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퀸을 D8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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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그 날이 왔다. 두려움을 부르는 날, 재단이 파멸하는 날이.

과거의 웅장했던 제19기지는 이미 화활 타오르는 폐허로 변했고, 지상에는 시체들이 널려있었다. 그 중에는 재단의 적들도 적지 않게 섞여 있었지만, 그보다 많은 이들이 재단의 인원들이었다.

이 모든 일을 벌인 자가 불구덩이 속에서 걸어 나왔고, 그녀 뒤의 화염은 마치 복수의 천사가 가진 날개와 같이 흩날렸다.

한 때 앨리슨 차오라 불렸던, 지금은 검은 여왕이라 불리는 자는 손 안을 바라보았고, 거기에는 부러진 우쿨렐레 손잡이가 있었다. "주제도 모르는 녀석." 그녀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마지막 한 명만이 남았다.


제19기지에서 유일하게 서 있는 사무실 문이 "삐걱" 하며 열렸고, 그 안에서는 검은 여왕이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광경이 펼쳐져있었다.

차가운 조명 빛, 윗면에 상응하는 표시가 붙은 한 줄로 늘어선 금속 책꽂이, 소박한 떡갈나무 책상, 구석에 놓인 인조 분재, 그리고 사무실 안에 앉아서 자신의 생명을 가져갈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

기어스와 십 수 년 전 그녀와 결별한 아버지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앉으라고 권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현악기 손잡이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기어스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또 다른 물건을 꺼냈다. 핏자국이 잔뜩 묻은 조각용 송곳 하나. 그녀가 살짝 집어 들자, 조각용 송곳은 부스러기가 되었다.

기어스는 여전히 꿈적도 않았다.

그녀는 눈썹을 살짝 찡그렸고, 주머니에서 이미 눈금판이 부서져 남아있는 숫자는 XIII 뿐인 회중시계 하나를 꺼냈다.

"잘했다." 기어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이런 일을 했니?"

"뭘 위해서냐고?" 검은 여왕의 차가운 말투 속에는 글자 하나하나에 원한이 서려있었다. "엄마를 위해, 내 형제들을 위해, 너희에게 살해당한 사람들과 너희 때문에 갈라져버린 가족을 위해…"

그녀는 주머니에서 마지막인 것 같은 물건을 꺼냈다. 한 줌의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피와 뼈, 그리고 살을 깎아 만든 칼.

"그리고 나를 위해."

"그래…" 기어스는 약간 피곤한 것 같은 말투로 말했다. "굳이 그러겠다면, 너에게 마지막 충고를 하게 해주겠니."

"귀담아 들어드리죠." 승리를 눈앞에 둔 검은 여왕은 이미 손아귀에 놓인 패배자에게 마지막 자비를 하나 베푸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는 스스로를 검은 여왕이라 부르잖니? 네가 생각하기에, 나의 여왕은 어디 있을 것 같니?"

차오는 멍해졌다. 아니, 이건 그저 시간을 끌기 위해——

그녀는 놀란 소리를 내기도 전에 이 현실에서 사라졌다.


몇 초 후, 기어스 박사의 사무실 문이 다시 열렸다. 어린 여자아이 한 명이 달려 들어왔다.

"맙소사 맙소사 맙소사 늦잠을 자버려서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제가 너무 늦게 온 거 아니죠? 다친 데 없으세요, 아빠?"

기어스는 여자아이의 회색 눈을 바라보면서 의외로 미소를 지었다.

"나는 괜찮단다, 우리 딸. 사실, 우린 방금 가장 멋진 한 판을 이겼단다.

자, 우린 이제 재단을 재건하러 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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