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카트시

Futagoneko 2022/4/1 (금) 20:36:14 #2903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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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코하루 우: 사쿠라

내 대화명은 「Futagoneko」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쌍둥이 고양이를 기르고 있어서 이렇게 정했어. 이름은 「코하루」와 「사쿠라」. 두 마리 모두 여자애였기 때문에 귀여운 이름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부족한 센스를 짜내서 필사적으로 생각해낸 이름이다.

그러한 코하루 와 사쿠라이지만, 분양해 준 친구 말로는, 태어날 때 상황이 조금 특수했다고 한다. 조금 설명해 보자면…. 고양이는 번식능력이 높은 생물이거든. 교미할 때의 자극으로 배란이 되기 때문에, 교미=거의 무조건 임신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

그런데, 엄마 고양이가 아무 병도 없었고, 평범하게 교미도 하고 했는데, 좀처럼 임신을 못하고 있었다더라고. 겨우 임신을 해서 쌍둥이로 코하루와 사쿠라를 낳았고. 그 뒤로도 불임수술을 하지 않았는데 여전히 전혀 임신할 기미가 없는가 봐.

「어쩌면 불가사의한 힘을 품고 있을지도 몰라」라고 친구가 농담을 했는데,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는 일이 몇 번 있었다.

sakuramoti 2022/4/1 (금) 20:38:49 #08114562


우와, 살벌한 파라워치에 돌연 치유. 두 마리 다 너무 귀여운 미묘네.

이야기 자체도 흥미로워서 다음을 기대하는 중. 아, 그러고 보니 오늘 만우절인데, 혹시 뻥치는 거 아니지?

Futagoneko 2022/4/1 (금) 20:42:59 #29034219


오늘 만우절이었냐. 몰랐다. …나한테는 전혀 다른 의미로 특별한 날이 되어버렸으니까…. 아참, 미묘라고 말해 줘서 고마워. 아마 세상에서 제일 이쁜 여자애들이니까, 귀중한 투샷을 망막에 새겨두도록.

그래서, 얘기를 계속하자면. 특히 신기하다… 싶었던 부분들을 거론해 볼게.

1. 코하루 와 사쿠라는 「교대」하듯이 살아간다.
내가 아는 한에서, 두 마리가 동시에 일어나 있는 걸 본 적이 없어. 한 쪽이 일어나 있으면, 다른 한 쪽은 반드시 눈을 감고 자고 있어. 밥을 먹일 때도, 한 쪽이 먼저 다 먹어치우기 전까지, 다른 한 쪽은 흔들고 깨우고 해도 절대 일어나지 않아.

2. 종종 집을 벗어나곤 한다.
실내사육이기 때문에 밖에 나갈 일은 없고, 내가 내보내지도 않을 거야. 그런데 내가 밖에 나갔을 때 종종 밖에 없어야 할 코하루 와 사쿠라를 본 적이 있어. 보이는 족족 잡으러 쫓아가는데, 꼭 놓치고 말아. 그리고 걱정되어 집에 가 보면, 두 마리 모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집에 있어. 닮은 고양이하고 헷갈린 걸까 싶었지만, 내가 잘못 볼 리가 없거든. 아예 회사 사무실에서 발견했던 적도 있었는데, 집에 설치해 둔 감시카메라에는 두 마리 모두 멀쩡히 찍혀 있었어.

그 외에도, 보통 고양이가 아니구나 싶은 일들이 많이 있었다. 세세하게 위화감들이 있어.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뭔가 보통이 아니구나 싶은.

Futagoneko 2022/4/1 (금) 20:46:08 #29034219


그래도 결정적인 뭔가 있는 건 또 아니라서, 평범하게 잘 살고 있었어. ……진짜 귀여웠는데. 쌍둥이였지만 성격은 아주 딴판이었다.

코하루 는 마이페이스하고 태평한 편. 맹하고 잠을 잘 잤어. 그리고 품 속에 제멋대로 기어들어오는 상습범.

사쿠라 는 적극적인 성격으로, 관심병 걸린 응석꾸러기. 너무 활발해서 보고만 있어도 기운이 솟는 그런 애였어.

하지만, 사건은 일어나버렸다. 정말로 갑작스러운 일이었어.


사쿠라 는 죽었어.

sakuramoti 2022/4/1 (금) 20:46:57 #08114562


엥? 뻥치지마.

sakuramoti 2022/4/1 (금) 20:49:11 #08114562


부탁이니까 거짓말이라고 해주라. 뭔가 굉장히 쇼크인데.

Futagoneko 2022/4/1 (금) 20:53:51 #29034219


미안. 기다렸지. 안타깝게도 실화임.

그 날, 평소에는 자고 있었을 코하루 가 계속 일어나 있어서, 묘하다고 생각했었다. 사쿠라 는 아주 깊이 잠들어 있었고. 코하루 는 안절부절 계속 돌아다니고, 정신이 사나워서, 나는 팔에 안아들고, 조금이라도 안심시켜 주려고 했었어.

긔고, 겨우 얌전해졌나…싶었던 바로 그 순간, 한밤중에, 코하루 가 큰 소리로 울부짖었어. 황급히 전등을 켰을 때, 나는 봤다.

눈앞에서, 잠들어 있던 사쿠라 의 몸이 팟 하고 한순간 사라졌다.

코하루 쪽을 보니,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었어. …고양이는 인간처럼 울지 않아. 눈에서 물이 흐른다면 그건 류누증이라는 병이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야 해. 그런 줄 알고 있었지만, 나로선 그 눈물이 슬픔의 눈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Futagoneko 2022/4/1 (금) 20:56:00 #29034219


다음날 아침, 사쿠라는 근처 공원 한가운데에서 발견되었다. 무언가와 싸웠던 것인지, 상처투성이 상태로 싸늘하게 식어 있었어.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이라, 나는 슬퍼할 기력조차 없어서, 그저 앉아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4월 1일, 오늘이 사쿠라 의 제삿날이야.

어떻게 사쿠라 는 밖으로 나간 거까?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의문은 끝이 없었고,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도 않았어.

나는 코하루 를 계속 쓰다듬었어. 코하루 한테서 눈을 떼면, 코하루 도 멀리 어딘가로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그 온기를 느끼고 있고 싶었다. 코하루 는 내가 체력이 한계에 도달할 때까지, 내게 기대 있었어.

Futagoneko 2022/4/1 (금) 21:02:50 #29034219


눈을 떠 보니, 코하루 는 이디론가 없어졌어. 방의 창문이나 문 모두 엄중하게 자물쇠를 걸어 두었고, 혹시나 해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나 자신조차 방에서 나가기 힘들 정도로 만들어 놓았는데, 당연하다는 듯이 코하루 는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사쿠라 의 원수를 찾아간 것일까. 아니면, 뭔가 다른 일이 있어서 간 걸까. 나로선 알 수가 없지. 언젠가 어딘가에서 코하루 가 싸늘하게 식은 상태로 내 앞에 나타날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면, 눈앞이 컴컴해진다.

나는, 코하루 와 사쿠라와 가능한 오래 같이 사고 싶었다. 너희들이 뭐가 아무리 특수했다고 해도, 나는 아무 상관 없어.

난 항상 잘 때면 품 속에 고양이가 들어올 정도의 공간을 만들어서 자고 있다. 언제라도 코하루 가 돌아오면 쉴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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