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전북익산 08/13/22 (금) 06:53:07 #25767034


이번에 비 진짜 진탕 온 거 모르는 사람 없겠지만, 전북까지 온 거는 은근 모르는 놈 많을 거다.

내가 지금 병실에 누워서 산부인과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사연은 그 비 때문이다. 시발. 참고로 나 남자다.

루팡 34세 독신 08/13/22 (금) 07:00:00 #60215072


?? 꼭두새벽부터 이게 뭔 미친 스레야

전북익산 08/13/22 (금) 07:01:24 #70432150


내가 생각해도 미친 건 맞는데 개소린 아니니까 잠만 기다려봐


전북익산 08/13/22 (금) 07:50:39 #45031650


닉값대로 난 익산 산다. 우리동네는 11일 밤에 미친듯이 퍼부어서 잠겼고. 다행히 내 월세방은 안잠겼는데, 문제는 내가 하필 좆같은 고시생이고 그날 밤에도 미련하게 좆같은 독서실에 쳐 가있었다는 점이다. 이 개좆같은 독서실 건물은 비가 안와도 지하실에 물이 차있는 수준이라 일단 잠기기 시작하니 1층은 속수무책으로 잠겨버리더라. 대충 이번달에 건물 잠기는거 자료화면은 지겹게들 봤을테니 말만 해도 알아먹을 거라 생각하고 인증샷은 생략한다. 사실 폰 젖어서 그딴거 찍지도 못했다.

암튼 그 상황에서 내가 해야 했던 올바른 선택은 당연히 다 때려치우고 몸만 빠져나와서 집이든 대피소든 빨랑 튀어가는 거였다. 그랬으면 지금 여기 와서 글쓰고 있을 일도 없었을 건데 ㅅㅂ. 이번에도 문제는 내가 하필 좆같은 고시생 마인드에 절어있었다는 거다. 내 자리 사물함에서 교재랑 필기랑 노트북이랑 다 챙겨들고 일어서니 출입문은 폭포가 쏟아지고 있지, 밖은 폭우가 내리고 있지, 저 물바다를 뚫고 가면 짐이 죄다 젖을게 뻔하다는 생각에 차마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다행인 것은 그 건물은 윗층이 있어서 물기를 피해 대피해있을 수 있다는 점을 내가 떠올렸다는 거다. 불행인 것은 그 윗층이 뭐하는 공간인지 내가 몰랐다는 거였고.


혹시 폐병원 가본 사람 있냐? 두 층 짜리 큰 병원인데 문 닫은지 10년은 족히 지난 병원이 독서실 윗층에 있었더라. 그니까 앞뒤를 따지자면 그 건물 자체가 폐병원 건물인데 1층만 값싸게 리모델링해서 독서실이 입주한 게 맞겠다. 아무튼 나는 당장 침수만 피하는게 목적이었으니 위에 두 층을 다 싸돌아다닐 이유는 추호도 없었고, 사실 처음엔 병원 출입문도 안건드리고 계단실에서 시간 축내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아까 지하실 얘기를 했잖냐. 계단통은 당연히 지하까지 뚫려있으니 거기서 물 차오르는게 뻔히 보이더라고. 계단실 1층 문이 지 혼자 닫히더니 금세 반 넘게 잠겨버리질 않나, 창 밖 보면 물이 그렇게 빨리 불어나진 않던데 뭔가 좆됐다는 생각이 그때 팍 스쳤다. 지하실은 원래도 어디서 물이 스며나오는 곳인데, 그 계단통은 1층 문이 닫혀버린 시점부터 지하실하고만 통해있는 수조가 되어버린 거다.

급하게 위로 올라가봤지만 옥상 문이랑 3층 병동 문은 잠겨있더라. 결국 2층 진료동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리 닫혀있다 해도 계단통이 무슨 모세관도 아니고 외부 수위랑 심하게 다르진 않았을텐데 이걸 생각 못한거 보면 왜 합격 못하고 장수생 문턱 밟고 있는지 훤하다 ㅅㅂ. 근데 니들이라도 그 상황이었으면 개쫄았을걸, 바로 열 계단 밑에서 차오르는 물이 무슨 소용돌이를 치면서 올라오는데 도망가는게 맞지 안그럼?

암튼 그차저차해서 2층으로 들어갔는데… 보통 병원이라면 당연히 소독약 냄새나 디퓨저 냄새만 나니까 폐병원이라도 냄새에 대해 별 생각은 안하기 마련 아니겠냐? 근데 ㅅㅂ, 냄새 개좆되더라. 난 뭐 어디 시체라도 몇 구 썩고 있는 줄 알았음. 아니 대체 몇 년 동안 이러고 있었는데 아무도 안치우고 신경도 안쓴 건가 충격을 받아가지고. 그래서 더 못들어가고 발이 얼어버린 채로 그냥 진료 대기실 한구석의 솜 다 빠진 소파에 앉아서 덜덜 떨고 있었다.

폰 젖어버려서 파라위키도 골목길도 못들어가는데 익산 폐병원 아는 사람 있냐고 물어볼 수도 없지, 비는 안그치지, 냄새랑 분위기는 좆되게 끔찍하지, 그래서 내 머리는 공포로 반쯤 돌아버렸던 모양이다. 대체 그때 3층으로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은 왜 한건지 모르겠다. 공동 계단실은 3층 문이 잠겨 있었지만, 조금 둘러보니 다른 쪽에도 다 꺼져가는 비상구 등이 붙어있고 거기서도 3층으로 올라갈 수 있더라고. 그러니까 내 생각은, 소파 옆 계단실 문으로 들리는 물소리 때문에 조금이라도 위에 있어야 낫겠다는 강박이랑, 그리고 당장 여기보단 냄새가 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던 거 같다. 냄새 진짜 지독했거든. 물에서 나는 냄새였는지 병원에서 나는 냄새였는지는 그땐 몰랐지만 암튼 나는 당장 자리를 옮기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병원 내부용 계단은 아예 방화문은 커녕 벽도 제대로 안쳐진 채 뻥 뚫려있었다. ㅅㅂ 그딴게 버젓이 있던거 보면 안전기준 존나 허벌일 때 건물이란거 아니냐? 그래도 뭐 밖으로 나가야 하는 가설 철계단 그런 건 아니었으니 다행히 젖을 걱정 없이 3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만. 막 올라가보니 진짜 3층은 냄새가 덜했다. 더구나 먼지투성이긴 해도 침대들도 곳곳에 널부러져 있으니 잘 털고 가방을 베면 누워도 되겠더라고. 올라오길 잘했다 싶었다.


그렇지만 일이 진짜 이상해진 건 그 다음부터였다. 아까 말했던 시체 썩는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거다. 처음엔 ㅅㅂ 똥내나는 물이 2층까지 차오른 건 아닌가 식겁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아니 지금 익산시 전체가 몇 m씩 잠기고 있는게 아니고서야 이 건물만 물이 2층까지 들어찰 리가 없지 않냐. 더구나 아무리 맡아도 그때 악취는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고 있었다. 익산천 한창 드러울 때 그 옆에 살았던 내가 썩은물 냄새를 구별 못할 리가 없는데 말이다. 아무튼 그때 나는, 그 냄새가 물 냄새가 아니라 시체 썩는 냄새라고 어째선지 강하게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면 도무지 말이 안됐다. 이 병원이 방치된 건 한참 오래됐는데, 설령 시체가 어디 버려져있다 한들 그 냄새가 여태 2층에만 있다가 이제와서 3층으로 올라올 이유가 없는 게 아닌가. 시체가 지금 3층으로 올라온 게 아니고서야- 라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꽈직 하는 소리가 내부 계단 쪽에서 들린 건.

빗소리랑 1층 물차는 소리로 시끄럽던 와중에도 그 소리는 또렷하게 들렸다. 잘못 들은 건 아니었다. ㅅㅂ 그거 때문에 계단 쪽을 쳐다봤는데 거기 그게 서있는 거까지 똑똑히 봐버렸으니까.

처음엔 개인 줄 알았다. 키가 엄청 작았고 안광이 빛나고 있었으니까. 근데 보고 있으니 아무리 봐도 두발로 서 있는게 어린 애지 뭔가. 상황 때문에 머리가 안돌아가서 몇초 쯤 멍때리고 보고 있었는데, 아니 말이 안되잖아. 유치원생은 커녕 젖은 뗐을지 모르겠는, 50cm도 안돼보이는 꼬맹이가 혼자 1층이 잠긴 폐건물 3층까지 걸어 올라온다는게 대체 무슨 미친 상황인데? 그것도 폐병원에서?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까 진짜 미친듯이 무서워지더라. 오줌보는 터질 거 같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꼼짝도 못할 거 같았다. 근데 그게 한발짝 걸어오는 순간, 아무 생각도 안들고 그냥 다리가 벌떡 일어나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가방도 못챙겼다. 그런 생각도 안들었다. 아무튼 손에 꼬나쥐고 있던 물먹은 휴대폰만 부서져라 꽉 쥔 채 무작정 도망을 쳤다.

근데 알잖냐. 반대쪽 계단통은 3층 잠겨있었다고. 좆된거지. 그래서 휴대폰 쥔 손으로 미친듯이 유리문을 때려댔다. 뒤에선 차박차박 발소리랑 좆같은 시체 썩는 냄새가 계속 가까워지고, 손이랑 폰은 박살이 날 거 같았다. 다행히 문 쪽이 먼저 박살나줬지만 그덕에 나는 그대로 온 힘을 다해 앞으로 자빠져버렸다. 존나 아프더라. 근데 그때는 유리조각 신경쓰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암튼 그래서 그대로 계단을 구르다시피 하면서 내려갔다. 위의 옥상 출입문은 철문이라 절대 때려부숴서 열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1층은 ㅅㅂ 물에 잠겨있잖아? 별 수 있냐. 그대로 첨벙 했지. 물살까지 생긴 ㅈ같은 똥물에 허리까지 잠기는 바람에 몸을 못 가눠서 휘청였더니 시선이 계단 위쪽으로 절로 돌아갔다. 그새끼 거기 있더라고 눈 빛내면서.

엉엉 울고 짜고 지랄을 하면서 허우적대면서 도망가는 것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아까 닫혀버려서 물을 막고 있던 1층 문은 반쯤 잠긴 채 닫혀 있었고, 당기는 문이라 ㅈ같이 안열리더라. 그런데 뭐 방법이 있냐. 또 몸으로 치고 박고 개 난리를 치니까 수압까지 더해져서 유리가 터져버리데. 거기에 또 자빠졌다가 벌떡 일어나서, 활짝 열린채 문지방으로 물을 찰박이고 있는 건물 주출입구로 울면서 뛰쳐나왔다.

그 뒤로는 거의 패닉이라 뚜렷하지 않은 기억이지만, 아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도와줘서 급하게 병원으로 갔다는 모양이다. 상처 투성이로 똥물에 빠진데다 유리조각도 그대로 박혀있으니 응급실에서도 여간 난리가 아니었을거다. 암튼 그날 밤은 그렇게 항생제랑 진통제에 취해서 잠드는 줄도 모르고 지나갔다.


암튼 다음날 의사가 진찰을 하는데, 전신에 타박상 찰과상 열상 천지라고 걱정해주더라. 근데 그건 어제 그 지랄을 했으니 당연하다고 나도 생각하는데 말이다… 의사가 웬 말도 안되는 소리를 갑자기 하는 거다. "배에 큰 흉터도 보고 놀랐는데 이건 오래 지난 상처시네요, 언제 수술이라도 하셨나봐요?" 그게 대체 무슨 개소릴까? 나는 건강검진 빼면 병원 근처도 잘 가본 적이 없는데? 그래서 모른다고 했더니 표정이 이상하더라. 암튼 온몸에 상처 투성이고 통증도 각양각색이라 육안이랑 상담으론 진단이 충분치 않으니 엑스레이를 좀 찍어보자데. 그러자 했지.

그런데… ㅅㅂ… ㅅㅂ 진짜 뭔 일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아니 ㅅㅂ 내 배때지에 태아가 있대잖아. 20cm 좀 안되는 태아가. 나도 모르는 흉터자국 아래에.

암튼 나도 이 모든 상황이 갑작스럽고 이게 뭔 ㅈㄹ인지 모르겠다. 이제 산부인과부터 해서 진료 많이 돌아야 하는데 뭔 미친 소리가 나올지 벌써 무섭다.

루팡 34세 독신 08/13/22 (금) 08:05:51 #54069243


진지하게 진담이냐? 지금 어느 병원인데?

전북익산 08/13/22 (금) 08:12:24 #99603502


원광대병원. 몰라, 이제 시간이다

루팡 34세 독신 08/13/22 (금) 08:15:15 #12310502


결과 나오면 알려줘라 너무 신경쓰임;

모아이달아줘 08/13/22 (금) 09:32:44 #87882321


소름이 다 끼치네;; 진짜여도 미친 거 같고 지어낸 거여도 미친 거 같음




전북익산 08/13/22 (금) 18:22:48 #57970310


태아 죽었대

죽은지 몇년은 지난 미라였음



🈲: SCP 재단의 모든 컨텐츠는 15세 미만의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합니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