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1월 20일, 708
이번 겨울은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지독한 겨울이다. 눈이 통로를 막아버리기 전에 내가 돌아가지 못할까 겁이 나는군. 지금이라도 돌아갈 수는 있다. 레드몬트Redmont가 나흘 거리에 있으니.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얼음이 녹을 때까지 레이첼Rachel과 에이브Abe에게 도착할 수 없을 것이다. 나에게는 여정에 필요한 물품들이 있고, 노새는 튼튼하다. 계속 밀어붙어야겠다.

1월 21일, 708
눈이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통로가 계속 열려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이 시점에서, 계속 밀어붙이는 건 경솔한 짓이다. 남쪽으로 길이 있긴 하겠지만, 그 길은 신성한 재단이 저주받았다고 선언한 지역 근처에 있다. 그런 일에 대해서 그들을 항상 믿는 건 아니다. 무슨 위험이 있든 오래 전에 녹슬었거나, 부패했거나, 부서졌기에, 난 대부분의 경우 그들의 경고를 무시했다. 그들은 경계만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난 그런 사치는 누리지 못한다. 지금까지 어떤 사고도 없이 여행해오기는 했지만, 겨울이 닥친 이후로 산길을 올라본 적은 없긴 했다. 확실하게 얼어죽는 길을 택하느니 차라리 잊혀지고 (나 잭이 바라건데) 있지도 않을 위험한 존재 근처로 돌아가는 길을 택하리라.

1월 23일, 708
길 상태는 형편없지만, 내 생각에,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이 길은 산들 너머로 이어지기보다는 산들 사이로 뻗어 있다. 날씨 때문에 지연되더라도, 충분한 물자를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으리라. 가르게스타운에서 삼일에서 오일 정도 거리에 있을 테고, 거기에는 뉴 생트로 돌아가는 큰 길만 있다.

1월 24일, 708
재단의 사제들이 경고했던 지역에 들어온 것 같다. 난 지금 안전하고, 눈에 띄는 위험은 보이지 않지만, 이곳은 끔찍한 장소다. 어떤 생명도 없고, 생명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는 흔적도 없는. 종종걸음치는 새앙토끼도 없고, 땅에 나무도 하나 솟아있지 않다. 땅은 만져보면 따뜻해서, 심지어 눈도 여기 땅에는 그대로 있지 못한다. 침묵 가운데, 멀리서 무언가가 우르르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동쪽의 산 너머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불길하게 떠오르는 걸 볼 수 있었다. 저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 거대하고 위압적인 존재를 지나갈 때까지는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고. 그 산들도 비슷하게 눈이나 생명체가 하나도 없었다. 서쪽과 북쪽으로는, 눈 벌판이 다시 펼쳐졌다. 길은 여전히 남쪽으로 뻗어있고, 난 내가 이 죽음의 땅을 빨리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밤중에 내게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고, 만에 하나 이 다이어리가 발견된다면, 내 아내 레이첼 아르놀드Rachel Arnold와 아이인 에이브러햄 아르놀드Abraham Arnold를 내 목숨보다 사랑했다는 걸 알아주길.

1월 25일, 708
지난 밤은 아무 일 없이 지났지만, 동시에 잠도 별로 자지 못했다. 황폐한 땅에서 계속 노출되어 있기까지 하니 점점 불안해진다. 운좋게도, 멀리서 눈이 반짝이는 걸 본 것 같으니, 내일쯤이면 이 저주받은 땅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길 근처에서 두 가지 이상한 걸 발견했다. 원고들이었다. 하나는 양피지 한 장짜리, 하나는 고대의 언어로 쓰인 장정한 책. 그 책은 꽤나 값나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난 그냥 내버려두었다. 이런 장소에서 뭐라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 정도로 충분히 보아왔기에. 종이는 읽을 수 있었고, 그래서 메세지를 기록해 둔다. "여행자여, 두려워 말라. 구원을 받아들여라, 그 형태가 어떻든 간에. 나도 한때 그대와 같았다." 꽤나 불길한 메세지였지만, 밤이 너무 늦었고, 노새가 설선으로 계속 움직이기엔 너무 지쳐 있었다. 다시 한번, 레이첼과 에이브에 대한 내 끝없는 사랑을 말해두리라.

1월 26일, 708
노새가 없어졌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일어났더니 그 자리에 없었다. 몸부림치기라도 했다면 일어났으리라 생각한다. 땅 위에는 털조각들과 피처럼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왜 내가 잡혀가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 여기 있는 끔찍한 존재들이 무엇이든간에 노새면 식삿거리로 충분한 걸지도. 가능한 한 걸어서 계속 가야겠다. 정말 미안. 좀 더 빨리 보고 싶었을 뿐인데.

1월 27일, 708
이제 설선의 가장자리에 도달했고 내 여정이 좀 더 힘들어질 거라는 두려움이 든다. 이 저주받은 땅을 지나오면서 내린 눈의 양은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여기서 마지막으로 캠프를 만들어 밤을 보내고, 아마도 내 여정의 마지막 단계가 될 곳으로 들어서야겠다.

1월 28일, 708
오 공포여! 이 장소의 진짜 정체가 무엇이든간에, 내가 두려워했던 것보다 훨씬 끔찍하다. 노새가 돌아왔다. 내 캠프 가장자리에 뭔가가 서있어서 일어났었는데. 그건 분명히 노새였지만, 끔찍하고, 기괴하게 변형되어 있었다. 그건 두 다리로 서 있었고, 원통 모양 장치에 기대서 사람처럼 서 있었다. 강철로 된 끈이 그 상체를 휘감아 갈비뼈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변해 있었다. 저 갈비뼈들을 뜯어내기 위해 무슨 짓을 했는지, 끈 근처의 가죽은 찢겨나갔고 피로 덮여 있었다. 그놈의 주저앉은 가슴 안쪽에서 붉은 빛이 반짝였다. 그리고 그 얼굴! 긴 귀는 싹둑 잘려 있었고, 코와 주둥이 부분은 아예 없어지고 광택나는 철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때 내 충직한 노새였던 것은 더 이상 없었다. 난 달렸다. 눈 속으로, 내가 품에 지니고 있던 것만 지닌 채로 말이다. 춥고, 살아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는 않지만, 죽는 것보다도 더 두려운 것들이 있다. 가장 끔찍했던 건 그게 날 보는 눈길이었다. 나는 고통을, 죽여주는 게 자비라 말하는 동물들의 그 애원하는 시선을 예상했다. 그러나 그놈의 눈에는 내가 당신을 볼 때 같은 애정만이 담겨있었다오, 레이첼.

1월 29일, 708
너무 춥다. 음식이 충분하지가 않다. 그 죽은 황폐한 땅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또 다른 곳으로 들어와있다. 설원이 눈에 보이는 모든 방향으로 펼쳐져 있다. 할 수 있는 한 계속 움직일 것이다.

1월 29일, 708
일분만 멈춰야겠다. 내가 지나온 길에는 오직 눈만 있을 뿐이다. 온 세상이 하얗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1월 30일
추위를 느낄수가 없다. 나쁜 건가? 이제는 회색빛이다. 또 아무 냄새도 맡을 수가 없는데, 눈이 아무 냄새도 안 나기는 하지. 여긴 아무것도 없다.

1월 31?
에이브, 저 멀리에서 산을 오르고 있는 게 너니? 부끄러운 줄 알거라, 얘야, 네 아버지가 이 회색빛 땅을 더 빨리 뚫고 나가도록 도와주지도 않다니. 할 수 있는 한 계속할 것이다. 아무 냄새도 나지가 않는다. 그게 내 사방에 있다.

32?
다시 한 번 멈춰서야 했고, 다시 한 번 추위 속으로 뛰어야했다. 그것에게 내 눈을 돌려달라 했으나 거절당했다. 나보고 건방지다고 내 다리까지 가져가겠다 말한 거 보면, 내가 그리 친절하게 말한 것 같지는 않다. 별로 공정한 것 같지는 않은데. 회색빛 공허에게 시각과 청각과 후각과 미각까지 내주었다. 나에게 감정이 남아있으면 한다.

33
이제 집어치워! 내가 사랑하는 거 알잖니, 그러니 내 도움을 받아들여. 네가 좋아하는 대로 모든 걸 완성해 두었다. 그러니 오거라, 에이브, 그러면 모든 아버지가 마땅히 하듯이 널 안전하게 지켜줄테니. 넌 훌륭한 아들이다, 얘야. 날 자랑스럽게 해줄 테고. 내가 만약 하늘 위로 걸어서 너에게 갈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겠지. 하지만 내가 이 길을 걷지 못할 거라고 말하는 건 아무것도 없구나.

34
일 분만 멈춰야겠다.

2울 2?
내가 얼마나 정신을 잃었는지, 아니면 죽음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모르겠다. 상처 없이 충분히 멀리 도망치지는 못했다. 펜을 잡기가 어렵고, 내 오른쪽 다리도 만져보면 다리처럼 느껴지지가 않는다. 거기에 무게를 실어보려는 시도는 해보지 않았지만, 큰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더 큰 문제는, 하지만, 내 운명이 어떻게 될 거냐는 것이다. 날 구해준 건 한때 내 노새였던 놈이었다. 나는 다시 저주받은 땅으로 돌아왔다. 그건 예전처럼 끔찍한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고, 그 똑같은 소름끼치는 애정을 담아 날 쳐다본다. 그리고 나한테 음식을 건네주는 것 같다.

귀리죽인데, 놀랍게도 맛있다. 아니면 그냥 굶주림에 하는 말일수도. 왜 날 살려준거지? 4년 동안 내 짐을 나르다보니 약간의 충성심이 남았던 건가? 아니면 좀 더 섬뜩한 원칙 때문에 이 장소가 날 남겨두는 규칙이라도 있는 건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내 수레차도 근처, 설선 바로 안쪽에 서 있다. 더 많은 형체들이 다가오고 있다. 이 거리에서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인간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하나는 토막난 엘크이고, 마치 한때 내 노새였던 놈을 닮았다. 다른 건 살덩어리보다는 철로 보인다. 그게 원래 뭐였을지 모르겠다. 마지막 놈은 수십마리의 들다람쥐를 뭉쳐놓은 것처럼 보이는데, 은빛 끈들이 대충 인간 모습에 비슷하게 묶어놓고 있었다. 끔찍한 메스꺼움 없이는 쳐다보기조차 힘들었다. 그것들은 팔란퀸1을 하나 들고 있었다. 그것들이 살짝 거리를 두고 멈춰섰고, 날 구해준 놈은 수레와 팔란퀸을 가리켜보이고선, 남쪽으로 펼쳐진 눈 설원과 동쪽의 산들을 다시 가리켜보였다. 선택하라는 의미였다. 나는 다시 한 번 눈 설원을 시도해 볼 수도 있었고 이것들이 날 자신들의 비밀스러운 주인에게 데려가도록 내버려둘 수도 있었다. 용서해 줘, 레이첼. 저 바깥에 있는게 뭔지 상상도 못할 거야. 그 회색빛 공허는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아.

우린 막 황폐한 산의 정상에 도착했고, 난 이제 그 위에 드리우고 있는 게 뭔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거대한, 어슴푸레 빛나는 탑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이 뻗어 있었다. 가장 아랫부분에는 용광로의 불빛이 있었다. 이것들이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바보같은 선택을 한 게 아닐까 하는 공포가 밀려왔다. 팔란퀸이 지옥 같은 골짜기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가능하다면, 내 앞에 닥치는 것을 계속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첫째 날
이 위는 너무나도 훌륭하다. 수 마일 밖이 보이고, 공기는 너무 깨끗하고 상쾌하다. 그리고 이 광경을 충분히 보고 나면, 탑 안으로 걸어들어가 영광을 입은 다른 이들과 합류할 것이고. 어떤 슬립스토커도, 악령도, 살덩어리 대장장이들도 여기선 날 해칠 수 없다. 이 겨울의 추위도 내겐 해를 끼칠 수 없다. 나는 굶주리지도 않고, 비쩍 마르지도 않을 것이고, 어떤 것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속임수도 없고, 숨겨진 위험도 없고. 힘으로 그 하인들을 뚫고 와보라지. 구원을 받아들여라, 그 형태가 어떻든 간에. 와서 나와 함께하렴, 내 가족아. 닿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내 존재의 증거를 바람에 실어보내마. 난 당신을 사랑하고, 탑 역시도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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