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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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군."

한참을 달려가던 K요원이 느닷없이 몸을 세웠다. 콘드라키 박사는 갑자기 멈춰 선 요원을 보고 당황해서 물었다.

"총탄이 빗발치고 있잖아! 뭐가 끝났다는 건가!"

"자네들의 일이, 모두 끝났다는 말이지."

요원의 얼굴에는 1등급 직원에는 어울리지 않는 엄숙함이 깃들어 있었다. 느닷없이 끼어든 위화감이 스멀스멀 마음 속에 기어오르는 걸 애써 억누르며 콘드라키가 재차 물었다.

"자네들? 지금 내가 누군지 잊은 건가?"

그러나 대답은 그의 기대와 전혀 다른 것이었다. 방금 전까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허겁지겁 살기 위해 애쓰던 재단의 말단 직원은 입에 비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느긋한 몸짓 하나하나에 느껴지는 여유와 기품이, 눈 앞에 선 남자가 더 이상 K요원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거기까지 깨달았을 때 요원이 말하기 시작했다.

"누군지 몰라도 상관 없네. 재단 안에서 내가 존댓말을 해야 할 사람은 단 한명 외에는 없으니까."

헛소리처럼 보이는 말의 끝자락에서 기어스는 어떤 생각을 붙잡을 수 있었다. 아니, 아니겠지. 설마. 그 사람은 O5 평의회에서 요리 비디오나 보고 있어야 하는데. 그래,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생각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상황에 가장 적절한 단말마를 내뱉었다.

"뭐?"

그리고 그는, 그 말을 내뱉자 마자 K요원의 손에서 날아간 첫번째 총탄이 콘드라키의 두개골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군."

UIU 아바타가 말했다. 그의 손은 여전히 핸드폰 위를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앱 게임 내에서 그의 타자를 보조해주는 변칙 개체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번 일이 실패한다면 이 게임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겠지. 씁쓸해졌다.

"그리고 이 일이 벌어진 이유는? 갑자기 원더테인먼트 박사와 카인이 요리를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뭐지?"

"피날레."

혼돈의 반란 측 아바타가 말을 꺼냈다.

"너희들도 알고는 있겠군. 그 빌어먹을 정보력이라면 말이야. 재단 내부 문서를 빼돌리는 데에는 역시 자네들을 따를 자가 없구만. 설명은 누가 할 건가? 나? 또는 너? 아니면 이 모든 일의 시작점이 대신 해 주기를 기도해볼까?"

재단 측 아바타가 이죽거리면서 말했다.

"내가 하지."

혼돈의 반란 아바타가 음울하게 대답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기밀은 공개해도 좋겠지?"

"상관 없어."

재단의 허가를 받은 후에, 혼돈의 아바타는 긴 설명을 시작했다.

"아… 거기 서 있는 모두들. 재단이 긴 세월동안 숨기려고 했던 정보를 아나? 존재 자체는 알고 있겠지. 단서란 단서는 모조리 정신자 물질로 보호되며, 서류는 평의회가 언제나 한 손에 들고 다니고, 보고서는 가장 깊숙한 밑바닥에 처박힌 비밀 덩어리 말이다. 몇십년에 걸친 작업 끝에 우리는 그걸 손에 넣었지."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서류 한 장을 내던졌다.

"이게 역정보인지 아닌지는 몰랐지만, O5-1이 방금 확인해준 바로는 역정보가 아닌 것 같군. 그래. 우리는 이 '데이터 통합 소프트웨어'에 접속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자료의 동향이 바뀐 걸 알아냈어."

"자료의 동향?"

카터가 되물었다. 그의 눈은 서류를 읽느라 바빴다.

"그래. 그동안 업로드되는 데이터는 경향이 아주 많이 달랐다. 수많은 데이터가 새로 업로드되고 지워져. 하지만, 하지만 말이지. 한 달 전부터, 업로드되는 데이터가 전부 한 방향으로 기록되어 있다. 보고서를 많이 읽는 자네들이라면 알겠지. 문체, 글의 구성, 전개 방식… 동일한 거다. 데이터를 업로드 하는 사람이 전부 사라지고, 한 명만 남은 거야."

그들의 머리는 영민하다. 이 이후는, 더 이상 설명해주지 않아도 깨달을 수 있었다.

"어째서인지, 데이터를 업로드하던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반목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자신의 피조물들에게 피날레를 마련해주기로 했어. 완전한 피날레, 커튼 콜. 아무도 살아나갈 수 없는 종말을."

GRU "P" 측 아바타가 말했다.

"요리대회가 이 광대짓의 끝이라니. 웃기기 짝이 없군. 막을 수 있는 방법은?"

UIU 국장이 말을 받았다.

"GOC가 있는 이유겠지. 예정된 플롯, 예정된 미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진행되는 계획은 '토씨 하나만 틀려도' 막을 수 있다. 목표는 누구인가? 도마뱀? 늙은이? 아벨? 카인?"

세계 오컬트 연합의 모두를 대표하는 자가 우울한 음색으로 그 질문에 답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 아벨 한 명. 나머지는 알 수 없군. 하지만 최선을 다 해 볼까."

"건투를 빌지."

핏-

아바타가 전부 사라졌다.


"어… 어째서? 왜?"

기어스는 반쯤 미쳐버리기 직전이었다. 어째서 O5-2가 자신들을 죽이고 있는 거지? 브라이트는 왜 부활하지 않는 거지? 왜 저 사람은 우리를 죽이면서 울고 있는 거지?

"간단해. 자네들은 여기서 죽어야 하기 때문이지. 이 플롯의 작가가 자네들을 잘 모르는 모양이거든. 설정을 잘 모르는 캐릭터를 무턱대고 이야기에 쓸 수는 없잖나?"

눈물 하나가 뺨을 타고 내려온다. 세 번째 총알이 총열을 빠져나왔다. 심지어 그것마저 완벽하다. 15명의 인원에 맞춰 준비한 15개의 총알. 각자 이름이 하나씩 적힌 사형 선고. 콘드라키와 브라이트, 기어스 다음은 누구였더라. 아 그렇지. 그는 저항할 수 없는 충동을 느끼며 기어스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가야 해…"

O5-2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에게 주어진 사명은 단 하나였다. 요리대회를 무슨 일이 있어도 개최시킬 것. 그가 아는 모든 정보와, 그가 아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라도. 그리고 그에게 거부권은 없었다. 그는 절망하며 19기지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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