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원스 어폰 어 타임
By: MigueludeomMigueludeom
Published on 09 Dec 2021 14:52

평가: +7+x

What this is

A bunch of miscellaneous CSS 'improvements' that I, CroquemboucheCroquembouche, use on a bunch of pages because I think it makes them easier to deal with.

The changes this component makes are bunch of really trivial modifications to ease the writing experience and to make documenting components/themes a bit easier (which I do a lot). It doesn't change anything about the page visually for the reader — the changes are for the writer.

I wouldn't expect translations of articles that use this component to also use this component, unless the translator likes it and would want to use it anyway.

This component probably won't conflict with other components or themes, and even if it does, it probably won't matter too much.

Usage

On any wiki:

[[include :scp-wiki:component:croqstyle]]

This component is designed to be used on other components. When using on another component, be sure to add this inside the component's [[iftags]] block, so that users of your component are not forced into also using Croqstyle.

Related components

Other personal styling components (which change just a couple things):

Personal styling themes (which are visual overhauls):

CSS changes

Reasonably-sized footnotes

Stops footnotes from being a million miles wide, so that you can actually read them.

.hovertip { max-width: 400px; }

Monospace edit/code

Makes the edit textbox monospace, and also changes all monospace text to Fira Code, the obviously superior monospace font.

@import url('https://fonts.googleapis.com/css2?family=Fira+Code:wght@400;700&display=swap');
 
:root { --mono-font: "Fira Code", Cousine, monospace; }
#edit-page-textarea, .code pre, .code p, .code, tt, .page-source { font-family: var(--mono-font); }
.code pre * { white-space: pre; }
.code *, .pre * { font-feature-settings: unset; }

Teletype backgrounds

Adds a light grey background to <tt> elements ({{text}}), so code snippets stand out more.

tt {
  background-color: var(--swatch-something-bhl-idk-will-fix-later, #f4f4f4);
  font-size: 85%;
  padding: 0.2em 0.4em;
  margin: 0;
  border-radius: 6px;
}

No more bigfaces

Stops big pictures from appearing when you hover over someone's avatar image, because they're stupid and really annoying and you can just click on them if you want to see the big version.

.avatar-hover { display: none !important; }

Breaky breaky

Any text inside a div with class nobreak has line-wrapping happen between every letter.

.nobreak { word-break: break-all; }

Code colours

Add my terminal's code colours as variables. Maybe I'll change this to a more common terminal theme like Monokai or something at some point, but for now it's just my personal theme, which is derived from Tomorrow Night Eighties.

Also, adding the .terminal class to a fake code block as [[div class="code terminal"]] gives it a sort of pseudo-terminal look with a dark background. Doesn't work with [[code]], because Wikidot inserts a bunch of syntax highlighting that you can't change yourself without a bunch of CSS. Use it for non-[[code]] code snippets only.

Quick tool to colourise a 'standard' Wikidot component usage example with the above vars: link

:root {
  --c-bg: #393939;
  --c-syntax: #e0e0e0;
  --c-comment: #999999;
  --c-error: #f2777a;
  --c-value: #f99157;
  --c-symbol: #ffcc66;
  --c-string: #99cc99;
  --c-operator: #66cccc;
  --c-builtin: #70a7df;
  --c-keyword: #cc99cc;
}
 
.terminal, .terminal > .code {
  color: var(--c-syntax);
  background: var(--c-bg);
  border: 0.4rem solid var(--c-comment);
  border-radius: 1rem;
}

Debug mode

Draw lines around anything inside .debug-mode. The colour of the lines is red but defers to CSS variable --debug-colour.

You can also add div.debug-info.over and div.debug-info.under inside an element to annotate the debug boxes — though you'll need to make sure to leave enough vertical space that the annotation doesn't overlap the thing above or below it.

…like this!

.debug-mode, .debug-mode *, .debug-mode *::before, .debug-mode *::after {
  outline: 1px solid var(--debug-colour, red);
  position: relative;
}
.debug-info {
  position: absolute;
  left: 50%;
  transform: translateX(-50%);
  font-family: 'Fira Code', monospace;
  font-size: 1rem;
  white-space: nowrap;
}
.debug-info.over { top: -2.5rem; }
.debug-info.under { bottom: -2.5rem; }
.debug-info p { margin: 0; }

@import url('https://fonts.googleapis.com/css2?family=Noto+Sans+KR:wght@700&display=swap');
 @import url('https://fonts.googleapis.com/css2?family=Nanum+Pen+Script&display=swap');
 
/* Flopstyle CSS Theme
 * [2020 Wikidot Theme]
 * Created by Lt Flops
 * Select CSS Styles Are Credited Where Necessary
 * -- (CC BY-SA 3.0) --
**/
 
/* ---- SITE HEADER ---- */
 #header h1 a{
     font-family: "Montserrat", "Arial", "Noto Sans KR", sans-serif;
}
 
/* ---- FORMATTING | [SPECIAL] ---- */
 @font-face {
     font-family: "D2Coding";
     src: url('https://cdn.jsdelivr.net/gh/projectnoonnu/noonfonts_three@1.0/D2Coding.woff') format('woff');
     font-weight: normal;
     font-style: normal;
 }
 :root{
     --mono-font: "D2Coding", "Fira Code", "Nanum Gothic Coding", monospace;
}
 
/* ---- CUSTOM DIV BLOCKS ---- */
 .journal{ /* ---- Journal Block (Adapted From SCP-4003) ---- */
     font-family: "Architects Daughter", "Nanum Pen Script", cursi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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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k.png

1850년 3월

수집원 지소

「히, 히익」

「…뭐냐, 이건」

「나, 나는 바닷속에 사는ー」

「너한테 안 물었다」

「히이익!」

지소는 평화로웠다. 아침나절부터 선선한 바람이 창 너머로 살짝씩 얼굴을 내밀었다. 수집원의 사람들 역시, 간만에 찾아든 평화를 잔뜩 만끽하고 있었다.

제이영이영번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었다.

한 남자가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 그냥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자의 찌르는 듯한 시선은 그녀의 심기를 꺾어놓기에 충분했다. 사납고도 날카로운 시선, 그것은 일종의… 살의였다.

창백한 얼굴에 악귀의 눈빛. 그자는 제이영이영번, 아마비에가 그날 처음 만난 수집원의 인사였다. 지소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을 어느덧 기억해낼 수 있을 즈음이었으니, 그자의 출현은 상당히 늦은 셈이었다. 무슨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마냥 가의 연의관과 위사에 둘러싸여 호위받고 있던 그자. 그자의 이름이 이며, 니카호 가의 무슨 스승 취급을 받고 있었다는 것은 나중에서야 알 수 있던 사실이었다.

남자는 니카호 사람들이 으레 그러하듯 붉은 기모노 위에 흰 하카마를 입고 있었다. 독특한 점은 그의 상투 모양이었는데, 그 시절 많은 사람들이 하던 촌마게가 아닌, 완전히 다른 형태의 상투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마에는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모를 두건 같은 걸 쓰고 있는 게 아닌가. 무서움은 둘째 치더라도, 아마비에는 우선 남자의 정체가 무얼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자가 정녕 일본인인지도 알 수 없었고.

「히고국에서 잡아온 아마비에입니다」 그와 동행하고 있던 여자가 대신 대답했다. 「미래 예지를 한다고들 하던데, 잘 틀립니다」

「저런」

「그, 그렇게 많이 틀리는 건 아닌ー」

재빨리 항변하려던 아마비에는 다시 남자의 눈초리를 맞고 입을 다물고 말았다.

「말이 많구나」

「그런 편이죠」

「아, 아냐! 나, 내가 보여줄게. 나 정말로 예언 잘해!」

남자는 시큰둥한 표정이었지만, 아마비에는 무시당한 설욕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아마비에의 눈동자에는 각오에 찬 불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잘 봐두라고!」

「쟤 평소에도 저럽니다」

「그럴 것 같다」

아마비에는 앞에서 들려오는 말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전신에 힘을 주었다. 발끝에서부터 전달되어 오는 모든 감각. 전류가 흐르는 듯 저릿저릿한 느낌이 흐릿한 지평선 너머에서 구름이 몰려오듯 조곤조곤히 진동하더니, 곧이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전율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늘 하나하나가 떨리는 듯한 느낌. 체내를 흐르는 모든 뜨거운 혈류가 순식간에 차가워지면서 정신은 맑아졌다. 그리고 다시, 더욱 맑아진다. 건더기 하나 없이, 불순물 하나 없이 온전히 정신 하나만이 남을 때까지.

그리고 그 절벽 위로 정신은 날아오른다.

마침내 어떤 광경, 그렇게도 원하던 모종의 정경을 정신 가득히 담아낼 때까지.

「당신 물에 빠질 거야!」

정적이 흘렀다.

아마비에는 남자를 향해 검지손가락을 치켜든 상태 그대로 서 있었다. 잠시 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공기마저도 정지한 채 완연한 고요를 드러내고 있었다. 남자는 몇 초 동안 무뚝뚝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다가, 잠시 뒤 입맛을 다셨다.

「그래 알았다」

이윽고 남자는 아마비에를 놔둔 채 다른 쪽으로 거닐어 가기 시작했다. 그 뒤를 다른 이들이 따랐다.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수집원의 다른 인원들 역시 자기 할 일로 시선을 옮겼다. 일상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마비에만을 남기고.


2021년 11월

수집원 본원

"그때 내가 얼마나 모욕적이었는지 알아!?"

"그러니까, 알겠다니까."

"니가 알긴 뭘 알아!"

레이는 이마를 감싸 쥐었다. 내심 이럴 줄은 알고 있었건만, 일말의 희망을 걸어본 자신이야말로 바보 천치가 아닐 수 없었다. 제이영이영번에게 뭘 부탁하면 안 되는 걸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제일 잘 알면서도.

창밖에서 늦은 오후의 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앉았다. 노곤한 따뜻함이 공기 중에 감돌면서 안온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들 둘은 오래된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아 있었다. 모든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오랜만에 자료를 정비하던 중, 전까지만 해도 못 보던 수집물각서장 목록이 하나 툭 튀어나온 것이다. 제영구구일번, 즉 수집원에서 수집한 역병신 하나를 다룬 목록이었다. 니카호 일족이 특히 전문화되어 있었다는 그 역병의 신격. 다들 관심을 보였다. 역병신을 다룬 목록은 물론 그것 말고도 여럿 있었지만, 대다수가 재단에게로 넘어간 상황에서 역병신의 금제를 직접적으로 기술한 각서장목록은 확실히 귀중한 값어치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로서는 현재에도 그 금제가 적용되는지, 그리고 그 금제를 해독하는 방법은 어떤 것인지 쉽사리 알아낼 수가 없었다. 니카호 일족은 역병신의 금제, 소위 말하길 "두술"이라고 부르는 술법을 일족 내에서만 공유해 왔었다. 부모와 자손 간에서만 이어져 온 지식은 심지어 자신들의 소속 단체인 수집원에게도 철저히 은폐되고 숨겨져 왔다. 지식은 곧 힘이었고, 니카호 일족은 그런 점에서 두술을 널리 알리지 않는 것은 자신들이 힘을 얻을 수 있는 수단임을 알았으니까. 단레이는 밤새 제영구구일번 문서를 연의하면서 혀를 내둘렀다. 이들이 두술을 슬그머니 표현하지 않은 방식은 그야말로 교묘하고 치밀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중추적인 원리는 제외하면서도 그로부터 파생되는 금제에 대한 기작은 제공한다. 얼핏 보면 그 금제가 중심 술법인 것처럼 여겨질 수 있는 서술 방식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니카호 일족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 수집원 내에서 전쟁에 찬동한 강경파가 이자메아와 결탁하여 니카호 일족을 완전히 보내버린 이후론, 현재까지 그놈의 두술이나 역병신에 대해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은 연의관은 없었다. 애초에 격변의 시기였기에 그러했기도 했겠지만, 지금에 와서는 지식 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다. 그나마 지금 수집원에서 니카호 일족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이는 바로 단레이 그 자신 앞에 앉아 있는 제이영이영번, 아마비에. 그녀에게 정보를 얻어내는 수밖에는 없었다.

없었던 것… 같다.

단레이는 한숨을 내쉬며 어느새 탁자에 엎드려 졸고 있는 아마비에의 어깨를 흔들었다. 무어라 웅얼거리는 소리가 탁자 표면에서 들려왔다. 가만 내둬, 라는 건지 아니면 그냥 잠꼬대를 한 건지 모를 소리였다. 어떻게 이렇게도 무사태평할 수가 있는 건지. 단레이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져 오는 것을 느꼈다.

"어이, 제이영이영번. 일어나서 제대로 이야기해보라니까. 그러니까, 그게 네가 본 니카호 일족의 모습이라고? 다른 정보는 아는 거 없어?"

"아— 몰라몰라몰라몰라. 졸리다구…"

깊은 짜증이 목덜미를 잠식하는 것을 느낀 채, 단레이는 창밖에다 대고 소리를 지르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그 대신, 그는 심호흡을 한 후 다시 아마비에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연의를 위해서라면 신마저도 감응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하물며 이 귀찮은 존재마저도—

아마비에는 코를 골고 있었다.

"아오 이 물고기가 진짜!"

"뭐하는 거야?"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단레이는 간신히 짜증을 가라앉히고 뒤를 돌아보았다. 연의관 이사나기 아카네가 얼굴을 찌푸린 채로 커피가 담긴 머그컵을 양손에 들고 있었다.

"아— 이사나기 양. 제이영이영번하고 면담."

"쟤 자는데?"

"그러게나 말이다. 회 떠 먹을까 진짜…"

아카네가 피식 웃었다. "고생이 많네. 그런데 저 잠탱이한테 무슨 일로 면담이야?"

"저번에 발견한 목록 때문에 그렇지. 니카호 일족 알 만한 사람이 공교롭게도 아마비에 밖에 없더군. 그래서 뭐라도 좀 아나… 싶었는데, 그때 헛소리했다가 무시당한 기억밖에 없나 봐."

"변하질 않네." 아카네가 머그컵 하나를 단레이에게 건넸다.

"변하질 않지." 단레이는 웃으며 컵을 받아든 채, 뒷목을 주물렀다. "커피 고마워. 이거 얘나 좀 마셔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그러게." 아카네가 킬킬댔다. "어떻게, 내가 좀 깨워주리?"

단레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띠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깨우는 법을 알아?"

"오타쿠의 관찰력은 대단하다고."

이윽고 아카네는 슬그머니 걸음을 옮겨 아마비에의 뒤로 다가갔다. 아마비에는 여전히 시원하게 코를 골고 있었다. 자신에게 닥칠 일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하고. 단레이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아카네가 아마비에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그녀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소리도, 기척도 없이 위치를 점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몸을 아마비에에게로 숙였다.

그리고 목을 찔렀다.

"으하아악!"

"…그걸…그렇게 조심스럽게 할 필요가 있었어?"

아카네는 당당한 표정이었다. "뭐든 만전을 기해야지. 또 이 녀석, 알다시피 자기한테 해 되는 건 귀신같이 알잖아."

"그건 그렇다만." 단레이는 목덜미를 부여잡고 부르르 떠는 아마비에를 지켜보며 대꾸했다. "얜 또 왜 이래?"

"이잖아. 사람 머리하고 물고기 몸이 이어진 부분이 민감한 모양이더라고." 아카네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나도 우연하게 알게 된 거야."

"솔직히… 남사스러운데."

"고상한 척하기는." 아카네가 어깨로 단레이를 툭 쳤다. "됐고, 물어볼 거나 물어보셔."

아마비에는 얼굴을 찡그리며 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앗 따거….."

"그러게, 면담에 집중하지 그랬어." 단레이가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 "정신 좀 차려."

"흥, 아까 내 어두운 기억을 듣고도 모르겠어? 그 인간들, 젠체하는 왕재수들이었다구. 알아낼 필요가 뭐가 있어!"

"젠체하는 왕재수들이든 아니든, 우린 그 사람들 정보가 필요해. 그 일족이 현재까지 존재하는지도 불확실한 판국에…"

단레이는 입술을 깨물며 턱을 문질렀다. 어딘가 돌파구가 없을까. 니카호는 생각보다 흔한 성씨였고, 니카호 성씨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수집원에 한때 소속되었던 일족의 후예라고 상정하는 것은 멍청한 일이었다. 그는, 말하자면 니카호 일족 자체로 도달할 수 있는 네비게이션이 필요했다. 이정표 하나 없는 거친 골목을 지나갈 수 있게 할, 지도.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잠깐만, 아까 그 남자, 이름이 뭐였다고?"

"뭐, 니카호 한노?" 아마비에가 부루퉁하게 내뱉었다. "왕재수 중의 왕재수 말하는 거야?"

"니카호 한노." 단레이가 나직하게 읊조렸다. "니카호 한노…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제영구구일번 추가 기록 중 하나 쓴 사람." 아카네가 입을 열었다. "각서장목록에서 봤어. 근데… 다른 데에서도 본 것 같은데…"

"다른 데?" 그가 아카네에게 시선을 던졌다.

"…어."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잠깐만, 기억을 좀 해 봐야… 아!"

아카네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단레이의 어깨를 때렸다. 단레이가 멍한 얼굴을 지으며 어깨를 문지르는 것도 알지 못한 채, 그녀는 반쯤 기뻐하고 반쯤 충격 받은 표정으로 그를 잡고 흔들었다.

"나 어디서 본 지 기억났어. 따라와!"

"따라오라고…?"

아카네는 즉시 어디론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단레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아카네의 뒤를 따라갔다. 그녀는 매우 빠른 속도로 공간을 돌파해 나갔다. 단레이는 어디로 가는 건지 생각도 못 하고 그저 아카네의 빠르기를 따라잡는 데에 급급할 뿐이었다.

"오오에야마 군! 야생요괴조사특임연의관 오오에야마大江山 코타로孝太郎!"

별안간 아카네가 멈춰 서면서 냅다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그 즉시 그들 앞에 자리하고 있던 책상, 그리고 그 위에 쌓인 산더미 같은 문서 더미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 안에 파묻혀 있던 무언가의 형체가 몸을 일으켰다. 단레이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주춤 뒤로 물러섰다. 형체는 자신의 등판에 있던 문서를 책상에 올려놓고는, 얼굴을 쓸어내리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어, 어라, 이사나기 씨. 그리고 호죠 씨도. 무슨 일이십니까?"

"너 잤냐?" 아카네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아, 아니… 어제 산을 수십 번은 오르내려서요. 피곤했습니다, 헤, 헤헤…"

"오오에야마 군에겐 무슨 볼일이야?" 단레이가 물었다.

"오오에야마, 그때 그거 어딨어? 역대 수집원 인명부. 예전에 정리해두라고 했었잖아."

"인명부 말씀이십니까? 서고에 있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금방 꺼내 올 테니까."

잠시 뒤, 코타로가 낑낑대면서 두꺼운 장서 여러 권을 들고 왔다. 아카네는 그중 하나를 받아서 들어 펼쳤다. 짙은 고서적 내음이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여기서 뭘 찾게?"

"그 사람. 아까 아마비에가 말했던 그자."

"…이거 교호(享保) 말 기록 아냐? 아마비에가 만났다면 교호는 너무 지나치게 오래되었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코타로가 끼어들었다. "메이지 시대는 여기 있어요."

"둘 다 조용히 해 봐. 내가 찾는 게— 아, 찾았다."

단레이는 이상한 기분을 느끼면서 아카네가 가리킨 공간을 응시했다. 그곳에는 초서체로, 니카호 한노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니카호 한노.

"…뭐?"

"이것뿐만이 아냐. 70년 전에도 같은 이름이 있어." 아카네는 페이지를 넘겨서 같은 이름이 적힌 것을 보여주었다. "이제 내가 이 이름을 왜 기억했는지 알겠네. 반복되었으니까. 그것도 몇십 년 주기로."

"이름을 물려받는 건가…?" 단레이가 혼란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라면 설명이 돼. 1대 니카호 한노, 2대 니카호 한노… 그런 식으로."

"하지만 니카호 한노가 니카호 일족의 당주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아카네가 지적했다. "당주도 아닌데 이름을 물려받는다고? 게다가, 이 이름이 등장한 건 몇 세대의 간격이 있었다고. 근대에 와서는 그 간격이 상당히 짧아지긴 했지만."

"그럼 네 말은 이 니카호 한노라는 자가 한 사람이라는 거야? 적어도 이삼백 년은 살았다는 거잖아!"

"천 년이라고 했어."

그들의 대화는 어느새 그들에게로 걸어온 아마비에로 인해 중단되었다. 바닥에 쪼그려 앉아 인명부에 코를 박고 있던 셋은 고개를 들어 올려 전에 없이 담담한 얼굴로 다가오고 있는 아마비에를 바라보았다. 아마비에는 어딘가 살짝 슬퍼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천 년이라니." 단레이가 멍하니 대꾸했다.

"그 남자가 그렇게 이야기했어. 천 년 동안이나 홀로 거닐어 왔다고."

셋은 잠시 말이 없었다.

제일 먼저 입을 연 건 코타로였다. "…정확히 무슨 시추에이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니카호 한노라는 사람, 아니 사람이 맞나, 하여튼, 그자에 대해서 말하는 거…죠? 요괴 아닐까요?"

"요괴인지는 모르겠다만, 만약 진짜 요괴라면, 요괴가 니카호 일족과 무슨 관계를 맺었길래…" 아카네가 중얼거렸다.

"요괴는 아냐." 아마비에가 건들거리며 끼어들었다. "역병신이야."

"역병신?" 단레이가 몸을 일으켰다. "무슨 소리야. 니카호 일족은 역병신을 퇴치하는 가문이지, 역병신을 숭앙하는 가문이 아니라고."

"그 남자가 그렇게 말했는걸." 아마비에가 고개를 으쓱했다. "헹, 난 상관 없다구. 지금 와서는 내가 뭐든 다 이길 수 있어! 난 역병을 퇴치하는 아마비에니까."

제이영이영번은 의기양양한 포즈를 취하며 으쓱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마비에는 허공을 응시하며 몇 마디를 덧붙였다. 조금은 슬픈 투로.

"글쎄, 생각해보니까 그렇게 엄청… 재수 없었던 건 아닌 것 같아. 그때는 좀 불쌍해 보였어. 아주 많이… 슬퍼 보였구."


1868년 9월

수집원 지소

밤.

지소에는 어둠이 깃들어 있었다. 그날 따라 달이 너무 밝아서 그랬는지, 아마비에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른 모든 것들이 어두운 잠에 빠져들어 깊은 수면 속을 헤엄쳐도 잠은 잘 오질 않았다. 그저 멍한 의식만이 뇌리에 표류할 뿐. 한참이나 침상에서 뒤척이다가, 아마비에는 아무도 몰래 자리에서 일어나 지소 내부를 거닐어 가기 시작했다.

보통 밤에는 지소 내에 상주하는 인원이 하나둘 있기 마련이다. 아마비에는 그들과 수다나 떨 작정으로 정처 없이 인원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저만치 서부터 불꽃이 일렁이며 담소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을 이맘때에도, 오늘은 왠지 조용하고 차가운 분위기만이 감돌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듯한 공허한 공기가 몸을 스치고 어스름 저편으로 사라졌다. 마치 지소 내에 아무도 없이 그녀 홀로만이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달이 너무 밝아서 그랬을까. 아니면… 무슨 일이 있어서였을까.

아마비에는 한참을 거닌 끝에야 정말로 지소 내에 상주하는 인원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지소를 끔찍이 여기는 수집원 인사들이 이토록 무방비하게 내버려둔다고?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혹시나 대량 탈출이라도 있으면 어쩌려고 그러나.

혹시… 도망칠 기회인건가?

아마비에는 자신의 손목에 걸린 금구(禁具)를 내려다 보았다. 혹시 지금이라면…정말… 도망갈 수 있을까?

「당찮은 생각 말아라」

아마비에는 놀라 옆으로 자빠질 뻔했다. 방금 그녀의 왼편 어둠 속에서 창백한 남자가 걸어나왔기 때문이었다. 새하얀 얼굴에 인간 같지 않은 시선. 그 남자였다. 니카호 한노.

「벼, 별다른 생각 안 했거든」

아마비에의 어색한 항변에도 남자는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반대편으로 걸어가 한구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마비에는 그제야 남자가 삼베로 만든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남자의 손에 피가 묻어 있다는 사실도. 누군가의 피는 아니었다. 자신이 낸 상처였기 때문이었다. 달빛에 빛나는 그의 손바닥은, 손톱이 파고들어 낸 상처들로 즐비했다.

아마비에는 그 자리에 붙박여 서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남자를 응시했다. 남자는 아마비에가 그곳에 있는지조차 잊어버린 듯했다. 허공을 향한 남자의 시선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강력한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 으레 그러하듯이.

「…괜찮아?」

남자는 아마비에에게 시선을 던졌다. 아마비에 자신도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무얼 어떻게 위로하고자 한 건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으니까.

「네가 뭘 안다고」

「댁이 슬퍼하는 건 알 것 같아서」

남자가 실소를 흘렸다.

「눈치는 있구나, 예언은 못하면서」

이제 아마비에는 설욕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남자의 말투가 그걸 막고 있었다. 분위기는 무겁고 어두웠다. 축축한 호수 가운데의 깊은 수면 아래로 끌려들어 가는 것처럼.

「…아리노부가 죽었다, 막부군과…싸우다」

아리노부가 죽었다, 라는 말을 아마비에는 처음에 알아듣지 못했다. 그 말의 진의를 깨달은 것은 잠시 후였다. 아리노부, 니카호 아리노부. 수집원의 정이등 위사 니카호 아리노부. 아마비에는 그가 정삼등 위사였을 때부터 알았다. 니카호 가의 막내 아들. 유들유들하고 빠릿빠릿한 성격에, 누구와도 모나지 않게 지냈던 그.

아마비에는 그가 죽었다는 말이 그렇게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거짓말…이지?」

남자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 녀석 스물여덟 밖에 안 됐잖아. 사람들 예순일흔에나 죽잖아, 근데 걔가 왜…」

아마비에는 말을 잠시 멈췄다. 목이 타는 것만 같았다. 그 오랜 시간을 물 밖에 나와서도 잘만 지냈는데.

「…정말이야?」

「다들 없는 이유는 그래서다. 다들 장례식에 갔다. 오늘은 나 혼자야」

「댁은… 왜 안 갔는데?」

남자가 아마비에를 바라보았다. 짙은 공허감, 아픔, 죄책감이 섞인 그 시선은 사람을 밀어내는 힘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 자신부터가 시선으로 하여금 밀려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니카호 일족 장례식은 이제 신물이 나서」

「…그들,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남자는 멍하니 고개를 떨궜다.

「그럴지도」

「후회하기 전에 찾아가는 게 좋지 않겠어?」

아마비에의 말에 남자는 어딘가 자극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화가 난 것일지도 몰랐다. 그것도 아니라면 애써 억누르지 못한 울음을 다시 참아내고 있는 것일지도.

「후회라고?」

아마비에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한참이나 그런 아마비에를 보다가,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꼭 뭘 아는 것처럼 이야기 하는구나」

남자는 이윽고 시선을 들어 먼 허공을 바라보았다. 창 너머에서 다가오는 푸른 빛이 그의 얼굴에 어른거리면서 긴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그들 주위를 여명 직전의 어둠이 감싸들었다. 푸른 정경과, 억조의 축생들이 풍기는 짙은 잠의 색채. 아마비에는 언젠가 보았던 바다 아래의 깊은 곳에 자리하는 암초와 동굴을 떠올렸다. 지금 남자의 얼굴엔 가장 깊고 어두운 암초와 동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가장 날카로운 창으로 수십 번을 헤집어진 채 바다 아래로 던져지는 익사자처럼.

「…그래, 네 말대로 나는 후회할 것이다. 후회하지 않을 리가 없지. 후회하며… 또 다른 니카호 가의 아이를 만나 다시 그 녀석이 자라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늙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이미 천 년을 그렇게 살아왔고, 살고 있고, 살아갈 것이니까」

남자는 지쳐보였다.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난 것만 같은 그의 육체는 어느 순간순간의 간극 사이에서 정신의 노화를 반영했다. 그것은 일종의 윤회와도 같았다. 끊어지지 않는 삶 속에서 수레바퀴를 진 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고해(苦海)의 시지프스.

「후회하기 전, 이라는 건 없다. 매일이 후회였다. 거리를 좁히는 순간 오는 건 고통이었다.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젊은이들이 잠깐 사이에 시간 속에서 바스라지는 그 모든 일들이…」 그는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한때는 거리를 두려고 했지. 한때는 나의 스승들의 전범을 따라 인간적인 감정을 두지 않으려고도 했고. 그러나…」

그는 자신의 턱을 거칠게 문질렀다. 턱에 검붉은 피가 묻었다. 흰 살갗에 붉은 피— 피는 도드라져 보였다. 죽음은 도드라져 보였다.

남자가 아마비에를 올려다 보았다.

「결국 실패했구나」

「…」

「아느냐? 나는 소위 저들의 스승이란 자다」

알 수 없는 파도, 머나먼 공간에서 불어오던 해류의 휩쓸려 간 이름 없는 생명들의 절규가 귓전에 울리는 듯했다. 아마비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문장— 아느냐, 나는 소위 저들의 스승이란 자다… 그 두 문장에 배어나는 토혈 같은 회한과 자책을 아마비에는 느낄 수 있었다. 아픈 짐승이 하늘을 우러러 울부짖는 것처럼, 남자는 그렇게 조용한 단말마를 침묵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스승, 그놈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스승. 동생이나 진배없던 녀석을 말리지는 못할망정 가서 죽으라 등이나 떠밀었던 못난…」

그가 아마비에에게 시선을 돌렸다. 창백한 뺨이 이따금 경련했다. 그는 갈 곳 잃은 낭인처럼 허무하고 헛된 시선을 간극 사이에 흩뿌렸다. 그의 눈물은 보이지 않게 흘렀지만, 아마비에는 그의 눈물이 지나간 흔적이 칼에 베이는 것처럼 붉어지는 듯한 환각을 보았다.

「…역병신이 따로 없다. 내가… 내가 역병신이니라. 내가 저들을… 몰아넣고 있구나」

그때 그녀가 왜 그랬는지, 아마비에는 지금도 알지 못한다. 그저 단순한 충동이었으리라.

아마비에는 무릎을 꿇고, 어둠 속에 주저앉아 있는 남자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귓가에 흐느끼는 그의 울음소리가 서늘하게 들려왔다. 남자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안긴 채로, 조용히 죽은 이를 위한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여명은 누군가의 피로 하여금 밝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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