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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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병신厄病神, 포창신疱瘡神, 삿갓신, 우명신, 여귀
KTE-1839-스미티-실버(분서꾼들)
살덩이의 전령(독실자들)

개요

世の中は
地獄の上の
花見かな


이 세상이란
지옥 위에서 보는
꽃구경일까

— 고바야시 잇사(小林一茶)

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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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19일 바레인 왕국에서 촬영된 사진. 역병신이라고 추정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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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두술사 관련 단체들에서 발견된 인장.

지식

특징: 역병신은 주로 세계 여러 국가에서 천연두 등의 역병이 발생하는 근원으로 지목되어 온 영적 존재이다.2

역병신의 외양은 제각기 다르며, 문헌에 나타난 바에 따르면 무형의 존재서부터 오니[鬼], 단순한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이것이 인식 왜곡 능력의 일환 탓인지는 알 수 없고, 다만 정해진 형태가 없다는 것 자체는 유추할 수 있다.

성질: 역병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 첫 번째 사례를 역귀(疫鬼), 두 번째 사례를 역신(疫神)라고 한다.

첫째, 역귀란 원귀의 대표적 사례로, 엑토플라즘이 "악의적 영"으로 성장한 부류이다. 역귀는 역신에 비해 훨씬 더 영적 측면이 부각되며, 원한에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다른 원귀와의 극명한 차이점은 바로 복수의 대상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3 또한 이들은 빙의라는 수단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때때로 무리 지어 다니기도 한다. 지성은 존재하지만, 특유의 공격성과 기행456으로 인해 잘 표출되지 않는다.

조선의 여귀(厲鬼), 일본의 서적 『사석집』(沙石集)에서의 이류이형(異類異形)과 『춘일권현험기회권』(春日権現験記絵巻)과 『융통염불녹기회권』(融通念仏縁起絵巻)에서의 오니 외양 역병신들, 제영구구일번78 등이 이러한 역귀의 표본이다. 이 중 여귀는 으레 원귀가 그러하듯 억울한 죽음을 당한 자들이 화(化)하는 존재로, 그들의 원통함과 억울함, 외로움으로 원기(怨氣)가 축적되고 화기(和氣)를 상하게 해서 변괴(變怪)를 일으킨다고 여겨졌다. 이러한 변괴는 곧 역병의 창궐로 대표된다.

조선에서는 창궐이 일어났을 때 금줄을 치고 해당 지역에의 출입을 막는 동시에 고유의 초상대응기관인 불어도감과 그 후신(後身)인 이금위910에서 대응 인원을 보내어 역귀를 처리하려고 하였다.

귀신(鬼神) 계축(癸丑) 제(第) 이호(二號)

상(詳) 전라 땅에 나타난 역귀(疫鬼)
당(當) 이금위(異禁衛) 감찰관(監察官) 비사대부(批士大夫) 방윤(昉倫)
결(結) 귀신사와 교전 후 제령(除靈)
현(現) 비록(秘錄)에 기록 후 종결(終結)


선비가 말한다.

이번 전라 땅에 창궐한 두창(痘瘡)을 조사해보매 그 기운이 좋지 않고 원기(怨氣)가 가득하니, 필시 사특(邪慝)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전라 고을의 수령들에게 공문을 내려 근방의 무당이 파악한 실상을 낱낱이 고해바치게 하니, 곧 그 땅에 강력한 역귀(疫鬼)가 있음을 깨달았다.

이 역귀란 사람들 사이서 역병을 퍼트리고 다니는 존재로 그 근원은 참으로 오래되어 가늠할 수 없다. 단지 이금록(異禁錄)11을 살피니 손님네라는 이물과 무두귀(無頭鬼)라는 이물의 존재가 있는바, 감히 측량컨데 옛 신라 남짓의 시기에도 있었으리라 생각할 뿐이다. 이것이 참이라면, 그 오래 전부터 작금까지 퍽 빈번하게도 나타난 셈이다.

귀신사는 곧 목적한 곳에 도달할 것이니, 입성하야 바로 이 역귀를 쫓기 위한 별려제(別癘祭)를 실시할 것이다.

[붙임] 별려제 도중 역귀가 난동을 부렸고, 촌민 여럿이 두창에 걸렸다. 귀신사가 놈을 붙잡아 제령하였다.

둘째, 역신이란 사람들에 의하여 숭배받아 온 부류들1213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일본의 우두천왕(牛痘天王)과 포창신(疱瘡神), 요루바교의 소포나, 힌두교의 시탈라 마타, 중국의 두진낭랑(痘疹娘娘) 등이 여기에 속한다. 다만 이 예시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역사 속에 기록된 역신들의 삽화는 두술사나 사르킥교도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므로, 현재 역신으로 추정한 존재가 이들14이라고 밝혀져도 놀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귀라도 숭배의 대상이 된다면 역신에 속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이전보다 강력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역신들은 대체로 역귀보다 광범위한 면적에 역병을 퍼트릴 수 있고, 그 때문에 보다 위협적이다. 이는 숭배로 말미암은 아키바 방사선의 증가에 기인하며, 비단 존재에 대한 숭배뿐만 아니라 그들이 행동한 결과—역병 자체에 대한 숭배에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역병신들의 자명한 성질로는 바로 질병을 조종하고 흩뿌리며, 마구잡이로 퍼뜨리고 다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능력은 추후에 서술할 두술사들처럼 사르킥교도들의 그것에서 발전한 것이 아닌, 순전한 영능력에 기반을 둔 현실 조정 능력에서 기인한다고 추정된다. 이들은 이러한 능력을 말 그대로 마구잡이로 사용하며, 어떤 삽화에 의하면 이러한 행위 자체를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내력 및 관계: 역병신의 내력을 논할 때면 빼놓을 수 없는 존재들이 있으니, 이들이 바로 두술사(痘術士)다. 두술사는 이름에서 시사하듯 질병을 조종하는 두술(痘術)을 운용하는 기적사들로, 그 발원을 손님네에서 찾는다.

손님네는 후기 다에바인 낼캐교도151617 세 명과 신라인 한 명으로 구성된 단체이며, 전자의 세 명이 다에바에서 추방되어 신라로 망명을 오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낼캐 혈술에 근간을 둔 두술18의 주창자들이었다.19 이들의 행동 목적은 다름 아닌 '서로가 서로를 탄압하지 않는 이상 사회의 건설'이었고, 두술사들은 이 사회를 천연두 감염을 통해 '남을 배척하지 않을 정도로 강인한 인간을 추려낼 수 있다'고 보았다.2021 이러한 사상 탓인지는 알 수 없으나, 두술사들은 오로지 한반도에만 붙박여 있지 않고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 지역을 드넓게 배회하였다. 그 결과, 이들에게서 영향을 받은 다양한 단체들이 다양한 국가에서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대표적인 단체가 중국의 와 일본의 가문, 그리고 한국의 이다.

중국의 양두파는 송가(宋家)의 사람들을 필두로 한 두술사 집단으로, 후대엔 이학회(异学会)의 한 분파가 되었다. 이들은 유독 알려진 바가 없는데, 아마 청나라의 탄압에 대표적인 표적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2223남아 있는 서적에서도 양두파에 대해서는 한두 줄 정도만 기록할 뿐이며, 그 때문에 내부의 자세한 계급과 소속된 일원들의 정보는 전무하다. 오직 양두파의 설립자로 여겨지는 송양식(宋亮湜)에 대한 서술만이 두드러질 뿐이다.

송양식은 5대 10국 시대 초기에 도사로 활동한 인물로, 기본적으로 양생술과 둔갑술에 능했다고 전해진다. 915년 손님네가 연을 경유하여 남시베리아로 향하고 있었을 때24, 송양식은 이들의 행로를 막아섰고 도술 대결을 해보자 청하였다. 그러나 자신만만하던 송은 이내 참패하였고2526 손님네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이후 송은 연과 거란의 국경을 넘나들면서 세력을 모아 양두파의 전신이 되는 두진회(痘賑會)를 설립하였고, 이는 송양식의 자손 대대로 이어지는 모임으로 발전한다.

일본의 호소 가는 두술사들과 조우하기 전에도 역병신을 다뤄 온 명망 높은 가문으로, 수집원의 일원이었으며 최소 773년부터 존재해 왔다고 전해진다. 998년 손님네가 처음으로 일본에 도달했을 때, 당시 가문의 당주였던 데루토라가 그들과 만났고, 그 어느 문헌에도 기록되지 않은 사흘 간의 문답2728을 통해 '진정한 두술의 미(美)와 그 찬란함을 깨우쳤다'고 한다. 이후 호소 가의 사람들은 대대로 이 술법을 전수하고 이어받았다.

한 가지 특기할 사항은 이들이 두술을 사용한 방식이다. 본(本) 두술사인 손님네가 가히 역병신에 비견될 정도로 빈번한 천연두 감염을 일으킨 것과 달리, 호소 가는 이들과는 달리 오히려 일본 내의 천연두 및 역병 감염을 막으려고 시도했다. 이는 손님네에게서 전수받은 지식이 대대로 내려오면서 변질되었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남아 있는 호소 가의 기록을 점검해 볼 때, 생활 양식이나 두술의 사용이나 둘 다 낼캐적 색채라고는 미미한 수준이었고, 천연두의 의도적 감염을 꾀했다는 대목은 역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간에이 대기근 이후, 이들에 대한 서술은 전반적으로 크게 변화한다. 해당 사건 이후의 수집원 기록에서는 호소라는 성씨를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본래 이들이 도맡다시피 했던 역병 관련 수집물 기록에서도 상태는 마찬가지다. 대신에 그 자리를 라는 성씨를 가진 집단이 채웠는데, 짐작컨데 이는 호소 가의 변모체일 것이다. 실제로 한 기록에서 등장하는 니카호 기이치라는 연의관은 선대의 기록을 언급하며 '호소 데루토라'라는 이름을 이야기했는데, 덧붙인 '할아버님'이라는 존칭으로 미루어볼 때 호소 가와 니카호 가가 동일한 가문임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세을가는 한반도의 원낼캐 집단으로, 후기 신라부터 그 역사가 시작되고 있다. 상기한 두 단체와는 달리 손님네와 적대했으며, 두술사들에게 영향을 받은 단체 중 유일하게 두술사의 인장을 사용하지 않는 단체이다. 이들의 교조인 처용(處容)29은 손님네와 교전한 뒤 이들을 몰아내었는데,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를 이은 후대의 세을가교도들의 주요 활동 중 하나는 역병신을 퇴치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역병이 창궐하는 시기를 가늠하여 전국적으로 역병신 소탕 운동을 벌였다.3031

단지 백정이라는 신분이 많이 포진해 있는 이유로 조선 사회 전반으로부터 배척받았음에도, 세을가는 자체적으로 큰 위기가 닥친 몇 시기를 제외하고는32 지속하여 이러한 구제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반야집』(般若輯)에 의하면, 1912년 이전까지만 해도 전국 각지에서 역병신 퇴치를 하는 자들의 소문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소문 때문인지 당시의 이상사례조사국에서 제3차 백택 계획의 일환으로 세을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1912년 여름, 이상사례조사국 본영의 지시에 따라 조선부에서 두 개의 소대가 출격해 지리산 정상에 존재하던 세을가교도들의 마을 '소을촌'(瘙乙村)이 침탈당하는 결과를 빚는다.33 이후 세을가교도들의 활동은 눈에 띄게 줄었으며, 이는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러한 단체들의 존재가 시사하는 바는 역병신이란 존재들이 상당히 오랜 시간 존재해 왔으며, 정상세계의 사람들이 종국에 그 해법을 찾았듯이 초상세계의 사람들도 역병에 대한 나름의 대처를 해 왔다는 사실이다.

접근법: 역병신들은 근본적으로 역병을 퍼트리는 데 혈안이 된 존재들이며 그 행동에 죄책감마저 가지지 않는 악질적인 원귀·악신으로, 만약 조우하게 되었을 때는 즉시 그 장소를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가까운 의료 기관을 찾아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34

이들을 대적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본 학인이 역병신과 두술사와 관련된 문서들을 확인해 본바, 각 문화권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역신 퇴치술'이 존재함이 밝혀졌다. 그러나 각 문헌에서 말하는 바가 전부 다르며 술법을 시행했을 때 효과가 어떤지 역시 확인할 방도가 없어35, 현재까지도 학인들 가운데에서는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그게 무엇이든 붉은색인 존재로 위협하는 것이다. 모든 문화권에서 역병신은 붉은색을 두려워한다고 전해지며, 특히 니카호 가의 수집원 출신 인원들은 역병신을 쫓기 위해서인지 늘상 붉은 옷을 입고 다녔다고 한다.3637

관찰 및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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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근래 발생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현 자체에 관하여 초상보건기구에서 대응할 특이점은 없는 것으로 판결났으나, 5월 13일 홍콩 샤틴구의 프린스 오브 웨일즈 병원(Prince of Wales Hospital)에서 관찰된 한 현상은 해당 결론을 뒤집을 수 있을 여지로 해석된다.

해당 일자 오후 1시경에 병원 폐쇄회로 카메라에 촬영된 이 존재는 신장 약 2m의 거구로, 그 외양과 복장이 입원 환자나 병원 근무자와는 판이하다. 그는 복도에 서서 오가는 인원들을 말 없이 바라보고 있으며, 어떠한 행동도 취하고 있지 않다. 이동에 방해가 될 정도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나 근무자들은 그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며, 그를 피해가거나 어떤 경우에는 관통해 지나가기도 한다.

조사 결과 해당 병원에서 근무했던 일부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감염된 사실과 기존 감염자들의 상태가 악화되었다는 점이 발견되었고, 즉시 치료가 시행되었다. 신규 감염자들은 전부 해당 존재를 인지했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감염자 이외의 당직 근무자들과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와 전혀 상이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의 존재가 감염을 불러왔는지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병원에서 설립한 감염 대응책이 견고했던 점, 기존 감염자의 상태가 상당히 호전되어 있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연합군 오컬트 구상(Allied Occult Initiative; AOI) 시기 수집된 자료에 의하면 1918년 인플루엔자 범유행(Pandemia de gripe de 1918) 당시에도 발병지 전역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이 간혹 나타났다고 하는데, 이번 현상에서 파악된 존재가 이러한 것들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 캔자스 주에서 목격된 한 남성(혹은 영적 존재)은 '키가 크고 말이 없었고, 다른 이들이 그를 통과하여 지나갔다'라는 점에서 해당 존재와 상당한 유사성을 보인다.

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筆: 비흐토리 니에미넨(Vihtori Nieminen)]

초상보건기구 소속 연구원에게서 빼돌린 문서와 사진. 사스 사태 이전부터 어느 정도 인지는 하다가, 그 현상으로 말미암아 제대로 파고들기 시작한 것 같음. 현재 연구가 어느 정도까지 진척되었는지까지는 파악할 수 없었지만, 나름 꾸준히 하고 있는 듯. 더 많은 정보를 얻으면 여기 추가하지. ~ 오토 F.Otto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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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에 메르스(MERS) 터진 거 기억나는 사람? 그 발원은 분명히 역병신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 유행에 이 버러지 같은 자식들이 개입했을 수도 있다는 정황이 있어.

중동 지역에 가 있었을 시기, 즉 메르스가 한창 많이 퍼지고 있을 당시에 겪었던 일이야. ORIA에 침투하려고 연결책을 만나러 한 도시에 갔는데, 미친 듯이 웃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도로 위에서 춤을 추고 있더라고. 처음에는 미친 사람들인가 했는데, 차가 그것들을 그냥 뚫고 지나가는 걸 보고 '이게 말로만 듣던 역병신이구나'했지. 섬뜩해서 바로 도서관으로 돌아와서 온몸을 싹싹 소독했지 뭐야.

나중에 들어보니 그 도시, 완전히 점령당했더라고. 아직도 그 도시의 환자들한테는 미안할 따름이야. 속히 이 잡것들 퇴치법을 개발해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 S.B.


우린 아직도 역병신을 사냥해요. 물론 선조들처럼 전국을 돌아다니며 샅샅이 뒤질 수는 없는 처지가 되었지만 말이에요. 그래서 추석이나 설날같이 일가친척 모이는 날에만 그런 행사를 벌여요. 산소 벌초하듯이.

적어도 요새 한국에는 역병신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설사 우리가 찾는다 쳐도 정말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녀석들밖에는 없고요. 의료 시설이 발달하고 사람들의 건강 수준이 나아지니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지만요. 아마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느낌일 걸요?

그런데 요새 좀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중국으로 유학 간 제 언니가 그랬는데, 거기 있는 역병신들이 점차 기운을 되찾는 것 같았대요. 처음 갔을 때만 해도 한국의 애들처럼 비실비실하던 놈들이, 어느샌가 그렇다네요. 그런 이메일을 보낸 지가 어느덧 작년 12월 말인데, 어제 보낸 걸 읽어보니 정말 사태가 심각해지는 것 같아요. 역병신들의 수가… 상상한 정도 이상으로 많대요. 이게 뭔지…

언니도 잔뜩 겁 먹은 눈치에요. 몰래 놈들 중 하나를 없애려고도 시도해 봤는데, 실패했다는 거에요. 우리 가족 내에서 제일 솜씨 좋은 언니가. 언니는 휴학하고 한국으로 들어올 생각도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전 언니 이해해요. 아니, 내가 언니였으면 벌써 집에 왔어요.

뭔가 크게 터질 거에요.

— 세을가교도 안.38


한편, 상술했던 수집원의 니카호 가문은 20세기로 접어들면서 다른 단체들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대표적인 단체로는 이상사례조사국이 있다. 1911년 말 수집원에서 니카호 가문의 일원 하나가 조사국으로 이적하였는데, 그가 바로 니카호 한노39이다. 1917년 그가 제안한 초대 아쿠뵤 계획은 역병신을 전전(戰前)의 일본에 유용하게 사용하려 시도한 계획으로, 여기서 그는 일본과 나아가 식민지의 열악한 위생 상황, 그리고 이에 파생되는 불필요한 죽음과 장애를 역설했다. 때문에 조사국은 저절로 역병신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당연한 수순으로 자국 내의 역병신 관련자들에게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현재 우리가 수집한 기록에 따르면, 조사국의 몇몇 인원들은 니카호 가문을 그들의 무리에 끌어들이자는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한 가지 간과한 점은 니카호 가문의 입장이 결코 그들에게 우호적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니카호 가가 아무리 특화된 힘을 가지고 있다 한들 결국 수집원의 일원인바, 마음껏 세력을 뻗쳐대던 조사국의 행태에 반감을 품고 있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이러한 와중에 1919년 가을 니카호 한노 본인마저 조사국을 나오게 되며, 역병신에 대한 조사국의 관심 역시 자연스럽게 수그러들었다.

1935년 9월 이상사례조사국 조선부 경성기지에서 테러 사건이 벌어지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이듬해 붙잡힌 조직40의 수괴는 다름 아닌 니카호 한노 본인41이었고, 해당 정보를 입수한 조사국 본영에서는 비밀리에 니카호 가 습격을 지시한다. 경성기지에서 유실된 기록들과 상해를 입은 인원들의 복수라는 명목 하에 추진된 일이었다.4243 1936년 1월 12일 새벽, 도쿄의 니카호 가 저택은 그렇게 전소하고 말았다. 사망자나 사상자의 수는 꽤 적다고 알려졌으나, 당시 당주 니카호 후미코가 사망하고 문중이 뿔뿔이 흩어지는 등 피해가 막심했던 것은 자명하다. 당시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현재로선 정보가 없어 파악할 수 없다. 그러나 이웃에 살던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총 소리와 비명 소리가 들리며 가끔씩 군복을 입은 남자들이 저택 밖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하니, 이를 두고 볼 때 최소 교전 정도의 충돌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러한 충돌 직후 니카호 가의 일원들은 수집원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철저히 잠적하는 길을 택했다. 우리가 추적할 수 있었던 유일한 존재는 니카호 후미코를 이은 제56대 당주 하쓰요初代 뿐으로, 사건 직후 흩어진 니카호 가의 사람들 대다수를 다시 모은 사람이 그녀라는 추측이 있다. 『반야집』에서는 니카호 가의 새 근거지가 교토 외곽에서 비밀리에 세워졌다고 서술되며, '외부인이 결코 진입할 수 없게끔 갖가지 술수와 금제가 걸려 있었다'고 한다. 테러 이후 끌려간 율도에서 탈옥하여, 1942년 이곳을 찾은 니카호 한노를 끝으로, 기록에서 더는 새로운 니카호 가의 저택에 접근한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이상사례조사국과 수집원의 과격파는 당시 제영구구일번으로 수집되고 있던 역병신 하나를 전쟁 무기로 이용하려고 들었다. 당시 기록에 의하면 조사국에서는 요괴대대의 한 분파로 '역병부대'를 창설하려고 시도했다. 후(後)-야쿠뵤 계획의 시도가 그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계획은 역병신의 조련이 불가하다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그리고 부대 내에서 역병이 들끓는 원인이 역병신들이라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무마되었고, 제영구구일번 역시 수집 상태에서 풀려나 달아나고 말았다. 현재 우리는 제영구구일번의 이후 행적을 조사하고 있지만, 성불해서인지 너무 잘 숨어서인지 이렇다 할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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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병신을 아느냐고? 류 양, 평소와는 다른 걸 물어보는구료. 그렇소, 압니다. 아주 오랫동안 보아왔지. 거의 평생을.

역귀라 함은 스승님들께서 가장 골머리를 앓던 잡귀들로, 그 종잡을 수 없는 행로와 무차별적인 횡포로 꽤나 성가신 녀석들이었소. 당초 우리가 계획했던 구역이나 단죄(斷罪), 경로 따위가 이러한 역귀49들이 개입하면서 어그러진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말이오. 하여, 우리는 상정 내에 두지 않은 인명과 상해를 막기 위해 이들을 제(除)하거나 살(殺)하였습니다.

그러한 비술은 수집원에서도 자주 쓰였는데, 주로 제영구구일번이나 제일일칠오번 등의 역귀 계열 수집물을 다룰 때 특히 용이했소. 두술과 금제 술식을 적절히 조합하면 견고한 사슬로 기능할 수 있었지. 1820년 킨시치로가ー 그러니까, 니카호 킨시치로 말이오. 연의관 니카호 킨시치로가 제압했던 제영구구일번은 기존의 비교적 약한 금술(禁術)로 억제되었기에 수집 상태에서 탈출하는 경우가 꽤 빈번했습니다. 때문에 내가 다시 연의관이 되었던 1919년 말에 그 술식을 재건했지요.

비록 이상사례조사국에 있을 적에는 그러한 업을 그대로 시행할 기회는 없었으나, 백택 계획 3호와 그 후속 처치들을 단행할 시에 일부 사용한 경우가 있기는 했습니다. 내가 계획을 제언하기 이전에도 조사국 당국에서는 역귀에 대한 지식이 이전부터 있던 것으로 보이더군요. 1870년 이후부터 메이지 정부가 두창과 콜레라에 대한 방책을 간구함에 따라 조사국 내부에서도 이러한 부류를 연구하는 부서가 생겼다고 하더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 계획을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한 것이 아쉽소. 제언하고 2년 후에… 내가 조사국에서 나갔으니 말이오. 하필이면 1919년과 1920년엔 조선에 콜레라가 돌았지.

난 그때 일본에 있었소. 1919년 9월부터 1923년 9월까지.

……

미안합니다. 옛날 생각이 나서…

현재에도 그 술식을 사용할 수 있느냐 하면, 그렇소. 다만 기본적인 금술에 대한 지식에 두술의 소양 역시 갖춰야 하며, 배우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오. 니카호 가 사람들은 이를 어릴 적부터 배웠기에 나와 같은 수준으로 이를 구사할 수 있었지. 그러니 그만큼 오래 걸릴 각오를 해야합니다. 아마 내가 그대에게 준 『반야집』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요.

— "작은 손님" 김철현.

수집원? 미안한데, 지금 이 자가 하는 말… 너무 익숙하게 들리는군. — Shr.

게다가 『반야집』이라니요. 이 사람이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거죠? — U.K.N.

…왜냐하면 그가 니카호 한노니까? — Liú

…뭐? — AO

…그, 일단 미안. 자네들이 정말 열성적으로 조사를 하길래, 방해하기가 뭐하더군. 니카호 한노, 라자로 첸, 그리고 김철현은… 동일인물이야. 미국5051에서 돌아온 김철현은 니카호 가에 의탁했고, 수집원에 기용되었지. 그 후론… 자네들이 조사한 대로야. 1919년까지 일했고, 그 뒤로는 다시 수집원으로 돌아왔고, 수 년후에 이자메아 조선부 기지에 테러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붙잡혀 율도에서 노역했지.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후에 또 어떤 일을 벌였다고 들었는데, 자세히는 물어보지 못했네. — Liú

조사국… 역시 그건 항일운동이었을까. — AO

아마 그런 것 같아. 그자, 이상사례조사국에 있던 나날을 부끄러워했어. 지금까지도. — Liú

어디서나 그 단어가 들려오는구나. 나와 비슷한 사람 같다. 그 역시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 — AO


한편 니카호 가는 현재도 잠적의 길을 택해 숨어 지내는 것으로 보인다. 유일하게 니카호 가의 후손임을 확실하게 파악한 인물은 마야麻耶로, 현재 하나카고 학원 1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녀는 상술했던 니카호 하쓰요의 남동생 니카호 겐지로의 증손녀로 알려져 있다. 니카호 마야와 접촉해 본 결과, 본인의 가문의 특성과 두술의 원리 자체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52 현재 우리는 니카호 가의 후손, 혹은 그 잔류가 있다고 여겨지는 곳을 추적하는 중이다.

의문점

한 가지 유념할 사항은 역귀에서 역신으로 변이하는 과정 중에서 이따금 나타나는 의도치 않은 부산물이 있다는 점이다.

흔히 기적학적 작용이 그러하듯 아키바 방사선은 의식적 인지작용의 결과이며, 숭배자들에 의해 현현하는 신앙의 발로이다. 이에 대해 알고 있었든 아니었든 간에 고대부터 근대까지의 온갖 신격 비스무리한 존재들은 인간들에게 수학적·역학적 숭고를 불러일으키며 솔솔찮은 권능을 얻었고, 이를 다시 인간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데 씀으로써 배당금을 얻듯 다시금 힘을 얻었다.

이러한 다단계 비스무리한 권능 갈취 체계 속에서 신격들이 알지 못했던 것은, 그 권능을 다름 아닌 인간들이 제공한 것과 같은 원리로 그들 자체도 인간들에 의해 변형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부산물 중, 가장 큰 사례로는 일본 내에서 역병신이 가지는 위치를 들어볼 수 있겠다. 일본에서 역병신이라 함은, 비단 역병을 몰고 다니는 기존의 평범한 역병의 신 이미지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재액과 불행을 몰고 다니는 액신(厄神)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53 이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여겨지는 데엔 사회 문화적 이유도 필경 있겠지만, 수집원 기록과 그 이후로 나타나는 일본 내의 역병신 목격담을 고려할 때, 매우 국소적이지만 정말로 이들에게 불행을 가져다주는 능력도 있음이 시사된 적 있다. 이러한 사실이 있는바, 신앙인의 엇나간 믿음이 어쩌면 신앙 대상자에게 그러한 권능을 부여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 서술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어. 그렇다면, 사람이 역신이 되는 경우도… 가능한 건가?AO

내가 알기론, 그래. 말했듯이 나는 4년 전에 손님네를 연구한 적이 있었다. 의견은 분분하지만 여튼 다에바인도 사람은 사람이고5455, 신라인이야 말할 것도 없다는 건 다들 알겠지. 이들은 한국 민간 신앙에서 마마신으로 추앙받으면서 아키바 방사선을 방출하게 되었고, 더불어 이들의 두술 역시 강해진 것으로 보여. 말하자면 산 채로 역신이 되었다고나 할까. 아이러니한 일이긴 하지. 역병신들을 귀찮게 여겼던 이들 역시 따지자면 역병신의 범주 내에 들어가게 되니.Liú

역병신도 요리할 수 있나요?U.K.N.

파일을 작성하는 데에 조금 더 경각심을 가지도록 해, 유우키. 그리고 이딴 요리는 앰브로즈 산묘헌에서도 취급 안 할거다.AO

요, 요새 산묘헌이 너무 가고파서… 죄송해요, 대장.U.K.N.

현재까지 남아 있는 역병신 퇴치술의 진상은 무엇일까? 통일된 버전의 역병신 퇴치술이 존재하는 걸까?

두술사 단체들의 시조가 있느니만큼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 보여. 유일한 문제는 다 망했다는 거지.Deck.

그래도 한국의 세을가는 명맥이 유지되고 있지 않나요? 현재도 역병신을 퇴치하고 다닌다는데.R.円

능구렁이 손의 이연과 함께 그들의 술식을 조사해 봤는데, 아무래도 사르킥 혈술의 술식이 도술과 결합된 모습이라 평범한 술사가 사용하긴 어려운 모양이더라고. 엄밀히 말해서 통일된 버전이 있긴 한데 소규모 통일 버전인 거지. 역병신이 나타날 때마다 세을가인들을 부를 수는 없으니 결과적으론 실패.Liú

그럼 남은 건 일본의 니카호 가 밖에는 없나. 이들에게 키가 있을 듯하니, 추후에 다시 한 번 찾아가보는게 좋겠어. 이번에는 뱀의 손이라는 것을 밝히고.AO

하지만 대장, 이들이 우리에게 우호적이리란 보장은 없어요. 옥리들과 영합한 수집원 세력에게 빌붙었을 수도 있고, 가능성이 적긴 하지만 오행결사와 손을 잡았을 수도 있죠. 지난번처럼 정체를 숨기고 정보만을 캐는 게 안전상으로는 더 나은 선택입니다.U.K.N.

물론 안전상으로는 그렇겠지. 그러나 난 그들에게 다시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끔 해주고 싶어. 수십 년간 그 저택에 숨어 살면서, 옛 동료들과 옛 적들이 초상세계를 종횡무진하는 동안에도 그곳에 갇혀 산 그들을 생각해 봐. 난 아직도 그 애, 니카호 마야가 어떤 눈길로 우릴 바라보았는지 기억이 난다. 가문의 내력을 물었을 때 순간 시선에 스치던 그 두려움이. 단순히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말야.

이젠 전쟁도 끝나고 세상이 달라졌어. 그들의 변칙성이 그들 자신을 위협하는 정도도 줄었지만, 그들은 아직 몰라. 우리가 그들을 도와서, 그들 옆에서 그들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 그게 내 생각이야.

우리가 받아들여진 것과 같이, 그들 역시 받아들여져야 해. 세상은 그들에게 숨어 있으라고 할 권리가 없다.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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