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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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 대시우드Bijou Dashwood는 두 강사를 바라보며 심드렁히 칠판 앞에 앉아있었다.

왼쪽에는 열두 살짜리 소년이 있었다. 얼굴 아래쪽은 먼지투성이에 누렇게 변색된 반창고가 잔뜩 붙어있어,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조금씩 바스락거렸다. 머리 꼭대기에 자라나 있는 작은 갈색 머리카락 뭉치는 빗지도 않고 바람에 완전히 헝클어진 상태였다. 날카로운 초록색 눈은 비주 대시우드를 요리조리 뜯어보며, 조용히 그를 평가하고 있었다.

그는 로그스 칸트Rogues Kant로, 암호 보유자(Retainer of Ciphers)이자 최초의 비밀 예배당 비난자(First Decrier of the Hidden Chantries)이며, 고명한 중재자 회사의 그림자 관리인(Shadow Warden of the Worshipful Company of Arbitrators)이자 일곱 눈을 가진 이들의 살덩어리 후원자(Flesh Patron of Seven Eyes)였다.

그가 글을 쓰는 쪽이었다.

오른쪽에는 열다섯 살짜리 소녀가 있었다. 기다란 붉은 머리카락은 어깨너머로 흘러내리며 허리 부근에서 대롱거렸다. 그는 분홍 티셔츠와 데님 청바지에 가죽 자켓을 입고, 옆구리에는 칼집 한 쌍을 차고 있었다.

그는 스칼렛 나인스Scarlet Ninth로, 해독 조정자(Orchestrator of Decryption)이자 두 번째 비밀 예배당 비난자이며, 고명한 문방구 및 신문 제작사 회사의 그림자 관리인(Shadow Warden of the Worshipful Company of Stationers and Newspaper Makers)이자 아홉 눈을 가진 이들의 살덩어리 후원자(Flesh Patron of Nine Eyes)이다.

그가 말을 하는 쪽이었다.

"역사 수업 시간이야."

로그스는 칠판에다가 도표를 끄적거렸다. 흰색 분필 획이 검은 칠판에 죽죽 그어졌다.

"시티 오브 런던 동업 조합(Livery Companies of the City of London). 그게 우리의 현대 이름이지. 그 전에는 대영 동업 조합(Livery Companies of Great Britain)이었고. 종교 개혁 이전으로 돌아가면 잉글랜드 동업 조합(Livery Guilds of England)이었지. 그러고 1066년 노르만 정복 이전까지로 돌아간다면 잉글랜드 왕국 해방 자유인 및 동업자 협회(The Redeemed Freemen And Liverymen Guilds Of The Kingdom Of England)였고. 그땐 좀 장황했어. 애설스탠Æthelstan이 앵글로색슨 7 왕국을 통합하기 전에, 우린 웨섹스와 머시아 동업자(Liverymen Of Wessex And Mercia)였어. 648년 이전의 모든 기록은 소실되었어. 그 이유는 기록되었지만, 그 기록 또한 소실되었지. 안타깝게도 그게 끝이야."

비주는 스칼렛이 서성거리는 걸 빤히 쳐다보았다. 로그스는 칠판에 복잡한 타임라인을 그려놓았다.

"뭐랄까 길고 잘 기록된 역사가 있다고 해도 충분할 거야. 더 많이 알고 싶다면, 요구만 하면 파일을 열람할 수 있어."

비주는 한숨을 내쉬었고, 스칼렛은 얼굴을 찌푸렸다.

"물론, 별로 알고 싶진 않겠지."

로그스가 더 빠르게 써나가며, 난해한 흰색 룬들을 세로로 끄적였다. 손가락을 퉁기자, 분명한 팍 하는 소리와 함께 칠판 위의 분필이 전부 사라졌다. 스칼렛은 제 손을 로그스의 머리 위에 올리고, 이 조용한 소년의 머리를 가볍게 헝클였다.

"그러면 넘어가자. 1979년에, 아치볼트 마이럼Archibald Mirum이라는 이름을 쓰던 남자가 전(前) 동업 조합 그림자 부시장(Shadow Alderman of the Livery Companies)에 의해 우리의 수장으로 선출되었어. 마이럼은 당시에 다른 세 가지의 비밀 예배당(Hidden Chantries)의 고위 임원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지. 재단, 알렉실바 대학 그리고 혼돈의 반란. 당선되자마자 그는 반란을 동업 조합으로 편입시켰고, 그렇게 양쪽 단체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하게 되었지."

비주는 손을 들었고, 스칼렛은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뭔데?"

"왜 그런 거지?"

스칼렛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뒤돌아서서,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말하려고 했어. 반란에게 동업 조합은 비밀 정보망으로 유용했고, 동업 조합에게 반란은 언제나 신경 쓰이는 단체였어. 반란이 동업 조합의 부분 집합이 된다면 그들의 행동을 더 잘 제한할 수 있었지. 우린 그들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개혁했어. 마이럼의 통제하에서 다른 기관들을 스트레스 테스트하기 위한 국제적 테러리스트 조직망으로 말이야. 마이럼은 재단이 방어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반대 세력이 필요하다 여겼지. 그가 세계 오컬트 연합 내부에서 권력을 얻었을 때 거기서 같은 문제점을 찾았고, 목표를 다각화하게 되었어. 형편 좋게도 우린 비밀 사회의 더 위험하고 체제 전복적인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구직 기회이기도 하거든. 이를 통해 우린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영향력과 위험 잠재력을 상당히 제한할 수 있게 되었어."

로그스는 칠판에 커다란 도식을 그렸다. 동업 조합의 양팔의 두 지점을 혼돈의 반란의 것과 묶어 놓은 그림이었다.

"지금 상태에서 동업 조합과 반란은 크게 연관되어있어. 하나가 되어, 동업 조합은 이 행성에서 가장 다양한 대기업을 구성하고 있지. 우리 사람들은 모든 길거리와 도보에 퍼져있어. 자신들이 우리 구성원임을 자각하고 있든 말든 말이야. 우리가 습격을 한다면, 그 근원은 언제나 불분명하지. 우리가 잠입하면, 정보가 누설된 지점은 절대 발견되지 않아. 우리의 입장에서 동업 조합은 아주 복잡하면서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연합체이기는 해도 아주 정돈되어있어. 그렇지만 저들의 입장에서, 동업 조합은 근원도 없고, 종반전도 없으며, 뭔가 닥치는 대로 하는 듯한 행동에는 뭐 하나 분별이 없는 곳이야. 그들이 우리에게서 볼 수 있는 거라고는 우리가 가져오는 혼돈뿐이지. 그리고 마이럼이 계획한 대로, 그건 다른 비밀 예배당들이 거의 모든 것을 계획하고 있다는 걸 의미하고."

비주는 또 한 번 손을 들고 있었고, 스칼렛은 그런 비주를 향해 어렴풋이 히죽히죽 웃어 보였다.

"뭔데?"

"그러면, 반란이랑 합쳐지고 막 그러기 전에, 동업 조합은… 했던 거야?"

로그스가 손가락을 퉁기자 칠판에서 혼돈의 반란 쪽 분필 자국이 전부 사라졌다. 그는 곧 도식의 중앙 부분에서 더 긴 가지를 그리기 시작했다. 스칼렛은 말을 이어나갔다.

"초창기에 동업 조합은 상인 길드였어. 우린 구성원들의 사업을 감독하며, 모든 노동자에게 자유와 평등한 권리가 주어질 것을 보장하였지…아니면, 적어도 당시의 풍토에서 줄 수 있는 최대한으로 주려고 했어. 요즈음 협동 조합의 공공 감독관은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 부시장 회의(Court of Aldermen) 구성원들이야. 도시 전체의 행정을 주관하는 사람들이기도 하지. 부시장 회의는 지금 상태로 1227년부터 존재했어. 반면 그림자 부시장의 지위는, 그보다도 더 오래되었지."

로그스는 도식을 완성하고는, 조용히 비주에게로 시선을 되돌렸다.

"우리가 항상 대외적으로는 직인 길드였지만, 은밀하게는…수호자, 뭐 그런 것이기도 했지. 영국 제도의 이교도 의식에 관한 오래된 전설들은 우리의 작업이 미화된 이야기들이야. 그림자 부시장이라는 직함은 과거의 '사악한 장로(Evil Elder)' 지위와 같아. 불가능한 것들을 회유하는 일에 평생을 바치는 이들이야. 재단과 GOC 같은 현대 단체들은 변칙들과 불가능한 것들이 불과 지난 몇 천 년 동안에 급증했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어. 그 단체들의 격리하거나 파괴한다는, 오만한 목표는 몇 천 년 전에는 불가능했지. 우리가 일반인들을 보호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 뒤틀린 괴물들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면서, 그 정도 노력이면 충분하기를 바라고 비는 것밖에는 없었어. 우리가 불멸의 악마들을 섬겼던 입장이었어. 잠자는 아이들을 죽인 것도 우리고, 강철 의식 도구에 그들의 피를 흩뿌린 것도 우리야. 악신들을 섬겼던 게 우리였어."

스칼렛은 미소를 띤 상태로 몸을 돌렸다.

"그래서 그게 오래전에 동업 조합이 하던 일이야. 그런 작전들은 이젠 필요하지 않게 되었지. 질문 더 있어?"

"딱 하나. 내가 왜 책임자를 맡게 된 거라고 했었지?"

스칼렛이 가까이 다가왔다.

"왜냐하면, 대시우드 양, 좋든 싫든 전 그림자 부시장이 후계자를 결정할 가장 좋은 방법은 추첨을 통한 것이라 정했기 때문이지. 바로 전대와 후대의 그림자 부시장이 어떤 상황에서도 만나지 않는 것은 오래된 전통이야. 아치볼트 마이럼은 당신이 독립적으로 우리의 체제 전복적인 작전에 대해 저항하려 한 걸 존경했고, 그로 인해 최종 후보자 명단에 당신이 올라가게 된 거지. 그리고 무엇보다, 대시우드 양, 당신에게 그 바느질 바늘이랑 고의로 기만적인 투의 편지가 배송되었을 때, 당신은 기꺼이 바늘을 각막에다가 찔러넣었으니까 말이야."

스칼렛은 비주의 왼쪽 눈을 쳐다보며, 그 속에서 반짝이는 쇠를 바라보았다.

"그건 그렇고 좋은 솜씨야. 아주 깔끔하네. 마이럼 이전 사람은 눈알을 터트리고 말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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