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것들은 누가 기억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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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는 환상적이고 놀라우면서도 경이로워. 신들과 괴물들과 영웅들과 악당들이 있지. 살아있는 배들, 거대한 뱀들, 지능이 있는 구름들, 심지어 꿈을 쫓는 짐승들까지. 이런 세상 가운데 말이 되는 것을 하나도 찾지 못한들 그건 그 사람의 탓이 아닐 거야.

하지만 그래도 보편적으로 먹히는 진실이 한가지 있지. 살아있는 배들이건, 거대한 뱀들이건, 지능이 있는 동물들이건, 심지어 그냥 평범한 인간들이건, 그게 누구던 간에 모두들 잊히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거야. 마음이 비열하건 순수하건, 고명한 왕이건 한미한 농민이건, 모두들 이 이상하고 무심한 세상 속에서 잊혀지지 않기를 원해. 모든 이들이 끝을 맞고 나면, 그들이 살았을 때 어땠는지 누군가는 기억해줌을 다들 알지.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중국 사천성에서 스물 여섯 명의 사람들이 시샘하는 지기(地祇) 때문에 생매장을 당했어. 브라질에서는 열두 명이 까마귀 얼굴의 살인마에게 유인당해 죽임을 당했고. 모스크바에서는 아버지의 술에 섞인 화약 때문에 일곱 명의 아이들이 태어나지도 못했고, 일본에서는 서른 세 명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소중한 것에 대한 기억을 혼돈의 반란에게 빼앗기고 말았지.

아무도 이들을 알아채지 못해. 아무도 이들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아.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생활을 계속할 테고, 어쩌다 찌르르 울리는 호기심에 실종자의 포스터를 흘끗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러고는 곧바로 잊어버리겠지.

그러고 나면 얼마 뒤 세계 오컬트 연합이나 재단 같은 조직들이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지. 그럼 가해자들은 붙잡혀서 죄에 맞는 벌을 받거나, 감옥에 갇혀 썩을 거야. 그리고 시체들은 수집되고 개수를 헤아려 어딘가의 문서로 보관되었다가, 언젠가 그 문서도 불타거나 표식 없는 무덤 속에 파묻혀 영영 잊혀지겠지.

나는 그들을 기억할 테야. 나는 너희 모두를 기억할 테야. 내가 이러는 건 어떤 의무 때문이 아니고, 연합이나 재단 같은 무정한 기관들에 대한 앙심 때문도 아니야. 존중을 위해서고, 상냥함을 위해서야. 아름다운 일상을 살다가, 그들이 당해야 할 이유가 없는 횡액을 당해 그 일상이 단절되어 버린 모든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서야.

그러니까 약속할게. 너는 절대 잊히지 않을 거야.

— 팡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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