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폐 ██일 째

1. 개요

SCP-19██이 최초로 나타난 시점은 루핀 박사가 보안 레벨 5단계 승인을 받은 날짜와 일치했습니다. 당일 SCP-003-KO에서 특정한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과 관련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만 현재 해당 기록은 접속 차단 상태입니다. 상세한 조사를 위해서 열람을 허가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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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신>: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SCP-19██와 루핀 박사의 연관성에 대한 조사는 종결하세요. 루핀 박사의 유폐 조치는 당분간 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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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답신>: 당연히 SCP-19██에 대한 실험은 계속 진행합니다.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해서 반응과 최면의 치료법, 그리고 SCP의 정체를 밝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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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 면회 기록 13

앨버트 박사: 박사님!

루핀 박사: 기다리고 있었네. 자네는 정말 꼬박꼬박 와주는군.

앨버트 박사: 뭘요, 지루하실 텐데 저라도 와야죠.

루핀 박사: (눈을 찡긋하며) 사실 자네가 지루한 게 아니고?

앨버트 박사: 음.

루핀 박사: 허허. 고맙네.

앨버트 박사: 여기서 벌써 며칠째 이러고 계신 거에요?

루핀 박사: 글쎄…… 5까지 세고 관둬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최소 80일은 됐을 거야.

앨버트 박사: (달력을 보고) 어떻게 참으셨어요?

루핀 박사: 마땅히 참아야지, 사람 목숨을 구하는 일인데.

앨버트 박사: 예?

루핀 박사: 자네 못 들었나? 재단 측에서 말해줬네. 어떤 SCP가 나랑 연관이 있다는군. 자세한 건 밝힐 수 없지만 내가 여기 숨어만 있으면 놈도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고, 그러면 아무런 인명 피해도 없을 테니 놈을 잡을 때까지만 참아달라고 하던데…….

앨버트 박사: 전…….

루핀 박사: 몰랐나 보군. 흠, 자네까지 그럴 줄은 의왼데. 비밀스럽긴 한가 보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어떤 SCP와 악연을 맺고 있다고 보긴 힘들겠지만, 남는 게 시간이니까 말이야. 80일을 혼자 상상해 본 결과는 그거야. 집착이 심한 녀석. (어깨를 으쓱하며) 뭐 어차피 그런 녀석이지 않겠나?

앨버트 박사: 글쎄요.

루핀 박사: 어쨌든 요즘은 그러고 지내. 할 일이 없으니 데이터베이스나 두들겨보는 거지.

앨버트 박사: 그렇군요.

루핀 박사: 참 신기한 건 말이야. 그런 것들을 다루면서 어떻게 사람 한 명이 안 다치고 무사하냐는 거지. 정말 대단해.

앨버트 박사: 뭐라고요?

루핀 박사: 응? 아니, SCP라는 게 위험한 것들 천지잖아. 그런데도 용케 인명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신기하다고.

앨버트 박사: 어, 네? 박사님, 실험 기록 같은 것, 여기서 볼 수 없나요?

루핀 박사: 뭐? 아냐, 업무에는 지장 없어. 그런 기록들은 원래 접속 제한이 먹혀있어서 못 보잖나.

앨버트 박사: 뭐라고요? 지금까지 계속 그런 기록들을 못 보셨다고요?

루핀 박사: 그렇네만…… 뭐라고? 혹시 자네는 다 볼 수 있었나?

앨버트 박사: 어…… 아니요, 아닙니다. 저는 박사님이 왠만한 기록은 다 손 본다는 얘기를 들어와서.

루핀 박사: 누가 그러던가? 이상한 작자로군. 나한텐 그런 권한이 없어.

앨버트 박사: (힘겹게 웃으며) 그렇군요……. 아! 그러니까 오늘 제가 여기 온 이유는 사실 하나 더 있습니다.

루핀 박사: 뭔가?

앨버트 박사: (가방에서 뭔가를 꺼낸다) 짜잔. 먹을 거죠.

루핀 박사: 포춘 쿠키잖아.

앨버트 박사: 하나 드시죠.

루핀 박사: 자네는 여전하군. 어디. (우물거리며) 이건 어떻게 먹어야 되는 건가? 쪽지를 빼고 먹는 거야, 먹다가 입에서 뱉는 거야?

앨버트 박사: 벌써 드시고 계시잖아요.

루핀 박사: 솔직히 별로 맛은 없는데. (입에서 쪽지를 뱉어내 펼치고 소리 내어 읽는다) '당신이 가장 믿는 자에게 맡기시오……' 이게 뭐지? 중국집에서 이런 운세도 적어?

앨버트 박사: 저야 잘 모르죠. 중국집이 너무 싼 티 나는 것처럼 느껴지면 차라리 고대 예언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는 게 어때요?

루핀 박사: 그렇게 말하니 좀 오싹하군. 마침 나도 여기 갇힌 바람에 하지 못하고 있는 일이 하나 있다네.

앨버트 박사: 그래요?

루핀 박사: 그리고 앨버트, 내게는 자네가 가장 믿음직스러운 친구야.

앨버트 박사: (멀뚱히 있다가 손사래를 치며) 뭐라고, 아니, 아닙니다, 박사님. 저는 그런 사람이 못 돼요.

루핀 박사: 뭘 그러나? 자네는 겸손하고 별로 안 어울려.

앨버트 박사: 그런 게 아니고, 아까도…… 아니, 절 그런 식으로는……

루핀 박사: (익살스레 웃으며) 그래, 사실 자네가 지루했는데 내가 지루해할까 봐 왔다고 거짓말했던 것 말이지? 그건 좀 나빴지.

앨버트 박사: (벌떡 일어서서)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라……!

루핀 박사: 됐네, 됐네. 장난이었는데 너무 진지하게 반응할 것 없잖은가. 앨버트, 자네는 아까 내가 말했듯이 단순한 게 탈이야. 하지만 그게 내가 자네를 가장 믿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네.

앨버트 박사: ……. (다시 제자리에 앉는다)

루핀 박사: 부탁하고 싶은 일은 이걸세. 일전에 나와 만났던 한 D계급 인원이 있었는데…… 실험 차 얘기를 나누면서 꽤 친해졌었어. 자기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잡혀들어 왔다는군. 그 뒤 감옥 생활을 면하고 좀 더 일찍 석방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 재단에 자원했었다고 하네. (잠시 뜸을 들이고) 앨버트, 나는 그를 믿어. 그의 진솔한 두 눈을 똑똑히 봤거든. 재단은 그에겐 너무 버거운 곳이야……. 무리한 부탁인 건 알지만 자네가 그를 찾아서 이곳을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게.

앨버트 박사: …….

루핀 박사: (애매하게 웃는다) 역시 규약 위반인가?

앨버트 박사: 아닙니다. 최선을 다해 찾아보죠.

루핀 박사: 무리할 필요는 없네. 내가 괜한 소리를 했어. 징계 사유잖아.

앨버트 박사: 아니요, 찾을 겁니다. 누굽니까?

루핀 박사: ……고맙군, 앨버트.

앨버트 박사: 그게 누구죠?

루핀 박사: D-3097. 일주일 전에 이 기지를 떠났네.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그것뿐이야.

앨버트 박사: 알겠습니다.

루핀 박사: 정말 고마워, 앨버트.

앨버트 박사: 아무것도 아닙니다. 찾아내서 루핀 박사님 이야기를 꼭 들려드릴게요.

루핀 박사: (웃음) 그는 내 이름을 몰라. N이라고 하면 알아들을 걸세.

앨버트 박사: N이요?

루핀 박사: 내 세례명이야. 그때 나는 선을 지킨다고 생각했지.

앨버트 박사: 그리고 지금은 범칙 모의를 하고 있고요. (두 사람 모두 웃는다) N은 무슨 약자인가요?

루핀 박사: 성 네메시오. 내가 막 태어났을 때 마침 그곳을 지나던 프랑스 집시 할망구가 지어줬다고 하더군. 분명 대가로 뭘 받으려고 왔을 텐데, 날 보고는 이상하게도 세례만 해주고 그냥 갔다더구먼.

앨버트 박사: 기묘한 행동이네요.

루핀 박사: 그렇지. (포춘 쿠키 상자를 집으며) 이것들 애물단지로군. 이 조그만 걸 먹을 때마다 쪽지를 뱉어내야 하는 건가?

앨버트 박사: 아니요, 원래 상자 하나가 통째로 한 세트에요. 쪽지가 든 건 이 중에 하나밖에 없는데요. 박사님이 처음부터 그 하나를 골라버린 거죠.

루핀 박사: 기묘한 일이군. 맛은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아. 심심풀이로 하나씩 계속 먹게 되는데. (하나를 더 집어먹는다)

앨버트 박사: 그거 다행이군요.

루핀 박사: (쿠키를 삼킨다) 이제 자네는 가야겠지?

앨버트 박사: 예.

루핀 박사: 그럼…… 뭐, 잘 가게.

앨버트 박사: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남)

루핀 박사: 그가 딸아이를 다시 볼 수 있도록 도와줘, 앨버트.

앨버트 박사: (고개를 끄덕인다) 약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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