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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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 콘스탄티 알렉세예비치 이바노프. 러시아연방군 대위. 재경 러시아대사관 주재무관부 부관」
「잡아와라. 러시아연방군 총참모부 정보총국(GRU)의 끄나풀 같지만, 자세한 것을 러시아지부에서 말해주지 않는다」
 반장은 긴 콧김을 토하고, 연일 이어진 교섭에 지친 모습으로 소파에 앉았다.
 우리들──비특정조직전담반은 정보국이 광역지정하지 않은 비특정 요주의 단체에 대한 첩보활동을 기본으로, 그러니까 심부름 센터 같은 측면이 있다. 러시아의 소규모 GoI에 소속된 스파이의 꼬리를 잡는 임무라니, 아무래도 우리 반이 맡으라고 떨어질 것 같은 내용이었다.
「아자부다이에 다녀오겠습니다」
「사이토가 외사경찰에 대상의 정보가 없는지 조회하러 갔다. 이따 합류해라」
 반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한숨을 섞어 네, 라고 답했다. 길게 찢어진 눈을 가진 동료의 얼굴이 뇌리에 떠오르고, 또 기나긴 공동생활이 기나리고 있다는 생각에 주눅이 든다.
「또 너하고 가는 거냐」
 기초조사는 이미 종료되어 있다. 외사경찰은 제대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다. 라기보다 다루어지고 있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외사경찰이 가지고 있는 것은 오픈소스된 정보 뿐으로, 이바노프가 일본에서는 알렉세이 키릴리체프라는 가명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정도 뿐이었다.
 경찰청은 특사조사부가 개입을 위한 준비를 진행시키고 있다는 듯하다, 라는 것은 사이토가 개인적인 인맥을 통해 들은 이야기로, 아무래도 유익한 정보는 그게 다다. 외사경찰은 이미 특사부의 정보봉쇄에 휘말린 것이다.
「이쪽이 할 말입니다, 사이토씨」
「너하고 다니면 메밀국수만 시켜먹으니까 싫어」
 광역사령부 정보국은 이미 미나토구의 맨숀을 한 채 빌려서 즉석 감시소로 기능시키기 시작했다. 나와 사이토는 지금부터 며칠간, 누구인지 교대인력들과 함께하는 감시임무를 맡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손이 곱는 추위가 도래했을 때 아찔한 장시간 추적을 벌이던 것에 비하면, 지붕 아래에 있는 것만도 감지덕지긴 하다.
「……러시아인, 뭘 했더라」
「그다지 자세한 건. 요전에 통신시스템대(隊) 간부가 한 명 경질되었는데, 거기에 관여했다네요」
「그런 안건에 우리가 왜?」
「위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일단 그 공작원은 웨트워크wet work를 위해 남겨졌을 가능성이 높네요. 반장님이 자위대를 담당하면서 해당 간부의 생사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방에 놓인 여러 대의 모니터는 러시아 대사관 입구를 여러 각도에서 비추고 있다. 내가 경비경찰관으로 위장하는 방법도 있지만, 특사과에 단서를 흘려주지 않기 위하여 경찰과의 협력은 보류되었다.
 이번 건에 통신시스템대가 관여되어 있다면 "쏙독새"夜鷹1의 관여 가능성이 튀어나온다. 그 GoI는 방위성의 외국조직이라고 하지만, 합동정보회의에 대표자를 파견하지도 않고, 내각의 초상커뮤니티에서도 독립적이다. 비교적 정보가 적다는 점에서, 정부계열 조직들로서는 최우선적으로 첩보기관들이 규명을 추진하고 있었다.
「어이, 저게 대상 아닌가」
 컵라면을 홀짝거리고 있던 사이토가, 렌즈 너머로 그 모습을 포착한 듯했댜. 주재무관의 일정은 러시아지부가 떨떠름히 넘겨준 정보들 중 하나로, 그 예정대로라면 정각에 무관이 대사관에서 나올 것이었다.
「여기서부터, 아니 뭐야, 어디로 가는겨」
「러시아계 통신사 간부와 회식이 있답니다」
 라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우리는 이미 미행 준비를 갖추고 있다. 정찰위성이 제공하는 위치정보를 바탕으로, 주재무관과 그 부관──즉 대상──의 관용차를 트레이스, 우리는 그에 맞추어 차를 굴린다.
「회식 장소는?」
「도청 인근의 호텔입니다. 그 간부가 숙박하고 있는 곳이고요, 워킹런치인가 뭔가 그거일까요」
 이미 해당 호텔에는 비특정조직전담반 공작원이 기어들어가 대화 내용을 낱낱이 보고하기 위한 태세를 갖추고 있다. 굳이 우리가 추미행동을 하는 것은 이바노프가 회식 과정에서 어딘가로 새버릴 가능성을 막기 위함이다. 비교적 사소하다고 할 법한 안건에 공안경찰이라면 생각할 수도 없는 윤택한 인적자원맨파워을 던져주고 있다.
 ──라는 것은, 나의 지레짐작일지도 모른다. "위"인 정보국이 가져온 정보는 이바노프가 방위성계 GoI의 인사이동에 관여하고 있을 것 같다는, 어째 애매한 것이었다. 이것이 실제로 GRU에 의한 암살이고, 그 실행범이 이바노프였다면, 자신의 관할 내에서 무법행동을 당한 일본지부가 어떤 행동을 일으킬 것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는 거기에 한몫 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호텔의 레스토랑에 도착한 러시아인들은 주변에 사람이 없는 탁자로 안내되었다. 부관과 비서관들도 근처에 붙박고, 이바노프의 모습도 거기에 있다. 워킹런치였지만 그 간부와 주재무관은 구면인 사이인 듯했다.
「예정대로라면 앞으로 1시간 반은 저대로입니다」
「짜증나는구만……」
 슬라브인답게 윤곽이 둥근 얼굴에 약간 날카로운 두 눈동자가 빛나고 있다. 콘스탄티 이바노프는 절제된 미소를 띄운 채, 무관과 그의 옛 친구의 회화에 귀를 기우렸다. 1시간 반의 회동 끝에 부관은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주재무관 사무소로의 귀로에 올랐다.
「헛방인가」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요」
 불평을 투덜대는 사이토의 운전은 거칠다. 항상 추적을 경계해야 하는 관계상 곧장 귀환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그렇다고 해도 적신호를 몇 개나 무시하는 것은 전직 경찰관으로서는 가슴이 선득할 행위였다.
「왜때문에 그렇게 짜증내고 있어요」
「말하기 싫어」
 다시 한번 이바노프의 프로필에 눈길을 떨어뜨린다. 그의 경력은 대부분 먹칠로 뭉개져 있지만, 그 사이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러시아군 장교로서 체첸 분쟁에 참여했다는 것이 그의 공개된 마지막 정보다. 최종 계급은 대위. 키릴리체프로서의 계급도 같다.
 ‎러시아인들은 당연하다는 듯 일정 외의 행동을 일절 하지 않았다. 러시아지부가 보내온 정보는 너무 정확해서, 우리의 시간은 이대로 무심히 낭비될 것이다. 예정대로라면 10분 후에는 사무소에 도착할 것이다.
「──네, 운노海野입니다」
 반장이 건 전화였다.
「역시 살인이다. 신주쿠의 골목에서 통신시스템대 간부 본인으로 보이는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 자의 신분은 이제 다른 인간이 가지고 있다. 인사정보는 이미 고쳐 썼지만, 재단이 가지고 있는 인사명단의 백넘버와 어긋난다. 누가 들어갔다 나온 흔적이다
「즉슨 "P"에서 웨트워크를 했다는」
「그들이 했다는 확증은 없다. 기구가 눈치채기 전에 현장을 덮으려고 했지만, 한 발 늦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이 형사부가 아닌 공안이고, 어째서인지 본청 형사들만 수사에 참가하고 있다. 십중팔구 특사부 놈들이다. 뭔가 묘하지만, 일단 아직 기구는 관련되지 않은 것 같다」
 변칙성이 관련되어 있지 않은 사건에 특사부가 나타날 필요는 없다. 이 살인에는 초상조직이 관여되어 있을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한 추리다. 하지만 그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특사부의 움직임이 너무 빠른 것 같다.
 사이토가 급브레이크를 걸고, 안전벨트가 내 목을 조른다.
「아니, 사이토씨」
「지금 바로 그 현장으로 가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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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여기는 일반인 출입금지입니다」
 규제선에 선 경찰관이, 사건현장을 향해 맹렬하게 걸어온 수상한 이인조에게 말을 걸었다. 남녀 이인조의 페어는 모두 양복을 입고 있었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 쪽은 한 눈에도 건실한 회사원 남자, 다른 한 쪽은 반불량 구성원 같은 눈을 뜬 여자.
「앙? 시끄럽네 코스프레 새끼가. 경찰수첩이나 꺼내봐라」
「아니, 사이토齊藤씨」
 초장부터 싸움질을 하자고 들이받는 방법을 선택한 동료에게, 나──남자는 당황한 모습으로 제지에 들어갔다. 하지만 경찰관은 불행히도 분별없는 신참이라, 경찰수첩을 여자 앞에 내밀어 보였다.
「엄연한 경관입니다. 이것은 공무집행방해입니다. 부디 물러나 주십시요」
「──역시 특사경찰인가」
 반불량 요원 사이토는 수첩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조회하고, 우활한 신참경관의 인증서를 손에 넣는다. 위화감을 느낀 신참형사가 수첩을 접어 물리자, 다음 차례로 두 사람이 신분증을 제시한다.
「재단 외무부에서 나온 사이토입니다」
 사이토齊藤──본명은 사이토西塔──는 명함 크기의 케이스를 열고, 몇 가지 신분들 중 하나를 이름으로 댔다.
「기구 연락사무국에서 나온 이마와노忌野입니다」
 나도 그것을 따라하듯이 명함을 잘 보이도록 눈높이까지 올려 보여준다.
「돌아가라. 손님이 온다는 연락은 받은 적 없다」
「그럼 지금부터 전화 때리지 뭐. 윗사람의 윗사람의 윗사람한테」
 노란색 테이프를 넘어가려는 요원 사이토를 말리면서 형사가 가로막아 섰다.
「그럼 전화하고 나서 넘어와라」
「무슨 소란이냐」
 안쪽에서 베테랑으로 생각되는 형사가, 특사경찰답게 마스크에 안경이라는 차림새로 나타났다. 본 기억이 있다. 정보국의 특사경찰 구성원 리스트에 올라온 얼굴이다. 계급은 경부보. 이제 몇 년 뒤면 정년. 가족구성까지 알고 있다.
「안녕하쇼」
「……물러가라」
「오오, 이거슨 오오야大屋씨 아니신가. 오랜만임」 사이토의 얼굴이 혹악한 모습으로 일그러져, 쓰라린 중년 형사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 「너무 차갑네. 오랜만의 재회인데」
 뭔가 인연이 있는 듯한 두 사람의 모습에 곤혹한 신참은 한순간 허를 찔려 사이토의 침입을 허용했다. 하지만 오오야라고 불린 형사는 특별히 쫓아내려는 행동은 하지 않고, 안경을 벗어 눈시울을 누르고 있다. 재단 공작원에게 약점을 잡힌다는 최악의 스테이터스를 가진 베테랑은 한 마디만 흘려냈다.
「뭣하러 왔냐」
「뭐라니, 현장검증이죠. 봐요, 얘는 작파토 쪽 연락관」
「지랄 마라. 사실은 동료인지 뭔지잖아」
 일순간에 간파한 것은, 역시 특사부라 해도 베테랑이라면 가능한 업일 것이다. 일본국내에서는 각 조직에게 신병보장 의무를 받는 작파토 연락사무국 조정연락관은, 재단도 연합도 즐겨 쓰는 사칭신분 중 하나다.
「기구에서는 벌써 이 안건의 조직간 조정에 착수했그든. 상사한테 혼나기 전에 야마를 이쪽에도 넘기쇼」
「빠르구만. 또 우리 안의 쥐새끼가 일러바쳤겠지」
「변칙성 관련사건의 보고의무는 각 조직에 있습니다」
 일단 맡고 있는 역할을 다하기 위해, 나는 모든 조직이 소홀히 하고 있는 명목상의 의무를 들먹였다. 코웃음조차 치지 않은 오오야는 그냥 고개를 기울이고 애매한 표정을 짓는다. 따라오라는 신호인 듯, 사이토는 도오모 도오모 거리면서 따라 걷기 시작한다.
 발싸개를 매고 장갑에 헤어커버까지 완전무장한 모습으로 천막에 들어서니, 거기에는 살인사건 현장에서 자주 보는 광경이 기다리고 있따. 감식반은 이미 철수했고, 형사들만 드문드문 서 있다. 그들 전원이 이쪽에서 얼굴을 확인하지 못하게 얼굴을 무엇으로든 덮고 있다.
「피해자는──」
이누야마犬山 토우스케等助 44세. 삼등육좌. 통신시스템대 소속」
 시체는 이미 과경연 법과학 제5부2로 반출되었고, 살해현장에는 홀로그램으로 재현된 시체의 상황이 펼쳐져 있다. 뒷덜미를 나이프가 갈랐고, 흉기는 피해자 본인이 쥐고 있다.
「살인입니까」
 납득한 것은 아니다. 작파토 조정관 행세에 어울리는 거침없는 언동을 의도한 결과, 미묘한 뉘앙스를 가진 발언이 나오고 말았다. 오오야는 팔짱을 낀 채, 눈이다, 라고 말했다.
 터프북을 조작한 신참형사가 리턴키를 두드리자 시체의 동공 부분이 확대표시된다. 거대한 얼굴이 현장에 펼쳐지면서, 좀 이상한 광경이 되었다. 어두운 허무가 가라앉은 동공의 내부가 비치면서, 적갈색 망막이 군데군데 타들어간 것이 보였다.
「시각을 통한 정보재해. 초상기술이 관여된 범행으로 결정적이다」
「사용된 무기는」
「아직은 불명. ──잘 봐라」
 확대된 망막에 지져진 화상의 문양은 군데군데 떨어져 있어, 의도적으로 출력을 조절한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이래서야 사용된 정보재해 무기를 동정하는 데 곤란을 겪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살충동을 야기하는 것임은 확실하다. 일단은 통상의 형사사건으로 입건은 안 돼」
「랩에 이 시체의 데이터 갖고 갈게. 괜찮지?」
 라고 말하며 사이토는 신참을 밀치고 터프북에 플래시메모리를 꽂고 있다. 그러면 그렇지 라고 말하고 싶은 듯 오오야는 내 쪽을 보았디.
「정보공유에 관한 협정에 의해 합의되어 있을 것입니다」
「니들 꼴리는 대로 하세요……」
「──러시아인의 수법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고. 애초에 시체를 남겨둘 필요가 있었을까」
 마음만 먹으면 완전히 지워버릴 수 있었을 텐데, 라고 사이토는 중얼거렸다.
「러시아인?」 오오야는 우활한 첩보요원의 말끝을 물고 늘어졌다. 「재단은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왜 또 그렇게 되는 건데」
「댁들은 조사했어? 이놈의 배후관계」
 다소 토라진 모양으로 요원이 쭈그려 앉아 시체의 홀로그램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형사는 아직 이쪽의 발언을 소화하지 못한 듯, 떠보는 어조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말했다.
「주재무관의 주변이 접촉하는 것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 러시아 대사관에서 화약냄새 풍기는 놈들은 보두 지켜보고 있으니까」
「그럼 알겠네. 이런 방법으로 살해당할 이유가 흔히 있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겅솔하군. 물증이 없지 않나」
「그럼 뭐야, 그쪽 식구가 저지른 거야?」
「깝치지 마라. 우리는 법집행기관이다. 이놈이 무슨 짓을 저질렀건, 냅다 죽여 버린다니 그런 짓 하지 않아」
「특사경찰은」 나는 점점 괴악해지는 이야기의 궤도를 어떻게든 수정하기 위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 사건을 어디를 경유해 알게 되셨습니까. 최초 발견자가 누구였지요. 변칙성과 조우한 일반 시민을 불법구금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약에 근거한 사찰을──」
「익명의 신고였다. 본청에 확인해봐라. 통신지령실이 아니고, 직접 특사과에 연락이 왔다」
「언제」
「몇 시간 전이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니놈들은」
 오오야는 결국 신물난다는 듯 나를 노려보고, 신참을 재촉해 그 자리를 떠났다. 그 자리에는 무겁고 습한 불편함만 남고, 홀로그램이 사라진 현장에는 이미 말라버린 아스팔트가 드러나 있었다.
「주변의 카메라 영상의 스크레이핑이 끝났습니다만, 단서는 없습니다」
「현장에서 말하지 마라. 나중에 듣겠다」
 사이토는 사라진 홀로그렘에 다가가듯이, 그 윤곽을 사이토는 사라진 홀로그램에 기대듯이 그 윤곽을 덧그린다. 본인의 자택에서 가까운 골목에서, 마치 본보기처럼 살해당한 남자. 근무처에서 돌아오는 도중이었을 것이다──가까운 요리점에서 식칼을 꺼내와, 그것으로 스스로의 경동맥을 끊었다.
「만약 러시아가 아니라면, 누가 했을까. 왜 했을까」 그것은 나를 향한 물음은 아니다. 「특사부에 현장을 확보하게 했다. 누가 그랬는지 알려주지는 않으면서, 죽은 것은 확인시키기 위해서다. 누구에게 보내는 메세지인가」
「아직 조각이 부족하네요. 이바노프──"P"의 소행이 아닐 경우, 이 사건의 해결은 일거에 곤란해집니다」
「이제 나가자, 이마와노. 여기는 볼일 다 봤다」
 내 가명을 불러온 사이토는, 살해당한 이누야마가 걸어온 길을 걷는다.
 사망추정시각은 몇 시간 전──오후 2시경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지효성 정보재해일 경우, 여기를 신고한 타이밍은 어쩌면 며칠 전일 가능성까지 있다.
「묘하네, 뭐든지」
「예에」
 한 번 갈라져서 미행을 뿌리친 뒤에야 나는 사이토의 차에 합류했다. 특사경찰도 생무지 집단은 아니다. 오오야가 이러쿵저러쿵 하면서도 사이토와 연을 끊지 않는 것은, 면식을 늘려놓는 것이 지상명제라는 공안경찰의 방식에 따른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우리에게는 미행이 붙는다.
 이미 차를 갈아타고 있던 사이토는, 역시 언짢은 듯 핸들을 쥐었다.
「도대체가, 운노. 이바노프를 살펴보라고 한 게 어디의 누구냐」
「적어도 광역사령부보다는 한참 위의 정보국입니다. 혹은 외무부거나──」
 그렇지 않다고 선배 요원이 말하기 시작할 것을 상상했다. 다만 나는 이 귀찮은 성격을 소유한 인간이 효율적으로 짜증을 풀 수 있도록 처신하고 있을 뿐이다. 사이토는 즉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도대체가, 이누야마의 죽음에 이바노프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인간은 누구인가
「이누야마의 사육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던가요」
「쏙독새부대 말이냐. 아직 놈이 그 구성원이라고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아니, 설마」
 뭔가 뇌리에서 잡념이 떨어진 듯, 사이토가 미소를 지었다. 겨우 기분이 나아졌구나, 안도한 나는 다음 순간 급브레이크 때문에 기도가 짜부라졌다.

 

「도망갔다고?」
「네. 대사관 내부의 도청시스템이 몇 시간이나 대상의 목소리를 잡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장시찰을 마친 우리를 기다린 것은, 임시로 출동해온 교대요원의 곤란해하는 얼굴이었다. 이바노프의 모습이 사라졌다, 고 한다.
 정찰위성, 드론, 잠복, 복수의 레이어에 걸쳐 구축된 감시를 뚫고 탈출한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하나씩 하나씩 으깨부술 수밖에 없다.
「대사관 주변의 EVBE 방사는」
「아포테이션의 흔적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럼 평범하게 변장하거나 한 거겠지. "P" 소속 공작원이다. 재단의 감시 시스템에 대해 다소 상세히 알아도 이상할 것 없지. 그것보다 문제는」
「들켰다는 것, 이군요」
 요란하게 움직인 것은 이누야마 살해현장에 나갔을 때 정도였다. 하지만 이 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건을 일으켜 놓고 재단이 덮쳐오지 않을 리가 없음을 쉬이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대사관 자체가 이미 재단 정보국에 마크되어 있다고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이바노프라는 남자의 신중함 덕분인가.
「쏙독새가 그에게 통보했을 수는 없을까」
「그럴 수야 있지만, 자기네 관계자를 죽인 녀석을 일부러 도울까요」
「그들이 죽이게 시켰다, 라는 건 어때」
 가늘고 길게 찢어진 눈이 이쪽을 바라본다. 사이토 나름 생각해서 한 발언임에 틀림 없겠지만, 이 시점에서 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비약을 몇 번을 해도 무리다.
「그 말씀은, 억측이 지나치시네요」
「아니, 동기는 있을지도 모르지」
 뒤에서 끼어들어온 반장은, 공작담당이사관과 만나고 왔다, 고 말했다. 복수의 작업반을 묶어 담당하는 감독관은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사안 대처를 위한 전술반의 투입, 혹은 특무부대 작전을 정보기관이사관에게 요청할 수 있다. 즉, 우리에게 있어서 윗사람의 윗사람인 존재라는 것이다.
 반장은 기지에 돌아가는 것보다 여기에 들른 것이 빨랐다면서, 우리가 사재기해둔 페트병 하나를 땄다.
「아까 이사회를 경유해서 러시아지부 정보국에 공식적으로 정보공유를 제의했던 것 같다. 인증서와 기밀유지 문제로 이쪽에는 공개되지 않은 사항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이 동기와는 무슨 관계가」
「대사관 안을 다시 한 번 디벼봐라. 죽은 간부와 관계가 있을 것 같다」
 반장이 챙상에 내려친 서류는, 공안의 내부자료였다.
「외사경찰……? 특사부가 아니고」
 사이토가 서류를 들어올려 몇몇 페이지를 뒤적거렸다. 어깨너머로 그 내용을 살펴보자니, 변칙성과 전혀 무관한 기초조사 결과들이었다.
「이누야마 삼좌는 외사에 마크되고 있었구나」
「특사의 정보봉쇄로 인해 알아차리는 것이 늦었지만, 이바노프 이외의 대사관원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지」
"신슈"神州에 오더를 내릴까요. 사이토씨, 시체의 데이터는 어디에」
 인공지능응용학과AIAD는 정보국에 상당한 규모의 연산리소스를 빌려주고 있으며, 첩보활동 전담인 인공지능 징집병AIC 분리인격서브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신슈"라는 식별명을 가진 그것은 AIAD의 의사인격탑재형 메인프레임 제어개발 계획에서 다소 빗나간 존재였다.
 비영어 학습기반을 가진 시스템 다양성 정책의 일환──이라는 문외한에게는 좀 불분명한 어떤 사정이 있는 것 같지만, 어쨌든 정보국에게 유례없는 처리능력을 가진 "인원"의 존재는 절대적 신뢰를 가지고 영접받고 있다.
 나는 인트라넷 전용 단말기를 열고, 사이토에게 플래시메모리를 받았다. 목소리를 가지지 못한 서브시스템은, 시체의 데이터를 받자 곧바로 그와 러시아에 관계를 가진 사람의 접촉상황을 리스트업했다.
 리스트의 계통은 3개. 오신트, 테킨트, 휴민트로 크게 나뉘었다.
 이 중 오신트, 공적 기록에 남아 있는 것은 해당없음──특사의 정보봉쇄도 한몫하고 있겠지만, 이는 어차피 예상한 그대로다. 휴민트 정보 역시 해당 없음. 정보국의 자위대 담당도 한가하지 않다. 모든 자위대원과 인간관계를 맺을 수도 없으니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렇게 되면 결국 가장 간편하고 신용하기 힘든 테킨트만 남는다. 신슈는 재단 정보국이 접근할 수 있는 동경도내 감시카메들에서 스크레이핑된 영상을 몇 개 주웠다.
 AIC는 결과의 정확도를 90% 이상이라며, 접촉자의 분석을 표시한다.
「……회동 자체는 눈에 띄는 곳에서 하지는 않은 것 같군요」
「하지만, 확실히 이바노프 이전에 특정한 누군가가 접촉했지」
 올레그 발락신, 주일 러시아 대사관 일등서기관. 이누야마 삼좌가 살해되기 이전에는 접촉이 끊기는 듯 하지만, 그 시기는 이바노프의 부임을 전후하고 있다. 이누야마와 같은 가게에 출입했다는 것만으로는, 신슈로서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을 수 없는 듯했다.
「발락신의 경력을 조사해 봐」
 신슈는 순식간에 러시아지부 정보국의 임시 인증서를 취득하고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한다. 문제의 외교관은 요주의 인물로, 정부 데이터베이스에서 그대로 인사정보를 빼내 등록되어 있었다.
「러시아연방군 총참모부 정보총국……」
「이바노프와 같은 출신인가? 부서는」
「삭제되어 있네요. 신슈는 "P"과 소속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그 새끼가 담그러 온 건 이누야마가 아니야」 노트북을 내게서 날치기한 사이토의 얼굴은, 겨우 진실을 알아낸 사람의 그것이었다. 「진짜 타깃은 이 새끼, 이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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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독새부대는 배신자를 처단한 거야」
 사이토는 자신이 도달한 하나의 가설을 우리에게 선보였다.
「발락신은 "P"과의 케이스오피서로서 이누야마에게 접근해 정보를 탈취했어. 하지만 이누야마도 그 대가로 "P"측의 정보를 얻어가서, 그 두 사람은 쏙독새와 GRU 쌍방에 마크되었고, 언제인지 영 좋지 못한 정보가 잡혔겠지. 아마 이바노프는 극 문제를 조사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웨트워크를 수행하기 위해 파견된 요원이다. 하지만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쏙독새였던 거지. 이누야마를 살해하고 그것이 초상조직들 사이에 전해지도록 굳이 특사과가 수사하게 만들었다. 이바노프──GRU에게 보내는 메세지였던 거야」
「이걸로 다 끝났으니 악수하자고」
「그렇겠지. 그런다고 이바노프가 물러날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발락신이 달아난 것이라면, 그것은 신변의 위험을 느꼈기 떄문이겠죠. 하지만 도망갈 데가 있나? 이 좁은 일본에」
「쏙독새가 안내할지도 모르지. 일종의 망명이랄까」
 러시아 대사관에 잠입했던 요원의 정보에 의하면, 그 일등서기관 발락신은 컨디션 불량으로 결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미 무인정찰기UAV가 발락신의 자택에 사람이 없음을 알아냈고, 대기하고 있던 다른 작업반이 행방을 수색하기 위해 나섰다.
「신슈의 손을 빌려 지난 4시간 동안 러시아 대사관에 출입한 인간 전원을 트레이스한다」
 반장은 다시 공작담당이사관과 접견하기 위해 사무실로 돌아갔고, 우리는 잠복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사이토는 단 몇 시간만에 방을 부해腐海에 침몰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쓰레기봉투를 양손에 안고 맨션을 나왔다.
 실제로 정신이 멍해질 것 같은 트레이스 작업은 모두 신슈의 몫이다. 최근 정보국 예산 가운데 무시핤 ㅜ 없는 규모가 되어가고 있는 광열비光熱費의 대부분은 그들 AIC의 대규모 연산시의 소비전력이 원인이었다. 전지구상시관측위성시스템GLOCOSS과 링크하여 실시간 미행이 수백명의 인간을 대상으로 동시에 이루어지고, 다른 서브시스템은 발락신이 마지막으로 출근한 날의 동향을 일일이 캐고 있다. 이제 재단 정보국의 테킨트와 오신트는 대부분 인공지능들에게 아웃소싱하는 것이 일반적이 되었다.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아, 발락신이 은신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호텔이 동정되었다.
「가시죠」
「그래」
 방호복을 착용한 사이토는, 평소에는 입지 않는 검은색 재킷을 입고 있다. 평소의 와이셔츠 차림으로는 홀더의 권총을 숨길 수 없기 떄문이다.
「이바노프의 거처는」
「신슈의 보고에 따르면, 대상이 잠복 중인 것으로 보이는 호텔 주변에 4대 정도 소유자 불명의 차량이 확인됩니다. 그 가운데 어느 것이 이바노프겠지요」
 무장한 현장요원이 모든 차에 접촉을 시도했지만, 아마 이미 텅 비어 있을 것이다. 웨트워크를 위한 부대는 현 시점에서 이미 호텔에 침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나하고 네가 현장을 덮친다. 이바노프가 저항할 경우에는 후방대기하는 전술대응반이 나온다. 알겠지」
「네」
 안전가옥을 나온 우리 앞에 하얀 밴이 멈춘다. 슬라이드문을 열자 강습작전장비로 무장한 전술반이 기다리고 있었따. 일순 철렁한 나는, 그들 가운데서 아는 얼굴들을 찾았다.
「타라」
 우리 반장은 전술반의 객원막료로서 어느 정도의 무장을 갖추고 있었다. 옷이 날개네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것을 삼키고 좁은 차내에 올라탔다.
「플로어까지는 전술반이 제압하겠지만, 최종적인 접촉은 너희에게 맡긴다. 제일목표서브젝트 원는 10층 중앙의 방에 있다. 룸서비스로 내부에 침입한다. 카드키 복제품은 이거다」
 사이토가 입은 재킷의 가슴주머니에는 "齊藤"라고 적힌 네임플레이트가 광택을 냈다. 이바노프가 단독범이 아닐 것으로 당초부터 예상되는 바, 전술반을 중심으로 한 통합대처반의 진용은 백업까지 포함하면 16명으로 상당한 대소대다.
「가자. 행운을 빈다」
 발락신이 잠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호텔은, 도내에서도 상류에 위치한 클래스의 것이었다. 우리를 태운 밴은 지하주차장에 진입하고, 그 자리에 즉석 통신지휘소를 구축했다. 동시에 이바노프의 도주에 사용될 것으로 생각되는 주차장의 차량 몇 대를 확인하고, 모두 주행불능하도록 손을 써두었다.
 호텔측에는 경찰의 흉악범 포박작전이라고 통보했고, 10층 주변의 플로어에서 사람들을 빼내도록 지시가 내려졌다. 고층에 숙박하고 있던 손님들은 강제로 퇴거되었고, 만일에 대비해 재단의 의료・방재부대도 수배해 두었다.
「……늦네」
 우리는 엘리베이터로 단숨에 9층까지 상승하려 했는데,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전광표시를 노려보고 있었다. 사이토는 초조한 기색으로 주기적으로 발을 구르기를 계속했다.
 그 때 대원 한 명이 이변을 눈치채고 무선에 대고 속삭였다.
「여기는 에코. 무선통신 일부에 노이즈. 재밍일 가능성 큼」
「총원, 주파수대 변경」
 역시 여기에 이바노프와 발락신이 있다. 나는 무심코 왼쪽 가슴의 반자동권총에 손을 뻗고 있었다. 현역 형사 시절에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돌입 각 반 들어라. 여기는 감시반. FLIR에서 감시를 실시 중에, 10층 플로어에서 수상한 인영을一, 또 8층・9층 플로어에 복수의 인영을 눈으로 확인. 경계하도록」
 뭐라고, 사이토가 올려다본다. 범행은 심야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세워져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바노프들은 살인멸구할 작정인 모양이다.
「감시반, CP. 내부영상의 상세를 요청한다」
「현재 감시카메라 영상을 확인중──대상 발견. 제이목표오브젝트 투입니다. 현재 P1으로 진행중」
「돌입 B반, CP다. 배치 완료는 아직인가」
「CP, 돌입 B반 현재 헬기로 현장에 급행 중. 현착 예정시각 2201」
 통합처리반 지휘관의 음성은 지극히 플랫하게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모두는 초조함에 사로잡혔다. 옥상에서 제압해 들어갈 B반의 도착까지는 앞으로 6분. 그 정도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바노프는 일을 끝내버릴 것이다.
 이상히 긴 수 초의 시간이 그 자리를 무거운 시멘트처럼 눌러 굳히고, 그 침묵은 엘리베이터의 도착음으로 깨졌다. 예상한 것보다 모든 것이 이르다. 감시반은 그 동안에도 보고하면서 이바노프가 방 내부로 침입했다고 고한다.
「전투라고 생각되는 상황…… 생체반응이 하나 소실」
「임무를 속행한다. 현장을 보전하고, 제이목표의 확보를 실시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가자」
「네」
 미지근한 공기가 얼굴에 닿도록, 우리는 달려나갔다.

 

스 라르째스트봄С Рождеством, 페르뷔이первый 세크레따르секретарь А 클랏싸класса(메리 크리스마스, 일등서기관)」
 남자는 러시아인이지만, 그라치는 취향이 아닌 것 같다. 애국심이 부족한 그 눈을 한계까지 열어젖힌 표정은 그야말로 공포를 체현하고 있다고 할 법했다. 저항할 틈도 주어지지 않고, 옆 탁자로 뻗었던 손은 무참하게 두들겨맞아 부러졌다. 대퇴를 관통한 총상은 비정하게도 도망갈 수 있다는 희망을 다량의 피와 함꼐 유실시키고 있었다.
 두부에 한 발, 가슴에 두 발. 요원은 손전등을 동공에 갖다대 즉사한 것을 확인한다. 알렉세이 키릴리체프 주재무관부 부관은 옛 동료의 최후를 사진에 담고 발길을 돌린다. GRU와 재단 쌍방이 노리던 남자의 최후 치고는 적당한 것 같다. 도망치려 했던 쏙독새부대의 컷아웃 요원──기절해 있다──을 옆으로 밀어 치우고, 암살자는 문 손잡이에 손을 걸었다.
 목덜미에 오한과 비슷한 미약한 전류가 달리고, 깊숙이 집어넣었던 그라치의 그립을 다시 엄지손가락이 찾는다. 방아쇠오 손가락을 걸고, 왼손으로 신중하게 문을 연다. 벽 너머로 희미한 흔적을 느끼고, 이바노프는 문 너머에 있는 자가 무엇이든 쏘아버릴 각오를 다졌다. 바닥에 시선을 떨어뜨린다. 검게 윤이 나는 옥스퍼드 가죽구두의 끝단만 들여다 보인다.
 그의 주특기인 헌팅의 철칙은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지만, 지금의 이바노프는 사냥당하는 쪽의 입장에 있다. 결단은 빠를수록 좋고, 기회를 놓치면 그것이 곧 최후가 된다.
 문이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열어젖혀진다. 동시에 쥐색 쇳덩어리가 불을 뿜고, 몇 발의 탄환이 구두의 주인에게 쇄도했다.
「꼼짝 마라」
 초보적이고 유치한 수법이었다. 뒤통수에 들이밀어진 것을 느끼면서 양손을 들었다. 바닥에 놓여 있던 것은 확실히 이 남자의 구두 같았다──다만 왼쪽 뿐이었던 것이지만.
「콘스탄티 이바노프 대위」
 이 나라에서는 자칭하고 있지 않은 이름. 계급은 GRU에서 임시로 부여한 것이었으나, 그의 군적과 우연히 일치했다. 혹은, 그것까지 조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경시청 공안부다. 임의동행을 바란다」
「거절한다. 외교관 면책특권을 행사──」
 글록이 뒤통수를 내려치는 것을 겨우 회피한 군인은, 뒤돌아서 거리낌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탄환은 몸을 사린 남자의 머리 위를 스쳤고, 본색을 알 수 없는 형사는 예리한 기세를 발했다. 거의 동시에 글록 그립이 명치에 박혀들어왔고, 이바노프는 방탄조끼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유도인가? 일본 경찰은 피스톨 쏘기보다 그걸 더 잘 하는 것 같군」
 검은 양복 차림의 두 사람이 주먹다짐과 발길질의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형사는 평범한 얼굴을 한 일본인이었다. 팔꿈치를 시작으로 다시 품으로 파고들어온 일본인은, 역수로 이바노프의 뒷목을 잡으려 한다. 이바노프는 수세에 빠지지 않고 반격에 나서, 오히려 남자의 목에 팔꿈치를 둘렀다. 체중이 더 나가는 이바노프는 위에서 짓눌러 어드밴치지를 얻으려 하고, 형사는 벽을 두드리며 구속에서 벗어나려고 허우적거렸다.
 이제 몇 분만 지나면 변소닦이들이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개 형사에 불과한 이 남자는 틀림없이 처리될 것이다. 상대의 타도를 목표로 하지 않고, 그저 시간만 끌면 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이바노프의 심중을 읽은 늣, 남자는 말한다.
「FIA가 너 잡으라고 그러더라. 저항은 그만둬라」
「……뭣」
 일순간의 간극이 있었다. 지체없이 양말에서 나이프를 꺼낸 형사는 자기 목을 감은 왼팔에 찔러넣었다. 구속에서 벗어난 남자는 글록19를 들어올린다. 하지만 남오세티야의 전장에서 살아온 군인에게 그 정도의 엄포는 발걸음을 멈출 만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
 외팔로 조준을 하지 않은 채 몇 발을 쏘자, 형사가 겁먹은 듯 옆으로 달려나간다. 피가 점점이 그 뒤를 따라 아래층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황은 굉장히 나쁘다. FIA──재단 정보국이 자신을 수배하는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GRU, 나아가서는 러시아연방군, 러시아 정부와 재단이 결렬한 것인가──그것은 한층 더 생각하기 어려운 사태일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밖에 없다.
 조국은 그를 버린 것이다.
 지혈을 끝낸 이바노프는 일어선다. 호텔 안은 재단이 준비한 그대로 무인지대였다. 몇 층 아래로는 백업팀이 대기하고 있고, 몇 시간 전에 브리핑한 방도 있다. 그때까지는 아직 주변이 전원 우리 편이었다.
 연락해야 할까. 무선은 재밍 때문에 안 통하겠지만, 긴급연락용 간이 사념교신기가 있었을 터이다.
「본부, 여기는 "알료샤." 목표를 처리했다. 현재 정체불명의 공작원에게 공격받아 부상. 증원을 요청한다, 오버」
「네거티브. 현재 우리는 정체불명의 무장집단에게 포위되어 있다. 즉각 이탈하고, 불가능할 경우 투항하라. 오버」
「알료샤 라져」
 참 기쁘게도, 저 GRU와 FSB 출신의 혼성팀은 그를 저버리지는 않은 듯 했다. 그들도 포위되어 있다면, 이바노프와 마찬가지 신세다. 재단의 변심에 놀아나 이제 붙잡혀 끌려가게 될 것이다.
 그가 모르는 곳에서, 사태는 이미 최악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었다. 호텔에 잠입한 것은 몇시간 전이고, 그 시점에서 재단 일본지부로 생각되는 무장집단은 확인되지 않았다. 분명히 일본지부──로 생각되는 집단──은, 이바노프의 움직임을 읽고 있다. 대사관에 감시가 붙어 있는 것은 진작 알아채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빨리 발락신에 대한 웨트워크가 드러날 것이라고는 예상 외였다.
 일본지부 정보국은 이미 자신을 잡으려고 결심하고 있다. 그들의 섬에서 마구 날뛰었던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외교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안의 섬세한 성격 때문에, 재단 일본지부나 일본 정부에 최대한 들키지 말라는 주문은, 역시 무리한 뺑끼칠에 지나지 않았다.
 GRU는 자기들의 뒷처리 실수를 스스로 수습하려 했다. 그 체면치레가 그를 움직였고, 최종적으로 러시아지부의 암살임무웨트워크라는 변변치도 않은 사태를 부르고 말았다. 그의 인생을 돌이켜 보면, 자신의 경력과 생명은 거의 표리일체를 이루고 있었다. 지금도 또한 조직의 체면과 논리에 의해 그의 경력과 생명이 동시에 위기에 처했다.
「……젠장」
 위에서 계단을 쏜살같이 내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백업팀의 지원은 기대할 수 없다. 저 일등서기관의 도주를 막기 위해, 호텔 내부의 모든 방에 자물쇠를 채웠을 것이다. 곱게 빠져나가기는 지난한 일이다.
 반대쪽 비상계단으로 뛰어나간 이바노프는, 싫은 예감을 뿌리치듯이 계단통의 문 손잡이를 비틀었다.
 왼뺨에 충격. 아까의 형사와는 다른 요원이 만신의 힘을 주어 오른쪽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비틀거린 이바노프는 날아가려던 의식을 딛고 선 오른다리로 붙잡는다.
 우렁차게 외치니, 찢어진 입속에 철의 맛이 퍼졌다. 허리 뒤틀기를 최소한으로 훅을 쓴다. 요원은 그 움직임을 읽은 듯 스윙하고, 완전히 허공에 노출된 오른쪽 옆구리를 한 방 더 먹이려 한다.
 그 주먹의 앞에는 그라치 총구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방아쇠를 당기는 것보다 빨리 요원이 몸을 숙이고 발길질을 가해온다. 이것을 다리의 움직임만으로 피한 이바노프는 요원의 얼굴을 보았다. 여자. 어디선가 본 듯한 날카로운 눈빛. 혹은 그와 구면일지도 모르는 여자가 몸을 일으키기 전에, 그는 달려들어 움직임을 봉쇄했다. 다리로 양팔을 제압하고 목을 조르며 그라치 총구를 들이댔다.
「어디서 봤던가」
「너 같은 거 알까보냐, 씨발새끼……」
 괴로운 듯 신음하는 여자──사이토는, 양손을 봉쇄당하고도 저항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굵직한 팔이 서서히 기도를 좁혀오면서, 이마에 혈관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10초도 되지 않아 의식이 가물가물해지려는 순간, 다시 비상계단 문이 벌컥 열린다.
 운노. 라고 여자가 외친다. 이바노프는 혀를 차고는 그라치를 보란 듯이 사이토의 관자놀이에 밀어붙였다. 좀전의 형사는 동료가 인질로 잡혔음을ㄹ 깨닫고 계단을 내려오던 걸음을 멈췄다.
「상부하고 얘기를 해 봐라. 나는 러시아지부 정보국의 요원이다」
「러시아지부?」
 형사가 내뱉은 괴아한 발음에, 이바노프는 눈썹을 치켜떴다. 아무래도 그의 운은 아직 다하지 않은 것 같다.
「FIA가 나를 잡으라고 했다고. 그 혐의는 일등서기관 암살인가?」 하지만 말이지, 러시아인은 덧붙였다. 「발락신을 죽이라고 한 것도 FIA다」
「무슨 소리야」
 형사의 권총 쥔 손이, 돌연 느슨해진다. 이바노프는 자조인지 우롱인지 어느 쪽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래도, 일본지부너희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군」

 

 이바노프의 구속은 하루만에 풀렸다. 일본지부가 자기 쪽 요원을 잡아 가두었다는 보고를 받은 러시아지부 외무부는 즉각 사과와 해명을 했다.
 GRU와 러시아지부 양쪽에 신분을 가지고 있던 요원 이바노프는 본 사안에서 러시아지부의 명령대로 충실히 직무를 수행한 것일 뿐, 재단 일본지부의 직권을 침해하고 일본국의 법규, 공공질서안녕을 문란케 한 것은 결코 본의가 아니고──. 러시아지부가 작성한 사과문건의 사본은 우리에게도 전달되었다.
 올레그 발락신의 암살지령은 GRU에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알고 있는 편이 좋은 것으로 얘기가 정리된 것이라 봐야 한다. 이바노프는 목숨을 건지겠다고 러시아지부의 요원임을 밝힌 것이 아니다. 그건 정말 러시아지부가 명령한 임무였던 것이다.
 이누야마 토우스케의 살해에 대해서는 GRU도 러시아지부도 관여나 계획을 부인하고 있다. 사이토의 추리는 거의 정답이었다. 그는 쏙독새부대의 외부협력자였고, 발락신과 관계된 일로 인해 그들에게 살해당했다. 물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이번에 우리가 얻은 유일한 성과──쏙독새부대의 컷아웃 요원──이 앞으로 말해줄 것이다.
「석연치 않네」
「이 서류의 양 말인가요」
「그거 말고」
 휴가를 받은 우리들은, 아직도 제8181기지의 정보국 사무실에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개개인마다 준비되는 작은 책상에는, 휴가 전까지 처리해야 할 서류뭉치가 가득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서류가 쌓인 책상의 주인──우리 반장은 어제부터 러시아지부 요원과 정치국 담당자까지 셋이서 술을 마시러 나갔다. 나보다 오래 독신으로 살아온 반장으로서는 집에 돌아갈 수 있냐 없냐가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
「결국 알지 못하는 거 아닌가」
「뭐 말인가요」
 여러가지, 라고 사이토는 말했다. 그녀는 내가 자기에게 맞춰서 처신하고 있을 뿐임을 진작 알아차리고 있다. 요원인 우리에게는, 더 이상 알 필요가 없는 일이 많이 있었다. 그것들을 신경쓰지 않는 언행이 가능한 것은 이 조직에 몸담는 데 있어 중요한 처세술이다.
「그보다도, 뭐 때문에 사이토씨는 또 기분이 안 좋았던 건가요」
「어? 언제 말야. 나야 항상 기분이 안 좋은데」
 알고는 있구나.
「그 워킹런치에서 돌아올 때 말이죠. 왠지 초조해하면서 운전했잖아요」
 아아, 그거. 사이토는 곱다로 자신의 행동을 떠올렸다. 항상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사이토라는 요원의 생태에서 보자면, 이 회고의 속도는 특필할 만하다.
「러시아인이 싫어서. 항상 술냄새 나잖아」
「하아」
「옛날에 일 때문에 러시아에 갔다가, 술다이에 져서 봉변을 당했고」
「그럼 그렇지」
 하긴, 이바노프를 구속할 때 그의 입에서 나는 보드카 냄새가 정말 불유쾌했다고 말했었다. 사이토는 서류를 던지고, 휴가를 위해 사 놓은 캔맥주를 꺼냈다.
「아직 낮이에요」
「괜차나」
 풀탭을 꺾자 푸슈, 하고 탄산의 상쾌한 소리가 났다. 방안의 시선이 쏠리지만, 그것을 개의치 않는 여요원은 목에 금색의 액체를 흘려넣는다.
「역시 이거야」
 나는 다소 황당해서 저기요, 라고 목소리를 낸다.
「사이토씨, 돌아갈 때 차 아니었어요」
「아, 깜빡했다」

 

「알겠다, 너 일부러 그런 거지」
 매번 일본에 올 때마다 귀찮은 사건의 뒷처리를 해오고 있다. 러시아계 통신사 간부──러시아지부 정보국의 공작담당이사관은 한가롭게 버번을 홀짝이고 있는 요원을 쓰라리게 바라보았다.
 빈 잔을 내려놓은 이바노프는 공식적인 페르소나 논 그라타는 간신히 면했지만, 일본지부와 러시아지부 간의 약간 험악했던 거래 끝에 부관직 해임과 귀국을 명받았다.
「저야말로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GRU의 내사조사를 보고로 올렸는데, 재단그쪽에서 젖는 일을 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으니까요」
 죄다 흘러나갔던 거군요. 라며 대사관에서 잘린 남자는 웃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그 자신의 고생도 사소한 것으로 여기는 듯한 표정은, 이사관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런 뻔한 일을. 너 때문에 스케줄이 엉망이다」
「따지고 보자면, 저런 일등서기관 따위를 커버로 썼기 떄문이죠. 그쪽에서 그놈을 본보기로 때려죽이기로 결정하지 않았으면, 일본지부도 눈치채지 못했을 거고, 그 무서운 카라테맨도 오지 않았을 텐데」
「일본 속담에 그런 말이 있다,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이라고」
「손자병법인데요」
 뭐 그런 건 됐고, 라고 간부는 말한다.
「어디서 새나갔는지 짚이는 데 있나」
「그런 것, 그쪽 이미 다 알고 있잖아요」
「몰라서 묻는 거다」
「……하아. 알겠습니다요. 이사관이 대사 따위를 만나서 그렇게 된 거 아닙니까」
「얼버무리지 마라. 그 전에 새나갔잖나. 네 덕분에 그 미팅은 완전 소독을 해야 했었다고」
 본래 발락신의 처우에 관한 교섭이 진행된 워킹런치였지만, 요원이 미행당하는 것을 간파한 공작담당이사관은 회담 내용을 완전히──도청을 전제로 하여──무해한 것으로 변경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었다. 이바노프가 가져온 부차적 영향들 중 하나였다.
「이쪽으로선 일본지부가 어떻게 알아챘는지 알아내려고 분주하다. 지부간 정보공유기능이 근본적으로 재검토될지도 모른다. 곤란하다고」
「아 그러세요. 뭐, 정치 열심히 하십쇼」
 몇 잔째인지 모를 버번을 비운 이바노프는 먼저 바 카운터에서 한쪽 발을 내렸다. 멍이 아직 생생한 얼굴에는 경박한 미소가 걸린 그대로였다. 이사관은 그 등 뒤에 「조만간 또 볼지도」라고 고했다. 요원은 천천히 돌아보고 고개를 저었다.
「잠시동안 이 나라는 사절입니다. 귀찮게 될 것 같고」
 점내의 시선이 그의 등을 찌르고 있었다. 이사관과 이바노프가 친교를 돈독히 한다는 목적으로 보전한 오센틱 바는, 지금 보안담당직원들이 전세를 내고 있었다.
「일본에도 GRU와 비슷한 입장의 조직이 있고. 그들은 이 건으로 상당히 뚜껑이 열렸겠죠」
「경고해 두겠네. 어제 일본지부 정보국 직원과 술을 마셨지」
「위세는 좋지만, 금방 무너지는 위세인 거죠」
 일본인과 마셔본 적이 있느냐고 간부가 묻자, 이바노프는 고개를 갸웃했다.
「무서운 눈매를 한 여자였지요」

 
 

〈오피서, 닥터, 솔저, 스파이〉
Their Finest Hour

제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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