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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베 H.는 프랑스 정부의 존재하지 않는 국(局)에서 근무하며, 언급하지 않는 부(部)의 지시를 따라 움직였고, 아주 극소수만 읽어야 하는 논문을 하나 썼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서고에서 부르는 이 논문의 이름은 1089 NOIR_32 [열람 불가] 였다.

그러나 열람할 수 있는 자에게 그 논문의 이름은, 〈프랑스 정부의 미지 현상 관리 실태 총결산(Bilan général de la gestion des phénomènes incompris par le Gouvernement Français) n°61: 초상현상에 대한 제4공화국과 제5공화국의 대응〉이었다.

다음이 그 내용이었다.

그러므로 […] 각 대통령의 관점은 다음과 같이 압축할 수 있다.

샤를 드골 (1946~1969):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초상수단의 주도로 비밀리에 치러진 또 다른 세계대전이 막을 내린 이후, 드골 정부는 초자연현상들의 증거를 위장시키고 (p.194 〈리옹의 붕괴〉 참조) 나치가 남기고 간 마법의 물품들을 회수하는 책임을 맡게 되었다. 또한 동시에 수많은 동양 및 아프리카 신비주의 조직들이 뒤섞여 있었던 알제리 문제 (p.172 〈하이에나〉 참조) 에도 나서야 했고, 끊임없이 들어오는 미국의 간섭, 특히 SCP 재단, 그리고 대체로는 세계 오컬트 연합에게도 대응이 필요했다. 당시 강성했던 오컬트부는 제5공화국 체제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1956년 해체되었으며, 대신 암흑기록원이 훨씬 수동적이고 더욱 약소한 형태로 재창설되었다. 당시 정책은 초상존재 일체를 탄압 및 은닉하는 기조를 띠고 이어졌으나, 1968년 5월의 초자연현상 사건 (p.231 〈쿨함주의〉 참조) 으로 인해 완전히 실패만을 거두고 말았다.

조르주 퐁피두 (1969~1974): 퐁피두는 프랑스가 초상공동체에게 드골 정부 때보다 훨씬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기를 추구했다. 프랑스 영토로 재진출을 도모하는 SCP 재단을 열렬히 환영하고 암흑기록원 위험과(科)의 관리를 위탁하기까지 했으며, GOC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며 갖가지 대통령령을 공포한 바 있다. "영광의 30년"이 오래 이어지고 초정상 사업이 크게 번성하면서 (p.258 〈프로메테우스 연구소, 칼리스 사, 그리고 대량생산〉 참조)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초상현상 발생 빈도는 절정을 맞이했다. 소문이었지만 퐁피두가 공익을 기치로 들면서 고대 유물들을 유용하게 다룰 방법들을 연구하고자 여러 가지 비밀 프로젝트에 착수했다는 말도 있었다 (냉전이 한창이었고 미국과 소련이 초자연적 실험에 각자 몰두하던 상황이라 다소 당연한 행동이었다). 드골의 기존 정책과 정면 배치되는 이 관대한 태도가 무시할 수 없는 계기로 작용하여 퐁피두는 1974년 초상적 수단으로 암살당했으며, 사후 모든 흔적들은 즉시 위장되었다.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 (1974~1981): 지스카르데스탱이 어느 출신인지는 아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전부터 비밀 오컬트 단체에 속해 있었으며 재임 중에도 해당 단체의 이익을 추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밖의 사항은 여전히 모호하다. 지스카르데스탱은 퐁피두의 자유주의적 초상정책 기조를 이어나갔으며, 과학적 연구 명목으로 초자연적 물품들의 국제 교환을 적극 권장했으나 (p.290 〈구릿빛 위선〉 참조) 프랑스의 번영기가 저물어 가면서 정부 주도 비밀 프로젝트 자체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팔라비 왕조의 붕괴를 막고자 최대한 노력했지만 1979년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수립되면서 실패로 끝났으며, 자이르 등의 지역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여 요주의 물체들 다수를 이슬람유물환수기구에게 빼앗기지 않은 채로 송환해 냈다. (p.295 〈샤와 ORIA의 사이에서〉 참조) 이 행동은 자신의 비밀 단체 때문인지, 혹은 정부 차원의 연구 때문인지 몰라도 신화 속 유물을 그러모으거나 고대의 개체를 불러오려던 목적으로 추정된다. 다만 해당 사항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프랑수아 미테랑 (1981~1995): 1953년 ~ 1956년 당시 드골 정부의 오컬트부에서 근무한 바 있었던 미테랑은 오랫동안 암흑기록원 및 프랑스 초상세계의 전반 영역과 관계를 깊이 맺고 있었다. 바로 이 때문에, 미테랑이 취임하자마자 국가와 초상세계를 최대한 분리하는 정책을 취하자 각계는 놀란 기색이었다. (p.333 〈뉴딜〉 참조) 정부 주도 프로젝트 대다수가 공식적으로 폐기되었으며, 초상현상 자체와 이들이 민간에 미치는 충격을 관리하는 권한이 SCP 재단, GOC, 기타 특화형 소규모 단체들에게 훨씬 더 많이 위탁되었다. (p.354 〈PME와 기타 유령사냥꾼들의 발호〉 참조) 한편, 소련이 붕괴되고 냉전이 끝나면서 초상세계 내의 미소간 충돌 역시 이때 종료되었다. 초상심리학자이자 암흑기록원 원장인 리샤르 말피에르Richard Malpierre는 1993년, "세상은 이제 다른 세상 없이도 이어져나갈 수 있다"라고 주장했던 바 있다.

자크 시라크 (1995~2007): 시라크는 오컬트 문화, 특히 사르킥 (이 때문에 1994년에 사르킥 신자인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으나 이내 취하) 에 심취해 있었으나, 초자연현상 문제에 관해서는 미테랑의 드골주의적 기조에 따른 은폐/저장/망각 정책을 이어나가고자 진력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이내 급제동이 걸리고 말았는데, 콘월Cornwall 사건으로 인해 전세계가 우주적 독립체 하나에게 파괴되기 일보직전까지 갔기 때문이었다. 일명 "여신"이라 지칭되던 이 개체는 세계 오컬트 연합이 조직한 연합군이 동원된 끝에 가까스로 쓰러졌는데, 이때 프랑스가 연합군의 중요한 일익을 맡았다. 한편 시라크는 1996년 GOC에게 협조하여 무루로아 환초의 그 유명한 개체-25에게 핵실험을 명목으로 핵폭탄을, 실험 허가 명령에 공식 날인하기 직전에 투하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초자연세계가 더 이상 무시하지 못할 만큼 중대한 문제로 성장하자, 시라크는 옛날 오컬트부만큼 권한을 키워 가던 그 당시 암흑기록원의 기능을 대폭 복구시키기로 결정한다. 또한 케 브랑리 박물관, 기밀과(科) 등을 설립하면서 (p.380 〈대안적 문화를 향하여〉 참조) 다양한 시대 및 지방에서 나온 기묘한 유물들을 그러모으기도 했다. 초자연현상 문제가 국유화되며 이 당시 영향력이 주춤하던 SCP 재단 등은 눈을 흘겼으며, 다른 초상현상 관리 중소규모 단체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으며 소멸해 갔다.

니콜라 사르코지 (2007~2012): 사르코지는 대통령직에 취임하고서부터 초상세계를 조금 더 현대적인 관점에서 바라봤다. 매우 급진적인 오컬트 정책들이 비밀리에 실행되었는데, 특히 현실조작 문제에 관심이 더욱 쏟아졌으며 (p.412 〈The French Reality Bending〉 참조) 또한 선천적 마법사들의 사회적 편입에도 눈길을 돌려 이들을 자문위원으로 다수 위촉하기도 했다. 사르코지는 현실조작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들을 여러 곳 세우기도 했는데, 성과는 들쑥날쑥했다. 이 때문에 프랑스 국내에서 초상활동의 빈도는 증가했는데, 자연히 이는 반(反)초상 사회 기류를 낳았으며, 특히 사르코지 정부의 공공 정책에 관한 긴장과 맞물리며 불만은 커져 갔다. 임기 초 마법사 갱단 사이의 분란이나 무신론자들의 테러가 부쩍 잦아지면서 사르코지는, 초상세계와의 융화 정책을 포기하고 재단에 접근하여 그 유명한 "꺼져 이 새끼야Casse toi pauvre con" 발언을 한다. 해당 발언 영상은 망각 밈 인자 마나(Mana)를 담은 채로 프랑스 전역에 퍼져, 임기 초 마법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들의 기억 대다수를 흐릿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사르코지는 초상현상을 국가를 위해 사용할 방안에 대한 관심은 계속 이어갔으며, 이 때문에 점차 GOC와는 거리를 두게 되었다.

프랑수아 올랑드 (2012~2017): 올랑드 재임 기간의 뒷면은 주로 ORIA와 갈등이 격화되는 시간으로 이루어졌다. 프랑스는 현재 서방 세계에서는 실험현실조작 분야에서 최상위를 달리고 있으나, 서방 세계 자체가 일반적으로 이슬람 군대에 견주어 마법 측면에서 매우 뒤처진 실정이었다. (p.460 〈팔미라의 트랜스필리움transphilium〉 참조) 초상세계 상의 갈등은 갈수록 커져 갔다. GOC와의 관계도 러시아의 푸틴과 미국의 오바마의 오컬트 정책 견해차가 극심한 탓에 팽팽해졌는데, 이 상황은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급변할 수도 있다. 이 시점부터 변칙개체의 출현도가 급감하기 시작했는데, 초자연현상이 종류를 막론하고 전혀 새로이 출현하지 않는 상태가 계속 이어졌다. 서방 세계의 몇몇 전문가에 따르면 이 현상으로 인해 ORIA에게 초상능력 차원에서 완전히 압살당하는 사태는 면할 것으로 보인다.

초자연적 물품 및 능력은 이제 더 이상 관리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수량이 제한되고 더구나 희귀한 자원으로 변했다.

이 논문을 열람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물론, 2017년 당선된 신임 대통령이 있었다.

신임 대통령은 생각에 잠긴 채로 논문을 내려놓고는 엘리제궁의 창밖을 바라다봤다. 벌써 다른 보고서들을 신임 대통령은 숱하게 읽어봤던 참이었다. 국방. 문화. 경제도. 항상 그 보고서들 행렬 마지막에는 조그만 서류가방 속에 담긴 보고서들이 있었다. 가방에 붙은 검은 명세서의 뜻은, 안에 든 서류들이 말하는 것이 세상에 말할 수 없는 내용이란 것이었다. 초상적인 것. 초자연적인 것. 변칙적인 것.

이 현상들은 항상 공공과 자연의 질서에 반하는 존재들로 취급되었다. 난데없이 나타나는 것이 마치 이차원에서 이민자 쏟아지는 듯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미 그냥 이민자들만으로 충분히 골치가 썩었는데.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이민이 (아니 그냥 "이민" 말고, 다른 쪽이) 갑자기 뚝 끊어졌다. 저 너머 세계, Z차원, 아니 뭐라 처 불러야 할지는 몰라도 어쨌든 그곳의 국경이 갑자기 닫혀 버렸다.

남아 있는 것들만 빼고. 이들은 각각 유일했다. 각각 현대 과학으로 아직 설명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알아봤으니까). 잠재력이 무궁무진했다.
H. 말이 맞았다.
이들은 이제 희귀 자원이 되었다.

물론 암흑기록원이 슬퍼할 건 없었다. 하지만 프랑스에겐 그것들이 더 많이 필요했다. SCP 재단보다.




물론 호박방이 슬퍼할 건 없었다. 하지만 러시아에겐 그것들이 더 많이 필요했다. SCP 재단보다.




물론 프리토리아 스톡줄루가 슬퍼할 건 없었다. 하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에겐 그것들이 더 많이 필요했다. SCP 재단보다.




물론 후지산 수장고가 슬퍼할 건 없었다. 하지만 일본에겐 그것들이 더 많이 필요했다. SCP 재단보다.




물론 바티칸 비밀예언국이 슬퍼할 건 없었다. 하지만 교황청에겐 그것들이 더 많이 필요했다. SCP 재단보다.




물론 미 육군 9지구가 슬퍼할 건 없었다. 하지만 미합중국에겐 그것들이 더 많이 필요했다. SCP 재단보다.




물론 올림포스 골짜기가 슬퍼할 건 없었다. 하지만 그리스에겐 그것들이 더 많이 필요했다. SCP 재단보다.




물론 금지된 도시가 슬퍼할 건 없었다. 하지만 인민공화국에겐 그것들이 더 많이 필요했다. SCP 재단보다.





그렇다.
당장 움직여야 해, 라고 전세계가 동시에 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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