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를열매의 잃어버린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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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하게도 스팽코 박사는 가니메데 규약이 발동한 이래 지렁이 젤리를 하나도 얻지 못했다.

그때 사람들은 으악 꺄악 하는 비명소리들을 잔뜩 질렀다. 스팽코가 엿듣기로는 따까리 박사들은 "나이트메어 리전트 레드" 이야기라든가 엄청 키 크고 뚱뚱하고 골치 아픈 "걸신아귀"라면서 성씨가 엄청 어렵게 생긴 누구 이야기를 하곤 했다. "XK" 이야기도 자주 나왔는데, 그때마다 따까리 박사들은 괴로움에 빠졌다. 어떤 박사는 울었다. 어떤 박사는 자살했다. 스팽코는 기운도 북돋워줄 겸 해서 전에 상도 받았던 그 요들 솜씨를 누차 보여줬는데, 뭐 때문인지는 도저히 모르겠지만 맨날 박사들 귀에서는 피가 줄줄 샜다.

무지 불쾌한 따까리 박사 한 명은 "이런 위기상황에 군것 하나 없애야지"라면서 스팽코를 가스실에 쑤셔넣었다. 스팽코는 심기가 되게 불편해졌다. 시안화칼륨은 자기 만성 천식에 전혀 도움이 안 됐기 때문이었다. 스팽코는 곧 기침을 시작했고, 기침 소리에 가스실은 우르르 무너지고 뭉게뭉게 깔려 있던 가스는 따까리 박사의 콧구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박사는 장기자랑으로 유체이탈을 보여주더니 천국의 슈퍼마켓으로 가버렸다.

그리고 얼마 안 지나서, 그 키 크고 뚱뚱하고 골치 아픈 놈이 와서 스팽코네 누추한 집을 짓밟았다. 아주 진작에 오만 데 불이 나 가지고 와르르 무너진 곳이기는 했는데. 벽에 난 구멍으로 스팽코는, 커다랗고 재빠르고 쇠로 된 메추라기뜸부기들이 그 비늘투성이 거인 주위를 쌩쌩 돌면서 배에서 번개 작살을 쓩쓩 쏴대는 모습을 봤다. 하늘이 그 키뚱골 걔 쪽으로 쇠알들을 여러 번 휭 낳아 떨궜는데, 떨어질 때 생기는 버섯들이 아주 볼만했다. 깃털이 좀 약간 뜨거워지려고 하긴 했다만.

그것 참 홀딱 반할 만한 광경이었는데, 이 쇼에 금상첨화로 딱 좋은 지렁이 젤리는 주변에 하나도 안 보였다.

그때 이후로 많은 해가 지났다. 스팽코는 지렁이 젤리를 한 개라도 찾아보려고 오랫동안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어느 동네를 가도 편의점은 방사성 재로 바뀐 채로 있어서 전혀 편의가 안 됐다. 이 착한 박사의 뱃속이 좌절감 속에 꾸르륵 뒤틀렸다. 먼저 세상 하직한 분 살 뜯어먹는 건 위생에도 안 좋고 맛도 없고, 더구나 어쩔 수 없는 필요성의 산물이었다. 다들 알겠지만 지렁이 젤리는 황금 옥수수 시럽의 왕좌에 착좌하신 디오니소스의 산물이고.

스팽코가 하날님의 따까리 가금류 중에 하나 같았으면 그때 미리 나이 왕창 처먹고 진작에 회색 작대기 여러 개로 변신해 버렸겠지만, 흙 속으로 돌아가더라도 적어도 지렁이 젤리 5,000,000개 못 먹으면 안 가겠다고 스팽코는 진작 다짐했더랬다.

어쩌면 걸신아귀 땜에 완전 낭패를 봐서 다들 씨가 말랐을지도 몰라. 라고 생각하면서, 스팽코는 먼지와 뼈로 가득한 채 빈 재단 사무실 건물에 서서 잿빛 하늘에 뜬 보름달에 대고 애통한 깨액 소리를 울려 퍼뜨렸다.

전화가 울렸다.

스팽코가 책상 위로 뛰어올라갔다. 그리고 대고 말하는 기계를, 잘은 모르는데 다른 걸 하는 기계 위에서 들쳐 올린 다음 스피커에다 귀를 갖다댔다.

"내 말 들리나?" 전화 저편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O5-12다. 가니메데 규약이 해제되었다. SCP-2317-K가 무효화되었다. 반복한다, 걸신아귀가 무효화되었다. 남아 있는 재단 인원이 있다면 누구라도— "

"오우, 파입십이!" 스팽코가 말했다. "이 다 뭐산 일이라?"

"…2337, 자넨가?"

"게 나지. 깨액!"

"이런 무슨, 세상이 생지옥이 됐는데 어떻게 자네가 살아남았구만. 그 청산가리 약은 어떻게 된…"

"청맹과리? 푸왓! 기침 시쿠더오, 많이게. 네헌테난 목조를열매 있오? 고 키 뚱뚱 골치프기가 토네도 탱고 추고 나네까나 하나 목조를열매를 전연 못보샀어, 라네 이몸이."

"지렁이 젤리라니. 제발 신이시— " 목소리가 주저하다 다시 나왔다. "그래, 사실 여기 서쪽에 목조를열매가 아주 보물같이 쌓여서 있다네. 방향을 들어보겠나?"

스팽코 박사는 헉 놀랐다가, 강력하게 한 마디를 외쳤다. "당그은치!"

"그래그래, 작게 좀 말하게 내 귀 안 나가게, 스팽코 박사."

"나그가 '자께좀마라게 내기안나'로 가라말오?"

"관두자 원. 어쨌든 내 말 잘 듣게.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SCP-2000'이라는 곳이 있다네. 기계가 가득한 곳인데, 거기서 버튼만 몇 개를 누르면 마법의 노예들을 만들어서 자네가 갖고 싶은 지렁이 젤리들을 몇 개든지 만들도록 시킬 수 있어."

"회계감사하이다, 파입십이! 하면 안녕지오!"

그리고 이 착한 박사는 그곳을 쏜살같이 떠나며 지가 서쪽이라 생각하는 곳으로 날아갔다. O5-12가 이어서 말하는 더 자세하고 더욱 중요한 지시사항들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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