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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 The World Within by taylor_itkin does not match any existing user name
Paraphrast: XCninety
세상이 빙빙 돌아. 색깔들- 주위에 온통 강렬하고 날카로운 색깔들.
"D-3975."
위도 아래도 없어. 왼쪽도 오른쪽도.
"D-3975."
돌아가고 굽이치고 내려가고 솟구치-
"D-3975!"
더그Dug가 눈을 와짝 떴다. 어두운 방에서, 드러누운 채로, 천장이 보이며. 눈이 차차 적응해 가는 중에, 더그는 공기 냄새를 맡아봤다. 이 냄새는…
여긴 어디지? 마지막 기억은… 고글 벗고 나서는 없었다.
"D-3975! 제 말 들립니까? 다른 사람은 어딨나요?"
더그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다른 사람. 친구들. 재러드Jared, 크레이Cray, 네이선Nathan, 펠릭스Felix. 서로서로 붙들고 천천히 고글을 벗어서 그림을 봤지. 이상한 침착함, 에너지가 살살 빠져나가며 하얘지는 몸 색깔- 그리고
모든게잘못됐어아무것도제대로있지않고세상이돌아가고
"모…르겠어요, 박사님." 더그가 일어섰다. "안 보이는데요." 왼쪽 뒤로 목을 돌려봤다. 방 한구석에 가죽 리클라이너가 있었다. 살짝 해진 듯했다.
"뭐가 보이나요, D-3975?"
"별거 없는데요, 박사님." 더그가 대답했다. "가죽의자하고… 서랍? 하고 깔개."
"그것뿐인가요?"
네
"웬 소녀가 있어요."
뭐?
"자기 이름이 태냐Tanya래요."
왜 자기가 그런 말을 했는지, 더그는 알 수 없었다. 자기 뜻이 아니었다. 조금 있다, 다시 박사가 말했다.
"태니Tanny..? 아니 그럴 리가- 아 지금 저희가 그림 속에서 두 명 이상을 봤던 적이 없어서요. 태- 그 소녀가 저희는 안 보입니다. 다른 사람들 안 보이는 건가요."
"저도 안 보여요."
"찾아보세요."
더그는 리클라이너에 다가가 한 손으로 어루만졌다. 부드럽고 매끄러운 촉감. 딱 가죽 느낌이었다. 발을 옮겼다.
방에는 창문이 단 두 개뿐이었다. 더그는 창문으로 다가갔다. 크고 널찍하고 휘황찬란한 창문 너머로 바깥 세상이 보였는데
아무것도 제대로 있지 않고 아무것도 말이 되지 않고 아무것도 어울리게 있지 않고 세상이 돌아가고
더그가 손을 내려다보자 갈색, 짙은 갈색- 의자 가죽 갈색- 이 묻어 있었고, 리클라이너를 다시 쳐다보자 의자에 자기 피부색이 묻어 있었고 또-
찾았어요, 박사님
"여기에는 없어요, 박사님. 소녀는 아직 있네요."
소녀가 어디 있어
"다른 사람들 아무도 찾을 수 없나요?"
바깥에 있어요
"소녀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데요."
"다른 사람들 보이는 겁니까 안 보이는 겁니까, D-3975?"
더그가 창밖을 다시 바라다보며, 마음속의 뭔가 이상한 기분을 애써 제쳐두고 박사에게 본 것을 이야기하려 입을 열었다. 친구 레니의 얼굴이 나무껍질에 아름답게 묻어 있다는 것을, 나무의 매력적인 가지가 옹이지고 휘어진 테리의 팔이라는 것을, 화사하기 그지없는 하늘에 눈부시게 떠 있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스런 표정들이 기발하게 일그러지고 뒤틀려 채우고 있는 캔버스를.
"소녀가 그립다고 해요, 아빠."
"뭐라고?"
이거 누구야? 내가 한 말이야?
"소녀가 아빠가 보고 싶고, 여기 같이 왔으면 좋겠어요."
대체뭐야이게
"태니…?"
"2년 됐잖아, 아빠, 왜 집에 안 와?"
"아아 태니, 정말 미안해, 아빠도 보고 싶어, 우리 딸…"
더그는 움직이는 자기 입을, 말을 내뱉는 입술을, 자기가 한 적 없는 그 행동들을 지켜봤다. 몸에게 멈춰달라 빌어도, 명령 좀 따르라고 부탁해도, 세상에 이 목소리는 애초에 대체 누구지?
"일요일에 같이 아침 먹고 싶어, 아빠, 아빠 요리하는 거 보고 싶어! 엄마랑 나 먹을 거!"
박사가 우는 소리가 더그에게 들려왔다.
"태냐, 우리 착한 태냐, 정말 미안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는데… 그때- 그때 그 차를 정말 못 봤어, 태냐, 느닷없이 튀어나온 그 차를- 너랑 너네 엄마랑, 세상에…"
더그가 이를 빠각 악물고, 몸을 꿈틀거리려고라도 해 봤지만-
"나 아직 살아있어, 아빠, 여기 있어! 여기 나랑 같이 있자, 일요일에 아침 다시 같이 먹어! 엄마랑 나랑 아빠랑!"
내가 왜 이런 말 하지 대체 뭐야 제발 멈춰
쿵
"박사님, 고글!"
"기다려 태니!"
안돼
"아빠?"
안돼
"태니, 아빠가 갈게!"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