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리아가 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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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5-3: 어쩌다가 이렇게 일이 꼬인거지..!

O5-5: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예비대라도 투입해서-

O5-6: 예비대 투입해서 뭐. 그거마저 다 갈아버릴 셈인가?

O5-9: 반대쪽에서 실이 나왔습니다. 아직 기회는 있습니ㄷ

회의실 문이 열리고 기동특무부대가 들이닥친다.

O5-3: 뭐야?!

오돈고 테하니 윤리위원장: 뭐긴요. 의무를 져버린 자들에 대한 진압입니다만.

O5-3: 이러고도 무사할성 싶은가?! 어차피 상황은 우리에게 유리한걸 자네가 더 잘알-

오돈고 테하니 윤리위원장: 유리한지 불리한지 그건 제가 판단합니다. 제압해.

기동특무부대 O5-1 ("법칙의 왼손")이 O5평의원들을 제압한다.


그것을 아는가. 평행세계란 한없이 많고 많아서 같은 일이 여러 평행세계에서 펼쳐질수 있다는 것을?

그것을 아는가. 그것을 미리 알아내고 대비한다고해도 막아낼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그것을 아는가. 그것을 뒤늦게 알아내고 다른 세계에 경각심을 일깨워줄 바늘이 내가 되었을 때의 감정을? 그리고 그게 내가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될때의 감정을?

그것을 아는가.

유한하면서도 무한한 굴레속에서 마침내 다른 이야기로 향하는 조건을 찾았을때의 기분을?


"이야… 그 682를 이렇게 살아서 볼줄은 몰랐습니다. 진짜 대단하시네요. 아, 이 세계도 그 슈트가 있었답니까? 역시 재단은 어디서도 재단이란건가-"

[말이 많군]

도마뱀이 으르렁거리며 말하자 피에트로는 과장된 놀라움을 표하며 말을 이어나간다.

"어우, 무서워라."

"당신이 여기에 온 목적은?"

"응? 아아. 그렇군요. 그것부터 말씀드려야 했나."

피에트로는 일행들 사이에서 끌려다니던 소녀와 서류가방을 가리킨다.

"그 둘을 넘겨주시죠."

[그렇게는 못하지.]

으르렁 거리는 도마뱀. 뒤늦게 자신의 말이 너무나 짧았음을 자각한 피에트로는 이번에야 진심으로 당황해하며 말을 이었다.

"워워! 잠시만요 잠시만요! 제가 뭐 저 신에게 홀렸거나 그런게 아닙니다! 오히려 대신 일해주기 위해 온거라구요!"

"…대신?"

유란은 도마뱀을 밀치며 말한다.

"당신, 우리가 여기에 왜 온줄 아는거야?"

"뭐… 대충 감이 잡히는데요. 저 구덩이에 서류가방이랑 그 짐덩이 던지러 온게 아닙니까?"

"…"

"제 이야기를 하기에는 좀 많이 긴데 하…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나-"

"당신의 세계는 어떻게 됐어?"

지금까지 조용히 관망하던 카나리아가 묻는다.

"아… 이미 그 이야기까지 아시는거면 이야기는 빠르겠군요… 네, 뭐. 아시다시피 망했습니다. 또 실패했거든요."

"'또'?"

"네. 또다시요."

피에트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며 아련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거 아십니까. 그 빌어먹을 이야기의 관찰자이자 맺는자는 항상 저였습니다. 수많은 세계의 SCP-5000을 제가 관측하고 제가 끝을 맺었지요. 그러다보니 아는것도 절로 많아지고 어떻게든 피하려고 했지만 결과는 늘 반복이었습니다. 그 빌어먹을 그것(IT)은 실뭉탱이를 만들어 우리에게 집어던졌고, 그리고 저희의 머리는 깨졌습니다. 늘 반복되는 이야기들 속에, 마침내 저는 다른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 실뭉탱이를 가지고 노는 놈을 아예 데리고 가자고."

피에트로는 다시한번 소녀와 SCP-055를 가리키며 말을 걸었다.

"잘생각해보면 우리 둘에게 윈윈인 결과 아닙니까? 저는 그 망할것을 데리고 가 다른 루트로 가는 길을 탐색할수 있게 되는거고, 여러분들은 저 실뭉탱이 가지고 노는 꼬맹이를 치워 확정된 미래를 회피하고. 이런게 상부상조죠."

"우리가 당신의 무엇을 믿고?"

유란은 팡글로스에게 들었다. 나의 과업이 가장 크다고. O5-2가 말했다. 자기가 이 세계의 피에트로 윌슨이라고. 그런 과업을 등에 업은 이상 함부로 얼싸좋다 하며 넘겨줄수는 없었다.

"이 일은 우리, 아니 내가 끝내야할 일이야. 그러니 당신은 못 믿-"

"만약 제가 안넘어왔다면 그렇겠죠. '유란' 요원."

유란의 말을 끊은 피에트로.

"팡글로스와 그 늙은이는 당신이 죽어야한다고 했겠죠. 그래야 그 실뭉탱이를 치우고 실뭉탱이에 얽힌 인간들을 치울수 있을테니까."

"저게 무슨 말이야, 유란? 설마-"

"하지만 제가 넘어온 이상 당신은 피에트로 윌슨이 아닌 유란 요원일 뿐입니다. 저는 그저 연민을 느껴 넘겨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제 임무를 위해 재단의 인원으로서 인계를 요청하는 겁니다."

[반대쪽 바늘에 이끌려 나온 실주제에 무엇을 믿고?]

"그렇게 의심하는게 당연합니다. 그런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저에게 그것이 느껴지나요?"

[…]

682는 다시 침묵한다.

"참 오만하게도 그것은 저에게 이 슈트를 입혀 관찰자로 삼게 했습니다. 저 하나 따위로는 바뀌는게 없으니 발버둥이나 쳐보라는 의미였겠죠. 그러니 제가 이런 계획을 세웠다는 것 자체를 모를겁니다. 하지만 이제 그 오만의 끝을 볼 차례입니다. 그리고-"

피에트로가 일행에게 다가간다. 다가올수록 682는 으르렁거렸지만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카나리아 역시 그저 날카롭게 바라볼 뿐이었으며, 유란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다가오는 그를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근데 어차피 당신의 의도는 중요한게 아니었습니다, 유란양."

"…아?"

"중요한건 이 어린 신이죠. 저랑 같이 갈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이 어린 신인걸."

피에트로와 만남 이후 계속해서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어린 신이 처음으로 입을 연다.

"정말 죽을 각오가 된거야?"

"네? 네 뭐. 어차피 재단 입사했을때부터 각오는 했던걸요."

"근데 나는 각오가 안됐거든."

심드렁하게 말하는 어린신은 자신을 붙잡고 있는 유란을 툭 치며 바닥에 내려와 오롯이 선다.

"그리고 애초에 그걸 왜 나한데 묻는건데. 그냥 여기 이 아가씨 대신 너가 행하겠다는거 아니었나?"

"어… 당신이랑 같이 들고 뛸거라서요?"

"이건 또 참신한 헛소리를 듣네. 내가 왜 너랑 같이 뛰어내려야 하는데."

"당신은 신의 영혼을 가진 인간의 육신이니까요? 당신이 가진 정보만 있으면 그것에 대해-"

"나 아키하바라 갈거라니까?"

어린 신은 그리 말하면서 유란의 다른 손에 있던 서류가방을 빼앗듯이 가져와 그대로 피에트로에게 건네준다.

"정말 죽을 각오가 되었으면, 이것만 가지고 뛰면 돼. 이게 뭔지는 알아?"

"…리셋 버튼?"

"정보다 정보. 저 가방 안에 든 건 단순히 리셋 코드만 있는게 아닌 '그것'에게 넘겨질 세계의 정보도 있어."

"그런거였어요?"

"하지만 그것은 이 세계에서 꽤나 심각하게 타격을 입었으니 반대쪽으로 넘어가도 그 정보를 받을수가 없겠지. 그 녀석이 눈치채기 전에, 그걸 네놈들이 먼저 분석해. 그럼 되잖아."

"…아하하. 그런거였군."

여전히 멍해있는 피에트로에게 서류가방을 쥐어주는 어린 신. 그러면서 몸을 돌리더니 카나리아에게 다가간다.

"어… 그럼 우리 일은 끝난거야?"

"그럴 턱이 있나."

카나리아의 말에 어린신은 피식 웃으며 시선을 문으로 돌린다.

"또 온다. 마지막 공격일거야."

쾅!!!!

"정말 죽을 각오가 된거라면, 죽을때까지 시간은 벌어주지."

"정작 공격은 내가 하지만 말이야."

[둘다 쫑알쫑알 시끄럽다.]


폭발소리에 유란은 방금 전까지 어지러웠던 머리가 순식간에 개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휘젖자 어느새 그의 손에 있던 서류가방은 피에트로의 손에 들려있었고, 그는 구덩이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뒤에서는 682와 카나리아가 O5의 최후 공격-아니 애초에 후퇴를 한게 아니었나? 예비대가 있었다고?-을 막아내고 있었다. 자신과 마치 상관없다는 듯이 구덩이까지 걸어가는 피에트로.

"저렇게까지 해주는데 슬슬 저는 가보겠습니다. 어… 솔직히 저 신의 말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맞으면 마음 놓으시고요. 그렇다고 방심하지는 마시고요."

"…당신은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까?"

"두렵죠. 안두려우면 그게 사람인가."

피에트로는 몸을 빙글 돌려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는 환희에 찬 미소를 띄고 있었다.

"저는 그저 답을 얻고 잠이나 푹 자고 싶은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폭발음과 사격소리를 뒤로하고 그의 몸이 점차 뒤로 넘어간다.

"카나리아의 마지막 임무는 예쁘게 우는거랬죠 아마?"

그러니 우십쇼. 적어도 이 세계의 평화가 도래하였음을. 단 한사람의 희생으로

휙-

화아아악-

엄청난 빛이 유란과 카나리아, SCP-682를 감싼다. 이윽고 빛은 그들을 넘어 기지, 지역 전체를 환히 감싼다.

그리고 그 빛속에서 카나리아들은 울고 있었다.

마침내 모든게 끝났음을 알리는 울음을 모두에게 알리고 있었다.


일은 끝났지만 사후처리는 끝나지 않았다. 이강수 이사관은 사태가 끝난 이후 연이어 들어오는 서류더미에 묵묵히 펜을 놀리고 있다. 그리고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반대편 의자에 앉아있는 레드에게 말을 건다.

"일 없으십니까."

"높은 자리에 있으면 좋은 점은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하급자에게 넘기면 된다는거지."

"기지 이사관이면 높은 직책 아닙니까. 근데 저는 왜 이렇죠."

"안그래도 남는 O5자리는 많네만. 이번 일로 비워진 번호가 많아. 1에게 추천해줄까? 아마 10이 기뻐할듯 싶은데."

"절대 안하죠."

다시 조용해진 사무실.

"오돈고 테하니 위원장님과는 이야기가 되었던겁니까."

"뭐, 공식적인 서류는 없지만 그런 셈이지. 사실 계획 자체는 꽤 오래전부터 준비해둔걸세. 중간에 10이 눈치채서 다 말아먹을뻔 했지만 1과 윤리위원장 덕에 겨우 재개할 수 있었어."

"숙청말이군요."

"숙청이지."

2는 자리에 일어나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다.

"그럼 슬슬 가볼까."

"가시기 전에 여쭤볼것이 있습니다."

"무엇을 말인가."

"그 두 사람과 두 개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처음으로 고개를 들어 레드를 보며 물어오는 이강수 이사관.

"사람-이라."

"답해주십시요."

"글쎄…"

옷걸이에 걸린 중절모를 머리에 쓰며 레드는 나간다.

"오직 '신'만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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