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놓고 간 이들

1장

그의 어머니는 그의 아버지가 요크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대사제가 준 약에 너무 취한 채 살아 자신을 부른 사람이 누군지도 잘 몰랐고, 어떤 때는 그의 아버지가 눈 먼 낚시꾼이라고 말했다. 구취와 함께 그녀의 마음속에 확연하게 남은 모습이었으리라.

그래서 론은 오직 달콤한 냄새의 약초를 먹을 수 있을 때를 빼곤 어머니의 말을 신경 쓰지는 않았다.

아직까지도 론이 도둑의 성인의 가호를 받았으리란 사람들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그는 자기 것이 아닌 물건을 얻으려고 계속해서 계략을 짜냈다. 론은 신전의 요리사를 달콤한 말로 구슬려 남은 음식을 받거나 대사제와 특별한 손님들에게 내줄 간식 약간을 얻으려고도 했다. 다른 또래들은 사소한 거래나 론이 깐 거래에 큰 손해를 봤다는 사실을 알아냈으면서도, 왜 자기들이 애초에 그 조건을 받아들였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어느 날, 론은 어머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고위 경비병의 주머니를 털다가 잡혔다. 질리아 사제는 사람들은 자기 소지품이 사원 내부에서는 안전하리라고 믿고 있으니, 그 특권에 대한 값을 치뤘노라고 강하게 꼬집었다. 하지만 론은 그녀가 '내부'라는 단어를 매우 강조하는 걸 주목하고, 자신의 공작을 다른 곳에서 실시했다.

론이 얻어낸 대부분의 것들은 구걸을 통한 거였다. “혹시 제 아빠세요?” 들어오는 모든 남자에게 론이 물었다. 론은 그들을 최대한 따라하려 하고, 그들의 모습에 조금이라도 더 닮도록 본인의 얼굴을 뒤틀었다. 뚱뚱한 사람이면 볼을 부풀렸고, 마른 사람이면 빨아들였다. 때로는 귀 뒤쪽을 때렸지만, 때로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동전 몇 개를 주었다. 사원의 아이들에겐 보통 관심이 끌리진 않았지만, 방문한 이들은 본인들 나름대로 친절해 보였다.

하지만 론도 이제 나이를 먹었다. 구타가 더 자주 일어났고, 돈은 더 적게 들어왔다. 이젠 사원을 떠날 때가 되었다. 사원의 여자들은 사제가 되리라 예상했지만, 남자들은 환관으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론은 이게 자신이 어렸을 때의 기대와 아주 뒤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론이 자신의 직업 전망을 고민하고 있을 때 노인 한 명이 사원 정문을 통과했다. 론은 아직도 좋은 소매치기꾼은 아니었거니와, 아직까지도 가끔씩 들어오는 취객을 쥐고 놀기에는 스스로도 꺼려졌다. 하지만 론의 눈에는 허리춤에 달린 꽉 차고 무거운 지갑이 보이는데, 요크의 자손이 넘어가기는 힘들지 않는가?

론은 부엌에서 훔친 작은 칼을 꺼내고 손목 부근에 숨기고 남자에게 다가서면서, 어딘가로 서두르게 달려가는 척을 하면서 노인에게 몸을 붙였다.

론이 노인과 부딪치면서 론의 칼이 빛났다. 지갑을 찢어 남자의 돈을 훔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노인의 손이 불쑥 나와 론의 가냘픈 손목을 잡아 칼을 놓을 때까지 비틀었다.

론은 바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남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또 도망치려는 순간에, 론이 미처 보지 못했던 거대하고 근육질의 남자가 적당한 거리에서 따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누군지 알고는 있는 게냐, 꼬마?” 노인이 말했다. 머리카락은 하얬고, 눈은 노란색이며, 이빨은 피부색만큼이나 어두웠다.

“아뇨, 아뇨, 제발요. 용서해주세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론이 맹세했다.

“나는 군주의 보좌관인 토취 경이다, 이 조그만 도둑놈아!” 노인이 말했다. 그는 론의 옆머리를 때린 다음 시종의 팔에 론을 밀어 넣었다. “이 녀석에게 상관을 도둑질하지 않는 법을 교육하시오.” 노인이 말했다.

론이 첫 번째 매가 들어오자 고개를 숙였다.

론이 회복하는 데엔 1주일이 걸렸다. 사원으로 기어 돌아온 건 기억하지도 못했다. 헤스 사제가 다른 일로 바쁘지 않을 때 그를 돌봤다. 다행히도, 그 남자는 실제로 해가 가도록 때리지 않았다. 뼈도 부러지지 않았다. 론의 센스도 죽지 않았다. 붓기가 가라앉자, 론의 얼굴은 평소대로 돌아갔다. 무엇보다 이번엔 운이 좋이 편이었기에, 론은 스스로에게 다시는 서투른 짓은 하지 않으리라 맹세했다.

마지막 멍이 빠지자, 론은 사원 계단에 앉아 자신의 미래를 고민했다. 도둑질도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라는 예상이 들었다. 그래도 소매치기는 제외해야 할 듯 했다. 그만큼 약은 방법을 배울 때까진 안됐다. 밑에서 배울 노련한 도둑이라도 찾아볼까?

“비켜라, 꼬마!” 익숙한 얼굴이 말했다. 론은 고개를 들다가 얼어붙었다.

“흐음?” 군주의 보좌관이 말했다. “길을 비켜라. 난 바쁜 사람이다.”

론은 종종거리며 옆으로 물러났고, 노인이 자기가 말한 아이를 잊어버리고 지나갔다.

“날 알아보지도 못하잖아…” 론이 속삭였다. 그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토취 경의 등을 바라보았다. “날 알아보지도 못한다고!” 갑자기, 론에게서 화가 끓어올랐다. 그 모든 일이 일어났는데, 저 남자는 론을 알아보지도 못했다! 갑자기, 그는 일어서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는 계단을 한 번에 두 개씩 달려내려와, 그의 주인만큼이나 더 론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노인의 경호원들을 바로 지나쳐갔다.

“자기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론이 씩씩거렸다. 감히 자기를, 거기 없다는 듯이 무시하다니? 론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붙잡아서 면전에 대고 자기 이름을 외치고 싶었지만, 보좌관에게 본떄를 보여줄 방법은 아니었다. 아니, 그보단 더한 짓을 해내야했다.

론이 계략을 세우기 시작했고, 생각하다가,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물건을 구하는데 며칠이 걸리겠지만, 해낼 수 있었다. 그래, 다음번엔 자기를 알아보리라. 그래, 분명히 그렇게 만들겠다. 그들이 론의 이름을 탑에서 외치게 되리라, 오 그래.


며칠 뒤, 론의 준비가 완료되었다. 론이 결론짓기로, 빈집털이가 소매치기보단 론의 스타일에 맞았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높은 집이라면 창문을 잠궈두지 않았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옷을 구하는 것이었지만, 베어 경의 하인의 옷을 목욕탕에서 발견하여 론에게 필요한 기회를 주었다.

이젠 계획을 행동으로 옮길 차례다.

론은 결연한 표정으로 한 손에 종이를 들고 자택으로 걸어갔다. 론은 하인 중 한 명에게 시선이 끌렸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론을 무시했다. 그는 재빠르게 보좌관의 사무실로 향하는 탑의 계단을 올라갔다.

올라가는 도중, 문이 열리더니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론을 쳐다봤다. “꼬마! 어디로 가는 거냐?” 남자가 물었다.

“토취 보좌관님의 사-사무실로 갑니다.” 론이 준비했던 대답을 말했다. “그분께 전해드릴 편-”

“이걸 가져가라.” 남자가 작은 배낭을 론의 손에 들려주었다. “자? 얼른 가거라.”

“넵. 알겠습니다!” 론이 대답하면서 빠르게 몸을 돌려 나아갔다. 론이 계속 계단을 올라갔다.

론이 조심스레 문을 열자 사무실은 비어 있었다. 론은 재빠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머지 일이 꽤나 쉬워질 듯 했다.

론은 잠시 멈췄다가 배낭을 열었는데, 꽉 찬 서류들이 보였다. 론은 읽을 수 없었기에 무시하기로 했지만, 나중에 팔 수 있지 않을까 했다. 당장 오늘은 딱 한 가지만 적기만 하면 됐다.

론이 창문을 열었다. 길 건너편에 군주의 발코니가 보였다. 온 발코니에는 빗장이 가로질러 있어서 도둑들을 막으면서 군주가 도시를 둘러보도록 되어 있었다.

토취의 탑에서 군주의 발코니까지는 20피트 정도 되었다. 론이 뛰기에는 너무 멀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던지기엔 그리 멀지 않았다.

론은 낚시배에서 훔친 갈고리를 던졌다. 심해의 레바이아탄 장어를 사냥하기 위한 도구였다. 저렇게 멀리까지 던지기에는 너무 무거웠지만, 두 번째 시도에 겨우 성공할 수 있었다. 론은 자기가 만든 고리에 발을 올리고 공중에서 줄에 몸을 맡겼다.

벽에 부딪쳤을 때 줄을 놓을 뻔했지만, 겨우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곤 빗장에 닿을 때까지 줄을 타고 앞뒤로 움직이며 올라갔다.

론은 빗장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성인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이라고 해도 살짝이라도 다부진 체격이라면 곤란했을 것이다. 하지만 론은 마른 아이여서 들어가기엔 충분했다.

방은 화려하게 장식되었다. 금 줄 세공 작품, 대리석과 비취 조각상, 태피스트리가 있었다. 론은 훔칠만한 흥미를 돋우는 물건들을 찾으려 할 때, 첨벙이는 소리가 들렸다.

다양하게 옷을 벗은 몇몇 여자들이 얕은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있었다. 론은 얼어붙었지만 아무도 그를 못 본 것 같았다. 그들은 모두 떠다니는 녹색 튜브에 달라붙어 있었다. 모두 겁에 질려 보였고, 그들의 눈이 벽 너머의 무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론은 저들이 약이나 그런 거에 취했으리라고 결론지었고, 자기 용무를 보며 돌아다니다가 군주의 침대에 이르렀다. 그곳에 론이 찾던 게 있었다. 옛 세계의 유물이자, 기묘한 물건, 가끔씩 플레이스 창고에서 발견되는 직사각형 모양의 보석이었으며, 그 녹색 표면에 금줄이 죽 세공되어있었다. 이건 론이 본 보석 중 제일 컸으며, 그의 팔뚝만 했다. 군주라고 해도 비싼 값을 치뤘으리라. 론은 조심스레 가방에 보석을 넣었다.

그리곤 론은 페인트 한 통을 꺼냈다. 그는 뚜껑을 따고, 침대 뒤쪽 벽에 걸린 군주의 침대보 한 쪽 끝에 물감을 묻혔다. 론은 쓸 글자를 알기 위해서 필경사에게 값을 지불했고, 종이에 쓰인 자국을 베껴 썼다. 군주가 제대로 알아봐야만 했다.

론은 자기가 한 일에 만족하면서 발코니로 돌아왔다. 그는 빗장을 빠져나온 다음 토취의 사무실로 갈고리를 던졌다. 다시 밧줄에 몸을 맡긴 다음 창문까지 기어 올라갔다. 론은 안을 들여다보고 아무도 없는 거를 확인한 다음, 왔던 길을 내려갔다. 이번에는 아무도 곤란케 하는 사람이 없었다.

론은 자신의 마른 등을 곧추 세우고 다른 소군주의 아들처럼 턱을 높게 들면서 걸어갔다. 내일 오후 즈음이면, 이 도시의 모두가 론의 이름을 할 것이다.


론은 다음날 아침 질리아 사제가 흔들어 깨우면서 일어났다. “일어나! 일어나, 이 쬐끄만 멍청아!”

“흐어? 누구세요?” 론이 웅얼거렸다.

“널 찾으려고 도시에 사람이 쫙 깔렸다. 당장 옷 갈아입어!” 은색 머리의 사제가 론을 침대에서 이끌어내 일으켜 세우고, 론이 소지품을 보관하는 광주리가 있는 방향으로 밀쳤다. “안 돼, 그거 말고, 모자가 있는 걸로 골라라. 바보같이 굴만 안 된다, 말썽에 휘말라기 되니까.”

론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옷을 갈아입자, 그녀의 말이 이해가 됐다. 이 놈 잡아라! 어제 했던 짓이 슬슬 기억났다. 론은 군주에게서 도둑질을 했다.

“네가 한 짓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질리아가 말했다. “네가 군주가 가장 아끼는 보물을 훔쳐놓고 ‘내 이름은 론이다’라고 쓸 만큼 멍청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저들은… 오. 오 안 돼, 론. 제발, 제발 네가 훔친 게 아니라고 말해다오.”

“으음.” 론은 어쨌던 간에 계획을 생각해냈을 때만큼 꽤나 똑똑했던 계획이었는지 고민해 보았다.

“오, 이런 세상에. 널 도시 밖으로 보내야겠다. 지금 당장.” 질리아 사제는 론에게 짐을 마구 들리고 모자를 얼굴 아래로 깊게 내렸다. “내가 대상 한 명을 안다. 내일모레까지는 출발하지 않지만, 지금 출발하면 길에서 만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널 경비병에게 얘기하기 전까지는 도시에서 널 내보내야겠다. 자, 움직이자.”

론은 순순히 따라서 방과 사원을 나섰다. 가방을 집을 때만 잠깐 멈췄을 뿐이었다. 질리아는 좁은 복도와 북적이는 시장을 지나며 경비병들을 예의주시했다. 순간, 한 경비병이 둘 바로 앞으로 다가왔지만, 그는 그저 질리아에게 나중에 사원에 갈 거냐고 물었다. 서로 돈이 오갔고, 질리아는 그를 위해 가겠노라고 말했다.

둘이 대문에 도착하자, 질리아는 론의 어깨에 손을 얹었따. “자, 내 말 잘 듣거라. 앞으로 길을 따라 걷거라. 그러면 도시에서 최대한 멀리 갈 수 있을 게다. 거기에서 숨고 대상 행렬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라. 거기서 텐진을 찾고, 질리아가 널 보냈다고 얘기해라. 그가 도와줄게다.”

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사제님.” 론이 말하고 경비병들을 찾아보았다. 4명이 있었다. 둘을 안쪽을, 둘은 바깥쪽을 보고 있었다.

질리아가 론의 시선을 따라갔다. “저들을 지나쳐야 한다. 이건 나도 도울 수 없구나. 사제들은 도시 밖으로 나갈 수 없는데다, 내가 다가가면 저들도 의심을 할 테다. 그저 저들에게 가짜 이름을 얘기하고, 바깥의 친척을 보러 간다든지 하는 말로 얼버무리렴. 넌 말솜씨가 좋잖니, 아가. 그걸 사용해보렴.”

“감-감사합니다, 사제님.” 론이 말했다. 순간적으로 론은 이제 도시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 오래지 않을 수도 있고. 어쩌면 다시는 못 올지도 몰랐다. “전…” 론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오, 론.” 질리아가 부드럽게 말하며, 함께 안아주었다. “용감해지고, 현명해지며, 숨이 다할 때까지 멈추지 말고 달려야 한다.” 그리곤 질리아는 론을 놓아주곤, 뒤를 돌아 사원으로 돌아갔다.

론은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경비병에게 다가갔다.

“원하는 게 뭐냐, 꼬마?” 한 경비병이 물었다. 그는 꼬마를 의심스레 바라봤다. 그의 돼지같이 푸른 눈이 어두운 피부빛에 대조되어 선명했다.

“경비병님.” 론이 입을 열며, 질리아가 말해준 대로 말하려고 했지만, 더 나은 방법을 쓰기로 했다. “론이 어디있는지 제가 알아요!”

“어디지?” 경비병이 몸을 바로 세우며 물었다. 다른 세 경비병도 신경쓰며 쳐다보았다.

“보상금은 나누기로 해요.” 론이 말했다. “아니면, 말 안할리요.”

“말하지 않으면 눈에 한 대 먹여주마. 빨리 말해.” 경비병이 말하면서 론에게 몸을 기울였다. 바깥을 봐야하는 두 명을 포함한 다른 세 명도 가까이 다가갔다.

“아라써요 아라써요.” 론이 눈물을 짜내 턱으로 흘려보내며 말했다. “말할게요, 때리지만 말아요. 도시로 탈출할 계획을 세운데요. 여기로 온다고 했어요.”

“그 녀석이 어떻게 생겼지?” 경비병이 물었다. “거짓말 말고, 대답해.”

“작고, 갈색 머리카락을 가졌고, 저기 있어요!” 론이 뻥 뚫린 광장을 허겁지겁 지나가는 작은 형상을 가리켰다.

경비병들이 욕설을 내뱉었다. 안쪽을 보던 두 명이 론이 가리킨 사람에게로 달려갔고, 다른 두 명은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도 안쪽을 향했기에 론은 둘을 슬쩍 지나치고 대문을 빠져나왔다. 그는 놀란 욕설이 등 뒤에서 날아오는 걸 들었지만, 자신을 쫓아오기로 해도 그러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리란 걸 잘 알았다. 론은 한동안 길을 따라 달리다가, 잠깐 멈춰서 배수로로 뛰어 들어간 다음, 다시 달려나갔다. 평야와 나무가 론의 시선이 닿는 데까지 펼쳐져 있었다. 정말 놀라울 만큼 멀리까지였다. 이렇게까지 멀리 보이는 게 정상적인 건가?

숨을 만큼 통로가 눈에 띄게 보이지 않았고, 동화되어 숨을 군중도 없었다. 길에 서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평야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단순히 사라질만한 곳은 없었다. 이건 곧 문제가 될 터였다.

론은 뒤롤 넘겨다보았다. 대문에서는 아직도 소동이 있는 모양이지만, 아무도 쫓아오지 않았다.

“내 땅에서 뭘 하는 게냐?” 누군가가 소리쳤다. 론은 얼어붙었고, 밀짚모자를 쓴 남자가 자기에게 달려오는 모습을 보았다. 마치 건물을 소유한 것처럼 자기만의 땅을 가진다는 건 론에게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는 모든 게 군주의 소유라고 봤지만, 그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먼 곳에서는 달랐다.

론은 멍청이처럼 행동하기로 했다. “죄-죄송해요. 제가 좀 헷-헷갈려서요,” 론이 말했다.

남자가 다가와서 서고는, 론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넌 누구냐?” 남자가 말했다. “왜 여기 혼자 서있는 게냐?”

“내 이름은 헤버에여.” 론이 말했다. “내 삼촌을 보러왔음께로.” 론은 지금이 길리아 사제가 말해준 거짓말을 써먹기 좋은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수를 생각해 봤을 때, 좋은 수단인데다 그냥 버리기에도 아까운 내용이었다.

남자의 표정이 동정심에 사로잡혔다. “네 삼촌이라? 삼촌이 어느 농장에서 일하시는지 아니? 이 주변의 땅주인들은 모두 알고 있단다. 삼촌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게다.”

론의 얼굴이 굳었다. 어떻게 이 사람이 모두를 아는 거지? 론이 미처 생각 못한 바였다. “어, 어, 란의 농장이에요.” 론이 가장 흔하다고 생각되는 이름을 말했다.

“흠. 란의 농장은 주변에 넘쳐나는데. 네 부모님이 어디로 가라고 했니?” 농부가 말했다.

“동쪽이에요 아저씨.” 론이 도로가 죽 이어지는 대강적인 지역으로 말했다.

“그렇게 좁혀지지가 않는구나. 다른 거 기억나는 거라도 있니?” 남자가 물었다.

“제가 생각하는데에 서툴걸랑요, 아저씨.” 론이 다시 도망쳐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으음. 보자, 내가 여기에서 동쪽에 있는 모든 란의 농장에 데려다 줄 수는 없는데.” 남자는 어려운 결정에 고민하는 듯 했지만, 곧 론의 어깨에 다정하게 손을 얹었다. “좋다, 내 말 잘 들어라, 헤버.” 남자가 느리게 말했다. “저 길을 따라 내려가라. 큰 나무 다리가 나올 때까지 가면 된다. 그 뒤에 농장이 하나 있다. 거기로 들어가서 카스윈에게 애기해라. 그가 도와줄 테다. 알겠니?”

“큰 나무 다리가 나올 때까지 걸어가고.” 론이 되풀이했다. “카스윈에게 말하라고 했어요.”

“좋다, 꼬마야.” 농부가 론을 길로 다정하게 밀어줬고, 론은 나아갔다.

아무도 대문에서 따라오지 않았다. 저들이 아마 론이 별로 중요치 않다고 결정한 모양이었따. 론은 저들이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할 때까지 충분히 오랜 시간이 지나달라고 기도했다. 하지만 지금, 길은 뚫려있었고, 태양은 따스했으며, 세상은 그의 것이었다. 론은 가방을 어깨로 들어올리고 걸어가면서 휘파람을 불었다.


2장

비가 내리부었고, 론은 나무 안에서 떨었다. 길에서 한 무리의 들개들에게 쫓기고 론은 하루 동안 걸어왔다. 강을 수영해 건너면서 떨쳐댄 뒤에는, 이틀 간 정처 없이 떠돌다가 거대한 도마뱀에게 쫓기고는 이젠 나무 밑에는 도마뱀이 있고 더 이상 길이 어딘지도 몰랐다. 론의 젖었고, 절박했으며, 이제는 곧 죽으리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 때 고함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울곡 짖는 소리에 다른 들개 무리인 줄 알았지만, 사람의 말소리가 섞여 들렸다. 제대로 알아듣기는 힘들었지만,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가끼이”라는 말이 들렸다.

캥거루들이 덤불에서 튀어나왔고, 개들과 얼굴을 하얗게 칠하고 검붉은 머리칼의 남자들이 바로 뒤를 쫓아왔다. 사람들이 달려가면서 창을 던졌고, 캥거루가 도마뱀에게 뛰어오르자, 도마뱀의 거대한 턱에 잡혀버렸다. 도마뱀이 사냥꾼들에게 몸을 돌렸다.

사람들이 재빠르게 멈췄지만, 도망가지는 않았다. 대신, 그들은 전열을 가다듬고 창을 들어 돌격 진영을 갖추었다. 도마뱀은 위협적으로 쉬익거렸지만, 다시 몸을 돌리고, 캥거루를 집어 올려 뒤뚱뒤뚱 멀어졌다. 사냥꾼들에게 상처 입을 위험을 감수하고 싶진 않은 듯 했다.

“이봐, 남자 애가 나무에 있어!” 하얀 칠을 한 사람 중 한 명이 말했다. 그는 가죽 반바지와 소박한 셔츠를 입었으며, 둘 다 모두 회색과 검은색으로 얼룩져 있었다. 비슷하게 입은 다른 사람들도 올려다보았다.

“유크 나무에서 자라기엔 이상한 열매내” 다른 사람이 웃으면서 말했다.

“다 익은 거지?” 한 사람이 말했다.

“가서 냄새 맡아봐.” 다른 사람이 말했다. “어이, 나무 안의 너, 내려올래? 송곳얼굴은 갔다.”

론은 조심스레 내려오다가, 혹사시킨 근육의 항의에 거의 떨어질 뻔했다. “감-감사합니다.” 론이 말했다.

“넌 도시에서 온 얘구나.” 하얀 칠을 한 사람이 말했다. “도망치는 중이니?”

론이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목민들은 가끔씩 도시로 장사하러 왔지만, 그렇다 해도 경비병과의 무언가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럼, 넌 우리랑 함께 간다. 우리가 널 구했으니, 넌 이제 우리 거다.” 하얀 칠을 한 사람이 말했다.

“뭐라고요?” 론이 두 명에게 팔을 잡히자 경악했다.

“도시에는 도시에 법에 따랐지? 우린 우리만의 법이 있다. 이게 하나지. 이제 와라. 오늘 밤은 오래 걸어야 하니까.”

사람들이 론을 밀고 당기는 동안에 다른 사냥꾼들과 만났다. 보물이 담긴 론의 가방도 사냥꾼들에게 뺏겼고, 가죽에 쌓인 깔끔하게 잘린 고기 덩이가 대신 손에 들려졌다. 사냥꾼들은 론을 둘러싸고 다정하게 말을 걸었고, 가끔씩 론이 발을 헛디딜 때마다 밀치거나 잡아주거나 했다. 친근하고 수다쟁이인 무리에 붙잡힌 것 마냥 그렇게까지 끌려 다니진 않았다.

그들이 야영지에 도착하자, 비가 멈추었고, 달이 구름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에는 원뿔형 가죽 텐트가 몇몇 거대한 모닥불 주변에 세워져 있었다. 각 텐트마다 주황색과 푸른색의 그림으로 장식되었고, 맨 위에는 종이 줄에 매달려 바람이 불 때마다 딸랑거렸다. 노인과 아이들, 여자들이 이들을 바라보았다. 이들의 옷은 사냥꾼의 옷보다 다양했는데, 붉은색과 노란색이 두드려졌다. 노인들은 사냥꾼과 같이 얼굴을 칠했다.

고기가 론의 손에서 낚아채졌고, 론은 맨땅에 쓰러졌다. 그는 일생에서 이렇게 오래 걸은 적이 없었다.

론은 선두에 선 하얀 칠을 한 사람의 손에 일으켜 세워졌다. “난 ‘마지막 사람’이다. 넌 내 소유가 되기로 결정되었다.”

“내 이름은—” 론이 입을 열었지만 머리에 얼얼한 매가 들어왔다.

“네 이름? 네 이름은 너, 꼬마, 아니면 도시 깍쟁이 뿐이다. 네 이름을 내게 얘기하지 마라. 넌 꼬마다, 어른이 아니라.” 남자가 모닥불 중 하나로 손짓했다. “자, 가서 앉고, 뭘 좀 먹어라. 그리고 내 가족의 텐트로 가라. 저기 덩그러니 놓여서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론은 남자가 말한 대로 했다. 음식은 고기, 야채, 그리고 구근을 꼬치에 꽂아 양념하여 불에 구운 음식이었다. 한동안 뛰고 난 다음에 먹으니 맛있었다. 론이 텐트에 들어가자, 벌써 아이들과 사냥꾼 두 명, 몇 명의 여자들로 어느 정도 붐빈다 할 정도였고, 여자 중 한 명은 자신을 ‘방랑자를 거두는 이’라고 소개했다. 방랑자를 거두는 이는 잠시 론을 데리고 수선을 떨었고, 론은 여기서 사제를 떠올렸다. 그리곤 그녀는 담요를 론의 손에 들리고 개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자러 보냈다. 론은 그녀가 마지막 인간의 아내라는 걸 알아냈다.

론이 강아지를 한 쪽에 밀어내며 담요위에 눕자, 론은 벌써부터 어떻게 도망칠지 고민 중이었다. 이들은 론이 약하고 길을 잃었을 대 붙잡았다. 하지만 론은 군주도 놀린 몸이었다. 론 같은 머리를 가진 사람을 막을 방도는 없는 법이다. 막아도 오래는 안 될 거다.


다음날, 론은 방랑자를 거두는 이가 어깨를 흔들어서 깨어났다. 그녀는 론에게 양동이를 손에 쥐어주고 물을 길어오라고 얘기했다. 방랑자를 거두는 이는 론이 느리고 단순한 사람이라는 듯 느리게 말했다.

론은 허겁지겁 밖으로 나갔고, 다른 이들은 론을 쳐다봤다. “어이, 도시 애!” 론 또래의 여자아이가 소리쳤다. “어디 가?”

“물 길으러” 론이 약간 방어적으로 얘기했다. 도시 애라고 불리는 게 싫었다.

“도와줄게” 여자아이가 말했다. “이쪽이야.”

“나도 알아.” 론이 말했다. 사실은 몰랐지만.

“그러시겠지.” 여자아이가 말했다. 아이의 미소를 보니 속지 않았다는 사실이 보였다. 론은 그 즉시 자기가 이 아이를 싫어하기로 단정했다.

“이름이 뭐야?” 론이 물었다.

여자아이는 론을 잠깐 쳐다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확실히 론은 여자아이를 싫어했다. “난 이름 없거든! 내가 몇 살로 보이는 거야?”

“모두들 이름이 있잖아.”론이 말했다가, 잠시 멈췄다. “안 그래?”

“성인이 될 준비가 될 때까지 이름을 가지진 않아, 멍청아. 우리 엄마 이름은 ‘세 번째 화살’인데, 강도에게 화살 세 발을 쐈고, 세 번째 화살이 강도를 죽여서 그랬데.” 여자아이는 마치 예쁜 옷 입기나 맛있는 파이 만들기를 말하는 것처럼 가볍게 말했다.

“그… 렇구나.” 마지막 인간이 앞서 했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여자아이는 론에게 마지막 인간과 방랑자를 거두는 이의 텐트에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두 사람이 아이가 아니라고 말해줬다. 방랑자를 거두는 이에게는 아들 한 명이 있었지만, 오래지 않아 죽었고, 더 이상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텐트가 없거나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을 거두었다. 부모님이 죽었거나, 대게는 다른 부족에서 데려온 아이였다.

론은 다른 부족에 대해 물어봤는데, 유목민들은 종종 서로를 약탈해서 자신들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아이들을 가져가는 듯 했다. 가끔씩은 한 부족이 그대로 사라지기도 했다. 그래도 그런 일이 일어나면, 보통은 다른 부족이 갈라져서 새 영토를 차지하기 마련이었다.

“우리 아빠도 다른 부족 출신이야.” 여자아이가 말했다. “근데 어느 부족인지는 아빠가 말 안 해줘. 우리는 이제 유령사냥꾼 부족이야.”

론은 앞으로 며칠 동안 여자아이랑 보내면서 유령사냥꾼 부족에 대해 배웠다. 분명 아이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여자아이는 기꺼이 대화해주었고, 론은 자기가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가 필요했다. 아이 입장에서는, 론의 무식함이 즐거워 보였는데, 이 때문에 론은 끝도 없이 짜증이 났다.

부족이 야영지를 첫 주차에 해체하자, 여자아이는 론에게 텐트 가죽을 어떻게 조심스레 꾸리는 지 보여주었는데, 새로운 장소로 옮기도록 텐트를 접는 과정이었다. 여전히 형태가 좋았던 막대기는 옮겨졌지만, 나쁜 것들은 버려졌고, 새로운 야영지에 도착하면 교체되었다.

그리 많은 사람들이 론에게 관심을 쏟지 않았고, 몇몇이 그에게 말은 걸었지만, 보통은 방랑자를 거두는 이가 론을 대하듯이 말했다. 친절했지만, 론을 멍청히 대하듯이 얘기했다. 마지막 인간은 가끔씩 론을 훑어보며 제자리에 잇는지 확인했다.

론은 도망치기 전에 이들이 새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는 야영지를 지으면서 부산스러울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만 인간 텐트 뒤쪽에서 훔쳐와 숨겨둔) 양동이를 집어서 물을 길어올 것처럼 굴다가, 슬쩍 걸어나갔다. 론은 덤불 뒤에 몸을 숙였으며, 곧 시야 밖으로 벗어났다.

론은 달아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족민들이 그가 사라진 걸 눈치 채고 흔적을 쫓아오리란 걸 알았다. 하지만 멀리 가지 않아, 론은 확신했다. 소년 포로 한 명을 쫓기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충분히 멀리 도망치면, 저들도 포기하리라.

만 하루 동안 도망친 이후, 론이 마침내 멈췄을 땐 밤이어서, 잡목림에 쉬기로 했다. 물론 길을 잃었지만, 론은 자유였다. 그 순간 론은 누군가 근처에서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

마지막 인간이었다. 10피트도 안 되는 거리에 그가 지팡이에 기대어 서있었고, 개가 옆에 있었다. 그는 화나 보이지도, 속상하지도, 심지어 실망하지도 않은 것 같았다. 그저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 다음 마지막 인간은 지팡이를 들고, 매질이 시작되었다.

매질이 끝나자, 마지막 인간은 론을 자신의 거대한 어깨에 들쳐 메고 야영지로 돌아왔다.


론은 몇 번 더 탈출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다. 마지막 인간이 그를 잡거나, 가끔 때려눕히고, 다시 데려왔다. 그 이상으로 벌을 받진 않았지만, 아무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여자아이를 빼고는.

론은 여자와 노인을 위해 짐을 옮기면서 야영지에서의 삶에 더 익숙해졌다. 그는 텐트를 치우는 걸 돕는 법과, 요리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와, 다른 부족이나 강도, 괴물들을 습격할 때를 대비해서 여자들이 무장하는 활을 관하는 법도 배웠다.

론의 옛날 옷은 다 해졌고, 가죽 반바지와 간단한 천으로 된 셔츠로 교체되었다. 그 이후, 론은 유령사냥꾼 부족에 더 잘 받아들여졌다. 짜증나는 여자애 빼고는 그를 더 이상 “도시 애”로 부르지 않았다. 여자애는 달이 가면 갈수록 여전히 론의 주변에서 수다를 떨었지만, 설명이 필요한 것들은 점점 줄어갔다. 그럼에도 론은 계속 여자아이하고 시간을 보냈다. 다른 일들과 마찬가지로 습관이 된 일이었다.

론은 다른 남자애와 뭉툭한 창으로 놀면서, 그들과 모의 전투를 하는 법과, 더 짧은 창으로 땅이나 나무에 그려진 과녁으로 던지는 법을 배웠다. 론의 키는 커졌고, 가슴도 넓어졌다. 이내 그는 더 나이를 먹은 소년들과 야영지 주변의 토끼와 도마뱀을 사냥했다.

소년들 중에는 론이 속으로 뾰족코라고 부르는 사람이 보통 리더로 여겨졌다. 론은 그하고 잘 어울리며, 둘은 장난칠 계획도 세우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다른 남자아이들이나 어린 사냥꾼에게 장난을 치거나, 가면 안 되는 장소를 가고, 보통 두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일들을 찾았다.

론은 탈출이나 도시에 대해선, 특히 군주를 놀렸던 일에 대해선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론은 대부분 내일 어디로 갈지, 사냥꾼들이 괴물이나 다른 부족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가져올 지를 생각했다.

어느 날, 론이 부족에 합류한 지 몇 년이 지난 뒤, 론과 짜증나는 소녀가 번입이 둥지로 삼는다는 근처 물웅덩이로 살짝 빠져나왔다. 둘은 나무 위로 올라가 털복숭이에 비늘로 뒤덮힌 괴물이 호수로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온 모든 것을 공격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갑자기, 론은 고개를 들고, 저 멀리서 피어오르는 먼지를 발견했다. 론은 눈을 가늘게 떴고, 저 멀리의 남자들을 알아보았다.

“어이, 저길 봐봐.” 론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짜증나는 소녀가 손차양을 드리우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 사냥꾼이 아닌데.”

“가자.” 론이 말하면서 나무를 미끄럼 타며 내려왔다.

둘은 야영지로 돌아갔다. 론은 즉시 방랑자를 거두는 이에게로 걸어갔다. “남자들이 오고 있어요. 저희 사람들이 아니에요.” 론이 말했다.

“네가 봤다고?”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농담 아니에요, 맹세해요.” 론이 대답했다. “얘한테 물어봐요.”

짜증나는 소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흰 칠도 없었고, 개도 데리고 다니지 않았어요.”

방랑자를 거두는 이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여자들에게 소리쳤다. 활시위를 묶었고, 화살이 화살통에 들어가졌다.

론과 짜증나는 소녀는 텐트에 머무르면서 다른 아이들을 보호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론은 뒤에 물러서서 방해되지 말라는 얘기라는 걸 알았지만, 그는 보지도 않고서 다른 사람들의 어떤 일에 방해될지를 알 수가 없어서 여자들이 일을 하는 동안 기다렸다.

2시간 뒤, 여자들이 웃고, 전쟁과 화살의 비와 돌의 비에 대한 노래를 부르며 돌아왔다.

여자들 중 한 명이 론의 손을 잡아 이리저리 돌았고, 론이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지 뺨에 키스를 해주었다. 짜증나는 소녀는 여기에 이상하게 살짝 서운해 보였지만, 론은 정확히 왜인지는 몰랐다. 소녀는 뺨에 키스를 받을 만큼 어린 애는 아니었다. “똑똑한 애 같으니! 오늘 밤엔 축제가 있을 거란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가까이 올 때까지 숨어있다가, 그들 앞의 땅을 향해 화살 한 다발을 쏘았다고 얘기해줬다. 이들은 검은칼날 부족에서 온 사람들로, 보통은 우호적인 사람들이었기에, 대놓고 죽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무기를 버리고 질 좋은 옷을 내놓고서야 떠날 수 있었다. “그리고 누구든 여기에 더 남아있다면, 우리 사냥꾼이 돌아왔을 때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 생길거라 말했지!” 한 여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여자들이 돌아왔을 때, 약탈의 징조는 없었다. 몇몇 젊은 전사들은 그들의 창과 칼을 맞댈 기회가 없어서 슬퍼했지만, 전반적으로 여자들이 잘 처리했다는 데엔 동의했고, 론과 짜증나는 소녀는 약간의 장난짓으로 부족을 구하게 되었다. 비록 마지막 인간의 지적했듯이, 두 사람이 애초에 물웅덩이에 있으면 안됐지만 말이다.

그날 밤, 론이 꽉 찬 배를 잡고 잠이 드는 동안, 그는 거칠게 일으켜 세워져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침대 밖으로 끌려나왔다. 그는 비틀거리며 어둠 속으로 걸어갔고, 무슨 일인지 알아내려 했을 때, 얼굴로 물이 뿌려졌다.

론의 흐릿한 눈으로 사냥꾼의 얼굴이 보였다. 몇몇은 몽둥이를 들었고, 몇몇은 몇 가닥의 밧줄을 들었고, 한 명은 칼을 들고 있었다. 입술 사이로 재갈이 밀고 들어왔고, 론은 야영지로부터 멀리 끌려갔다.

이들이 어느 정도 이동했을 때, 재갈이 치워지고, 론의 양 팔이 잡혔다. 칼을 든 사냥꾼이(론은 뒤늦게 마지막 인간을 알아봤다.) 다가왔다.

“저기요!” 론이 그렇게 말하면서 뒤로 물러서려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론을 잡았고, 땅에 무릎 꿇렸다. 칼날이 번뜩하면서 셔츠를 잘랐다. 그리곤 바지도 자르면서 론은 별빛 아래 벌거숭이가 되었다. 사냥꾼들이 론을 일어서도록 했다.

마지막 인간이 휘파람을 불자 다른 사냥꾼이 두 줄로 섰다. “10번이다.” 마지막 인간이 말했다. “네 스스로 서 있어라, 성인 되는 과정이다. 시작!”

론이 행렬로 밀쳐졌다. 론이 각각의 남자들을 지나는 동안, 몽둥이에 맞고 밧줄로 채찍질을 당했다. 론은 비틀거렸지만, 끝까지 걸어갔다.

“9번!” 마지막 인간이 명령했다.

론이 비틀거리면서 되돌아갔다. 그리곤 다시 걸어갔다. 두 번째에는 무릎을 꿇었고, 어떻게든 시련의 처음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론은 마침내 10번째를 시작해 끝까지 걸어갔다.

다시, 론의 팔이 잡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저 론이 서는 것을 도와주었다.

마지막 인간이 다가오면서, 허리띠에 달린 주머니에서 병을 꺼냈다. “10번째. 성인이 되는 과정이다. 잘했다.” 그는 두 손가락을 병에 담구고 무언가 하얀 거를 묻혀내어 론의 얼굴에 발랐다. 그가 마무리하자, 마지막 인간은 론의 얼굴을 금속 조각으로 보여주었다. 하얀 얼굴이다. 유령사냥꾼.

다른 사냥꾼들이 소리치면서 박수를 쳤다. 그들은 론에게 회색과 검은색으로 된 옷과 창을 주었다. 론의 등이 두드려졌고, 팔을 주먹으로 쳤고, 그의 멍이 든 몸이 다시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론은 고통을 가시게 하려고 타협하지 않았다.


론은 사냥꾼들과 함께 나섰다. 창을 관리하는 법과 새 창을 만드는 법을 보았다. 그러나 론의 일이 개와 함께 달려나가 숨통을 끊을 다른 사냥꾼들에게로 사냥감을 모는 역할일 뿐이었다. 론은 자신의 창을 시험해보고 싶었지만, 그런 기회가 생기기엔 론은 너무나도 신참이었다. 론은 아직 이름도 없었다. 그래도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뾰족코도 얼마 안 있어서 사냥꾼이 되었다. 둘은 여전히 친구였지만, 이젠 그 우정에 금이 생겼고, 누가 더 나은 사냥꾼이 될 지, 누가 먼저 이름을 받을지에 대한 경쟁이 생겼다.

“넌 도시 애일뿐이야.” 뾰족코가 조롱하는 어조로 말했다. “네가 이름을 얻으려면 몇 년은 지나야 할 거야. 받을 수만 있다면.”

“넌 너무 돌머리야.” 론이 대답했다. “네가 바위에 머리를 박아서 이름을 얻기 전까진, 똑똑한 짓을 해서 이름을 얻기까진 몇 년이 걸릴 꺼야.”

둘은 엎치락뒤치락 싸웠지만, 결국 진흙탕을 뒹굴면서 웃다가 마지막 인간이 격투 놀이를 갈라놓고 좀 생산적인 일을 하라 꾸짖는 걸로 끝났다.

짜증나는 소녀는 론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방랑자를 돌보는 이가 소녀를 따로 데려갔고, 소녀는 이제 여자들이 하는 다른 일과 더불어 활 쓰는 법을 배웠다. 론은 여기에 은근한 슬픔을 느꼈다. 론은 그녀와 함께 하는 게 익숙했다. 소녀는 예전만큼 짜증나지도 않았다.

그래도 둘은 서로 짬을 낼 때는 내었다. 모닥불에서의 몇 분, 달 아래에서의 한 시간. 론은 사냥 동안의 대담한 위업으로 허풍을 떨었다. 실제로 일어난 일은 한두 개였다. 그러면서 소녀는 누가 야영지에서 싸웠고, 누가 누구의 저녁을 훔쳤으며, 그리고 론이 적게 신경쓸만한 하찮은 것들을 얘기했지만, 론은 소녀가 그런 말을 하는 게 하찮지 않게 좋았다.

어느 날, 론이 사냥에서 돌아왔을 때, 소녀가 달려와서 론을 안아주면서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넌 상상도 못할 거야!”

“그럴 리가.” 론이 상처받은 듯 연기하며 말했다. “난 잘 때려맞춘다고.”

“나한테 이름이 생겼어!” 소녀가 말했다.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론이 항의했다. 그러다가 속이 덜컹 내려앉았다. “뭐, 벌써?”

“아, 그리고 내가 거의 죽을 뻔했어.” 소녀가 덧붙였다.

“뭐?” 론이 말했다. 머리가 핑 돌았다.

“아, 너 별로 신경 안 쓰는구나.” 소녀가 말했다. “어쨌든, 내 이름은—”

“신경쓰이거든!” 론이 말했다.

“부서지는 돌이야.” 소녀가 론의 말을 무시하고 말했다. “방랑자를 돌보는 이가 직접 붙여줬어. 멋지지 않아?”

“근데 어떻게? 그러니까—” 론이 입을 열었지만, 부서지는 돌이 막았다.

“와, 정말 소박하고 멋진 기념식이었어. 방랑자를 돌보는 이하고 다른 나이든 여자들이 내 배하고 가슴을 황토로 칠했어. 보여줄까 했는데, 음, 네가 정말로 준비가 됐는진 모르겠단 말이야.”

“거의 죽을 뻔한 건 뭔 소리야?” 론이 힘주어 말했다.

부서지는 돌의 정신이 살짝 돌아왔다. “괴물이 왔었어. 야영지 근처에 애들과 늙은 개들이 놀고 있는 나무로 오는 거야. 근데 아무도 못 봤어.”

“숨어있던 거야?” 론이 물었다.

“아니. 탁 트였는데, 안 보였어. 그림자도 안 보였어. 하지만 우리 개 중 한 마리를 죽였고, 개들이 습격하지 않았다면 우리 애들에게로 향했을 거야. 개들은 괴물은 못 봤지만, 괴물을 물긴 했고, 우린 괴물의 위치를 그렇게 확인했어. 내가 그 쪽으로 돌 절굿공이를 던졌는데, 괴물한테 맞아 부서졌더라고. 심각하게 다치진 않은 거 같은데, 떠나긴 했어.”

“괴물을 찾아서, 죽여야겠어.” 론이 몸을 떨면서 말했다. 얘가 거기에 있었다! 괴물이 소녀를 데리고 갈 수도 있었다.

“멍청아.” 부서지는 돌이 기뻐하듯이 말했다. “방랑자를 거두는 이가 마지막 인간에게 뭘 먼저 말할 거 같아? 바느질한 거?”

“그 분이 너랑 같다면…” 론이 웅얼거렸지만, 부서지는 돌이 말하는 바는 깨달았다.

다음 날, 마지막 인간은 모든 사냥꾼들을 한데 모았다. 그는 짜증나는 소-부서지는 돌이 말한 내용을 되풀이했다. “우린 녀석을 찾고, 죽여야 한다.”

“개들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찾을까요?” 한 사냥꾼이 말했다.

“아마 냄새로 찾겠지.” 마지막 인간이 말했다. “하지만 자극을 주는 것 이외에는 개들이 할 수 있는 건 못할 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안 보이는 채로 싸워야 할까요?‘ 다른 사냥꾼이 물었다.

“그래야 한다면.” 늙은 남자가 대답했다. “하지만 우선 똑똑하게 접근해야지. 개들이 몰아넣으면, 녀석에서 진흙은 던진다. 운이 좋다면, 우리 눈에 보일 테고, 더 쉽게 죽일 수 있겠지. 질문 있나?”

아무도 없었다. 사냥꾼들은 평소대로의 무리로 흩어져 출발했다.

론은 무리의 다른 사냥꾼들이 흩어지는 동안 개들과 함께 있었다. 그들은 가슴을 치고 발을 굴러서 자신들에게로 괴물을 유인하려고 했다. 론은 겁쟁이처럼 느껴졌지만, 속으로는 소음을 내는 사람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가 뜨고 지는 동안 아주 약간의 위험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론은 괴물이 아예 떠났는지, 더 쉬운 먹이를 찾아 왔던 곳으로 돌아갔는지 궁금해했다.

이들은 결국 그만두기로 했다. 밤이 되면 이미 보기도 힘든 것을 사냥할만한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이들이 야영지로 돌아왔을 땐 귀환한 첫 번째 무리가 아니었다. 여자들 사이에서 침울한 분위기가 있었고, 사냥꾼들은 좌절하면서도 화난 모습이었다. 주 모닥불에 시체 하나가 있었다.
론은 말문이 막혔다. 그의 친구, 뾰족코였다.

“우리 창으로는 구할 수 없었습니다.” 사냥꾼이 마지막 인간에게 말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진흙이 몸에 닿자마자 투명해졌습니다. 이 소년이, 걔한테 덤벼들었고, 괴물이 녀석을 쓰러뜨리기 전에 잠시간 녀석을 잡고 있었다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개와 저희의 고함이 녀석의 몸을 물고 흔들기 전에 쫓아낼 수 있었지만, 너무 늦었습니다.”

마지막 인간은 어린 사냥꾼의 시체를 잠깐 보다가, 눈을 감겨주었다. “이 자의 이름은 무쇠팔이다. 우리는 오늘 밤, 진정한 남자와 진정한 사냥꾼을 떠나보냈다.”

론은 옆으로 비켜 선 동안, 사람들이 장작더미를 쌓았고, 뾰족코에게 질 좋은 옷을 입혀 다음 생애로 보냈다. 현실 같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현실이었다. 뾰족코는 더 이상 누구를 이끌고 다니지 못하리라. 이제는 론과 장난을 치거나 장난삼아 몸싸움을 벌이지도 못하리라. 이건 공평하지 않았다.

그 순간, 론 안에 불이 타올랐다. 군주의 보물을 훔치게 한 불과 같은 불이었다. 뾰족코가 죽은 건 옳지 않았다. 이걸 바로잡을 시간이었다.

론의 정신이 과열될 정도로 움직이다가, 곧 계획을 생각해 내었다.

다른 이들이 뾰족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동안, 론은 여러 텐트를 전전하며 필요한 물품들을 모아갔다. 그는 객관적으로는 실패한다면 물건의 주인들이 좋아하지 않으리란 것을 알았다. 성공하더라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계획은 성공할 테니까 상관없었다. 론은 확신했다.


론은 새벽까지 기다렸고, 뾰족코와 다른 이들이 향했던 곳으로 갔다. 그는 거기에 괴물이 있을지는 몰랐지만, 어디에서든 시작을 해야 했다.

론은 뾰족코의 피 묻은 셔츠를 꺼냈고, 자신과 함께 나온 개에게 묶어주었다. 론은 나무 위로 올라갔고, 막대기를 던졌다. 개는 막대기를 따라가서 다시 가져왔다. 론은 다른 막대기를 던졌다. 다시 한 번 더.

둘은 약 한 시간 동안 계속했다. 개는 가끔씩 쉬었지만, 적당하게 앉아서 쉰 다음엔 다시 막대기를 물어올 준비를 했다. 왜 론이 계속 이러려는지는 몰랐지만, 론이 계속 던지는 동안 나무 밑의 무더기에 하나를 더해갔다.

갑자기, 개가 마지막으로 던진 막대기를 놓고 으르렁거렸다. 론은 앉아있는 자리에서 몸을 긴장시키고, 무언가 거대한 것의 낮은 숨소리를 들었다.

론은 또한 누군가가 야영지 방향에서 오는 소리를 들었다. 사냥꾼들이다! 물론 그들도 올 터였다. 론은 빨리 행동해야 했다.

“어이, 못생긴 놈! 너무 못생겨서 네 얼굴을 보여주기 싫은가 보지? 고깃덩어리가 필요한가 본데, 여기 나무에 엄청 많다고. 열매를 따가 보시지!” 론이 소리치면서 나뭇가지를 흔들었다.

무언가가 으르렁거리며 나무로 돌진했다. 개는 땅에 버티고 서있다가 아무렇지 않게 받혀 날아갔다. 개는 쓰러졌지만 잠시 뒤에 일어났고, 무언가에게 물었지만 보이지가 않었다.

무언가가 부딪치면서 나무가 흔들렸다. 컸다! 론이 알아낸 것보다 훨씬 컸다. 뭔가가 다가오는지 나뭇가지가 휘어졌다. 론은 반대편으로 뛰어내려 거의 달아날 뻔했지만, 불 속의 뾰족코의 얼굴을 기억해내곤 마음을 굳혔다. 론은 가방에서 보따리를 꺼내고 떨어트렸다.

이 그물을 만드는 데에 한밤이 걸렸다. 그런데도 그리 좋은 그물은 아니었다. 그물은 불규칙적이었고, 구멍 크기는 제각각이었으며, 바느질은 느슨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저 괴물을 잡을 물건이란 것이며… 텐트에 달린 종들이 달려있단 점이다.

그물은 닿자마자 사라졌지만, 론은 종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 론은 이제 반대편으로 뛰어내려 사냥꾼들에게 달려갔다. 론은 사냥꾼들이 공터에서 나타나는 모습을 보았고, 부서지는 소리는 괴물이 나무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뜻했다. “종소리에요!” 론이 소래쳤다. “종소리를 향해 던져요!”

사냥꾼들은 론을 미친놈처럼 쳐다봤고, 론은 잠시 모두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리곤 마지막 인간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고개를 들고 딸랑거리는 소리와 우지끈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오자, 창을 던졌다. 창이 도달한 곳에서, 사라졌고, 제대로 맞췄다는 듯 울부짖는 소리가 났다.

다른 사냥꾼들이 뒤늦게 투창을 던졌고, 장창을 꺼내들어 괴물을 향해 다가섰다. 괴물은 도망치려고 했지만, 지금은 이미 입은 상처로 속도는 느려진 상태였고, 사냥꾼들은 괴물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사냥꾼들은 계속해서 찔러댔고, 괴물은 쓰러졌다. 그래도 이들은 죽었다 확신할 때까지 계속 찔렀다. 그리곤 사냥꾼들은 괴물 주변에 불을 놓았고, 시신을 보이지 않는 재로 태웠다.


“자, 사냥꾼이여.” 마지막 인간이 이후에 말했다. “너는 이제 확실히 성인이다. 너는 목숨을 바쳐 우리의 빚을 갚았다. 이젠 무엇을 할 건가?”

론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전 유령사냥꾼입니다. 하지만… 전 제가 정착하기 전에 이 세계를 더 많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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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은.” 늙은 사냥꾼이 느리게 읊조렸다. “벨러다.”
Angus McLeod 그림

“세계를 더 많이 본다라? 더 볼 게 뭐가 있단 말이냐?” 마지막 인간이 물었다.

“더 많은 괴물들이 있습니다.” 론이 말했다. “사람도 더 많습니다. 전 도시에서 살았고, 부족과 함께 살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도시는 어떻겠습니까? 다른 부족들은요? 제가 찾을 수 있는 다른 불가사의가 있는지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져올 수도 있을 더 많은 것들도요.”

마지막 인간이 휘파람을 불었다. “참 강력하고 거대한 야망이군. 정말 멀리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전 언제나 멀리 나갔습니다.” 론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 힘이 방대한 이유죠.”

“다시 돌아온다고 약속하나?” 마지막 인간이 물었다.

론이 모닥불을 바라보았고, 부서지는 돌이 앉아서 다른 여자들과 웃고 있었다. “반드시 돌아옵니다. 제 발이 이끄는 만큼 자주요.”

마지막 인간이 웃었다. “보물과 함께 돌아와라. 명예와 함께 돌아와라.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야기와 함께 돌아오거라. 저 아이는 이야기를 제일 좋아하니까.”

“그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 인간이여.” 론이 말했다.

“아, 그리고 도시의 아이여?” 마지막 인간이 말했다.

“ㄴ-네?” 론이 망설이며 되물었다. 뾰족코나 짜증나는 소녀 외에는 론을 몇 년 간 론을 이렇게 부른 사람이 없었다.

“네 이름은.” 늙은 사냥꾼이 느리게 읊조렸다. “벨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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