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이 돌아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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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서 오게. 바깥이 차네.

모처럼 겨울이니 그 이야기를 하도록 하세나. 중종 6년에 일어난 일일세. 연산이 폐위되고 6년, 차츰 민생이 안정되고 조정에 여러 신료들이 대두하기 시작했네. 이 때에 궐에 기괴한 일이 일어났었지. 어린 망아지 크기의 개 하나가 궐에 침입했다 달아났다네. 더러는 전하의 인품이 부덕하기 때문이라고도 하였고, 더러는 망령된 자들의 헛소리라고 하기도 하였지. 이 때만 해도 별 탈 없이 일은 넘어가는 듯 보였네. 전날에 묘원의 소나무가 괴이하게 불탄 일이 있었지만, 그다지 큰 연관은 없는 듯 했지.

6년이 지날 동안, 각종 물괴가 발생하였네. 소문으로만 들으면 진위를 파악하기 어렵지. 다들 쉬쉬했으니까. 말 한마디 잘못하는 걸로도 모가지가 날아갈 수 있었다네. 오랫동안 자료를 수집한 끝에야 그 당시에 돌아다니던 이야기를 알아낼 수 있었다네. 「세경잡록歲經雜錄」에 뜬소문 몇 개가 나와있지. 하나 읽어보겠는가? "8일 삼경, 서대문 벽에서 개가 으르렁대는 소리가 들려 갑사 둘이 가보았더니 벽에 황𩔇과 채債란 붉은 글씨가 적혀있었다. (중략) 글씨에서 풍기는 비린내로 짐작해보아 피인 것이 틀림 없었고, 황이란 자가 누군지 알 수가 없었기에 갑사를 시켜 글씨를 지우고 함구하도록 하였다." 자네는 연산의 아들의 이름이 황이란 걸 알고 있겠지. 섬뜩하지 않은가. 한동안 이와 비슷한 물괴가 끊이지 않아 사람들은 원인을 궁금해 했다네.

10년이 지난 후의 기록일세. 작서의 변이 있었지. 산 채로 쥐를 잡아다 고문한, 기괴하기 짝이 없는 방술을 궐에서 행한 짓이었네. 그 죄의 댓가로 전하의 장남이었던 복성군이 사사되었지만 물괴는 여전히 끊이지 않았지. "그래서 제군(諸軍)이 일어나서 보았는데 생기기는 삽살개 같고 크기는 망아지 같은 것이 취라치(吹螺赤)방에서 나와 서명문(西明門)으로 향해 달아났습니다. …(중략)… 모퉁이에서 큰 소리를 내며 서소위를 향하여 달려왔으므로 모두들 놀라 고함을 질렀다. 취라치 방에는 비린내가 풍기고 있었다." 취라치가 그날 밤에 증언한 내용은 이 기록에 실려있지 않네만, 「경민구설京民九說」에 실려있지. "밤에 가위가 눌렸는데, 삽살개가 자신의 얼굴에 이빨을 들이밀며 "진성에게 전하라. 네 장남은 충분하지 않다. 곧 내가 네 아들들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리라." 하고 말하고 뛰쳐나갔다는 말이었네. 중종 6년의 기록과 비교해보세. "어린 망아지 크기의 개"와, "생기기는 삽살개 같고 크기는 망아지 같은 것"일세. 얘기는 차츰 궐 바깥까지 퍼지기 시작했네.

자네는 연산이 한동안 죽은 채 살아있었다는 걸 알고 있겠지? 반정은 대국의 눈엔 좋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라, 연산은 죽었지만 서류상으론 살아있는 채 사신에게 중종 전하의 정당성을 증언하고 있었다네. 세간에는 그런 소문이 나돌았지. 중종이 명의 눈을 피해 연산을 살렸기 때문에, 죽은 연산이 되살아나 자신을 쉬게 하지 못하는 중종을 처벌하러 온 것이다. 하고 말일세. 갑사들이 보는 즉시 추포해 관아에 끌고 가도 끝내 소문은 잡히지 않았네. 전하는 어째서인가 4일 후에 세자저하의 침소를 급히 옮겼지. 중신들이 한사코 반대했네만 듣지 않으셨네.

3년 후에는 자네도 알다시피 전하 일가가 모두 침소를 옮기는 일이 있었지. 「경민구설」을 보세. "대비가 거처하는 침전에는 대낮에 괴물이 창벽을 마구 두드리는가 하면, 요사한 물건으로 희롱하기도 하였다. (후략).." 문맥을 보아하면 대비저하께 풍속적인 물건으로 희롱한것처럼 보이네만, 어째서인가 경민구설의 저자는 삽화에 이걸 그려놓았다네. 위패에 붉은 글씨로 연산燕山이라 되어있지. 이 책이 금서로 지정된 이유와 밀접한 연관이 있을거라 생각하네.

이 불명의 괴수는 결국 중종 전하가 붕어하실때까지 그 곁을 맴돌았네. 2년 후에도, 심지어 붕어하시는 날 밤에도. 중종 전하가 죽은 다음날, 서울 북문쪽으로 희끄무레한 무언가를 입에 문 채 나가는 검은 개를 보았다는 사람이 떼를 지었다네. 검은 기운을 쫓으려고 4일동안 백성들이 징을 울렸지. 그것이 진정 쫓겨난 연산의 집념이었는지, 헛 것을 보고 지레 놀란 군중들의 망령된 외침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일세. 하나 더 말해두자면, 이 때가 검은 도포의 남자와 그 스승 되는 자가 첫번째로 목격된 시기일세. 검은 개와 그 둘이 무슨 연관이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네.

..쌀쌀하군. 들어가보도록 하게. 다음에는 다른 이야기를 해 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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