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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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10월 12일
북극해 상공

"체스터, 레이더에 들어오는 거 없나?"

"없습니다."

기동특무항공대 카파-11 "붉은 남작Red Barons" 소속 전투조종사 체스터 지머Chester Zeamer는 신경을 곤두세운 채 레이더를 계속해서 확인했다. 공대공 미사일 두 발을 탑재한 그의 파나비아 토네이도는 최신형 군용기는 아니었지만, 아군기조차 잡히지 않는 것이 그저 그가 편대에서 떨어져 혼자 고립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북극해의 차가운 공기로 인해 레이더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인지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작전 실패하면 북극해의 가장 큰 재단 기지 하나를 날려먹게 될 거야.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해."

스톰플래쉬 작전Operation Stormflash, 6시간 전에 이륙한 혼돈의 반란 폭격기를 탐색해 요격하기 위해서 부랴부랴 세워진 작전의 이름이었다. 평범한 요격 임무인데 굳이 작전명까지 붙일 필요가 있었을까, 체스터가 생각하던 그 순간, 그의 눈에 구름 사이로 커다란 검은 형체가 비쳤다. 항공기였다.

"여기는 체스터, 미확인 항공기 발견했습니다. 확인 들어가겠습니다."

체스터가 레이더를 확인했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포기하고 가까이 붙어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기종은 보잉 B-52 스트라토포트리스입니다. 다만… 형식이 불명입니다. 라운델 역시 없습니다."

체스터는 토네이도의 스로틀을 높여 콕핏으로 상대방을 볼 수 있을 만큼 접근한 뒤, 고도를 낮추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상대방의 대답은 꽤나 당황스러웠다.

"수신호를 보냈는데… 저 새끼가 중지를 들어 보였습니다. 적기 확실한 것 같습니다. 하강 지시를 거부한 것으로 간주, 격추하겠습니다."

체스터는 즉시 거리를 벌린 뒤, 적기를 락온해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 하나를 빠르게 발사했다. "폭스 투."

공격의 결과 역시 당황스러웠다. 사이드와인더는 적기를 지나쳐 날아가 공중에서 아무런 피해 없이 폭발해 버렸다.

"뭐야 시팔 이거?" 미사일이 지나가자마자, 적기의 뒤꽁무니에서 발사된 발칸포가 체스터를 노렸다. 20×102mm 기관포탄이 토네이도의 동체를 스쳐 지나갔다.

"아무래도 모종의 재밍 장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체스터가 사이드와인더 한 발을 더 발사했고, 다시 이전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공대공 미사일이 소진되자마자, 그 순간을 노렸다는 듯이 적기는 엔진 뒤에서 붉은 화염을 뿜으며 체스터의 토네이도와 거리를 점점 벌리기 시작했다.

"적기가 애프터버너를 켰습니다. 아까의 재밍 장치도 그렇고, 일종의 알려지지 않은 변칙적 개조를 가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격추해, 체스터. 금방 그쪽으로 가겠다."

체스터도 토네이도의 애프터버너를 점화한 후, 급강하하는 적기를 쫓아 고도를 급격히 낮추기 시작했다. 토네이도의 주익이 뒤쪽으로 젖혀지며, 속도계가 빠르게 시계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흑!" 모터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발칸포가 토네이도의 콕핏을 때렸다. "이거 해 보자는 거지?" 체스터 역시 질세라 BK-27 기관포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렸다.

첫 번째 교차. 조준경에 적기의 동체가 들어왔고, 사격했다. 발칸포가 침묵했다.

두 번째 교차. 조준경에 적기의 꼬리날개가 들어왔고, 사격했다. 수평 미익 하나가 사라졌다.

세 번째 교차. 조준경에 적기의 주익이 들어왔고, 그것이 시야를 가득 메우는 순간 체스터는 방아쇠를 당겼다. 정신을 차린 체스터가 고개를 돌리자, 오른쪽 주익이 잘려나간 채 화염에 휩싸여 추락하는 적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기는 체스터, 격추 성공했습니다."

체스터는 토네이도의 상태를 점검했다. 큰 이상은 없었지만, 계기판을 보니 좌측 엔진의 온도가 느리지만 꾸준한 속도로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 피탄으로 인해 엔진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가까운 기지로 복귀해도 되겠습니까?"

"허가한다, 체스터. 가장 가까운 알래스카 R2 비행기지로 향하는 것이 좋을 걸세."

체스터는 토네이도의 기수를 알래스카를 향해 돌렸다. 에일러론, 엘리베이터, 러더 하나하나를 움직일 때마다 조종간을 잡은 손에 전율이 흘렀다. 수십 번의 출격, 그리고 첫 번째 격추. 모두 전투조종사로서는 값진 순간이었을지도 모르리라.

"라저. 기동특무항공대 카파-11 소속 체스터, 알래스카 R2 비행기지로 귀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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