭까지 8시간이 걸린다고 하면, 정시 가동되는 고기 농장인 거죠.

[테니슨이 헛구역질한다. 싱클레어가 전기포트를 켠다.]

엘리엇: 꼭 그 말을 해야 했습니까, 슈트라우스?

슈트라우스: 우리가 하는 제안에 대한 환상은 없었으면 하니까요.

보르헤스: 저희도 이 방법이 혐오스럽게 들린단 건 인정합니다. 솔직히 맞아요.

슈트라우스: 하지만 재단은 아기를 잡아먹는걸요.

엘리엇: 일단 두 팀으로 나뉜 것 같군요. 싱클레어, 테니슨, 저 논리에서 허점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싱클레어: 저쪽 제안이 나아요.

테니슨: 스카이!

싱클레어: 그냥… 그냥 그래요. 저한테는. 뇌사자 산모 하나로 아기 여덟에서 열둘을 얻느냐, 아니면 그만큼 따로 납치를 해올 거냐? 9개월을 기다려 납치하는 대신 여덟 시간 만에 한 주기가 끝난다? 비교할 거리도 못 돼요.

보르헤스: 기증자 한 명당 임신은 몇 번 겪을 수 있을 겁니다. 고통과 생존은 문제가 안 되고요. 실질적인 기대치는 기증자당 열여섯에서 서른에 가깝겠죠. 뇌사자 여성 한 명과 서른 건의 납치를 비교해야겠군요.

테니슨: 심하게 '닥치고 계산기나 두드려라' 식 윤리예요.

보르헤스: 이견이 있어?

테니슨: 아뇨.

보르헤스: 엘리엇 박사님?

엘리엇: 논쟁의 여지가 없군요. 현재 나온 대안책보다 낫다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누가 보고서를 쓰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데-

싱클레어: 제가 하겠습니다.

엘리엇: 그렇게 하죠. 두 번째 문제는, 제안한 절차의 이름을 뭐라고 할까요?

[보르헤스가 피식 웃는다]

엘리엇: 의제가 웃긴가요, 보르헤스?

보르헤스: 아닙니다. 다만 안 웃으면 울 수밖에 없고, 우는 건 전문가답지 못하니까요.

엘리엇: 그럼 울 만한 이유가 있는 거군요.

보르헤스: 그렇습니다. 좋은 이름이 생각났는데요. 겸손한 제안이라고 읽어보셨어요? 재단은 아기를 잡아먹어요, 의장님. 우린 방금 겸손한 절차를 제안한 겁니다.

싱클레어: 솔직하네요. 그건 인정해야겠어요. 뼈아플 정도로 솔직해요.

테니슨: 아니요. 절대로 안 됩니다. 여기에서야 농담 따먹기해도 되지만, 공식 문서에는 절대 그대로 못 올립니다.

슈트라우스: 농담이었어요? 못 알아들었네.

엘리엇: 싱클레어, 그동안 좀 더 격식 있는 이름을 생각해 보도록 하세요. 보르헤스가 컴퓨터로 문제의 글을 찾아서 슈트라우스 요원에게 보여주고 있으니, 회의는 이만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녹음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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