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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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조이, 이게 웬 시체 더미야?”

“글쎄다, 우리 중에서는 주인이 없는데.”

아스홀이 머뭇거리며 시체 중 하나를 찔러보았다.

“좆나게 쩌는데.”

“뭐, 그러네. 그치만 그닥 영리하진 않아.”

“그래서 뭐, 내다 버리자고?”

“아냐, 작업하던 사람이 있어. 우리가 이걸 검열해버리면, '남자'만큼이나 나쁜 놈이 되는 거야.”

“그래, 그래도, 뭐, 위에다가 담요라던가 덮는 건 괜찮지 않을까?”

“아니. 시체 더미를 피해서 작업하면 돼.”

“알았어, 알았어.”

아스홀은 마리화나 재를 시체 더미에 대고 털었다. 예술가들은 여전히 작품을 뜰과 골목길에 설치하고 있었다. 조이와 아스홀은 오버갱의 브라운관 화면 소장품과 윙윙거리는 컴퓨터 탑 쪽으로 걸어갔다.

“조이, 아스홀. 너네 준비하고 있어야 하지 않아?”

“난 이미 책상 위에다가 음식 가져다 놨어. 아스홀은 히로 기다리고 있고.”

“아, 좋아. 조이, 이것 좀 봐봐. 어젯밤에 잽싸게 만들어 낸 거야. 뭔가 새것이 필요할 것 같아서.”

오버갱은 기계식 키보드의 버튼 몇 개를 누르고는, 의기양양하게 엔터 버튼을 눌렀다. 모든 화면에 같은 문장이 출력되었다. ‘내게 쿨해지는 방법을 알려준 조이와, 거의 그렇게 될 뻔한 오버갱에게 바침.’

“조이라면 나?”

“어, 당연하지. 내 이름이 나온 건 마지막으로 플레이한 게 나여서 그렇고.”

“감동적인데. 뭐 하는 작품이야?”

“계속 봐봐.”

도트로 된 선장이 유조선에서 진홍색 해가 수평선에 걸쳐있고, 하늘에는 새들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있는 장면이 나타났다. 그러고는 ‘탐린의 서’라는 글자가 화면 위로 올라왔다.

“젠장, 이 게임에 나오는 모든 것에 내 이름을 붙인 거야?”

“어, 아니. 네가 보고 있는 경우에만 그래. 시작할 때 이름이 플레이어의 성을 따르거든. 전에 내가 했을 때는 ‘두드의 서’이라 나왔었어.”

“그래서 뭘 하는데?”

“플레이해서 알아봐!”

“얌마, 나 시간 없으니까 그냥 말해줘. 오늘 밤에 해볼 테니까.”

“재미없는 녀석. 네 기억을 훑어서, 절차적으로 네 인생 이야기를 만들어낸 다음 주요 지점을 다시 겪어볼 수 있게 해줘.”

“멋진 것 같네.”

“멋져. 그래도 확실히 폭발하지 않도록 몇 가지 준비하고 있어.”

“터질 수도 있어?”

오버갱은 애매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지는 않지만, 이런 작품을 만들 정도로 컴퓨터를 가지고 놀다 보면, 모든 것에 대비하게 돼. 다른 사람들은 좀 어때?”

“뭐, 닙먼은 자기 책 가져와서는 열심히 달리고 있지. 말 그대로 달리고 있다고. 걔 책이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스네이프가 덤블도어를 죽였다’ 뭐 그런 말을 외치고 다니거든. 우리가 자리 뜰 때쯤에는 카드 탑 쌓고 있었는데, 그게 진짜로 작품인지 아니면 걍 지루해져서 쌓고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다.”

아스홀이 끼어들었다.

“어, 내 생각에는 지루해져서 그랬던 것 같아. 네이트랑 카일이 마일리도 데리고 왔어.”

“마일리?”

“그래, 마일리. 알래스카에서 온 애 있잖아.”

“아, 그 마일리. 개네는 뭐 하고 있데?”

“사실 전혀 모르겠어. 땅바닥에다가 못을 막 박고는 실을 둘둘 감고 있던데. 그 있잖냐, 애들 공작 숙제처럼 말이야.”

“흥미로운걸. 아, FTF네들 보면 이것 좀 전해줄 수 있어? 캔디스Candice가 새 신스 달라고 했는데 몇 년 전부터 굴러다니던 게 꽤 있거든.”

“그래. 밤에 보자고, 얘들아.”

아스홀은 CD 케이스를 받아서 뒷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조이와 함께 인도를 걸었다.

“그럼 이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음, FTF네는 남쪽 뜰에서 세팅하고 있을 거야. 그쪽을 향해 거닐어보자.”

“거닐어보자고? 조이, 네가 잘 안 쓰이는 단어 쓸 때 참 좋더라.”

둘은 계속해서 거닐었다. 사람들은 벽에 포스터를 바르거나 불가능한 구조로 공간을 비트느라 분주했다. 진정 예술성과 쓰레기가 한데 뒤섞인 장소였다. 둘은 누군가 밀고 가는 큼직한 상자에 가로막혀 별수 없이 벽 쪽에 붙어야 했다. 상자가 지나가고 나서야 옮기고 있는 이가 누군지 볼 수 있었다. 검은 드레스를 입고 그에 맞게 검은 파라솔을 들고 있는 여학생이었다. 그는 발랄히 두 명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조이! 에이홀! 잘 지냈어?”

조이도 미소로 화답했다.

“리타! 우리야 잘 지냈지! 그 상자 안에는 뭐가 든 거야?”

“아, 뭐, 이것저것. 대부분 거미지만.”

아스홀은 상자 안에서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뒷걸음질 쳤다.

“그래서 그 거미로 뭘 할 건데?”

“얘네 마술할 줄 알아. 마술 거미들이거든.”

“허. 마술 거미는 본 적이 없어.”

“나도 마찬가지야. 투명하니까.”

“아. 그렇구나.”

“어디 좋은 자리 없을까?”

조이는 제 턱을 긁었다.

“내 생각엔 지금 서쪽 뜰이 좀 널널할 거 같은데. 저쪽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돼.”

“고마워, 조이! 있다가 밤에 보러 올 거지?”

“당연하지!”

둘은 자리를 떴고, 리타의 상자에서 나는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뒤에서 멀어져갔다.

“아스홀, 너 거미 무서워하냐?”

“조금. 징그러운 새끼들이 아무 곳에나 거미줄을 쏴 재끼잖아. 역겨워.”

“좀 그렇긴 하지.”

“우리 삼촌 헛간에 거미가 가득했는데, 내가 거길 갈 때마다 삼촌이-”

아스홀의 전화기가 주머니에서 울렸다. 아스홀은 망가진 노키아를 꺼내 들고는 화면에 나온 문자를 보았다.

“좋아, 히로가 왔어. 준비해야 할 것 같아. 여기 디스크 있으니까 알아서 하고. 밤에 보자!”

“알았어. 그때 보자고.”

아스홀은 조이에게 CD 케이스를 넘겨주고는 빠르게 멀어져갔다. 조이는 남쪽 뜰로 향했고, 사방에서 웬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후타나리 슴챙 패배자Futanari Titwhore Fiasco 구성원들이 이제 막 자신들의 언더그라운드 히트 싱글인 ‘스테레오 헛소리와 쌍방음향 개소리Stereo Shenanigans and Binaural Bullshit’ 연주를 끝내고 새로 발매한 ‘레이저 엉덩이 병 랩터 난교Laser Butt Disease Raptor Orgy’로 넘어가는 참이었다.

레이저가 하늘로 쏘아지네
방귀를 뀌어 날아오르세
랩터들이 떡을 치는데 이유는 묻지 않네
똑똑한 소녀야, 이제 죽을 시간이라네

네 병은 내 욕구야
레이저가 굴절되어 불이 붙잖아
내 허약한 랩터 심장 안에다
레이저를 쏘아, 방귀를 뿜어라

갈망은 끝이 없어 제발 날 도와줘
난 레이저 엉덩이 병에 걸렸어
랩터 엉덩이가 나무를 비추어
만약 모든 게 벌이라면?

랩터들은 모두 발톱을 숨겨
랩터 난교는 잠시 멈추고
자기들이 아주 심각한 병에 걸렸다는 걸 알아채어
그리곤 최선책은 급히 치료법을 찾는 것이라는 데에 동의했어

랩터들은 연금술사에게 가고
그의 진단은 레이저 엉덩이 병
랩터들이 묻네. 우리가 레이저 엉덩이 병에 걸린 걸 어떻게 알죠?
연금술사는 자기가 의학 전문가고 케임브리지에서 공부했으니까 안다고 대답했어

하지만 불행히도 그는 레이저 엉덩이 병을 치료할 방법을 모른다네
그리고 랩터들은 충분히 숙련된 의사나 박사를 찾지 못했네
그랬기에, 레이저 엉덩이 병 랩터 난교는 계속돼
그러다 백악기의 끝이 왔네
그렇게 공룡들이 멸종되었다네

뜰에 흩어져있던 예술가들은 연주에 찬사를 보냈다. 무대 위 소녀 세 명이 일사불란하게 인사를 해 보였다. 보컬이 키보드 연주자와 기타 연주자와 하이파이브를 한 뒤, 솟아올라 와있던 무대에서 뛰어내려 조이에게 다가왔다. 움직일 때마다 선명하게 초록색으로 염색한 머리카락이 희미하게 빛났다.

“조이!”

“애니Annie!”

“노래 괜찮았어?”

“그래, 아주 쿨했어! 캐치하기도 했고.”

“가사는 내가 직접 쓴 거야!”

“훌륭했어! 아, 오버갱이 이거 주더라. 캔디스Candice가 달라고 했다던데. 새로운 신스 세팅이라던가.”

조이는 애니에게 CD 케이스를 주었다.

야! 캔디스, 잘 받아!

애니는 케이스에서 CD를 꺼내어 키보드 앞에 앉은 소녀에게 원반 던지듯 던졌고, 소녀는 허공에서 CD를 잡아채어 옆에 놓인 노트북에 집어넣었다.

고마워, 오버갱한테도 감사 인사 전해주고!

조이는 애니에게 눈살을 찌푸렸다.

“망가졌으면 어떡할 뻔했어.”

“안 그랬잖아. 오늘 밤 준비됐어?”

“어, 그런 것 같아. 다들 잘 하고 있는 것 같네. 기억에 남을 만한 밤이 될 것 같아.”

“그래, 그래. 그 ‘작은따옴표’ 인간들은 아직이고?”

“어. 모습을 보일 거라면, 오늘 밤에 직접 몸으로 부딪혀오겠지.”

“헤, ‘몸으로 부딪혀오겠지’라. 꼭 싸움이라도 벌일 것 같이 말하네.”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누가 더 쿨한지를 가리는 전쟁이니까…쿨전이라고 할까.”

조이는 서서히 파란색에서 주황색으로 변해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되게 바보 같네. 그냥 잊어버려.”


탠저린은 완성한 제 작품 앞에 앉아, 흥미를 느낀 것 같은 행인들에게 명함을 돌리고 있었다. 그린 요원은 파란색 후드티와 추리닝 바지에 분명하게 불편함을 느끼면서 그에게 다가갔다. 탠저린은 자신의 완성된 작품을 뽐낼 기회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서 오세요, 살면서 제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분! 작품이 맘에 드시나요?”

그는 천천히 움직이는 벽에다 대고 열심히 손짓했다. 벽은 감열 및 감압 처리를 통해 알루미늄박이 덮어씌워져 있었다. 벽은 파도치며 색을 바꾸었다. 보는 각도마다 반짝거리며 빛깔이 변하면서 넋을 잃게 했다. 이따금 무언가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뚫고 나오려는 듯이 알루미늄박이 바깥으로 살짝 휘기도 했다. 그린 요원은 이런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지만,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었다.

“멋지군요, 살면서 제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예술가 씨.”

“그래서, 오늘 밤 뭔가 흥미로운 걸 본 게 있나요?”

“두 명이 서쪽 뜰 근처에 서 있더군. 조각사와 건축가 같던데. 이쯤 어딘가에 작곡가도 있다고 들었어.”

“화가가 다니는 건 봤어요. 그 사람 작품들이 저쪽으로 가더라고요.”

탠저린은 반대쪽 벽을 향해 손짓했다. 벽은 밤에 전시될 여러 작품에 관한 광고와 작품들의 가격, 작품들이 얼마나 진부한지에 대한 험담으로 뒤덮여 있었다. 몇몇의 이목을 끌기는 했지만, 예술가의 대다수는 적극적으로 무시했다.

“청소부가 돌아다니는 걸 보지는 못했겠군?”

“이봐요, 여기 야외에요. 청소부가 여기 왜 있겠어요?”

그린이 노려보았다.

“봤어?”

“아뇨, 못 봤어요. 원래 최고의 청소부는 고용인 눈에 띄지 않는 법이잖아요.”

“그렇지.”

탠저린은 그린에게 명함 한 장을 내밀었고, 그린은 명함을 받아다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럼 여기에 얼마나 오랫동안 앉아있던 거야?”

“한 세 시간쯤요.”

“시체 더미 봤어?”

“네. 어느 예술가가 가져다 놨는지는 아무도 모르던데요.”

“푸후. 예술가라.”

탠저린은 목소리를 낮추었다.

“표본 채취하셨어요?”

“지문이랑 머리카락.”

“결과는요?”

“데이터베이스에는 없었어.”

“젠장.”

“알아.”

“지원은요?”

“30명이 순찰 중이야.”

“최소한이로군요.”

“윗사람들이 행운을 빌어주더군.”

야! 탠!

조이는 탠저린에게 달려와, 썬 과일이 담긴 접시를 내밀었다.

“자, 바나나 한 조각 먹어봐. 사람들이 완전 열광하더라!”

탠저린은 한 조각을 집어다가 입안에 집어넣었다. 조이는 애써 무표정하게 있으려는 그린 요원에게로 돌아섰다.

“드셔도 돼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린 요원은 바나나 한 조각을 집어, 입안에 집어넣는 척하며 손안에 감추었다. 그린은 씹고 삼키는 척을 하면서 언제나 그러듯 바나나를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그린은 미소를 지으며 바나나의 맛을 떠올렸다.

“맛있네요. 맛이 아주-”

탠저린은 바나나 조각을 씹고는 그린의 실수를 알아차려 당황했다.

“레몬 맛 제대로 냈구나, 조이!”

그린은 제 실수를 알아차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조이는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고마워. 오늘 밤에만 바나나를 세 번이나 더 사러 가야 했다니까! 나중에 봐!”

“있다 봐!”

그린은 살짝 어안이 벙벙한 탠저린을 보았다.

“닥쳐.”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알 게 뭐야. 나중에 보자고. 아직 북쪽 골목길은 안 봤으니까.”

그린은 걸어가다가 멈추었다. '화가'의 광고 앞에 누군가 스텐실과 스프레이 페인트 캔을 허리띠에 매단 상태로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벽에 스텐실을 가져다 대자 스텐실이 움직이기 시작하며, 곧바로 윤곽이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는 허리띠에서 스프레이 캔 하나를 집어, 스텐실 위에다가 골고루 뿌리고는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젖은 페인트가 가격표와 격려성 비평과 함께하는 냉평을 뒤덮고, 벽 밑에다가 환호하는 군중을 스텐실로 찍어냈다. 형식이 어딘가 낯익은 구석이 있는데… 그린은 씩 웃고 있는 탠저린을 향해 돌았다.

“방금 그 사람 설마…?”

“판에서 뜬 게 아니더라고요.”


'건축가'와 '조각사'는 서쪽 뜰에 서 있었다.

“그러니까, 로보는 제 일 하고 있고, '절단사'는 여기다가 시체 더미를 냅다 던져두곤 튀었고, 샘은 나한테 테이프 줬으니까 여기 없어도 되고, 난 승합차를 도플갱어 몇 명으로 채워뒀고, 넌…뭐하냐?”

'건축가'는 질문을 무시한 채 계속해서 손안에 든 건물 종자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에이 씨발, 적어도 30분 전에는 끝냈어야 하는 일인데. 내 작품 풀어놓을 거니까, 좀 있다가 돌아올게.”

'조각사'는 서쪽으로 향하며 도로로 나갔다. 그의 승합차는 길 건너 주차장에서 덜컹거리고 있었다. '조각사'는 조심스레 차가 얼마 지나다니지 않는 길을 건넜다. 그는 열쇠를 가지고 씨름하다가 승합차 뒷문을 열었다. 흐리멍덩한 눈 몇 쌍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시선을 보내었다.

“너네 씨발들은 그래도 명령 따를 줄은 아는구나. 어여 나와. 저쪽으로 가서, 너네랑 똑같이 생긴 사람들 찾아서, 너네가 진짜라고 우긴 다음에 뚜들겨 패버려. 알았지?”

복제품들은 고개를 끄덕인 뒤, 승합차에서 뛰어나왔다. 그들은 자기 보호라는 개념은 생각지도 않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건너 뛰어갔다. 그중 하나가 달리는 차 앞으로 바로 뛰어들었고, 환상이 깨지면서 생소지 덩어리로 무너져내렸다.

“에이 씨발.”


펠릭스는 베레모를 매만지며, 태평스레 군중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작은 페이스 페인팅 가판대가 이목을 끌었다. 펠릭스는 이쪽저쪽을 보며, 창조의 기쁨을 떠올렸다. 수백 개가 넘는 웃는 얼굴이 주변에 있었다. 바로 이걸 위해서지, 그가 생각했다. 이게 진짜 예술이야.

그러고는 곧 시체 더미를 보고는 못마땅히 고개를 저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방금 곡은 ‘제발 이 노래를 멈추지 말아줘 난 음파 속에서 사는 생명체라서 네가 멈추면 죽어버릴 거야 하나님 맙소사 제발’이었고요, 즐겨주셨다면 감사합니다! 이다음에 할 곡은-”

잠깐 멈춰!

애니는 마이크에서 시선을 들어 관중을 바라보았다. 세 명이 그 안에 끼어들어 무대 앞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무대 위로 기어 올라왔다. 밴드 멤버들은 서로를 바라보았고, 애니는 모두가 생각하고 있던 질문을 던졌다.

“너네 우리를 따라 만든 사악한 로봇들이야?”

복제품들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소리 죽여 귓속말을 좀 하더니, 복제 애니가 대답했다.

“아니! 너네 우리를 따라 만든 사악한 로봇들이야?”

“아니. 넌 누구야?”

“우린 후타나리 슴챙 실패자야!”

관중들은 이게 사전에 계획된 일인지 몰라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치만…우리가 후타나리 슴챙 실패자인데.”

“그치만 우리가 후타나리 슴챙 실패자야!”

“그래, 그래. 너네가 후타나리 슴챙 실패자야.”

복제품들은 당황한 것 같았다.

“어…그래, 그럼.”

“악기 줄까?”

“어어어…그래. 고마워.”

복제품들은 어색하게 원본들의 자리로 갔고, 원본들은 무대 옆으로 가서는 이다음 일어날 일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서…어, 말했듯이…우린 후타나리 슴챙 실패자고요, 그리고…어어어…잠깐만요.”

복제품들은 이다음에 무얼 해야 할지 몰라 한데 모였다. 복제 캔디스가 몸을 돌리더니 원본에게로 걸어왔다.

“무슨 일이야?”

“어…나 키보드 연주할 줄 몰라. 그게 내가 할 일이라고 듣긴 했지만…아무도 연주하는 법은 알려주지 않았단 말이야!”

원본 캔디스가 숨넘어가도록 낄낄거렸다. 밴드의 세 번째 멤버 프리스가 제 복제본에게로 갔다.

“기타 치는 법 알려줄까?”

“당연하지! 아니, 어, 내 말은, 그러면 고맙겠어.”

복제 애니가 느닷없이 지령을 기억해냈다.

“잠깐만, 근데 우리가 해야 할 일이…뭐라 그랬더라? 쟤네를 ‘뚜들겨 패는’ 거 아녔어?”

원본 애니가 끼어들었다.

“왜 우릴 뚜들겨 패야 해?”

“그러라 그랬거든.”

“너 우릴 뚜들겨 패고 싶어?”

“딱히. 우린 너네처럼 행동해야 하거든.”

“뭐, 적어도 우리같이 생기긴 했네. 어디서 왔어?”

“나도 잘 몰라. 일어나보니 밴 안이었어.”

“허. 그 전 기억은 없고?”

“어.”

“젠장. 뭐, 너 꽤 착해 보이는데, 우릴 닮은 사악한 로봇이 아닌 애야.”

“너도 그래. 더는 너넬 뚜들겨 패고 싶지 않아. 그러지 말라고 말해줘.”

“뭐?”

“우린 행동을 명령받아야 한단 말이야.”

“아. 우릴 뚜들겨 패지 마?”

복제본들은 단체로 한숨을 내쉬었다.

“고마워!”

“그뿐만 아니라, 더는 네가 그러고 싶지 않은 이상 그 누구에게도 명령을 받지 말 것을 전적으로 명령할게!”

관중이 열광하였다.

“정말 고마워!”

“좋아. 먼저, 서로 구분할 방법이 필요할 것 같은데. 신사 숙녀 관중 여러분, 누구 모자 빌려주실 분 없으신가요?”


'조각사'는 자기가 뭔갈 잊어먹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지만…아마 괜찮으리라. 복제품들은 서둘러 만들어야 했다. 하루 만에 일곱 개나 만드는 건 퍽 힘든 일이었다. 몇 가지를 빼먹었기에, 그중 몇 명은 바라던 것만큼 완벽하지 않았다. 취약점 골렘은 형편이 가장 좋을 때도 까다로운 작품이었다. '조각사'는 들이받힌 복제품 - 그래도 루이즈 뒤샹의 몸이 힘없이 박살 나는 광경을 즐기긴 했다 - 의 찰흙을 주워다가 다시 승합차로 가지고 왔다. '조각사'는 건물 종자를 땅에 심느라 바쁜 '건축가'에게로 돌아왔다.

“시간 됐어. 좀 전에 막 복제품들 풀어놓았고.”

“뛰쳐나가는 거 봤어. 완벽하게 똑같던데. 좋은 작품이야.”

“고마워. 네 건물도 준비됐고?”

“몇 분이면 돼. 녹음한 거 줘봐. 건물이 자라면 장내 방송 설비가 생겨날 거거든.”

'조각사'는 카세트테이프를 건네주었다.

“…농담하는 거겠지.”

“왜?”

“난 CD일 줄 알았단 말이야. 이건 못써.”

“씨발. 씨발! 잠만 기다려, 전화해서 오라고 할 테니까.”

'조각사'는 뒤로 돌아,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냅다 빼든 다음 '작곡가' 전화번호로 걸었다. 전화를 받기까지 연결음이 두 번 들렸다.

“여보세요?”

“샘. 너 나한테 카세트테이프 줬잖아.”

“어, 근데?”

“CD가 필요해.”

“씨발.”

“내 말이.”

“알았어. 좋아, 어, CD로 구워다가 한, 한 시간쯤-”

“시간이 없어. 이메일로 보내줄 수 있어?”

“어, 하지만 그래도 내 컴퓨터로 전송해야 해. 테이프 형태로밖에 없거든. 한 5분쯤 걸릴 텐데. CD 버너 있어?”

“지금은 없어. 그래도 두 블록 거리에 전자제품 가게가 있어.”

“잘됐네. 다 되면 바로 보낼게.”

“좋아. 잘 가.”

'조각사'는 화난 듯이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좋아, '건축가', 일단 시작해. 난 CD 버너 사러 가야 하니까, 진짜 씨발 금방 갔다 올게. 뒤샹 보면 그 새끼 흠씬 때려주는 것도 잊지 말고, 알겠지?”

“알았어.”


도시 반대편에서, 루이즈 뒤샹은 제 스튜디오 안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루이즈는 펠릭스가 즐기고 있을지 궁금했다.


오버갱 두드는 조이가 뒤에서 걸어오는 동안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었다.

“OG!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긴, 이 쌍놈아!”

“뭐?”

“미안, 미안. 그치만 이것 좀 봐!”

조이는 흐릿하게 빛나는 CRT 화면들을 들여다보았다. 전부 “탐린의 서”라는 글자가 나와 있었다.

“뭐야?”

“프로그램이 네 이름에서 막혔어. 더는 변하질 않아!”

“젠장, 왜 그러는 거야?”

“그 이유를 내가 안다면, 이 씨발 것이 문제가 되지 않겠지, 안 그래?”

“혹시 껐다가 켜-”

“끝까지 말하기만 해봐. 안 먹혀.”

“그럼 난 모르겠다. 바나나 한 조각 먹을래?”

“무슨 맛인데?”

“레몬.”

“좋아.”

오버갱은 바나나 한 조각을 가져다가 입안에 던져넣었다. 질척한 바나나 식감과 짜릿한 레몬 맛이 입안에서 흠잡을 구석 없이 조화를 이루어 불가능한 음식을 만들어내었다.

“이거 꽤 괜찮은데.”

“그래, 모두가 그렇게 말하더라고.”

“어쨌든, 이거 빨리 고친 다음에-”

사기꾼들!

오버갱 두드와 조이 탐린의 복제품들이 뜰 건너편에서 동시에 소리쳤다. 오버갱은 조이를 향해 돌아섰다.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 있었어?”

“그럴 리가.”

“뭐, 이런 상황에서는 유연하게 대처해야겠지. 야! 내 클론인지 뭔지 모를 놈! 이리 와봐, 손 좀 빌려줘!

복제품들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오버갱과 조이를 향해 걸어왔다.

“그러니까, 이거 돌아가게 만드는데 애로사항이 꽃피고 있는데 말이지, 내가 해본 건-”

오버갱의 복제품이 그의 얼굴을 후려쳤고, 선글라스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조이와 조이의 복제품이 지켜보는 와중에 오버갱은 턱을 문질렀다. 원본은 자리에서 일어나, 복제품의 얼굴에서 거의 흠 하나 없는 복제 선글라스를 빼와서는 자기가 썼다.

“네가 맞아, 사악한 클론아. 아직 때려보지는 않았어. 바보 같기도 하지! 잠깐 네 머리 좀 빌릴 수 있을까?”

오버갱이 복제품의 머리를 잡아다가 CRT 모니터 하나에 틀어박자, 유리 조각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먼지 쌓인 상자로부터 불꽃이 튀고 연기가 나면서 복제품은 몸을 뒤틀었다. 원본은 복제품을 잔해에서 끄집어내, 제 손을 복제품의 어깨에 올리고는 몸을 굽히게 만든 뒤, 가슴팍에 무릎을 꽂아 넣었다. 골렘은 눈을 큼지막이 뜨고는 폐에서 공기를 토해냈고, 오버갱은 반대쪽 무릎을 꽂아 넣고, 다시 반대쪽을, 또 그 반대쪽 무릎을 꽂아 넣었다. 오버갱은 거칠게 복제품을 땅바닥으로 밀어버린 뒤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서는 콰직 하는 소리가 나게 가슴팍을 밟았다. 복제품은 마구 몸을 떨며 구르더니, 서서히 환영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원본은 도움닫기를 하더니, 복제품이 생소지로 무너져내리기 전에 깔끔하게 머리를 차 날렸다. 오버갱은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선글라스를 추어올렸다.

“씨발놈의 골렘들. 제대로 주먹을 날리지도 못하지. 자 이제…”

오버갱은 미친 듯이 미소지으며, 조이와 얼이 빠진듯한 조이의 복제품에게로 돌아섰다.

“…둘 중 누가 복제야?”

조이는 바나나 조각이 한가득 든 접시를 들어 보였다. 복제품은 원본에게 애원하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이런 씨발, 너네 예술가들 아니었어?”

조이는 금속 접시를 복제품의 얼굴에다가 냅다 집어 던진 뒤, 배에 강한 잽을 지르고는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그러고는 어깨를 움켜잡고는 무릎을 걷어차, 원래라면 꺾이지 않은 방향으로 꺾어버려 제 도플갱어를 바닥에 눕혔다.

“아니. 우린 변칙예술가들이야.”

조이는 복제품의 머리를 강하게 밟아, 바닥에 납작하게 만들었다. 조이는 오버갱에게로 다가가 하이파이브를 하였다. 아직 아드레날린 과다 분비로 아찔한 고양감을 느끼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이 광경을 잘 연출된 격투 장면이라 생각하여 환호하기 시작하였고, 복제품들의 미적 완성도를 칭찬하였다. 오버갱은 이목이 끌린 것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이제 끝났으니 하는 말인데, 이 중에 프로그래머 있으신가요?"


'조각사'는 전자제품 가게 안으로 걸어 들어가, 곧바로 계산대로 향했다.

“누구 없나요?”

중년 남성이 뒷방에서 나타났다.

“요.”

“저기, CD 버너 있습니까?”

“뭐, 버너만 따로요?”

“네, 포장된 거로요.”

“음, DVD랑 블루레이 버너는 있어도, CD용은 요즘 없죠.”

씨발!

“이봐요, 내 가게에선 욕하지 마세요.”

“CD 구울 수 있는 거 아무거나 없습니까?”

“완제품 본체 중에 버너가 있는 게 하나 있던 것 같은데.”

“혹시 버너만 꺼내주실 수 있나요?”

“그렇겐 안 되겠네요.”

“아, 됐어요. 본체는 얼맙니까?”

“잠깐만요. 확인해보고 올게요.”

가게 주인은 뒷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조각사'는 조바심내며 발로 바닥을 탁탁 두드렸고, 주인이 돌아오기 전에 뒤에 있는 받침대에서 쓰기 가능한 CD 5팩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피 말리는 몇 분이 지나자, 주인은 큼직한 검은색 컴퓨터 본체를 들고 돌아왔다. 그는 본체를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여깄습니다.”

“안에 CD 버너 있고요?”

“넵. 가격은-”

.

'조각사'가 주인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자, 피와 뇌가 뒤편 벽을 칠하였다. '조각사'는 시체를 계산대에서 밀어낸 뒤, 전원 코드를 바닥에 끌며 본체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시연용 책상 위에 있던 넷북들을 바닥으로 전부 밀어내고는 본체를 그 위에 올려놓았다. '조각사'는 피가 천천히 말라가는 시체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가게 안에서 LCD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를 챙겼다. 컴퓨터가 서서히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조각사'는 본체에 이더넷 케이블을 연결하였다. 화면을 바라보자 화면에 갑자기 불이 들어왔다. '조각사'는 키보드를 연결한 뒤, 손님 계정으로 들어가 기본 웹 브라우저를 열고는, 본인의 이메일에 접속하여 '작곡가'의 CD 이미지를 다운받아, 주머니 안에 챙겨뒀던 CD 다섯 장에 구웠다. 여분도 있는 게 좋겠지. '조각사'는 생각했다. '조각사'는 앞문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가게를 나가면서 앞문에 달린 팻말을 ‘닫힘’으로 바꿔놓았다.

시체는 아침에서야 발견이 되었다.


당신은 아스홀과 히로와 함께 앉아, 프로토타입 예술 폭탄에 경건히 당신의 확인 코드를 입력하였다. 히로와 당신은 지난 몇 주의 대부분을 확장 메커니즘의 내부 구조물을 작업하는 데에 썼고, 실제로 그와 관련된 색깔을 고른 것은 아스홀이었다. 히로와 아스홀이 저만의 코드를 입력하였고, 모두가 뒷걸음질 치자, 불가능한 메커니즘이 스스로 안팎을 뒤집었다. 당신은 대화를 시작한다.

“이거 안전한 거 맞지? 전부 해제되었고?”

아스홀은 제 검지를 터진 색상 안에 찔러넣은 뒤, 다시 빼내어서는 당신에게 완벽히 온전한(밝은 분홍색이 되긴 했지만) 손가락을 보인다.

“봤지? 완벽하게 안전해.”

히로는 아직도 천천히 확장하고 있는 총천연색 구 안의 원점과 연결된 제 전화기를 계속 두들겼다.

“수치도 괜찮아 보여. 전부 안정한 것 같아.”

“좀만 속도를 높여봐!”

“알았어, 알았어. 잠깐만.”

히로가 터치스크린에 대고 손가락을 긋자, 공이 더 커지기 시작하였다.

“여전히 수치가 괜찮네. 이제-”

사기꾼!

당신이 뜰 건너편을 바라보자 아스홀과 거의 똑같이 생긴 사람이 보인다. 당신 옆에 서 있는 아스홀은 당신이 차고 있는 총을 빼가서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복제품의 머리에 총알을 두 발 쏘았고, 복제품은 찰흙이 되어 무너져 내렸다. 아스홀은 당신에게 총을 건네었고, 당신은 조심조심 총을 다시 집어넣었다. 권총 방아쇠는 아스홀의 손가락과 똑같은 밝은 분홍색이 되어있었다.

“계속해, 히로. 더 크게! 더 크게!”


'조각사'는 돌아오자마자 '건축가'의 씨앗이 서쪽 뜰을 둘러싼 흰색 대리석 홀로 자라난 것을 보았다. 모서리는 골목길을 지나 서서히 바깥쪽으로 기워나가며, 자연 월광을 가로막아 깜빡이는 형광등으로 바꾸었다.

“CD 가져왔어?”

“다섯 장. 여기.”

“훌륭해.”

'건축가'는 그중 한 장을 가져다가 대리석에 난 작은 홈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작곡가'의 노래가 재생되며, 황홀한 클래식 음악이 대리석 벽을 조화로이 감쌌다.

“그래도 어찌어찌 잘 했네.”

“그래. 소리 죽이는데.”

“무슨 일 하는지는 알려줬어?”

“대강 말하자면, ‘타인에 대한 예술적 존경심이 저하’돼. 다른 이들의 작품들을 싫어하게 만들지.”

“그것참 볼만하겠는걸.”

“그래. 일단 건물 안에 작품이 더 많이 들어온다면, 그 작품들만 꼽아서 비평하기 시작할 거야. 난 이제 건물 자라나는 거 확인하러 가야 해. 벽 안으로 다른 사람을 빨아들인다던가 뭔가 바보 같은 짓 하면 안 되니까.”

“좋아, 난 이제-”

'화가'가 확장하고 있는 대리석 복도를 내달려, 두 명에게로 곧장 향해왔다.

“그 씨발놈 왔어.”

“누구? 뒤샹?”

“뒤샹 말고, 이 멍청아. 그 영국놈 말이야. 내 작품에다가 스텐실 그림이나 잔뜩 그리고 말이야.”

“썅. 청소부한텐 말했어?”

“'청소부'를 찾을 수가 없어.”

“쌰아아아앙. 좋아, 권총 여기 있어. 좇아서 그 새끼 쏴버려.”

“쏘긴 뭘 쏴, 임마. 나 총 잘 못 다루는 거 알잖아.”

“알았어, 알았어. 내가 직접 처리할게. 넌 이 건물 안에 남아서, 작품 몇 개 전시하면서 너 할 일해.”

“알았어. 고맙다 임마.”

'조각사'는 대리석 바닥에서 자갈이 고르지 않게 깔린 길로 나왔다. 일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사람 몇 명은 쏴야 하니까 말이다.


“누가 보냈는지 조금도 궁금하지 않은 거야?”

“내가 더 궁금한 건 왜 이 썩을 것이 작동하지 않냐는 거야.”

조이와 오버갱은 앉아서 바나나 맛이 나는 레몬 조각을 빨아먹고 있었다. 골렘의 찰흙 육신은 손도 대지 않았다.

“진지하게 생각해봐도 우릴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생각이 안 나. 뭐, 적어도 우릴 콕 찝어서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 말이지.”

“사실 비평가네를 제외하면 우리가 가장 큰 세력이잖아.”

“'비평가'가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설마. 그 인간은 바보가 아니야. 우릴 죽이고 싶어 했으면 깔끔하게 해냈겠지.”

“잠깐만, 다른 애들도 확인해봐야 하는 거 아냐? 뭔 일 없는지?”

“걔들은 괜찮겠지. 여기 모두가 제 몸 하나는 건사할 수 있잖아.”

“맞는 말이긴 해. 난 그냥-”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좋아, 실크햇을 쓴 나를 닮은 사악한 로봇이 아닌 애야, 우린 꽤 멋진 이중창을 할 수 있을 거야! 하이파이브!”

애니는 자신의 복제 골렘과 새로운 친구와 함께 손바닥을 맞부딪혔다. 꼭 없었던 여자 형제가 생긴 것 같았다.

“좋아요, 이다음 곡은 아주 훌륭하고, 부드러운-”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임계점을 넘었어!”

당신은 예술 폭탄이 색을 번쩍이며 폭발하여, 뜰을 총천연색 액체로 덮어버린 뒤 몸을 추슬렀다. 히로는 폭탄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것에 기뻐하며 얼굴에서 파란색을 닦아내었고, 아스홀은 방방 뛰고 환호하며 다시 하자고 말하였다. 당신은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그때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펠릭스는 군중 속을 뚫고 가다가, 느닷없이 큼직한 검은색 인영에게 부딪혔다.

“죄송합니…아. 안녕하신가, 오랜 친구여.”

'청소부'는 뒤를 돌았고, 방독면 필터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

“반갑습니다, 펠릭스. 오래간만이군요.”

“좀 즐기고 있나?”

“전 오늘 밤 당직입니다. 여긴 안전한 장소가 아니에요.”

펠릭스는 키득거렸다.

“이곳보다 더 위험한 장소에도 있어 봤다네, 친구여. 자네도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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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는 공연을 계속하였다. 수천이나 되는 투명 거미들이 기어 다니며 작은 서커스를 이루어, 린트 공으로 저글링을 하거나 종이 클립을 굽히기도 하고, 그중 가장 인상적이지 않은 것은 투명한 상태로 공중그네를 타는 것이었다. 다음번엔, 리타가 생각하길, 거미들을 데려오기 전에 페인트에 담갔다 빼야 할 것이었다. 아니면 작은 점프슈트를 짜주거나. 리타가 거미 한 마리에게 타고 올라오라 손가락을 내밀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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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뒤샹은 멀리서 나는 소리를 들었다.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조각사'는 최대한 조용히 목표물의 뒤를 밟았다. 그는 목표가 포스터 두 장을 훼손하는 것을 보았고, 그다음에 훼손할 포스터가 있는 장소를 알고 있었다. '조각사'는 앞질러가기 위해 뒷골목을 달려내려 갔고,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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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는 '건축가'의 성장하는 전시관 안에 자신의 포스터를 붙이고 있었다. '작곡가'의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깔려 있었다.

“잠깐만. 내가 포스터를 이 안에다가 붙이면, 음악 때문에 사람들이 결국 포스터도 싫어하게 되는 거 아냐?”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비평가'는 멀리서 나는 소리를 들었다.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탠저린은 자기 작품 근처에 앉아, 정교한 색상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탠저린은 요원이긴 해도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일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현실의 표면을 가지고 장난치는 일을 즐겼다. 그런 일에는 언제나 로맨틱한 느낌이 있었고, 거기서 탠저린은 즐거움을 얻었다. 어쩌면, 은퇴한 뒤에는 언덕 위에 아담한 집을 한 채 얻어다가 풍경화를 그리며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찌 일개 그림이 이 일을 하면서 본 것들에 비견될 수 있겠는가? 탠저린은 천재들이 고작 손끝에서 기적을 빚어내는 것을 보았고, 그것이 좋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거듭하고 거듭하여, GOC 훈련이나 재단을 통해 들어왔지만…그가 목격한 것은 행복한 사람들이, 작품을 통해 서로를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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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요원은 시체 더미 앞에 섰다. 중앙 뜰에 떡하니 놓여 있었다. 그린은 속으로 시체 더미를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것으로 정해두었다. 그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확인하여, 신원을 파악하고, 최근친들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길고 고된 작업이겠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그린은 신경 쓰지 않았다. 중요한 일이었다.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린은 위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나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눈에 띄는 빨간 풍선이 건물 옥상에 매달려 있었고, 풍선 밑에 큼직한 스피커가 있었다. 그린은 본능적으로 손을 움직여 권총을 꽉 쥐었다. 스피커에서 심하게 왜곡된 음성 메시지가 터져 나왔다.

안녕 여러분! 직접 오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다들 이해해줄 거라고 믿어요. 뭐 알잖아요. 할 일이 있고, 죽일 사람이 있는 거. 여러분 중 몇몇은 지난 며칠간 사적으로 날 알게 되었을 거고, 잘 알겠지만 내가 여러분 존나게 소름 돋게 만드는 거 진짜 즐기잖아요. 그치만 이 좆같은 가식은 인제 그만 떨 때가 되었네요.

그린 요원은 분명 상당히 겁을 먹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도시 전체에서 들을 수 있을 만큼 컸다.

난 보기보다 그렇게 미치지는 않았어요. 아니, 오히려 보이는 것보다 살짝 더 미쳐있다고나 할까. 솔직하게 말하죠. 저 시체들은 의자로 써도 그닥 편안하진 않아요. 하지만 일단 하나를 얻으면, 전부 모아야 하잖아요, 안 그래요? 어쨌든. 호도해서 죄송합니다만, 솔직히 말해서 당신네 작은 패거리에는 더 관심이 없어졌어요. 당신네는 지루하고, 재미없으며, 좆나게 평범해요. 그렇지만 우리 사이에 한 거래 중에서 제가 계속 가지고 갈 것이 딱 하나 있네요. 전 항상 유행어를 갖고 싶었어요.

그린 요원은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였다.

싹둑. 싹둑. 싹둑.

마지막 싹둑 소리와 함께, 풍선이 떨어졌다. 거의 슬로 모션으로 떨어지다시피 아래로 떨어져, 시체 더미 한복판에 곧바로 부딪혔다. 풍선 옆쪽이 불룩 튀어나오더니, 충격 때문에 터지며 박하색 점액이 터져 나왔다. 최악의 상황에는 대비해놓았지만, 이런 상황에는 대비한 적이 없다. 그린 요원의 머릿속에 아주 끔찍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시체.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벌써 불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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