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재단

카논 허브-KO » 무림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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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年磨一劍
霜刃未曾試
今日把示君
誰爲不平事

십년을 갈아온 검 한 자루
서릿발 같은 날을 시험조차 않았노라
오늘에야 쥐어서 그대에게 보여주노니
무엇이 있어 고르지 않은 일이겠는가

☙🙣🙚 賈島「劍客」 🙘🙡❧






 『무림재단』은,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무협 카논입니다. 저는 카논 총책으로서 이 카논에 대하여 그렇게까지 적극적인 통제력을 발휘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허브 및 기존 투고 작품들에서 정립된 설정을 준수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어떤 생각으로 본 카논을 구상하게 되었고 어떤 의도를 기입하고자 했는지는 이 자리를 빌어 밝히고자 합니다.

 이 카논은 기본적으로 21세기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SCP 재단 세계를 가상의 중세 중국을 배경으로 옮겨서 재조립한 것입니다. 착안점이 된 기존의 유사 사례라면, 역시 『에이스 8 투페어』가 있겠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시대 뿐 아니라 지역까지 옮겨버린 것입니다.

 모든 것은 분단기원 77년 어느 날 새벽, 대화방에서 오간 잡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 때 대화방에서는 SCP 세계관의 근간 설정이라고 할 수 있는 “(정상과 변칙 사이의) 장막”이라는 것이 현실에 비유하면 무엇일지에 대한 대화가 한창이었습니다. 그 때 나온 한 가지 설명 중 하나가, 재단 세계관의 장막 개념은 위험사회론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는 설이었습니다.

 『제3법칙』에서도 인용된 바이지만, 충분히 진보한 과학기술은 마술과 구분될 수 없습니다. 너무 고도로 복잡하게 발전해 버린 것을 한낱 개인이 감히 이해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재단 세계관에서 온갖 변칙성에, 그것들을 이용하는 조직들에게 심심하면 희생당하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들과도 같습니다. 과학과 기술과 사회의 정확히 어느 부분에서 고장이 나서 그것이 대참사로 이어졌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지나치게 고도화된 과학과 기술과 사회제도는 “장막 너머”에 있습니다. 그리고 장막 너머에서 그 지식을 장악한 전문가라는 존재들이 권력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들마저도 자신들의 특수한 전공분야 밖에 대해서는 무지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점에서 재단 세계관의 근간은 현대문명의 축소판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 문명은 과학기술적 합리성을 중심으로 구축된 서구중심적 문명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그어진 선이 서구문명에만, 과학문명에만 있는 것은 아닐 터입니다. 예로, 동양의 전근대 역시 화이의 구분, 야만에 대한 문명의 우월성을 거대한 사상적 명제로 삼아왔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명의 축소판으로서의 SCP버스”를 동양적 화이론의 공간으로 옮겨보면, 또 다른 수준에서의 상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 이 카논의 최초의 직접적 착안점이었습니다.

 문명과 야만, 정상과 비정상, 인간과 비인간 같은, 말하자면 정-사의 구분은 모두 인위적인 것이고, 대개 권력을 가진 측에 의해 그어지는 구분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굳이 근거를 상술하지 않아도, 현대인으로서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위적 구분 없이 모든 것이 연속적인 것이 되어 버린 혼돈스러운 현상계에서도, 우리가 따르는 것이 바람직한 규범 — 예컨대, 이 무림의 세계평면에서는 義와 俠 — 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우리는 가질 수 있습니다.

 『무림재단』을 읽고 또한 쓰게 될 여러분들이 저와 함께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면 기쁠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을 반박하는 작품도 투고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환영합니다. 『무림재단』의 세계에는 제 가치관이 기입된 인물과 사건 뿐 아니라, 그것을 반박하는 인물과 사건들 역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아니, 반드시 존재할 것입니다. 그것들이 존재함으로써 세계의 복잡성은 더욱 완성도를 얻을 것입니다.

 『무림재단』에 참여할 의사가 있으실 경우, 또는 기존 설정에 대한 문의가 있으실 경우, 또는 새로운 설정을 추가하고자 하는데 피드백을 원하실 경우 모두 대화방 카논서버의 무림재단 채널에서 Salamander724Salamander724를 찾아 주세요.

 위에 길게 늘어놓은 것들 다 한시간만에 대충 지어내 갖다붙인 거고, 사실은 운암정 마교 유니버스 보고 떠올린 기획임



旣至金門遠
孰云吾道非
吾謀適不用
勿謂知音稀

도성 문에 이른지도 오래이건만
누가 우리 뜻을 그르다 하리오
우리 뜻이 쓰임은 받지 못하였으나
참된 벗 적다 여기지 마오

☙🙣🙚 王維「送綦毋潛落第還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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