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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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094-KO 대응반 부대원이자 한 여자의 아들, 그리고 한 동생의 형인 그는 재단에서 표준 음성 기호를 사용해 제타-찰리로 불리우고 있었다. 지금 사무실 침대에서 앉아 졸고 있는 남자가 바로 그 제타-찰리였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떤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떤 상황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나 심각한 고뇌가 오갔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가 SCP-094-KO를 지지리도 경험해서, 그의 머리를 지지하는 두개골에도 융해가 조금씩 일어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사실은, 제타-찰리의 머릿속에 성욕에 점철된- 어쩌면 재단의 강령을 위반할지도 모르는- 생각이 일어났다는 것이고, 그 생각이 일으킨 파문은 무의식 속에 잠들어있던 그의 호기심을 깨웠다는 것이다.

그 파문이란 바로 SCP-094-KO와 몸을 섞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들었다면 기겁하고 혐오 섞인 시선을 보낼 문장을, 그는 고귀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094-KO의 이빨 속으로 몸이 삼켜지는 장면을 몽상하고 있을 때마다 마치 그 감각이 자신의 몸에 투시되는 듯 했다. 자신의 갈비뼈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그 장면이 그려질 때마다 그는 위로도 아래로도 자신을 덮고 있는 것이 축축해질 때까지 울었다. 정말로 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울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한심한 눈길로 보고 있던 직원들도 울었다 웃었다 화냈다 즐겼다


그런 제타-찰리를 몰라보듯 일상은 지속됐다. 부대원들은 웃고 떠들고 사람이 벽 속으로 빠져들어가는걸 구조했지만, 제타-찰리만큼은 절대로 부대원들과 같이하지 않았다. 나머지 부대원들은 그가 094-KO를 뚫어져라 쳐다볼 때 경쾌한 얼굴로 조금 부드럽고 또 거친 말들을 내뱉었지만, 제타-찰리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094-KO의 꿈틀거리는 내장과 이빨을 볼 때마다 그의 몸통 하부에 있는 페트병은 조금씩 채워져서, 뚜껑이 풀어질 정도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가 가끔 문을 걸어 잠구고 위아래로 흐느끼며 감상하는 자연주의적이자 현실주의적인 인간의 근본에 관한 사유 또한 건물의 늪을 향하는 그의 기관차를 멈추지는 못했다. 마치 소방차 게임에서 소방차가 빨간불에 멈추지 않듯, 다리를 비비 꼬게 만드는 그 욕구는 무거워져만 갔다.


그 페트병의 뚜껑이 조금 느슨해졌을 때는 기지에 나타난 094-KO를 한 연구원이 발견했을 때였다. 바로 상부에 보고되어 어떠한 인명피해도 없었으나, 094-KO가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대응팀은 아무리 소모품 취급받는 사람이라도 그곳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을 의무가 있었다. 제타-찰리는 당연하게도 호출되었고, 절친한 친구인 스완 요원과 함께 기지에서 금지된 불법 초상토토를 하던 도중 부대원에게 잡혀서, 스완 요원의 의족을 붙들다가 처절하게 내팽개쳐졌다. 그제야 비로소 제타-찰리의 머릿속에 새로운 깨달음이 처박혔으니 그것이 바로 094-KO를 가까이에서 귀찮은 구조 작업 없이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다시 벌떡 일어서서 자신을 바닥에 때려박은 부대원을 제치고 늪 옆으로 뛰어갔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이 장면은 구조대의 의무를 다하는 장면이었지만, 그에게는 그저 그의 끓어오르는 정욕을 해소할 수단이었다.


오랫동안 떨어져 장거리연애를 하던 자신의 연인(아마도 상상 속의)을 다시 보자, 제타-찰리의 표정은 밝아졌다. 만약 그의 표정 변화를 n이라는 미지수로 두고 34m를 곱하였다면 지구 한 바퀴를 자전하고도 남았을 것이고, 그것이 34와트였다면 뉴욕의 전력을 34년 정도 공급할 수 있는 전기가 생산되었을 것이리라. 그것이 제타-찰리가 느끼던 기쁨이었고, 슬픔이었으며, 감동이고, 성욕이었다.




제타-찰리의 이성의 끈이 끊어진 시점은 그가 094-KO 바로 옆에 도달한 후 4분 30초 후였다. 정확히는 1분이었지만, 그의 체감 시간은 사랑스러운 연인과의 눈맞춤으로 인해 훨씬 더 느려진 상태였음을 감안하여 4분 30초였다. 부대원들은 전부 다른 장소에서 농땡이를 피우고 있었고, 오직 제타-찰리만이 연인과 오붓하게 서 있었다.


탈의는 부츠부터 시작됐다. 기지 벽에 눌러붙어있는 그의 약혼자의 농후한 눈빛 아래 그의 방탄조끼는 경첩에서 분리되었고, 꿈틀거리는 내장 동맥의 박동 소리에 맞춰 델타-찰리의 경량 활동바지는 허리춤 아래로 흘러내렸다. 어떠한 인위적인 치장도 없이 자연 그대로의 상태인 몸을, 델타-찰리는 연인의 입 속으로 자신을 내던졌다. 마치 다이빙 선수와도 같은 그의 몸놀림은 희열과 수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094-KO는 입을 닫았다.



자기 사타구니를 핥는 연인의 혀와 촘촘한 이빨을 지나 식도까지 도달한 그는 잠시 생각을 멈추고 근육의 출렁거림이 만들어내는 주름에 몸을 맡겼다. 육벽에 나있는 오돌토돌한 돌기와 자그마한 촉수가 그의 몸을 간지럽혔다. 먹잇감을 사냥하는 뱀처럼, 그의 연인의 촉수는 그를 에워싸며 애무했다. 페트병이 쓰레기차에 실린 후, 재활용되었다.


수십 초 만에 의식이 날라갈 듯한 쾌감을 겪은 델타-찰리는 벌벌 떨며 홍조를 띠기 시작했다. 수많은 돌기의 회전에 그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는 자극은 그의 눈이 까뒤집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의 머리 앞에 거대한 눈알이 꾸르륵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라났다. 사랑스러운 그의 연인의 눈맞춤에 델타-찰리 또한 최선을 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의 동반자는 꾸르륵 소리로 미소에 답했고, 눅진한 소화액이 그 위에 쏟아졌다. 그 와중에도 그를 둘러싼 육벽 사이에서 흘러들어오는 빛은 마치 그가 정오에 황혼을 보며 건물 옥상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약혼자와 함께 석양을 지긋이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기지 인원들이 점액질로 덮인 채로 복상사한 나체의 시체와 앞에 놓인 쪽지를 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사령부 기지 안전 수칙 세미나가 끝난 후였다. 베일호 박사와 심시영 연구원 사이에서 “이런 미친” 이나 “이건 또 뭔 변칙성욕이냐” 같은 아름다운 말이 오가는 가운데, 급양담당관 폴 트리는 지난 점심으로 먹은 불닭볶음면을 식도로 배출하기 시작했다. 광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나머지, 큐빅 박사는 관능적인 풍경을 한껏 느끼며 의식의 저편으로 떠났다.


그리고 그 대미를 장식하듯, 김담기 박사는 스스로 외부차원 관문을 열고 욕설을 소리치며 뛰어들었다.


모두가 떠난 그 자리에는 경련하는 시체와 회색 안내문 한 장만이 남아있었다. 안내문은 모든 세미나 참석 인원들의 머리에서 영영 잊히지 않았는데, 그 간결하고 알찬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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