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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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일까? 그냥 말해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누구일까? 나는 호기심 많은 신이다. 너희 필멸자들이 뭘 하고 노는지 나는 알고 싶었다. 너희 중에 많은 수가 불멸이란 사실을 알게 되자 나는 놀랐다. 너희가 명성의 힘인지 역사의 힘인지 무슨 방법으로 불멸을 얻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매우 흥미로운 불멸자 하나를 나는 만났다. 그자에게는 변신하는 능력이 있었는데, 한 가지 모습을 볼 때마다 두 번 다시 그 모습을 못 봤다. 너희 필멸자들이 어떤 존재인지 나는 관심이 많아졌다. 하지만 슬프게도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내가 갖고 있던 물건 몇 가지를 너희 손에 나는 맡겼다. 고의는 아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복수심 많은 신이다. 너희 미미한 차원에 나는 내려와 너희를 파괴하고 노예로 삼으려 했다. 내 고향에서 나는 여러 창조물들을 가져와 너희 체계 속에 침투시켰다. 그들이 그러모아 바친 정보를 들고 나는 너희를 공격했다. 하지만 너희는 반격했다. 나는 후퇴하며 지원을 청해야 했다. 존재를 아는 자가 별로 없으나 그 분노만은 모두가 다 아는, 또 다른 신에게 나는 연락했다. 우리가 너희를 다시 공격했지만, 너희는 나를 천신만고 끝에 꺾고 내 군사들을 붙잡았다. 너희는 강적이었지만 나는 너희를 끝내 쓰러뜨리리라. 내가 다시 돌아올 날을 두려워하라.

나는 누구일까? 나는 너희의 신이다. 내가 창조한 너희와 지난 몇 세기 동안 나는 접촉이 끊어져 버렸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보고자 나는 돌아왔다. 내가 고른 장소는 인류를 가장 잘 대변하는 곳이었다. 사랑과 증오, 공포와 믿음, 전쟁과 평화, 헌신과 무관심, 죽음과 삶이 한 조직 속에 모두 압축된 채로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얼마간 시간을 보내며 인류를 탐구했으나, 이제 나는 떠났다. 내게 지구 최상의 권력이 더는 없음을 나는 깨달았다. 내 시대는 끝났으되 아직 이따금 나는 너희를 관찰하려 한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다른 현실에서 왔다. 당신들의 507처럼 나는 다양한 현실과 차원 들을 무작위로 돌아다닌다. 이 현실에서 나는 재단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 현실은 참 멋지고, 그래서 나는 좋았다. 하지만 이 고유한 내 운명 때문에 나는 다른 차원으로 강제로 이동해야 했다. 무수한 현실들을 돌아다니는 길에 나는 신기한 물건들을 많이 주웠는데, 단번에 챙겨가기에는 그 물건들이 너무 많이 모였다. 이네들을 나는 SCP 개체로 지정해 두고, 다음에 다시 돌아와 더 적절하고 안전한 곳으로 다시 갖고 가려 한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무모한 컴퓨터 천재다. 컴퓨터 앞에 나는 하루 종일 앉아서 오만 포럼에서 병신짓을 하고, 오만 게임에서 트롤짓을 한다. 컴퓨터 이야기라면 하루 종일도 할 수 있고, 한창 때는 하루에 한두 개씩 해킹도 했다. 당신들의 문서 몇 개를 나는, 당신들의 적 중에 하나가 공격할 때 난 구멍을 뚫고 들어가 찾아냈다. 그 보고서들 몇 개에다 내 이름을 집어넣으면 재미있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한 번은 무적의 인간을 소재로 보고서를 지어내서 올린 적도 있었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잠입 대기 첩보원이다. 나는 혼돈의 반란이라는 이름의 단체 소속이다. 너희가 요즘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다만. 임무를 받고 나는 너희 재단으로 들어가 미끼가 되었다. 너희는 미끼를 확 물어버리고 나한테 좋은 자리를 줬다. 시간이 지나며 나는 높은 자리를 책임지게 되었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나는 우리 특사의 명을 받고 행동을 개시했다.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뒤지고, 찾아낸 모든 정보들을 챙긴 다음 나는 떠났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O5다. 한때 나는 일개 박사였다. SCP를 연구하고 또 실험하면서, 보호와 과학이란 이름 아래 내 목숨을 걸었다. 열심히 일하면서 차츰 지위를 높여가다가, 어느 날 나는 죽었다. 또는 승진했다. 아님 뭐라 불러도 상관없고. 실험실에서 하던 실험이 잘못되었다가 나는 비참하게 죽었다. 다음날 어떤 사무실에서 나는 깨어났다. 컴퓨터 앞으로 나는 이끌려 갔고, 그들은 내가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 내가 이제 뭘 해야 하는지 말해줬다. 나를 알던 모든 사람들은 선별적 기억 삭제로 내 기억이 지워졌다. 그들은 문서를 편집하면서 내 이름을 말소하고 삭제했다. 하지만 몇몇 문서를 빼먹었고.

나는 누구일까? 그냥 장난치는 이름이다. 신입 연구원 몇 명이 재미로 몇몇 문서에 내 이름을 지어내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짓을 몇 년 동안 했다. 그 사이 그들은 다양한 자리로 승진했다. 기지 이사관까지 간 사람도 있다. 그는 이 가짜 박사에게 진짜 사무실을 만들어 주면 개꿀잼이겠다고 생각했다. O5들은 이런 사실을 알게 되자 그들을 전부 잘라버렸다. 하지만 그러면서 내 이름을 문서에서 전혀 지우지 않았다. 왜 그런진 나도 모르겠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윤리위원이다. 몇 년을 나는 고생하고 노가다하면서 감사는 쥐꼬리만큼만 받으면서 보냈다. 그러다 제법 큰 프로젝트를 하나 받았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왠지,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약품을 쏟고, 물건을 잘못 놔두고, 예상과 딴판인 결과물이 튀어나오고. 그냥 나는 자포자기했다. 그리고 적당히 결과를 정리해서 프로젝트를 끝냈다. 이 결과를 상사에게 제출했는데, 상사는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내가 다른 데로 발령됐다고 말했다. 프랑스 어딘가로 나는 실려갔다. 그리고 거기서 내가 윤리위원회에 스카우트되었고, 그 프로젝트는 일종의 시험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 프로젝트가 윤리위원회하고 무슨 상관이 있었는지 전혀 알 길은 없었지만, 나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제 나는 윤리위원회 소속이기 때문에, 공식 기록에서 내 이름은 전부 지워지고, 사무실은 비워지고, 위원회의 기억삭제 조치로 나를 알던 사람들은 이제 나를 잊어버렸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도시전설 속 존재다. 실험 과정에서 뭐가 잘못되면 사람들은 내 탓이라고 한다. 물론 나는 존재하지 않지만, 사람은 언제나 희생양을 찾기 마련이다. 오만 기지들을 나는 돌아다닌다. 동시에 여러 곳에 있었던 적도 있다. 어떤 곳에서는 성실하지만 덤벙대는 노동자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악마 같은 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뜬소문도 사람들이 충분히 많이 믿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이 된다고들 말한다. 내가 그런 사례다. 가끔 조용한 실험실에서, 홀로 있는 과학자에게 나는 귓속말을 해 준다. 또는 내가 실수로 유리병을 넘어뜨리고는 한다. 누구 손에 들린 종이들의 순서를 바꾸기도 하고, 문서에다 내 이름을 집어넣기도 한다. 사람들하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이따금은 일방적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모두 재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높으신 분들이 내가 하는 짓거리를 눈치채고, 손을 쓴 모양이다.

나는 누구일까?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위험한 개체를 무효화시키려던 평범한 박사다. 개체의 방어기제 때문에 나는 개체랑 덩달아 존재하지 않게 됐다. 이렇게 엿같은 게 인생이지만 그냥 참아본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기드온 박사, SCP-431이다. 나는 재단에서 일했고, 재단에서 일한 적 없다. 나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세금을 내고 월급을 받았고, 세금도 월급도 있었던 적 없다. 나는 시작한 적도 없었던 프로젝트에 성실하게 참여했고, 가끔은 시작은 했던 프로젝트에도 발을 담갔다. 나는 날 모르는 사람들과 친구로 지냈다. 나는 찍은 적 없는 사진을 찍으며 자세를 잡았다. 나는 변칙개체다. 나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한다. 내가 존재하는 곳은 당신의 파일이고, 현실의 불가능한 한구석이고, 아무 곳도 아니다.

나는 누구일까?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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