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말 (금관을 쓴 정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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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훼는 이즈레엘 골짜기의 남서쪽에 있는 밀밭을 쉴 새 없이 걸었다.

그는 다른 골짜기, “그의” 골짜기에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그 곳은 너무나도 거슬렸다. 대본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장면 같다고나 할까. 그는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최소한 진짜 기억에서는. 다른 가짜 기억들은 한 번 밟히기만 하면 달려들 잔디밭의 뱀처럼 그의 머릿속 뒤편에 여전히 엉켜가고 있었다.

그는 벗어나야 했다. 그래서 그는 한 때 메기도라 불렸던 장소에 왔다. 아마겟돈이 아마도 벌어지게 될 곳에.

그러나 그러한 일들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일어나기로 되어있던 모든 일들은 여전히 일어날 것이었다. 그가 비록 이토록 많은, 다른 경쟁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못 했더라도, 여전히 그는 하나의 참된 신이었다. 그는 여전히 역사나 인간의 상상에서 다른 모두를 거의 잊혀지게 만든 거대한 천사들의 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재단은 098이라 부른 메뚜기 떼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으며 다른 것 또한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 중에서, 그에게는 기사들이 있었다.

그는 방해받기 전까지는 첫 번째 기사를 이름없는 골짜기로 부르기로 계획했었지만, 지금은 이 메기도 골짜기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른 기사들이야 그냥 누군가를 대할 때처럼 스스럼없이 대하면 충분했지만… 첫 번째는 아니었다. 야훼는 첫 번째에게 행해진 악을 묵인할 이유를 못 느꼈다. 그 악이 자신의 추종자에 의해 행해졌을지라도, 선한 일이라 믿으며 행했을지라도.

야훼는 밀밭의 한가운데에 서서 첫 번째의 이름을 말했다.


내가 이에 보니 흰 말이 있는데 그 탄 자가 활을 가졌고 면류관을 받고 나가서 이기고 또 이기려고 하더라


젊은 여자가 침대에 묶인 채로 누워서, 팔에 연결된 링거 주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녀가 알기로는, 9살 때부터 삶의 대부분을 이 침대에서 보냈다. 이제 그녀는 10대의 마지막에 접어들고 있었다,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너무 많은 것을 잊어버렸다. 그녀가 누구였는지에 대해서….뭐, 이름 따위는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녀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SCP-231-7이라 불렀기에.

그녀는 머릿속에서 목소리를 들었다.

일어나라, 나의 아이야. 일어나 걸으라.

마음속에 있던 장애물이, 그녀의 힘을 간신히 잡아 놓던 장애물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출생의 격통이 그녀를 관통하는 듯 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기억하는 어떤 때보다도 크게 비명을 내질렀다.

231-7의 이름 없는 격리 기지에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는 없었다. 그러나 비명소리와, 공포와, 똑같은 옷에 매우 당황한 사람들이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격리 실패!” “제압해! 그녀를 제압하라고!” “비상 조치 실시!”

그러나 그것은 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

SCP-231-7, 정복, 종말의 첫 번째 기사는 진짜 아이를 임신한 적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그녀 자신을 품고 있었다. 이 이상 더 잘 표현할 방법은 없는 듯 하다. 그녀는 자신의 힘을 잡아 두고 있었다. 그 힘은 오래 전에 어떤 자라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부수어 놓았을 수천 번의 고문의 불길에서 연마되며, 점점 더 강해져 갔다.

그것 때문에, 힘을 해방시키고 일어서는 데는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흰 별과 같이 빛났다. 순식간에, 그녀의 몸을 뒤덮었던 흉터와 욕창이 사라졌다. 그녀의 피부는 거의 흐르다시피 하는, 빛을 초월한 빛으로써 눈부시게 빛났다. 낡은 환자복이 녹아 없어지며 물처럼 흐르고 금빛으로 빛나는 로브가 어깨 위로 떨어졌다. 보석 같은 빛으로 장식된 불타는 왕관이 그녀의 머리 언저리에 후광처럼 타올랐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자들은 흰 빛 속에서 녹아 없어졌다.

그녀는 자매들을 기억했다. 붉은 왕의 아이들이나 재단의 어설픔에 의해 지금은 모두 죽어나간. 실패한 실험작들. 네필림. 그녀는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기억했다. 그녀는 ‘A 등급 기억 소거제’를 기억했다. 그녀는…

그녀는 모든 것을 기억했다.


야훼는 정복이 아무 곳도 아닌 장소의 밀밭에 나타났을 때 잠깐 놀랐다. 보다 확실하게 말하자면, 그의 인간 육신이 보내는 도전-도피 반응의 약점에 놀랐다. 그녀는 빛나는 옷을 입고 있지도 않았고, 빛나는 살결과 불타는 왕관과는 대비되는 평범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그녀의 말, 한 번 일어나면 세상의 4분의 1을 덮을 수 있는 잠들어 있는 거품 같은 존재와 함께 있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눈과 촉수로 가득하고, 그 자신의 구름 속에서 헤엄치는 반투명한 떠다니는 생물과 함께 있었다. 하늘 해파리였다.

“네 말은…” 야훼가 말했다.

“더 마음에 드는 걸 찾았거든요.” 정복이 말했다. 그녀가 해파리의 옆부분을 쓰다듬었다. “하얗죠, 안 그래요? 얘도 사람들을 먹어치우기는 하죠, 때때로는. 하지만 지금은 내가 그런 걸 신경 쓰는 지도 모르겠네요.” 그녀가 잠시 주저했다. “지금은 말을 꽤 잘 할 수가 있네요. 마지막으로 말을 했던 게 언제인지… 뭐, 지금은 할 수 있으니까, 어쨌든. 이 것도 내 힘의 일부이겠죠?”

그녀는 화가 나 있었음에 틀림없다고, 야훼는 말할 수 있었다.

“내 아이야.” 그가 말을 시작했다, “이제 재단의 죄를 용서하고-“

“나한테 재단에 대해서 한 마디도 꺼내지 말아요.”

야훼는 감히 그를 방해한 그녀의 무례에 대한 분노와 해방에서 온 그녀의 반응에 대한 인내 사이에서 갈등했다. 재단에 꽤 오랜 시간 동안 잡혀 있었으니… 참아줄 수도 있겠지…

“난 재단에 화가 난 게 아니에요.” 정복이 말했다. “당신에게 화가 난 거지.”

그가 그녀의 목소리에 든 독기에 근심으로 이마를 찌푸렸다.

"그들은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어요. 그들이 세상을 구하고 있다고 생각했겠죠. 하지만 당신은… 당신은 재단에 내가 무엇인지 말해 줄 수 있었어요. 당신은 날 그들에게서 데려갈 수도 있었고요. 당신은 무언가를 할 수 있었다고.” 그녀는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한 마디라도 O5-14에게 했더라면… 하지만 당신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죠. 당신은 도대체 - 당연히 알았겠죠. 당신은 그들이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정확하게 알았겠죠. 모든 세부사항까지. 그리고. 당신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

야훼가 얼굴을 찡그렸다. “O5-14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고 있는 게냐?”

그녀는 그저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게 다에요? 그게 당신이 할 말이에요?”

야훼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논쟁을 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은 아니었다, 골짜기에서의 다툼 다음에는 더더욱 더. “내 질문에 대답하거라.”

“당신은 당신이 내게 준 힘이 얼마나 되는지 잊었나 봐요, 안 그래요?”

이제 그는 화가 나 있었다. “상관 없다.” 그가 말했다, “넌 내 것이고, 넌 복종할 테니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요.”

그는 그녀의 뻔뻔함에 깜짝 놀라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난 당신의 기사가 될 생각이 없거든요.” 그녀가 말했다. “난 누구의 것도 아니에요. 절대로 다시는. 당신은 나한테 꽤 많은 힘을 주었고… 이제 사용할 거거든요.”

“어떻게…”

그러고 그는 그녀의 마음을 읽었다. 그는 실제로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무의식적으로 그 일을 행했고 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았다. 그는 그녀를 존재에서 지워 버리려 했다. 그녀가 만약 협조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별로 무거운 처벌은 아니리라.

그는 그녀를 존재에서 지워 버리려 했었다. 그녀의 마음을 읽고, 그 안에 있던 모든 것을 보기 전까지는. 그녀가 느꼈고, 생각했고, 경험했던 모든 것을 보기 전까지는.

그리고 야훼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정복이 별을 올려다보았다. “내 생각에…. 내 생각에 나는 우주를 탐험하러 갈 것 같네요.” 그녀가 말했다. “언제 돌아올 지는 모르겠어요. 어쩌면 몇 백만 년 뒤일지도. 어쩌면 영원히 안 돌아올지도. 별로 중요한 건 아니지만.”

정복이 그녀의 하늘 해파리와 함께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불꽃도, 장대함도, 나팔 소리도 없이. 그녀는 그저 간단히 날아올라, 구름까지 올라가서는, 통과해서, 지나가 버렸다.

야훼는 그녀가 사라지는 걸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를 막으려 하지 않았다. 그녀가 하늘에 박힌 점이 될 때까지, 지구를 멀리 떠나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계속해서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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