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Tranquillo(조용하게)

그는 서가들로 달렸다.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소리가 났다. 서가들 사이에서, 카에스틴은 문서들 너머로 조심스럽게 그 쪽을 쳐다보았다. 남자 셋. 저벅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그 때, 남자들 중 하나와 그의 눈이 마주쳤다. 카에스틴은 반대쪽으로 달렸다. 뒤에서 총소리가 났고, 총알이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 같았다. 발걸음 소리는 순식간에 뜀박질 소리로 바뀌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문서들을 떨어뜨렸지만, 주우러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들은 순식간에 세 방향으로 나뉘어 들어오고 있었다. 몰린다. 그는 곧 한 쪽에 완전히 갇힌 신세가 될 것이다. 카에스틴은 이를 악물었다.


제니퍼 올라시, 광역 정보국 국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루퍼트 셰일의 빌어먹을 보고서는 정말이지 심란하기 짝이 없었다. 사태가 최악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빌어먹을 작전에 동의하는 게 아니었어. 끝까지 반대했어야 했는데.” 그녀가 카에스틴의 인사 파일을 쳐다보며 투덜거렸다. 어쨌든, 일어난 일은 이미 일어난 것이니. 서랍을 열고 제니퍼 국장은 무언가를 꺼내들었고, 그 문서에 찍었다. 제거됨. 올라시 국장은 서랍 마지막 칸을 열었다. 철컹 소리와 함께 소각로 구멍이 열렸고, 그녀는 그 문서를 던져넣었다.

그 때,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자마자, 고함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녀는 얼굴을 찌푸렸다. 잠시 고함이 끊기자, 그녀는 수화기에 대고 속사포처럼 말했다.

“이봐요. 당신이 관리하는 그 빌어먹을 사서가 우리 기밀 작전을 탈탈 털고 있었다고요. 당신 비서가 말이죠! 네, 네. 젠장… 그게 내 잘못인가요? 당신도 그 기밀에 대해서는 대충 알 텐데요. 그 빌어먹을 작전은 심지어 진행형이라고요. 거기다가… 좋아요. 젠장. 더 이상 협조를 거부한다. 모든 걸 폭로하시겠다. 젠장.” 그녀는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결론은 분명했다. “당신 말대로 하죠. 그만 끊어요.”

그녀는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잠시 후 발신기를 집어들고, 버튼을 몇 개 누르자, 발신기에 있던 붉은 등이 녹색으로 바뀌었다.


카에스틴은 주저앉았다. 숨이 가빠왔다. 그 때, 갑자기 발걸음 소리가 멈췄다. 그는 힐끗 고개를 돌렸다. 남자들이 무언가를 품에서 꺼내보고 있었다. 발신기? 그들은 녹색 등을 확인하더니 다시 몸을 돌렸다. 그들은 아무 말도 없이 떠났다.

한참이 있고서야 카에스틴은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오자, 온 사방이 난장판이었다. 데스크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었고, 컴퓨터는 산산조각났고 지직거렸다. “자인? 자인?” 그러나 자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디에도.


아침 6시 45분. 스케줄: 공항으로 가서 독일행 7시 40분 비행기 탑승. 제니퍼 올라시 국장은 차에 올라탔다. 가는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비서 하나가 옆자리에 탔고, 경호원들이 바로 뒤의 차에 탄 채로 그들은 정보국 주차장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 때, 차 한 대, 경찰차 한 대가 갑작스레 나타났다. 경찰차는 순식간에 돌진했고, 경호원들이 탄 차를 들이박았다. 그녀는 뒤를 홱 돌아보고 운전사에게 소리쳤다. “출발해! 출발하라고!” 차는 앞으로 달려나갔고, 경호원들은 박살난 차에서 내리거나, 창문으로 몸을 내밀고 총을 쏘려 했다. 그러나 그 차는 잽싸게 뒤로 빠지더니, 총을 마구잡이로 쏘아 대며, 그녀가 탄 차를 쫓아왔다. 순식간에 따라잡아 들이받히고, 그들은 약 15m는 그대로 밀려나갔다.

제니퍼 올라시는 이마를 감쌌다. 피가 한 줄기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우디에 탄 사람을 바라보았다. “카에스틴?” 제니퍼가 황당한 듯 중얼거렸다. “타시죠, 올라시 국장님.” 그가 총을 겨누고 말했다. 그녀는 두 손을 들고 내렸다. 정보국 전체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었고, 곳곳에서 무장 요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쏘지 마!” 그녀가 소리질렀다. “쏘지 말라고!” 요원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그녀는 차에 올라탔다. 경찰차는 주차장을 빠져나가 질주하기 시작했다.

몇 분쯤 후에, 그녀는 이제 차 안을 쭉 살펴보았다. 앞좌석과 뒷좌석은 강화유리로 구분되어 있었고, 뒷좌석은 안에서 문을 열 수 없도록 문고리가 아예 없었다. “그래, 죄수 호송용 차는 어디서 마련한 거에요?”

“재단의 보안이 꽤나 느슨해진 것 같군요. 이렇게 쉽게 뚫리다니, 허무할 지경인데요?”

그녀는 몸을 뒤로 편안히 기댔다. “뭐, 내가 거기서 쏘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지금쯤 숯덩이가 되었겠죠. 그리고 장담하건대 헬기 몇 대와 차량 수십 대가 지금 따라오고 있을걸요. 그러니까 얌전히 공항으로 가요. 가는 동안 이야기나 하죠. 도대체 이런 미친 짓은 왜 하는 거에요?”

“…어제 기록보관소로 사람을 보낸 건 당신이죠?”

한숨. “맞아요. 그 사서를 죽이고 당신을 죽이려고 했죠. 그 사서의 상관이 정중히 압력을 넣어서 중간에 취소하기는 했지만. 그것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아니. 당신이 사람을 보낸 이유. 그것 때문이죠. 1985년에 정보국이 수행했던 작전. 내 이력에도 기재되어 있는 그 일 말이죠.”

“…어디까지 알죠?”

“정보국은 SCP-169-KO를 격리실에서 빼내서 그 연주회장에 가져다 놓았죠. 그리고 세계 오컬트 연합에 그 정보를 고의로 흘렸고. 그쪽에서 인원을 파견하자, 재단은 연주회장을 폭파해서 거물들을 죽이고는 그걸 오컬트 연합 짓으로 뒤집어 씌웠죠. 거기다가-“

“그만. 충분히 알고 있군요. 그래서, 뭐 어쨌는데요? 도대체 그게 당신이랑 무슨 관련이 있는데요? 그 꿈 속의 여자? 지금 로맨스를 바라는 거에요? 여긴 재단이에요. 로맨스는 첩보 영화에서나 찾으라고요. 당신이 재단에 들어오기도 전의 작전 때문에 반역을 저지르고 있는 거라니, 그것도 대인 전투에서 낙제점만 간신히 넘긴 요원이, 정말 웃기기 짝이 없는 짓이야!

“그래요!” 카에스틴이 소리쳤다. “아마 로맨스 때문일지도 모르죠! 그러나 문제는 배신이죠. 그 로맨스의 주인공, O.J, 그 사람 당신이잖아요! 어떻게 그 따위 짓을 할 수 있죠?”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죠?”

“교차 검색. 자인은 죽기 전에 O.J가 누군지 알아냈다고 했어요. 나도 키워드를 이용했죠. 재단 정보국, 1985년 5월 15일부터 출장을 갔던 인원, 여자.”

“그 정도면 수십 명은 나올 걸요. 우리 DB는 광역, 기지, 국가 모든 정보국을 가리지 않으니까.”

“지금이라도 말해요.”

아직 짐작만 할 뿐이야. 증거는 없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에요.”

카에스틴이 엑셀을 쭉 밟았다. 속도는 150km까지 올라갔고, 차는 웅 하는 소리를 내며 빠르게 달려갔다. “뭐 하는 거죠? 속도 낮춰요.”

“마지막으로 물을게요.” 카에스틴이 뒤를 돌아보았다. “사실대로 말해요.”

“젠장, 차 세우라고!” 그녀가 비명질렀다. 커브길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 그는 핸들을 확 꺾었고, 차는 가드레일에 쭉 긁히며 불꽃을 튀겼다. 카에스틴이 핸들을 두들겼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도대체 당신 그 빌어먹을 정보를 쥐는데 얼마나 집착하는 겁니까? 목숨을 쥐고 협박해도 아무 것도 안 내놓으려 해요? 방금 전이 당신의 마지막 기회였고, 내 마지막 희망이었어요. 말했더라면 당신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 끊겼다. 한참 동안 차 안은 빗소리와 와이퍼 소리만이 들려왔다. “키워드가 하나 더 있죠. 출장지가 SCP-190-KO. 당신밖에 없더군요. 169-KO 담당자와 출장지를 똑같이 해놓는 건 실수였어요.”

“하아, 젠장.” 제니퍼 올라시 국장이 한숨을 내쉬고 손을 이마로 가져갔다. “그걸 실수하다니. 그래요, 그래. 맞아요. 빌어먹을. SCP-169-KO가 성공적으로 공연될 수 있도록 당신에게 접근했어요. 루퍼트 셰일이 말해준 연줄이 바로 당신이고. SCP-169-KO를 빼내서 미끼로 오컬트 연합을 끌어내고, 그들이 올 때 연주회장을 날려버리고 뒤집어 씌웠죠. 하지만 하나만 물어보죠. 당신은 진실을 알았어요. 그래서 뭐가 나아졌죠?”

“…”

“봐요. 오히려 상황은 나빠졌죠. 사서 하나가 죽었…아니, 죽었다고 하긴 그렇고, 거기에 당신은 반역을 저질렀고, 기밀은 새어나갔고, 이제 O5 평의회는 회의를 한 번 더 열어야 하죠.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게 나았어요. 우리는 그 폭발의 여파에서 살아남은 당신에 대한 보상으로 기억 소거 후 채용했고, 아무 것도 몰랐다면 오히려 나았겠죠. 이 모든 게 도대체 뭘 위한 거였죠? 어떤 게 기밀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에요. 모르겠어요?”

그는 차를 멈췄다. 헬기 소리가 가까워졌다. 카에스틴은 이를 악물고 다시 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나만 묻죠. 뭘 위한 거였죠? 이 모든 작전들.”

“당연히 GOC에 대한 대응이었-“

“그래서 정보국 국장이 직접 현장에 투입되어 나서나요? 거짓말 마요. 훨씬 더 큰 무언가가 있었죠. 그것 때문에 이 모든 작전이 있었던 거죠. 재단 간부도 희생시켜야 했던 무언가가.”

그녀는 눈을 감았다. “정말이지… 당신은 아까운 사람이에요. 말해 주죠. SCP-984-KO, 5등급 이상만 열람 가능. 기억해요? 바로 그거에요.”

“무슨 소리죠?”

“SCP-984-KO를 둘러싸고…뭐 이렇게만 말해두죠. 감시 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UN과 GOC는 광범위한 압력을 넣었고, 우리는 수세에 몰렸죠. 결국 정국을 뒤집을 무언가가 필요했고, 우리는 그 작전을 통해 GOC를 몰아붙이는데 성공했어요. UN은 자기네 요인이 죽은 걸 용서하지 않았고, 동시에 우리 간부도 죽었으니 우리를 의심하지도 않았죠. GOC는 물러났고, 우리는 SCP-984-KO를 연구할 시간을 벌었죠. 가장 성공적인 작전이라고 해야 하나.”

모든 게 끔찍하게 허무했다. 자인이 그렇게 된 것도, 그가 기억을 소거당한 것도, 그 연주회장이 폭파된 것도 겨우 SCP 하나 때문이라니. “…최소한 나한테는 진실을 말했어야죠. 내가 그 꿈에서 뭘 겪고 있었는지 알면서. 아니면 차라리 내가 알지 못하도록 막던가.”

“루퍼트 셰일. 그를 시켜서 역정보를 주도록 했죠. 그래서 그렇게 보안이 느슨했던 거고. 하지만 당신은 그만두지 않았어요. 결국 최악의 선택을 하게 했고.”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구름에 가린 하늘뿐. 차는 한참을 나아갔다. 제니퍼가 유리에 손을 갖다댔다. “카에스틴, 당신은 지금 그 작전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에요. 당신은 재단을 이해하니까. 당신 자신도 캔스필드에서 민간인들을 속였죠. 왜? 재단이 옳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죠. 내가 분명하게 말할게요. 내 선택은 옳았어요. 내가 당신의 신뢰를 잃었더라도, 그거 하나만은 알아줘요. 내가 당신에게… 마음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 마지막 순간에 난 당신을 죽게 내버려두지도 않았으니까. 그러나 여긴 재단이에요. 로맨스보다 앞서는 게 너무 많죠.”

“…이제 뭘 어떡할 거죠?”

“글쎄…원래대로라면 반역으로 즉결처분감이지만…” 그녀는 눈을 감았다. “내가 당신을 죽이라고 사람을 보냈을 때 당신 기록을 모두 지웠죠. 그러니까 당신은 공식적으로 죽은 걸로 처리되어 있어요.”

“그럼…”

“아무 것도 없는 거죠. 당신은 죽었으니까. 말소된 자. 그냥 날 공항에 내려주고 떠나요. 쉬면서 작곡이나 하라고요.”

“그래…말소된 자라.”


비행기가 출발하고 있었다. 제니퍼 올라시는 1등석에 앉아, 말없이 유리창에 고개를 기댔다. 그녀는 그의 마음을 돌린 게 뭔지 살짝 궁금했다. 진짜로 그 로맨스 얘기에 넘어간 걸까? 아니면 재단이 옳다는 걸 깨달아서? 그러나 어느 쪽이든 중요한 건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녀의 프로젝트였다. 결국 그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될 것이니까. 그녀는 앞에 놓인 서류를 힐끗 보며 웃었다. 완벽했다. 서류의 첫 페이지에 제목이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정보국 직속 기동특무부대 창설 제안안: 델타-9, 말소된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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