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즌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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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목과 허리 사이에 새로운 패치를 붙이십시오.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일 새로운 곳에 패치를 붙이십시오. 8주 이상 사용하지 마십시오. 약한 피부 발진이 일어날 경우 패치를 뗀 후 다시 붙이십시오. 심한 발진이 일어날 경우, 주치의와 상담하십시오.

앙리 드몽포르는 한숨을 쉬고, 큼지막한 니코틴 패치에서 보호 필름을 떼어낸 후 왼팔에 붙였다. 그는 그게 흡연 욕구를 억누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눈꼽만큼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패치를 붙인 자리가 성가시게 근질거릴 뿐이었다. 그는 삐걱이는 딱딱한 의자에 기대 관자놀이를 천천히 문질렀다. 두통이 일기 시작했다.

"지휘관님, 찾으시는 분이 있습니다."

드몽포르는 부사령관인 해머스미스 보좌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 젊은이의 금욕적인 얼굴은 오른 뺨의 크고 삐뚤한 흉터때문에 살짝 뒤틀려있었다.

"별로 방해받고싶지않네, 보좌관. 한 시간 뒤에 다시 오라고 말해."

갑작스레 찾아온 두통때문에 드몽포르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아니, 내일 오라고 말하게."

"살라흐 자이리입니다, 지휘관님."

해머스미스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떨렸다.

"그 사람이 지휘관님께선 자기를 만나 줄 것이라 했습니다."

살라흐. 그 이름은 드몽포르에게 복잡한 감정을 일게했고, 여러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불평불만에 가득찬 포악한 그 어린 남자를 처음 만났던 것으로부터 이십 오년이 훨씬 넘었다. 그 남자는 계획에서 강철과 같이 단련되었다. 길디 긴 신학 토론을 하는 동안 그는 격양된 듯 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고, 드몽포르가 지옥불로 뛰어들려 할 때 마다 그의 어깨를 굳센 손으로 잡아끌었다. 그 때 부터 둘 사이에는 험한 말이 오갔고, 신앙의 이름으로 더 심한 일을 저질렀다.

딱히 그런 일 때문이 아니더라도, 드몽포르는 이제 그 남자랑 같이 어울리기도 싫었다. 마지막 석 달간은 프로젝트 말레우스는 큰 타격을 입었고, 지평선 계획에서의 드몽포르의 입지도 위험해졌다. 전술상의 실수, 그의 수하들이 저지른 쓸데없는 열정, 작전 중 잘못 내린 판단, 이것 모두가 한데 뭉쳐 닥쳐왔고, 마지막으로 살라흐가 이 모든 것을 힐난했다. 아직도 그와 그 사내간에는 드몽포르가 만남을 충분히 거절할만큼 많은 앙금이 쌓여있었고, 살라흐도 그 사실을 아주 잘 아는것처럼 보였다.

"들어오라 하게."

보좌관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 잠시 후 그는 드몽포르보다 십년쯤 젊어보이는 가무잡잡하고 날카롭게 생긴 남자와 돌아왔다. 친숙한 얼굴이면서, 낯선 이의 얼굴이었다. 드몽포르는 앉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악수를 청했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살라흐는 손을 잡았다.

"살라흐."

"드몽포르."

어느정도 예상했지만서도 사내의 목소리에 들어있는 냉기는 와 박혔다.

"앉게. 꽤 오래 운전했을텐데."

"고맙다만, 그냥 서 있을게."

"그럴줄 알았다, 자네 마음대로 하게."

드몽포르는 자리에 털썩 앉아 멍하니 니코틴 패치를 긁었다. 정말로, 담배를 피고싶었다. 살라흐는 책상 바로 맞은편에서 그를 지긋이 쳐다보고있었는데, 드몽포르가 달갑지 않은 방문객이 여기 온 이유를 생각하느라 골머리를 썩이게 하려는 것 같았다. 안된 일이지만, 드몽포르는 금새 이유를 알아냈다.

"시계 모양의 우상 때문인가?"

갑자기 살라흐 주변에 흐르던 냉랭한 분위기는 날아가고, 분노로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뿐일까, 앙리!"

고통스러운 표정이 젊은이의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그는 갑자기 힘이 빠진 듯 드몽포르의 맞은편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건… 그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었어. 그건 신성한 것이었다고, 앙리. 나는 그것에서 목소리를 들었어. 그분의 음성을."

"그건 신성 모독이네, 살라흐. 다른 사람들보다 네가 더 잘 알텐데."

"자넨 거기 없었잖아, 앙리. 나는 들었다고. 그건 기계나 숭배하는 놈들의 우상이 아니었어. 그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고."

살라흐의 눈에 분노가 다시 타올랐다.

"네 수하들 덕택에, 이제 아무도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되었고."

드몽포르는 그 남자의 강경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별로 말 할 것이 없었다. 라시드와 그 수하들은 우상을 파괴하기 위해 규정을 어겼다. 프로젝트 말레우스는 그 결정이 옳은지 판단할 기회조차 없었고, 결국 그들은 이런 무분별한 행위들 때문에 지금 손이나 더럽히는 일을 하는 단체로 전락했다. 물론, 그는 살라흐 앞에서 이걸 인정하지는 않았다.

"뭘 말하고 싶은건가, 살라흐?"

"다신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잘 관리해! 네가 첩보원이라 부르는 그 미친개들한테 목줄 잘 채우라고! 목소리는 잊어버려, 앙리. 거기에는 여자와 어린 아이와 늙은이가 있었어. 겁에 질린 것 마냥 단순 무식하게 일을 처리하던 때는 지났어. 이제 자네와 자네의 그 늑대들은 사실상 전문가나 다름없다고. 앙리, 도대체 네게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이번에는, 드몽포르가 쇳물 마냥 목구멍에서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자네가 더 잘 알잖나, 살라흐. 자넨 거기 있었으니."

살라흐는 눈을 돌렸다.

"이제 그만하자, 앙리. 그건 너 자신을 위한 것이었지, 계획을 위한 것이 아니었잖아. 넌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있고, 결국 넌 너를 포함한 우리 모두를 망가뜨리고 말거라고."

머리가 다시 욱신거렸다. 이건 친구놈때문이다. 그는 살라흐를 무시하고 늘 그래왔다는 듯이 행동할 수 있었지만, 이제 그럴 시간마저도 다 지나갔다는걸 알고있었다. 그래서 그는 지난 몇 년간 좀 색다른 전술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완전히 정직하게 말하는 것이다.

"지난 몇 달 꽤 힘들었네, 살라흐. 내 수하들하고 난 해서는 안 될 짓을 했지. 나는 계획에서 일을 시작할 때 자네와 나 사이에 견해의 차이가 있다는걸 알고있어. 하지만 아무리 자네라도 우리가 이렇게 무자비하게 행동하는건 우리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라는걸 인정해야해. 그리고 그 몇 달 동안, 나는 주님을 대행하여 옳은 일을 하고있다는데 한 점 의심도 하지 않았네. 우리 둘 다 바뀐걸세, 살라흐. 뭔가가 부서진거지."

살라흐 뿐만 아니라 그 자신도 이 사실을 막상 인정하고나니 기분이 묘했다.

"그럼 그 뭔가를 좀 해봐, 앙리. 너무 늦진 않았어."

"그럴거네. 몇 가지 대책을 찾아보고있네. 아마 몇 몇이 바뀔걸세, 살라흐. 이걸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나 뿐만 아니라는걸 바라고 있다만."

"심판소 말인가?"

드몽포르는 얼굴을 찌푸렸다.

"늙은 독수리 떼를 말하는 건가?"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그 사람들 잘못도 아니잖아. 당연히 네 잘못도 아니고."

드몽포르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그 말을 무시했다.

"그런 것은 상관 없고, 아무튼 잘 될걸세, 살라흐. 내 약속하지. 나는 이번일로 자네한테 빚을 졌네. 그 인간들한테도 말이야."

방에 들어온 후로 처음, 살라흐는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옛적의 자네처럼 말하는데, 앙리."

"하, 그러지 않기만 바라. 그 끔찍한 기생오래비로 되돌아가라고? 그런건 한 번으로 족해. 자네가 여기 있을 때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말이지-"

살라흐의 벨소리에 드몽포르의 말은 끊겼다. 드몽포르는 그가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을 벨소리로 지정한 것에 놀랐다. 그는 벨소리 갖고 트집을 잡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살라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무슨 일인가, 살라흐? 또 심판소인가? 이단이 발견되었나? 거기에 어린아이가 있대? 이봐, 좀 대답하지 그래!"

"매리앤이… 진통이 시작했대…"

살라흐는 순식간에 코트를 움켜쥐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문으로 급하게 갔다.

"살라흐, 잠시만!"

살라흐는 마지못해 멈췄다.

"계획에 관한 거라면 나중에 해줘, 앙리. 난 지금-"

"그런게 아니네. 잠시만 기다려봐."

드몽포르는 책상 서랍을 뒤져 물건 두 개를 꺼내 살라흐에게 주었다. 하나는 에라스무스 로테로다무스가 쓴 《기독교 군주의 교육》의 낡은 가죽정장본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밝은 파란색 봉제 토끼 인형이었다.

"매리앤과 아이 선물일세. 결혼식에 참석 못해서 미안해, 살라흐.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알잖나."

살라흐는 고개를 끄덕이며 드몽포르의 어깨를 툭 쳤다. 그리고 토끼 인형과 책을 옆구리에 끼고 방을 뛰쳐나갔다. 드몽포르는 머리를 흔들고 팔을 긁적였다. 그리고 잠시 고민을 한 뒤 니코틴 패치를 뗐다. 그는 은제 담배갑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다시 자리에 앉기 전에 깊게 빨아들이며 밀려오는 나른함을 즐겼다.

해야할 업무가 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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