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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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번에 니가 거기 기지를 잠깐만 맡아줬으면 하는데? 쯔산.”
“네? 제가요?”
“그래, 솔직히 그 경력쯤 되면 좀 다른 기지에서 애들 관리할 때 되지 않았나?”
“아니 뭐, 그렇긴 한데….”

요원 감독관인 플리피한테서 중국에 전근을 가라는 얘기를 듣고 쯔산은 혼란에 빠졌다. 한 달 전, 중국 지부가 랑야 산 쪽에서 식물형태를 띤 변칙개체를 발견했는데, 그 주변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라져갔다고 한다. 중국 지부 쪽에서도 아직 특성이 파악되지 못한 채 개체 주변에서 있다가 보안 요원을 몇 명 잃었다고 하며, 개체의 범위를 겨우 파악하여 주변에 기지를 세우고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려 했으나, 중국 지부 내에 정보테러가 터져 데이터베이스를 도둑맞아 중국 전 지역에 비상 집결이 내려져 현 격리기지에 인원이 부족하다고 한다. 개체를 연구할 담당 박사는 그대로 기지에 있으려는 듯하나, 보안 요원들을 통솔할 지휘관이 현재 공석이라고 한다. 그 공석을 쯔산이 맡으라는 것이다.

“제가 뭐 여태 애들 제대로 통솔한 적도 없는데, 그렇게 큰일을 시켜도 되는 것인지….”
“그래서 더 시키려는 거지, 멍충아. 이번에 한건 잡으라고.”

현재 재단은 이상 개체한테 SCP-###를 붙이기 전에 E-###를 붙여 해당 개체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을 때까지 연구하여 후에 안전/유클리드/케테르 등 등급을 매기고 있다. 그런데 E계급은 개체한테만 붙는 게 아니고 개체를 연구, 보안하는 인원한테도 붙는다. 개체의 특성이 파악되어 SCP가 되고 등급이 정해지면, 해당 개체를 관리했던 인원들도 등급이 새로 정해진다. 다시 말하자면 일종의 승진의 길인 셈이다.

“그럼 감독관님께선 어떠신가….”
“얌마, 난 여기 애들 관리하는 것만 해도 벅차요. 어차피 더 올라갈 곳도 없고. 딱히 O5까지 갈 생각도 없어. 되긴 되려나.”
“….”

쯔산은 승진 자체에 아주 흥미가 없지는 않았다. 허나 그는 이러한 방법에는 거리낌이 든다. 다름 아닌 위험성이었다. 이 길로 성공한 사례들이 있긴 했으나, 그가 지켜봐 오면서 본 것은 대부분 말 그대로 죽사발이 된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요원은 개체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많으니 그만큼 위험한 것도 사실이다. 그는 그게 싫어 E계급 개체임무에 거의 참여를 하지 않으려 했으며 다른 임무를 통해 활동을 해왔었다. 그렇게 그는 4등급까지로 올라섰다.

“좋게 생각하라고. 그냥 넌 거기 기지에서만 있으면서 애들 무전해주면 돼. 애들도 다들 불만 없이 말 잘 듣는다고도 하던데. 어, 그리고 너 말고도 요원 몇 명하고 박사 한 명 더 보내기로 했어.”
“박사요? 누구신가요?”
“어…어디보자…, 킬리 박사. 얘가 직접 지원했다는데? 거기 박사 조수로.”

킬리 박사. 그는 그 이름을 들으면서 ‘역시나’라고 생각하며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식물학전공 연구원으로 들어왔으며 현재 2등급이다. 쯔산이 요원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있던 사람으로 일한 햇수나 나이나 그보다 그녀가 훨씬 한수 위이지만, 어째선지 그녀의 실적은 인사 고과에 평가하기 전에 한꺼번에 무너지기 일쑤였다. 개체를 잘 보관했다 싶으면 보고 직전에 개체가 막 뛰쳐나가 다른 박사의 연구실을 깨부수기 일쑤고, 그녀가 보고서를 이번엔 잘 뽑고 문제없이 보고하려 했으나 기지 전체에 비상사태가 일어나 흐지부지되었고, 소위 'E계급 승진'에서도 개체가 알고 보니 별 시시하거나 파괴된다든지 별 득을 본 적이 없었다. 원래 그녀는 처음엔 등급에 별 관심이 없었으나 해가 지날수록 콤플렉스가 되어 이젠 승진기회만 되면 뭐든 다 잡으려고 한다. 아마 그녀는 이번 일이 터지자 바로 연락을 넣은듯하다.

“그렇습니까…. 그럼 전 생각 좀 해보겠….”
“이거 제안 아니다?”
“…네?”
“명령이다? 3일 후에 출발할 거니까 짐 챙기쇼.”
“…네.”

‘…아오. 빡쳐.’

그는 입술 바로 뒤에서 나오려는 말을 꾹 참고 그대로 감독관실을 빠져나왔다.


비행기 타고 도착하자마자 바로 전용 버스 타서 총 1일은 넘게 탄 쯔산과 그의 부하 직원은 그야말로 녹초가 되었다. 바로 기지에 짐을 풀고 쉴 생각만이 가득했다. 기지 주변은 안개가 가득 찼다. 얼마나 심한지 고작 2m 앞도 잘 안 보인다. 지형은 험난해서 걷기 힘들었다. 격리구역 안쪽은 평지라고 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일단 들어가서 대충 얘기나 들어볼까.’

기지 뒤에는 철책이 설치되어 있었다. 거기서 요원 서너 명인가 보초를 서고 있었다. 그가 물어보니 새로 오는 지휘관이 올 때까지 모든 요원은 방에서 대기하라 했고 최소 인원만 남아 보초를 서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일단 알았다고 하고 대충 인사를 나누고 기지 안으로 들어갔다. 통나무로 꽤 멋들어지게 지어진 기지 안에는 여러 통신장비와 이번에 관리해야 할 녀석에 대한 문서들이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 안쪽창고엔 무기들이 배열되어 있었고 휴게실에선 원래 있던 요원들이 쉬고 있었다. 그가 들어가니 다들 일어나 차렷 자세를 취했다. 조금 긴장한 듯한 얼굴이다.

“자자, 다들 긴장 풀고 쉬고 있어. 우리도 좀 피곤하니까.”
“네,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좁디좁은 건물에서 요원들이 쩌렁쩌렁 소리를 지르니 건물이 부들들 흔들리고 귀속이 윙윙 울렸다.

“일단, 여기 개체에 대해서 잘 아는 애 한 명 좀 나한테 좀 보내줘. 설명정돈 들어야 하니까.”

물론 그는 개체에 대해선 가기 전에 문서로 한번 봤다. 허나 그는 연구원으로서 본 것과 요원으로서 본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는 요원들한테 그렇게 일러두고 개인실에 들어가서 책상 의자에 앉아서 잠깐 공상에 빠졌다. ‘여기 진짜 괜찮을라나. 막 내일 바로 내 목이 훅 날아가거나 그런 정돈 아니겠지? 안개도 많이 껴서 잘 보이지도 않은데 애들은 어떻게 섰대? 허참.’

털컥, “실례합니다. 칭위 요원입니다.”

문이 열리고 한 요원이 들어왔다.

“어서 와. 뭐 그래. 일단 여기 기지에 대해서 설명 좀 해줄래?”
“네, 여기 기지는 원래 사람들이 사는 산골 마을 중 하나였습니다. 마을 자체는 아무런 특이점은 없었으나, 여기서부터 약 800m 떨어진 곳에 있는 E-3223 때문에 한 달 전부터 사람들이 하나둘씩 차례대로 없어졌다고 합니다. 남아있던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버려서 사실상 이곳은 버려진 상태입니다. 저희 중국 지부에서 이렇게 요원을 배치해뒀으나, 최근 베이징 쪽에서 불미스런 일이 일어나 최소한의 인원을 남겨둔 상태입니다. 여기 당담 박사인 후쉰 박사님은 여기 있겠다고 하셨고 현재 근처 지역에 볼일이 있다고 하셔서 조수와 같이 내일 오후에 오신다고 하십니다.”

‘킬리 박사는 먼저 간 건가….’

“지원 부대는 부를 순 있나?”
“네, 여기서 1.5km 떨어진 곳에서 대기 중입니다. 거기 또한 비상 집결로 인원이 적으나 큰 문제는 없습니다. 식량과 무기 공급도 거기서 지원해줍니다.”
“그 베이징 일은 어떤 거야?”
“그게…. 정확한 내용은 5등급 인원만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저희가 알고 있는 건 저희 지부에서 정보 테러를 당했다는 것뿐입니다.”
“좋아. 그럼 여기 식물에 대해서 얘기해봐.”
“네. 약 지금으로부터 2달 전, 마을 뒷산 쪽에서 이상한 식물이 생겨났다고 했습니다. 그 식물은 높이 20m, 직경 80cm로 둥그런 구 형태를 띤 줄기가 땅 위로 솟아있었고, 그 위로는 세세한 나뭇잎들로 구성되었으며, 식물주변에 그 식물의 뿌리가 나무뿌리처럼 단단하며 일부가 땅 밖으로 튀어나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상하게 여겨 뽑으려고 해봤으나 잘 안된다고 했습니다. 몇 번을 해도 되지 않기에 사람들은 포기하고 그대로 놔뒀는데, 그때부터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우리 요원에서도 정찰 중 갑자기 실종되기도 했습니다.”
“흠… 혹시 특이사항은 없었나? 정찰 중에 이상한 거 말이야.”
“여기 안개가 심해 잘 판단이 안서서 잘 모르겠습니다.”
“에이 뭐, 한 가지라도 의심스러웠다던가. 그런 거.”
“음…. 네, 저번 주 개체 주변에서 정찰 중, 개체에서 살짝 미미한 것을 본 것 같습니다.”
“그게 뭐지?”
“그게… 안개나 연기 같았습니다.”

‘…안개?’ 안개란 말에 그는 의문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여기 안개가 심하던데, 원래 그래?”
“네, 원래 안개가 자주 끼는 지역입니다. 그런데 전보다 발생률이 급등한 건 있었습니다.”

‘연기를 내뿜는 식물이라, 역시 정상은 아니구나.’

“그리고… 실종된 요원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 요원의 겉옷과 소지품 등이 개체 주변에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왜?”
“그 요원의 겉옷 안에 셔츠, 속옷, 양말이 겉옷의 잠금장치가 안 풀린 채 그대로 안에 있었습니다. 마치 단추를 전혀 안 풀고 한꺼번에 벗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게다가 옷에는 아무런 손상이 없었습니다. 무전기나 화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알맹이만 쏙 빼먹었다는 걸까. 들으면 들을수록 소름 끼치는 녀석이네.’

“좋아. 설명 잘 들었다. 일단 지금이…. 5시구나. 보초 6시간 간격으로 교체하고 오늘은 다들 쉬어. 내일 내가 그 개체로 직접 가볼 테니까 요원 두 명 뽑아놔.”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칭위요원이 나가고 그는 다시 머릿속에서 들은 정보를 정리했다. 연기를 내뿜고 사람 잡아먹는 식물…. 조금 등골에 소름이 돋는 듯한 느낌이 든 그였다. '뭐 그래도 내일 나가는 데 바로 없어지거나 하진 않겠지'라고 애써 자신을 다독인다.

5시 3분. 저녁을 거르고 싶을 정도로 피곤한지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눈을 감는다.

다음: 정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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