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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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준비는 다 하셨습니까? 30분 있으면 아까 갔던 팀 다시 올 시간쯤 됩니다."

"다 한 듯요. 와, 지금 이거 제가 맡아보는 임무 중에서 제일 이상하네요."

"그쵸, 2771 임무가 되게… 인상적이죠, 최소한. 투텔라 이게 하는 짓은 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같아도 다 안정된 절차니까, 잘 외워만 두면 바로 프로 되시는 겁니다. 갖고 오는 돈은 죄다 보너스로 주니까, 말아먹지 말고 잘 하세요."

"알았어요."

"아, 그리고 말입니다. 만약에 누가 웃으면 엿됐다고 생각해요."

"…네?"

"그때 어떡해야 되는지를 우리가 모릅니다. 오만 짓거리들을 다 해봤는데 아무것도 알맞은 반응이 아니더라고요. 지금으로선 절차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 거깁니다. 나 이번 교대시간 빨리 끝나버렸구나, 하고 그냥 생각해야 나을걸요."

"그러죠 뭐. 담배는 태워도 돼요?"

"아니요. 누가 한 번 해봤는데, 지진이 일어났댔나 그랬다더라고요. 그 뒤로 그놈들은 걔 다시 데려가려고를 안 한대요."


5년을 재단에서 지내면서 마이클Michael은 공포에 꽤나 둔감해졌다. 악몽이 현실 속에 출몰할 때마다 그놈들을 격리한다고 지지고 볶고 하느라, 이제 그네들은 더는 평소의 머릿속을 사로잡지도 잠재의식을 위협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오만 이상한 존재들을 볼 때마다 생기는 그 놀라움이 잠재워지지는 않았다. 어느 쪽으로도 끝이 안 보이는 혀 모양 길을 따라 다음 여행자가 요금소로 다가올 때쯤, 마이클은 사사(師事)했던 선임 연구원이 그렇게 좋아하던 격언 하나가 떠올랐다. 괴물이 내 얼굴을 뜯어먹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다들 가끔씩 하는 거지만, 괴물이 내 얼굴을 뜯어먹으려는지 알아내는 게 우리 할 일이야.

여행자가 대강 신분증처럼 생겨 보이는 뭔가를 마이클에게 내밀었다. 움찔하는 기색을 최대한 숨기면서 마이클은, 위쪽 반을 깨물어 먹고 교관에게 받은 포일로 나머지를 싸서 돌려줬다. 통행 재개. 여행자의 발걸음에도, 마이클의 정신에서도.

오케이, 언어를 안 쓴다, 거기까진 잘 알겠어. 그렇게 마이클이 생각하는 동안 저쪽에서 다음 근육쟁이가 걸어왔다. 언어신호는 불만이랑 분노는 똑같다, 그리고 나머지는 다 다르다. 대체 어떤 논리지?

여행자가 요금소까지 다가왔다.

신분증을 먹고, 가끔 가다 지 얼굴 벗겨내고… 어떤 논리적 귀결로 이렇게 되지?

여행자가 웃었다.

어 씨. 어 잠깐 이런 미친 어 씨. 그 순간 마이클은 마음속으로 황급하게, 웃을 때의 행동으로 부적절한 것들의 목록을 싹싹 훑어보면서 그 목록에 뭐가 지금 없는지 생각해내려고 애썼다. 거부하기 안 됐고, 통과시키기 안 됐고… 으어…

요금소 문 밖에서 쾅쾅 노크 소리가 났다. 겁에 질린 마이클은 가져왔던 호일 롤을 여행자의 얼굴에다 냅다 던졌다. 2771-1 개체들이 마이클을 끌어내는 찰나, 여행자가 그녀의 표정을 바꾸는 모습이 언뜻 보이는 듯했다.


"…그래 면상에다 호일을 집어던졌다고요?"

"그 제가 더 어떡할 줄 모르겠어서, 뭐 네. 그리고 안 된 거죠 뭐."

"그놈들은 당신 끌어낼 때 반응이 어떻던가요?"

"절레절레하다가 주먹으로 지 손바닥을 되게 세게 꽝꽝 치더라고요."

"제가 웃는 놈 걸렸을 때랑 똑같네요. 저는 1분 남짓인가 그놈을 띠껍게 째려보니까 그놈이 돌아서 다른 데 가더라고요. 그 다음 기억은 천 두른 놈들 확 몰려오고 오버."

"근데 여하튼 그네들이 하고 싶은 말이 뭘까요?"

"제가 생각하기론 그 짓거리들이 그놈들 식으로 '그 방법 안 좋아, 다른 거 해봐'라고 말하는 거 같아요. 문제는 그 다른 게 뭔지 절대 말 안 해준다는 상황인데. 그놈들은 웃는 놈 하나 만나기만 해도 화를 내지만, 저희가 봤던 중에 그놈들 제일 빡쳤던 때는 웃는 놈 하나 요금소 통과시켰을 때였어요. 해도 엿이고 안 해도 엿이네요 이건."

"거의 그렇구만요. 오늘은 웃는 놈 보기 전에 '정상적인' 놈 적당히 좀 와 줬으면 좋겠어요. 담배 세금이 막 올랐더니만 지갑이 지금 말라죽으려고 하네요."

"핫! 이거 건강에 안 좋기는 담배가 우리 하는 임무보다 절반도 못 미치겠네요."


요번에는 6시간이 걸렸다. 5,000달러까지 박박 긁어모으느라 바빴던 마이클은 366-투텔라 절차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거의 생각도 안 했다. 잠깐 동안 정신이 오늘 쓸어담은 재물을 어디다가 쓸까나 하면서 콩밭으로 놀러간 와중에, 행복이 와장창 깨졌다. 어느 새 늙은 남자가 앞에서 멋지기까지 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돼! 이 빌어먹을, 또 이러냐, 오늘 진짜 잘 했는데…

1초 1초가 지나면서 얼굴은 더 붉으락푸르락해져 갔다. 그러면서 마이클은 생각했다. 이딴 짓거리를 몇 달이나 더 해야 할지, 싹 말아먹고 몇 번을 더 저 싸가지 없는 놈들한테 납치당해야 할지, 이 모두 중에 말이 되는 게 얼마나 있었는지…

…그리고 요금소 문이 벌컥 열리려는 찰나, 머릿속이 폭발했다. 마이클은 권총을 쑥 빼내고 폐 밑바닥까지 긁어내서 소리쳤다. "씹새끼야!" 그리고 여행자의 이마를 쐈다.

시간이 잠시 멈춘 듯했다. 마이클은 고개를 돌렸다. 2771-1들은 마이클을 보지 않았다. 길을 보고 있었다. 마이클 발밑의 "땅"이 출렁였고, 저 혀-근육들이 크게 진동했다. 여행자들은 모두 어쩔 줄을 몰라하는 모습이었다. 다시 길로 눈을 돌리자, 혀가 구부러져 DNA 모양 나선이 되어 밑바닥이 안 보이도록 내려가, 시체를 저 아래 망각 속으로 미끄러뜨리고 있었다.

2771-1 개체들은 마이클을 보고 끄떡해 주고, 일제히 손가락으로 입을 따라 자르듯이 하는 동작을 해 주고, 모두 요금소를 떠났다.

통행 재개였다.


행동 반응 결과
여행자가 웃는다. 큰 소리로 "씹새끼야"라고 외치고 휴대한 무기로 여행자를 쏜다. 운송수단이 나선 모양으로 팽창해 다치거나 죽은 여행자를 휩싼다. 통행 재개.

"이런 게 답이 될 줄은 몰랐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런 걸 시도해본 사람이 이번에야 처음 나왔다는 게 놀라운데요."

"아, 여기 하나만요. 효과가 있으려면 꼭 악 쓰고 욕하고는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그것만 쟤네들이 문제 삼는 듯이 보인 부분이라."

"네, 그럼 그건 지울게요. 근데 그럴 만은 하잖아요."

행동 반응 결과
여행자가 웃는다. 큰 소리로 "씹새끼야"라고 외치고 휴대한 무기로 여행자를 쏜다. 운송수단이 나선 모양으로 팽창해 다치거나 죽은 여행자를 휩싼다. 통행 재개.

"진짜 괴상해요 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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