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

다섯 시 반, 비가 내렸다.

바스커빌 출신의 래이몬드 수도사는 아케른 교도 거주지역을 떠나 집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 주변의 기름진 농토는 진흙탕으로 변했고, 그의 부츠는 진창에 푹푹 빠졌다. 날씨는 끔찍했지만 그는 아직 지평선 구상 지휘 본부로 돌아가는 것이 썩 달갑진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아케른 교도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데 처참하게 실패했다는 것을 보고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가 선임들의 질책을 두려워하는 건 아니었다. 그는 그들이 이해해줄 거라는걸 알고 있었다. 그래, 목자단 인간들도 항상 똑같이 이해해주기는 하지만, 그들의 태도는 묘하게 거슬렸다. 그는 수도원장의 친절한 미소를 떠올렸다. 그 미소는 겸손의 탈을 쓰고 그를 다독였지만, 그것은 멍청한 개를 격려해주는 그런 다독임이었다. 이제 얕보이는 데는 신물이 날 대로 났고, 목자단이 계속 그런 식으로 품위 없이 나온다면 상황은 더 안 좋아지리라는 건 불 보듯 뻔했다. 그냥 수도원에서 조용히 지낼걸 싶었다.

래이몬드는 저주의 말을 중얼거리며 쓸모없이 쳐 놓은 표선을 들추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목자단의 본부로 사용하고 있는 버려진 전기 설비 사업장 안으로 스며들듯 들어갔다. 그는 수도원장과 행여라도 고위 위원을 만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지만, 무색하게도 그 좁은 공간에는 그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만 있었다. 그래도 수도원장과 그를 보좌하는 두 수사는 있었는데, 그들은 먼지가 가득한 구석에 풀이 죽어 서 있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날카로운 얼굴선을 가진 남자가 차갑게 전술지도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그렇게 크거나 그렇게 잘생기거나 특징적인 면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에게서는 위압적인 분위기가 풍겨졌다. 래이몬드는 그를 이전에 딱 한 번 본 적 있었다. 지평선 구상에 참여하기 위해 수도원에 남기로 한 그 날이었다. 그때 그 남자는 프로젝트 말레우스(Project Malleus)의 수장인 앙리 드몽포르 지휘관이라고 했다. 래이몬드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수도원장은 수도복에 달라붙는 거미줄을 쳐내면서, 최대한 인자한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래이몬드 형제님,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보니 참으로 기쁩니다. 자, 임무는 성공했나요?"

래이몬드가 수도원장을 싫어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하고 싶은 말을 빙빙 돌려서 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가 수도원장이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꾹 참았다. 목자단이라는 것은 이런 것도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수도원장님. 아케른 교도는 점진적인 통합을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교리나 교세 확장에 대해 규제하는 것 전부를 거절했습니다. 수도원장님, 근데 지금 저 사람들이 뭘 하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왜 저 사람이 여기 있는 건가요?"

수도원장은 한숨을 쉬며 자신의 옷에 붙은 먼지를 털어내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드몽포르를 경계에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프로젝트 말레우스에서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 영 못마땅했나 봅니다. 저 사람이 지금 책임지고 이 상황을 통제하겠대요. 형제님이 좋은 결과를 가져와서 제가 좀 맞서보나 싶었는데, 참…"

"솔직하게 말하자면 말입니다, 수도원장님. 이런 방법으로는 턱도 없어요. 아케른 교단은 이단입니다. 그리고 이단은 이단에게 걸맞은 방법으로 다뤄야 하고요."

"그대가 왈가왈부할 것은 아닌 것 같군요, 형제여. 우리는 목자단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역할은 길 잃은 어린 양들을 빛으로 인도하는 것이죠."

"길 잃은 어린 양이요? 그 인간들은 범신론자입니다! 그 인간들 입에서 나오는 말은 쓰레기나 다름없고, 또 그들은 우리가 믿는 모든 것을 욕되게 합니다. 그들은 주님의 면전에 침을 뱉고 있는데, 수도원장님이 하시는 말씀이라곤 고작 다른 쪽 뺨도 내어주라는 것입니까?"

수도원장은 분명하고 쇳소리가 나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는 그 목소리가 성가셨다.

"그대는, 사절입니다.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말이죠."

래이몬드는 몸을 돌려 사업장을 빠져나가는 드몽포르를 보았다. 그때 덩치가 크고, 흉터투성이에, 중무장을 한 사람 두 명이 그의 어깨를 잡아 지휘관 앞으로 끌고 갔다. 드몽포르는 시든 소나무의 그늘에서 주머니를 뒤지고 있었고, 두 보좌관은 그의 발치에 래이몬드를 꿇어 앉혔다. 그는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 때마다 사람들은 군화로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드몽포르는 안주머니에서 작은 종이곽을 찾았고 약간 불편해 보이는 얼굴로 종이곽을 보았다.

"껌 씹겠습니까?"

"어…. 괜찮습니다."

"약았군요. 금단 현상을 겪고 있는데, 이거 참 끔찍합니다. 저는 당신이… 강화 사절에 실패한 것을 이해합니다."

이건 질문이 아니었다.

"엄, 어떻게 아셨죠?"

드몽포르는 코웃음을 치고 맛없어 보이는 회색 껌을 씹었다.

"서류에서 봤습니다. 아케른 교도들은 이단 중에서도 최악에 속합니다. 그런 것들에게 평화 사절을 보낸다니 목자단들은 멍청하기 그지없군요. 그렇습니다, 더 강경하게 나갔어야 했습니다."

기껏해야 상어처럼 사나운 사람들에게 짓밟힌 채 진창에 처박힌 신세지만, 래이몬드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안 그래도 수도원장님께 그 이야기를 했어요. 지휘관님, 그들의 캠프에서 제가 보고 들은 건 말입니다… 신실한 사람이라면 그것들이 멀쩡히 살아 돌아다니는 걸 죽어도 못 볼 것입니다."

드몽포르는 그를 인정하듯 쳐다보면서 보좌관에게 눈짓했다. 그들은 군홧발을 치웠고, 래이몬드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레이몬드의 머리에 붙어있는 푸르죽죽한 진흙을 조심스럽게 떼어주었다. 지휘관은 다시 움직였고, 래이몬드는 그 뒤를 따랐고, 두 명의 우락부락한 보좌관도 뒤를 바짝 따랐다.

"보기보단 똑똑하군요. 저는 그쪽에서 이런 과격한 방법을 듣는 것만으로 질질 짜고 비겁하게 반응할 거라 반쯤 믿고 있었습니다. 수도원장은 그랬겠죠."

"그딴 케케묵은 늙은이와 같다고요!"

래이몬드는 자신이 그렇게 화가 날 수 있다는데 놀랐지만, 드몽포르는 오히려 기뻐 보였다.

"하, 그대로만 해주십시오! 아직 당신에게 바라는 것은 없습니다, 래이몬드 형제님. 따라 오십시오. 잠시 같이 걷도록 합시다. 당신에게 부여할 임무를 보여드리지요."

그것은 부탁이 아니었다. 두 명의 보좌관을 보면 확실했다. 일단 래이몬드는 그 둘의 외모에 따라 각각 주걱턱과 흉터로 부르기로 했다. 조용한 가운데 걷다가, 문득 래이몬드는 오늘 아침 일찍 이 길을 걸을 때 느꼈던 두려움이 점점 커지고 있는 걸 알았다.

"음, 지휘관님, 굳이 이 길로 가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가면 아케른 교도의 거주구역으로 들어가게 될 겁니다."

"그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그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왜죠? 방금 그 사람들과 협상 하는 건 바보 같은 짓거리라 하지 않았나요?"

"협상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말하러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들을 것입니다."

"만약 안 듣는다면요?"

"좋은 질문입니다. 보좌관, 고프리트 팀의 도착 예정 시간이 몇 시인가?"

흉터는 그 질문을 듣자마자 소형 타블렛 컴퓨터로 무언가를 확인하더니,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약 십 분입니다, 지휘관님."

드몽포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것이 래이몬드의 질문에 대한 답인 양 계속 걸었다. 그건 답이 될 수 없었지만,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밀밭에 난 길을 걸었고, 마침내 관문이 있는 작은 마을에 다다랐다. 드몽포르는 마을 관문 앞에서 멈춘 뒤 그 옆에 있는 긴 줄에 매달린 종을 울렸다. 잠시 뒤 마을 안쪽에서 또 다른 종소리가 났지만 한참 동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래이몬드는 정신 사납게 발을 구르며 니코틴 껌의 포장을 벗기려고 애쓰는 지휘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처음에 저들은 절 들여보내지 않았습니다. 누가 나와서 저를 데려갈 때 까지 거의 한 시간 동안 기다렸어요."

드몽포르는 안주머니에서 은제 담뱃갑을 꺼내는 대신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껌을 내던졌다.

"글쎄요, 관심을 끌면 쉽게 해결될 거라 보입니다만. 보좌관?"

흉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재빠르게 권총을 꺼내, 장전하고, 공포탄을 세 발 쏘았다. 총성 뒤의 고요함은 곧 고함과 함께 깨졌다. 지휘관은 미소를 지으며 래이몬드 몰래 성냥으로 가느다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렇게 해야지."

정말 몇 분 뒤에 세 사람이 관문으로 왔다. 둘은 꾀죄죄한 경비원이었고, 각각 옛날 카빈 소총을 둘러메고 지저분한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세 번째 사람은 여성이었는데, 카빈 소총보다 훨씬 늙어 보였고 피부와 머리는 갈색과 초록색, 회색 반점으로 기묘하게 얼룩져있었다. 너무 어두워서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더 자세하게 볼 수는 없었다. 그 여자는 절름발이였는데, 지팡이 대용으로 쓰는 튼튼한 나뭇가지에 몸을 기대어 래이몬드와 드몽포르를 쳐다보았다. 그 눈빛에는 혐오감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었다. 그러자 드몽포르는 더러운 것을 밟은 것 마냥 표정을 짓고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았다. 래이몬드에겐 영원과도 같았던 침묵이 흐른 뒤, 늙은 여자가 입을 열어 가래 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뚱뚱한 수도자 놈아, 도대체 뭘 원하는 게냐? 네놈이 알듯 우리는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다. 그리고 네놈의 덩치 큰 친구놈들이 와도 소용없을걸?"

"아케른씨, 한번만 다시 생각해보신다면 아마 우리의 말이 꽤 일리 있는 것이란-"

"네놈에게 말했지 않나, 우린 네놈들의 같잖은 신 찌끄래기에는 관심도 없다! 썩 꺼져!"

드몽포르는 그 노파에게 얼음덩어리만큼이나 따듯한 미소를 던졌다.

"이 젊은 친구하고 몇 마디 말 섞은 걸로 우리를 얕잡아보면 안 되지. 우린 묻지 않겠다. 너희는 교리를 전파하는 것을 중단하고, 조직을 흩어버리고 해산해라. 아니면 무력을 사용할 것이다."

"그래서 그걸 지금 하겠다고, 사제놈아? 여긴 우리 땅이고, 우리는 우리의 믿음을 전할 거다. 완전한 복음은 네놈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온천지에 울려 퍼질 것이다. 네놈들은 복음을 거부할 수 없을 거야, 암 그렇고말고. 네놈들도 이미 복음의 한 부분이거든. 네놈들은 이걸 듣고 알아야 한다."

"이봐, 늙은이. 난 지금 이단하고 교리 갖고 왈가왈부하려 여기 있는 건 아니거든."

"하, 글쎄 네놈은 묻지 않겠다 했잖나. 우리를 해산시키고 싶다면, 들어야 할게야."

드몽포르는 잠시 생각하고는 주걱턱과 몇 마디를 나눴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사 분 남았군."

늙은 여자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지팡이를 움켜쥔 채 관문 근처의 나무둥치에 앉았다.

"봐라, 이놈들아. 그냥 보여주는 게 가장 빠를 것 같구먼. 하지만 네놈은 복음의 언저리를 더듬어 보는데도 허둥대겠지. 보라, 하늘에서 수염이 내려와 너희를 흩어버리고 네놈들에게 허상과 환청을 내릴 것이다. 네놈들은 진실이라곤 하나도 보지 못할 것이다!"

"요점이나 말해."

"신은 모든 것이다, 애비 없는 놈들아! 신은 나무며 하늘이며 대지며 새며 벌이며 또한 나의 신발이고 나의 지팡이며 나의 코고 나의 엉덩이다! 네놈 스스로, 또 나 자신이, 너와 너의 덩치 좋은 친구들 그 자신이 신이라면, 다른 곳에서 신을 찾느라 헤맬 필요가 없겠지."

드몽포르는 이를 꽉 깨물며 간신히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를 억누를 수 있었다.

"이 분. 뼈라도 추스르고 싶다면, 다음에 나올 말은 좀 더 신중해야 할 거다, 이 늙어빠진 노파 같으니라고."

"나는 더는 할 말이 없다. 백문이 불여일견이지."

거기서 노파는 뼈만 남은 손을 뻗어 다른 쪽 손의 피부를 날카로운 손톱으로 갈기갈기 찢었다. 래이몬드는 그 광경을 보고 겁에 질렸다. 노인은 전혀 고통스러워하지 않으며, 찢고 할퀴며 손바닥의 피부를 길게 벗겨냈다.

"미쳤군!"

래이몬드가 중얼거리며 피 흘리는 늙은이로부터 뒷걸음질쳤다.

"그저 보게."

천천히, 늙은 여자는 몸을 땅으로 굽히고 다치지 않은 손으로 풀을 한 손 가득 잡아 뜯었다. 풀에는 뿌리부터 잎까지 다 붙어있었다. 그리고 풀들을 상처 안으로 밀어 넣었다. 래이몬드는 그 풀들이 스스로 얼기설기 얽히며 찢어진 피부 안으로 들어가고, 생살과 힘줄로 실처럼 꼬이며 들어가는 것을 보고 숨을 들이켰다. 이제 래이몬드는 노파의 피부에 있는 이상한 반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갈색 반점은 흙이었고, 회색은 철과 돌, 초록색은 식물이었다. 그는 이제야 경비원들의 지저분한 수염이 이끼와 덩굴로 된 얼룩이라는 걸 알았다. 덜덜 떨며, 그는 드몽포르를 쳐다보았고, 그 사람이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시간이 끝났군. 네년의 마술을 보면서 역겨움을 참는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계획의 판결을 받아들일 준비는 되었나?"

"하! 전혀!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이젠 알 텐데, 내가 뭣 하러 네놈 말을 들어야 하지?"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존재 자체를 없애주마. 아주 간단하지."

노파는 절뚝거리며 드몽포르에게 다가와 아직 풀들이 저녁 바람에 천천히 흔들리고 있는 손바닥을 그의 코 밑에 들이대었다.

"우리를 없애버리겠다고? 어떻게 말인가. 우리와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이 모두 한 몸인데?"

주걱턱이 드몽포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지휘관은 그의 눈을 마을 관문으로 돌려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글쎄, 한 방법이 있는데."

바닥에서부터 올라온 뜨거운 열기와 강렬한 소리가 래이몬드를 휩쌌다. 그를 둘러싼 세상은 불꽃과 소음과 비명의 불협화음으로 가득 찼고, 그의 입은 먼지로 가득 찼고 눈은 재로 가득 찼다. 그는 숨을 쉴 수 없었고, 그 주변의 사람들은 서로 싸우고 비틀고 죽어가고 있고 그는 숨을 쉴 수 없었고 그러므로 숨을 쉴 수 없었고 그러므로 그는 숨을 쉴-

날카로운 고통이 그를 휩쌌고, 아무것도 없었다. 얼마 동안은.

먼지가 발밑에서 뽀득거렸다. 남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를 옮겼다.

가스 마스크를 쓴 남자는 밀밭의 도랑길 사이에서 나타났고, 그들이 한 일을 보고 있었다. 드몽포르도 똑같았다. 그의 얼굴에는 기쁨과 두려움이 교차하고 있었다.

"일어나세요, 수사님."

래이몬드는 자기가 솔잎 더미에 누워있는 것을 깨달았고, 그를 노려보고 있는 흉터의 불쾌한 눈빛을 보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고프리트 팀이 해냈습니다. 조금 지나치긴 했지만, 계획했던 대로 진행되었습니다."

래이몬드는 그 남자의 정중하고도 속살거리는 목소리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들이…그들을 불태웠나요?"

"네. 말 그대로요."

"모든 사람을요? 백 가구가 넘게 있었어요."

"주께서는 당신이 의도하심을 알고 계십니다."

흥미롭게도 래이몬드는 그렇게 화내지 않았다. 화를 낼 수 없었을까? 그는 목자단이었고, 그는 길 잃은 어린 양을 빛으로 인도해야 했고, 그리고 그는 몇몇 사람들에게는 이 유일한 빛이 곧 화형 장작에서 나는 불빛이라는 데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전…더는 목자단에 있고 싶지 않습니다."

흉터가 끄덕이며 일어서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대는 애초에 목자단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친우여. 저는 형제님을 본 그 순간부터 직감했습니다."

"정말입니까? 어떻게요?"

"목자에게는 송곳니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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