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웃는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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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학생 시절, 여름방학 하면 아오모리현에 있는 엄마의 친정… 외할머니댁에 귀성하는 것이 거의 연중행사였다. 아버지는 일 때문에 여름휴가를 쓸 수 없었기 떄문에, 아오모리에 가는 것은 엄마와 남동생과 나 3명이서. 며칠을 한가로이 보내다 온다.

외할머니댁은 집과 집 사이가 100 미터는 되는 진짜배기 시골이다. 집 뒤에는 광대한 논밭이 펼쳐져 있고, 논밭 가장자리를 따라 어디든지 탐험할 수 있었다. 확힐히 그 탐험 중에 있었던 일이었던 것 같다.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려서, 나는 그 소리를 찾고 있었다.

그랬더니, 조금 걸어간 곳에 있는 나무에서, 엄청난 수의 매미 허물을 발견했다. 100, 200은 넘는 개수였던 것 같다. 부자연스럽게 밀집되어 있었다. 허물들이 줄줄이 나란히 있었고, 억지로 쌓았는지 미끄러지고 있는 허물들도 많았다. 나무 뿌리 근처에는 머리가 와작와작 뭉개져 있는 매미 시체도 몇 개 뒹굴고 있었다.

당시 나는 설레는 눈으로 그 이상한 모습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던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찾아낸 기분이었다.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받고, 아이답게 흥분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허물 한 개를 가지고 돌아가 버렸다.


비 내리는 듯한 매미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의기양양 외할머니댁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나는 손도 씻지 않고 모두에게 탐험의 성과를 자랑했다. 하지만 별 관심을 못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란분재 독경인가 때문에 그 다음날 스님이 집에 와서 불단에 불경을 외어주고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 준비로 다들 바빴기 떄문.

그래서 나는 동생에게 매미 허물을 보여주었다. 동생도 눈을 빛내고, 재미있다는 듯 매미 허물을 만지고 있었다. 특히 허물의 비어 있는 속에 흥미가 있는 듯, 지긋이 오랜 시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도 잠시 허물을 갖고 놀다가, 1시간쯤 되자 싫증이 나서 벌레사육통에 넣고 방치한 채, Wii로 마리오 파티를 하고 놀았다. 점심으로 소면을 먹을 즈음에는, 형제 모두 매미 허물에 대한 관심은 사라진 뒤였다.

그 날 오후에는 불단의 향로나 방울 등 불구들을 닦는 일을 거들며 보냈다. 이 날도 게임을 하고 싶었지만, 엄마에게 혼나서 어쩔 수 없이 계속 일을 거들었다. 그래도 처음에 비해 더러움이 눈에 띄게 사라져가는 것이 재미있어서, 점점 집중하게 되었다. 시끄러운 매미소리도 여름을 느낄 수 있어서 상쾌했다.




밤에는 불꽃놀이를 하고, 알차게 보낸 여름방학에 만족하며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에어컨을 틀지 않고 창문만 열어도 시원하고 바람이 상쾌했다. 다만, 바로 방해꾼이 들어왔다.


부우우우웅 부우우우웅


방에 벌레가 있다. 커다란 날개소리가 굉장히 요란했다. 방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상당히 큰 벌레가 있다. 곁에는 동생이 자고 있고, 그 너머에는 엄마가 자고 있지만, 일어날 기미는 없었다. 엄마는 조그만 소리에도 깨어나는 체질인데도, 이 때만은 일어날 기미가 없었다. 이렇게 큰 날개소리인데.


부우우우우웅 부우우우우웅


나는 불안해져서, 옆에 누운 동생을 깨우려 했다. 그런데 일어나질 않는다. 이렇게 흔들었는데 왜 일어나질 않아.


부우우우우웅 부우우우우웅 


날개소리는 바로 근처에서 들려오고 있고, 시야 가장자리에 뭔가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나는 무서워져서,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억지로 몸을 웅크리고, 작은 수건담요를 뒤집어썼다. 그래도 어깨와 발가락이 밖으로 나왔지만, 가능한 한 몸을 숨기고 싶었다. 동생의 수건담요에 접속해서 간신히 전신을 숨길 수 있었다.


부우우우우웅 부우우우우웅


큰 날개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침실에 나 말고 아무도 없었다. 시각은 8시 정도. 이불 속에서 간밤의 일이 어렴풋하게 기억이 나고 있었고, 왼쪾 어깨에 저릿한 통증을 느꼈다.

어깨를 보니, 벌레가 문 것 같은 작은 구멍이 뻐금뻐금 몇 개나 뚫려 있었고, 부은 데다, 피도 조금 나왔다. 깨달은 순간, 기분나쁨에 의한 소름과 함께, 강렬한 아픔과 가려움을 느꼈다.

반쯤 울면서 벌떡 일어나, 엄마에게 도움을 구했다. 엄마는 걱정하면서 소독하고 가아제와 반창고를 붙여 주었다. 엄마에게 어젯밤 일을 이야기하자 기분나쁘다고 맞장구를 쳐 주었지만, 그뿐이었다. 부기가 심해지면 병원에 가기로 하고, 그 날은 하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아프다. 가렵다. 아침에 보았던 기분 나쁜 물린 자국이 플래시백한다. 가아제 사이로 긁어 버린다. 가렵다. 즐겁던 여름방학이 한순간 엉망이 되어 우울한 기분이 되었다. 최악이었다.

이런 상태로 밖에 놀러 나갈 수도 없어서, 조용한 바람소리를 들으며, 왠지 3DS로 뿌요뿌요를 했다. 그러다 보니 순식간에 오후가 되었다.

확실히 14시경이었다고 생각한다. 스님이 집에 왔다. 스님은 불단에 독경하는 것이 끝난 후, 외할아버지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솔직히 가려움 때문에 건성이었지만, 스님이 한 묘한 말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매미 소리가 안 나네요.


확실히… 라고 생각했다. 아침은 선선했지만, 낮에는 땀이 나오자마자 말라버릴 정도로 맹렬한 더위였을 것이다. 헌데, 오늘은 한 번도 매미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 이 주변 일대에서 매미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다. 스님도 신기해하고 있었다. 가족 누구나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상황이, 너무 징그럽다고 느꼈다.




밤. 왼쪽 어깨에 물린 자국의 부기도 빠지고, 가려움도 많이 가라앉았다. 외할머니가 방충모기장을 꺼냈으니, 나는 벌레 걱정을 하지 않고 잘 수 있었다. 조용한 밤이었다.

그리고……, 몇 시쯤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어두웠던 시간. 동생이 나를 흔들어 깨웠다. 아무래도 화장실에 가고 싶으니 같이 가자고 그랬던 것 같다. 왜 그러는지는 잘 이해했다. 외할머니댁의 화장실을 가려면 불단이 있는 방 앞을 지나가야 하는데, 굉장히 섬뜩했으니까.

나는 동생과 함께 화장실로 향했다. 「형, 있어?」라고 묻길에, 「있다」고 대답하면서, 나는 동생의 오줌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얼마 안 되는 사이였다.


아아아아ーーー 아ー 아ーー


불단 있는 방에서, 뭔가 신음소리 같은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불단 있는 방은 빨려들 것 같은 칠흑의 어둠이었다. 「할아버지…?」 그렇게 불렀지만, 반응은 없다. 그럼, 뭐가 있는 거지?

눈을 집중하니, 새까만 어둠 속에서 무언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알았다. 벌레인 것 같았다. 그런데도 벌레가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 아゛ーー 아아아아아ーーー


신음 같은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나는 망설이다가 더 무서워지기 전에 방 밖에 달린 전등 스위치를 눌렀다. 방이 확 밝아지고, 아무도 없는 불단 있는 방이 보였다. 가볍게 살펴 보았지만…… 아무도 없다. ……정말로? 아무도 없어?

정말로?

「형! 형!」 정신을 차려 보니, 동생이 울 것 같은 얼굴로 나를 불러댔다. 어느새 화장실에서 나왔던 것이다. …알아차리지 못했다. 빨리 돌아가자며 동생의 손을 잡고, 나는 불단 있는 방의 전등을 껐다.


방의 전기를 끄는 순간, 눈에 들어온 불단의 향로 위에 매미 허물이 보였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코에 이상한 자극취를 느끼고 눈이 뜨였다. 지금까지 맡아본 적 없는 냄새였다. 무엇인가 싶어, 외할머니나 엄마에게 물어봤지만, 원인을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냄새를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어젯밤 일이 생각나서 매미 허물을 찾아 보았는데, 사육통에 들어 있는 그대로였다. 불단 있는 방에 가 봤지만 역시 매미 허물은 없었다. 기분 탓이었을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어쩐기 기분 나쁘니까, 나는 매미 허물을 현관에서 집어던졌다. 왠지, 이제 보기 싫었다.

아침밥을 먹은 뒤, 조금 준비한 후, 성묘를 가게 되었다. 내 외가에서는 분가인지 뭔지 해서 아무튼 4-5개소를 돌아야 했기 때문에 오전 중에 움직이기 시작. 이름도 모르는 친척집을 돌며 인사를 하자니 지루했지만, 용돈을 받을 수 있었고, 3DS 엇갈림통신도 기대할 수 있었기 떄문에, 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저녁. 먹지도 못할 다식을 몇 개 받았을 뿐, 용돈도 통신교환도 수확은 없고, 시간만 허비했다는 기분으로 나는 차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내일 오후에는 집에 돌아가고, 여름방학 자체도 앞으로 5일이면 끝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니 우울한 기분이 되었다.

그대로 잠시 멍때리고 있었는데, 「뭐야 이거…」라고 중얼대는 엄마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문득 앞쪽을 바라보니, 이상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도로 노상 곳곳에 벌레 사체가 나뒹굴고 있었다. 외할머니댁에 가까워질수록 시체의 수가 늘어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방재무선도 울렸다. 동물 변사체가 많이 발견되고 있으니, 곰이 출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였다. 무선이 끝나고 유달리 긴 삐ー――― 소리까지 끝난 뒤 찾아온 정적에 불길함을 느꼈던 것이 기억난다.


외할머니댁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머리가 찢어진 잠자리 시체, 뱃속을 드러낸 사마귀 시체, 토막토막난 무당벌레인지 뭔지……, 여러가지가 흩어져 있었다. 가장 많았던 것은 매미 사체였다. 그 대부분이 밟혔는지 뭉개져 있었다.

이렇게 매미가 많이 죽었으니 매미 우는 소리도 안 났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죽은 매미를 가만히 들여다보는데, 갑자기 바스락바스락 움직이기 시작해서, 펄쩍 뛰며 놀라 달아났다.

밤. 외할아버지의 지령에 따라 문단속을 철저히 한 후, 모두 일찍 자게 되었다. 본심은 그 날 금요일 로드쇼에서 하는 지브리 영화를 보고 싶었지만, 불평할 수는 없었다. 확실히 무언가 이상하다.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 가족 누구나 불길한 무언가를 느꼈던 것이다.

20시 반에는 이불 속에 들어갔다. 눈을 감은 어둠 속에서, 나를 물었던 벌레, 불단 있는 방의 신음소리, 벌레들의 시체, 그리고 매미의 허물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코가 삐뚤어질 것 같은 악취를 느끼고 눈을 떴다. 입맛까지 없어질 것 같은 악취였다.


아아하하하하 하하 하아아하하


웃음소리가 들렸다. 생각났다. 그 허물 무더기를 발견했을 때 들은 목소리였다. 그 때 왜 가족들을 깨우려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혼자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갔다.

바람이 강한 것인가. 집안의 창문들이 덜컹덜컹, 삐걱삐걱 흔들리고 있었다.

목소리는 불단 있는 방에서 들리고 있었다.


아아아゛하하하핫 하하하아゛앗 아하하


낮아졌다가, 높아졌다가, 기분나쁜 목소리였다.

내 스스로도 놀랄 만큼 주저없이 불단 있는 방 전등 스위치를 눌렀다. 확 방이 밝아지고, 아무도 없는 불단 있는 방이 보였다.

대신 있는 것은, 방 한 쪽에 흩어져 있는 여러 가지 벌레의 사체. ……그리고 향로 위의 매미 허물 뿐이었다.




허물의 찢어진 등이 서서히 막힌다. 없어졌던 두부도 서서히 원래 모습을 되찾는다.

완전히 매미의 형태로 돌아간 허물의 검은 내부가, 어디선가 채워지며, 휘젓듯이 꿈틀댄다.

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배 끝이 작은 가슴 쪽으로 수축해 가슴의 두께를 더했다.

순간, 부왁 하고 배면이 부풀더니 찢어진다. 찢어진 틈으로 악취가 발하고, 검붉은 거품이 흘러나오며, 알알이 작고 뒤룩뒤룩 움직이는 눈알이 붙은 등이 보이기 시작한다.

부풀어오르기를 계속하여 앞쪽으로 밀어내더니 머리도 찢어지고, 눈알이 튀어나온다. 그 아래쪽에는 인간의 턱 같은 것이 불썽사납게 붙어 있다.




그것을 본 순간, 나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우화를 시작한 그 매미를, 손으로 움켜 으스러뜨리고 있었다.

두려움도, 역겨움도 느껴졌지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였다.

죽이지 말라고. 죽이지 말라고.

죽이지 말라고. 죽이지 말라고.

죽이지 말라고. 죽이지 말라고.

손 안의 매미를 마룻바닥에 팽개치고 맨발로 짓밟았다. 부서지는 감촉과 부드럽게 젖어가는 감촉을 음미하면서. 몇 번이고 짓밟았다.

한동안 짓밟은 뒤, 마룻바닥과 내 발바닥에 붙은 그것은 이미 원형도 남지 않은 파편이 되어 있었다.

해치웠나.

지그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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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파편이 되어버린 그것은, 머릿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울리는 목소리로 웃어대고, 가슬가슬가슬가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와장창 와장창 와장창 하고 창문들이 크게 흔들렸다. 보면, 창 너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매미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사람과 같은 아래턱을 가지고, 모든 매미들이 웃고 있었다.

고막을 찢고 뱃속을 헤집는 듯한,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였다.

집안이 떠나갈 것 같은 큰 목소리로, 매미들은 웃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비웃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불단 있는 방에서 엎드린 채 자고 있었다.

방에는 벌레들의 시체도, 매미도, 아무 것도 없었다. 일어나려고 하니, 찔린 듯한 아픔을 느꼈다. 보니, 그 때 매미를 으스러뜨렸던 오른손 손바닥과, 짓밟았던 오른발 발바닥에, 사람이 깨문 것 같은 이빨자국이 몇 개나 있고, 부어올라 있었다.

시각은 8시경. 왜인지 외할아버지도 외할머니도 일어나지 않았다. 항상 일어나 있을 시간인데.

엄마도 동생도, 왜 안 일어나나 싶었다.

조용하다. 아무 것도 울지 않는다. 아무 것도 웃지 않는다. 비웃지 않는다.
















나는 동생 등을 찾으러, 집 뒤의 논밭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그 허물들이 쌓여 있던 나무를 보았는데, 허물이 단 한 개도 없었다.

그것을 본 순간, 뭔가 굉장히 우스워서.

웃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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