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육체를 만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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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말론 박사님.

전 이번 프로젝트의 인사 담당 캐롤드 입니다. 소개는 필요 없으시다고요? 까칠하시네요.
이렇게 절 찾아오신 걸 보니, "은밀한 육체" 프로젝트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 라고 해석하면 되는 건가요? 워워, 진정하세요. 물론 프로젝트의 자세한 내용도 알려주지 않고 다짜고짜 "보상"만 알려드린 채 선택을 강요한 건 진심으로 사죄를 드립니다. 하지만 이번 계획은 최고 기밀로 취급되기에 이 부분은 이해해 주셔야 됩니다. 만약 쓸데없이 입을 놀리면 죽어도 죽을 수 없는 상태가 되실 수 도 있으시니 조심해 주세요. 이건 협박이 아니고, 비유도 아니고, 문자의 뜻 그대로 입니다.

어디보자, 우선 이 계획이 세워지게 된 계기부터 설명해야겠군요. 박사님도 알다시피 우리, 혼돈의 반란은 그 이름 답게 재단에서 떨어져 나온 분파 조직입니다. 우리들에게 있어 재단은 최대의 골칫거리이자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꿀단지이기도 하지요. 그렇기에 재단을 대상으로 수 차례의 작전들을 펼쳤습니다. 예를 들면 평범한 고양이로 위장한 개체를 재단에 침투 시킨 첩보 활동과 수 년 뒤에야 특성이 나타나는 거울을 이용해 재단의 헛점을 찌른 우아한 계획은 성공적인 작전의 표본입니다.

이러한 작전들로부터 얻은 이익은 조직이 만족할만한 수준이었으나, 안타깝게도 너무나 단기적이었습니다. 그들이 우리의 작전을 모두 이해한 순간 더 이상의 이익은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쉬운 상황 속에서 우리의 유능한 인재들은 역발상을 해냈습니다! 계획을 모두 이해했기에 이득을 얻을 수 없었다면 반대로 재단이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이용한다면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는 장기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겁니다!

자, 이 사진들을 봐주세요. 이런, 점심을 드셨냐고 먼저 물어봤어야 했는데, 청소부를 불러야겠군요. 이게 뭐냐고요? 우리들의 놀라운 과학력과 신비한 물체들을 이용하여, 수 많은 실패 끝에 탄생한 선물입니다, 귀엽죠? 어우, 화내지 마세요. 농담도 못합니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 개체는 자신을 인지하려는 모든 생명체와 물체들의 인식 능력을 무효화 시킵니다. 한마디로 이 방에서 개체가 박사님에게 키스를 날려 보내도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없습니다. 아, 이건 농담일 수도 있지만 진실일 수도 있습니다. 저도 모르니까요. 호들갑 떨지 말고 앉아 계세요.

나 원, 앞으로 박사님의 손으로 만들어야 할 피조물에게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 실례 아닙니까?
뭐, 우리가 원하는 능력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대신 몸이 가끔식 흘러내린다던가 팔과 다리의 위치가 좀 뒤틀려있다던가, 외형이 예정했던 것과는 조금 달라졌지만…. 아무렴 어떱니까? 어차피 아무도 못 보는데 말이죠. 네? 인지하지 못하는데 사진은 어떻게 찍었냐고요? 당연히 마무리 단계 직전에 찍은 거니까 남은 거죠. 지금은 그런 반응을 보이시겠지만 연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녀석에게 빠져들 겁니다.

어디까지 애기 했죠? 아, 우리가 원하는 능력을 가진 개체를 만들어 냈지만 아직 한 가지 중요한 작업이 남아있었습니다. 어떠한 수단으로도 찾을 수 없는 개체를 제어 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내는 건 능력을 창조하는 것 만큼이나 까다로운 작업이었습니다. 우리는 개체를 제어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방법들 중에서 최면을 선택했습니다. 최면이라는 게 상상 이상으로 편리한 물건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약간의 시간과 SCP를 이용한 것 만으로 개체가 특정 위치에 정보를 놓아두도록 제어 할 수 있다니 말이죠! 이후 우리는 완성된 개체를 바라보며 모든 게 완벽하다고 판단했고, 곧 바로 실전에 투입했습니다. 네, 성급했던 건 인정합니다. 때문에 뒤 늦게 결점을 발견했으니 말입니다.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요? 개체의 끔찍한 외형과 시선이 예민한 신경을 가진 인간에게 변칙적인 영향을 미친 걸까요? 아니면 개체에게 건 최면이 어떠한 부작용을 끼친 걸까요?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이론 상 인식 능력을 완벽하게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개체의 능력이 불완전한 형태로 남아버렸습니다. 그 결과 개체가 침입한 기지에서는 변칙적인 불안 증세를 보이는 인원이 발생했고, 재단은 그것을 SCP로 지정했습니다.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며 "이것은 거대한 기둥이다." 라고 말하는 코미디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우리는 그 상황에 웃을 수 없었습니다.
재단이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만드는 작전이 어처구니 없게도 마지막에 실패한 겁니다.

이후, 재단이 높은 작전 성공률을 보이는 우리 조직과 변칙적인 불안 증세와의 연관성을 의심하며 조사하는 걸 볼 때마다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닙니다. 최근들어 개체가 우리에게 정보를 바치지 않고 있습니다. 개체에게 최면이 제대로 적용 되었다면 지정된 장소에 재단의 정보가 놓여있어야 되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개체가 우리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가설이 가장 신빙성 높지만 아니길 빌고 싶군요.

이제 저희가 박사님을 왜 필요로 하시는지 아시겠습니까? 앞으로 박사님은 새로운, 그리고 더 완벽한 개체를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 주셔야 됩니다. 응? 왜 그러시죠? ….이제와서 그런 말씀을 하셔도 곤란합니다. 우리는 재단처럼 기억소거제를 펑펑 쓸 수 없으니까요. 무슨 뜻인지 이해하셨죠?
그런 반응을 보이지 말고 잘 생각해 보세요. 이번 일만 끝나면 박사님의 고민을 한번에 날려줄 보상을 지급 받으실 수 있겠지만, 만약 거절한다면 서로 피곤해집니다.

그러니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하실 것이라 믿고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박사님의 뛰어난 재능을, 혼돈의 반란에 무궁한 발전을 안겨줄 프로젝트에 기여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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