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말 (역설적 은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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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붉은 다른 말이 나오더니 그 탄 자가 허락을 받아 땅에서 화평을 제하여 버리며 서로 죽이게 하고 또 큰 칼을 받았더라


사이렌이 제12기지에 울려 퍼졌다. 건물 전체의 화면들이 깜박거리더니 노이즈로 채워졌다. 텔레비전과, 핸드폰과, 컴퓨터와, 게임보이가 모두 켜졌지만 아무 것도 뜨지 않았다. 연구원들은 그들 본부로 통하는 홀을 가로질러 뛰어가, 시스템을 점검하고 통제하려 했다. 그 동안, 선임 연구원인 자이델만 박사는, 그의 연구실에서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컴퓨터 모니터가 조용히 노이즈로 지직거렸다. 그의 옆에 놓인 전화기는 미친 듯이 울려대고 있었다. 모든 회선에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다.

“그럼 다시 한 번 리셋시켜, 데일.” 자이델만이 전화기에 소리쳤다. “그냥 계속 시도해보라고, 영더러 계속 시도해보도록 할 테니까. 그냥 해 봐. 잠깐, 다른 전화가 왔네.” 자이델만이 2번 회선을 눌렀다. 모든 구역 담당자들이 동시에 그에게 전화를 걸어대고 있었다. 물론, 저마다 좋은 이유를 가지고.
“자이델만입니- 아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네. 1419가 이랬던 적은 전혀 없는데.” 자이델만이 노트를 갈겨썼다. “… 알겠네. 좋아. 그래, 모든 매체가 영향을 받았네. 텔레비전 말고도. 고맙군. 방해 전파 발신기를 리셋해보게. 내가- 내가 방금 데일과 통화를 했는데, 지금 그도 그러고 있을 거야. 한번 전화해보도록. 다른 전화가 왔군, 실례하지.” 그가 4번 회선을 누르며 숨을 들이쉬었다.

“자이델만입니다.” 그가 응답을 기다렸다. “자이델만 사무실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하나하나씩, 회선들이 끊기기 시작했다. 곧 사무실은 조용해졌고, 컴퓨터 모니터가 노이즈로 지직대는 낮은 소리만 들렸다.

천천히, 자이델만이 전화기에서 눈을 떼고 모니터를 올려다보았다. 노이즈 화면이 화려한 형형색색의, 파란색과 회색의 간단한 만화로 바뀌었다. 그는 화면의 장소가 SCP-1419의 각 방송을 녹음한 주 실험실임을 알아챘다. 그의 동료로 보이는 회색 형체는, 컴퓨터와 책상 너머로 쓰러졌다. 빛나는 붉은 피가 화면에 흩뿌려졌다.

“안녕 여러분! 광대 보블입니다, 오늘 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갖가지 색의 종이 조각과 리본의 자그마한 폭발이 화면 가운데에서 일어났다. 그 모든 것이 가라앉자, 키가 크고 화려한 색깔의 형체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팔을 활짝 벌리고 있었다. 노란 머리에 큰 분홍 코를 하고, 허리 아래로 피에 흠뻑 젖은 광대였다.

자이델만이 자리에 앉은 채로 얼어붙었다. 그는 머릿속에서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광대가 그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오늘은 정말 특별한 에피소드랍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죠! 맞습니다요, 오늘은 광대 보블 쇼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될 겁니다! 정말 슬프지 않나요?” 보블이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다 괜찮아요!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저한테 배울 수 있을 테니까. 완전 새로운 쇼를 시작할 거거든요.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쇼랍니다, 재단에 있는 우리 친구들 덕택에 말이죠. 저한테 이 환상적인 새 신호를 보여주신 과학자 친구들 덕분에, 어디든지 갈 수 있게 됐답니다!”

“연극적이군, 언제나처럼,” 늙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곳에서 들렸으되, 어떤 곳에서도 들려오지 않았다. “박사, 떠나시오.” 잠깐의 침묵이 있었다. “제발.”

자이델만 박사는 사무실에서 도망쳤다.

“… 그리고… 당연히. 당신이 여기 계시는군요, 이제.” 광대가 눈을 비비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리 나오세요, 얘기를 할 거라면. 아무 데도 안 갈 테니까.”

343이 나타나, 자이델만의 의자에 앉았다. 홀로. 보블은 텔레비전 너머로 음흉하게 바라보았고, 찢어질 것 같은 미소를 지었다.

“흠? 이건 또 뭘까? 당신의… 프로젝트는 어떻게 하고? 재단이 당신한테… 입양시켜준 그 여자애는?”

“그녀는 떠났다.” 늙은 남자가 우울하게 대답했다. “가버렸다고.”

“…그리고?”

“돌아오지 않겠다더군. 우리는 첫 번째를 잃었다.”

“오, 그래서 그런 거였구만!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여자애가 성질이 나서는 도망가서 삐진 거였구만.” 보블이 싱글벙글 웃었다. “그래서 그건 망했군. 대단하시구만! 그래서 이제 계획은 뭐죠, 대장님?”

343은 조용히 앉아있었다.

“… 아주 좋군요. 좀 더 열정적으로 할 줄 알았는데. 한 쪼만한 여자애가 집에서 도망가니까 이 거대하고 턱수염 난 개자식은 무너지시는구만! 제발! 이미 정답을 알고 있으면서.” 보블이 한숨을 내쉬며, 눈을 굴렸다.

“그럼, 뭔가, 광대여?”

“이 모든 세월 전에, 당신이 말 했던 그게 뭐였더라…? 오 잠깐만, 생각났다.” 그가 등을 구부리며, 지팡이를 휘두르는 흉내를 냈다. “오오오오오 반드시 항상 넷이어야 한다! 네 기사는… 그 다음은 기억 안 나는 뭔 개소리였고.”

343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냥 말해 버리시지.”

“네 명의 조력자가 필요하시다면, 가서 하나 구해오라고. 당신의 그… 예언을 채울 하나가 필요하다면, 가서 하나 만들어 오라고요. 정말 간단하죠. 텔레비전도 안 봐요? 요즘 사람들은 정복 따위 기억도 못 한다고. 그건 전쟁의 부속품 정도로 취급된다니까!” 그가 낄낄거리며, 몸을 기댔다.

343은 기다렸다.

“역병. 다섯 번째 기사는 모두들 열심히 떠들 것 같은데. 오, 언제나 전쟁과 죽음은 기억하고, 어쩌면 기근도, 하지만 정복은 절대 아니야. 아니지 아니고말고, 항상 역병이라니까. 어쩌면 대신에 기근을 까먹을지도. 뭐 어쨌든. 그게 요점은 아니니까.

343이 눈을 가늘게 떴고, 광대는 더 크게 웃었다.

“그으으래, 그래, 이제 이해가 가시나 보군요. 그리고 내가 누굴 이야기하는 건지 정확하게 아시겠죠, 그렇죠?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녀가 뭐가 특별하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 일에는 괜찮을 것 같은데. 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해요? 그녀는 당신의 그 소중한 작은 공주님을 대신하지는 못하겠지만, 필요한 건 채울 수 있을 테니까, 음?”

343이 뒤로 몸을 기댔다.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군.” 그가 한숨을 쉬었다. “어쩌면… 어쩌면 이걸 받아들여야 할지도.” 그가 이마에 손가락을 두드렸다. “짜증나는 젊은 여자라. 하지만 너보다 짜증나게 할 리가 없지. 그래, 그게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군. 네가 두 번째고, 그녀는 첫 번째 기사가 되겠어.”

“훌륭하십니다. 그만 가보시죠, 그럼.” 보블이 343에게 손을 내저었다. “붙잡아 두고 싶지 않네요, 대장님. 할 일이 많아서요.”

343은 잠깐 화가 난 듯 했지만, 곧 그냥 한숨을 내쉬었다. “나에게 명령하지 말라, 광대.”

“전 그냥 도우려고 할 뿐입니다. 제 생각에 그만 시작하는 게 좋겠군요, 어쨌든.” 보블이 몸을 세우고, 돌아서서, 오른쪽으로 걸어나갔다. 카메라는 그와 함께 움직였다. 카메라가 움직여서는, 곧 촛불과 횃불로만 밝혀져 있는 거대한 대성당을 비추었다. 마치 보블이 세트장에서 걸어나가 다른 세트장에 들어간 것 같았다. 광대는 전과 같이 밝고 명랑한 모습이었고, 제단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나들이를 나온 것 같았다.

343이 화면에 나타났다. “조금… 불경스럽군, 그렇지 않나? 심지어는 네게도.”

“저한테요? 오, 물론이지요. 저는 어찌됐건 저주받았고, 항상 메시아가 되고 싶었으니까.” 그가 343을 돌아보고, 조용히 낄낄거리며, 손을 비벼댔다. “꼬맹이들하고 그렇고 그런 것들을 용납하나니, 그들을 내게 모두 데려오라.”

343이 눈을 굴렸다. “네가 내 말을 굳이 흉내내야겠다면, 좀 더 나은 걸 고르는 게 좋겠구나. ‘나는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 같은 게 어떻겠느냐?” 그가 잠깐 말을 멈추었다. “쓰여진 대로, 나는 네게 거대한 검을 주러 왔는데. 하지만 오늘날에는 인간들이 검을 내려놓고 집어든 것이…”

“총이지요! 네, 네. 타타타탕, 씨발, 타당. 총이 이 현대적인 세상의 모든 분노를 나타내지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에요. 하지만 기회는 진보와 함께 오기 마련이죠!” 보블이 말을 멈추었다. “괜찮으시다면, 진짜 검은 생략하기로 하지요. 결국, 오늘날에, 텔레비전 안테나보다 더 나은 검이 뭐가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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