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다

doomy 2020/8/13 (목) 17:05:48 #54163548


오늘 저녁에는 내 가족 이야기를 해 보려고. 우리 집안은 옛날에 무녀인가 그런 주술계 일을 했던 집안인데, 신상이 특정되고 싶지 않아 자세히는 쓰지 않겠지만 꽤 시골에 있다. 양친은 신님이나 영 같은 오컬트에 대해 신심이 깊었고, 특히 인가 하는 존재를 신앙해서, 이나 산 속에 있는 누구 것인지도 모를 무덤에 열심히 기도하는 분들이었다. 양친은 꽤나 엄격해서, 나는 소학생 시절부터 이미 동급생들과 달리 응석부리는 일이 없었다.

여기에 더해서, 몇 가지 규칙 같은 것들이 있다. 극 중 하나를 예로 들자면, 자기 전에 마시는 물은 반드시 양친이 담아온 물을 마셔야 한다. 그래서 그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고, 나만 그걸 마셔야 했다. 기억하는 한 두 번 정도 양친이 마실 물과 바꿔치기 해 봤는데, 바로 걸렸다. 조금이라도 내용물을 옮겨서도 안 된다고 마구 혼났던 기억이 있다.

doomy 2020/8/13 (목) 17:11:48 #54163548


유일하게 물을 마시지 않을 수 있었던 기회는 중학교 2학년 여름 때였다. 그 날은 낮에 친구들하고 밖에서 놀았는데, 노는 도중에 나만 뒤처졌다. 소학교 때부터 놀았던 놀이터였고 무슨 정원 같은 곳이었는데, 수풀이 무성한 곳에 숨었다가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겨우 조금 트인 곳에 나왔더니 작은 돌무지? (돌막대 같은 것이 박혀 있는) 같은 것이 있는 장소로 나왔다. 그 돌무지 같은 것의 밑동에 뭔가 튀어나와 있어서 주워 봤더니, 나무질 섬유 덩어리 같은 것에 휩싸인 동물의 두개골이었다. 나도 집안 내력 때문에 그런 걸 느꼈는지, 뭔가 특별한 느낌이 들어서 집에 슬그머니 가져갔다.

그런데 양친은 나를 보자마자 서슬이 퍼렇게 무서운 얼굴로 어디서 주워 왔는지 캐묻고, 뭔가 다른 것을 보았냐고 물었다. 나는 그 장소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고 또 아무 것도 달리 본 게 없어서, 위에 쓴 대로의 일을 전했다. 그랬더니 양친은 당황한 모습으로 뼈를 빼앗아 어딘가로 가져갔다. 뼈의 행방은 나는 모른다.

doomy 2020/8/13 (목) 17:15:40 #54163548


그 일이 있고 나서 한동안 밖에 내보내 주지 않아서, 결국 2주 정도 학교도 쉬고, 친구들과 놀지도 못했다. 부모도 다음날에는 평소의 상태로 돌아왔는데, 1주일 후에는 주변을 신경쓴다고 해야 할까 힐끔힐끔 하는 일이 많아지고, 외출이 잦고 길어졌다. 날이 지날수록 그것이 점점 심해져서, 결국 이상한 데서 모친이 차에 치여 사망, 부친은 외출 중에 행방불명이 되었다가, 무슨 발광을 해서 산 속에 들어가 버렸다는 것 같다. 그 뒤, 나는 친척집에 맡겨지게 되었다.

yukall 2020/8/13 (목) 17:16:04 #84515365


역시 원인이라고 해야 할지 분명히 수상한 것은 그 뼈구먼. 무슨 뼈인지는 알겠냐?

doomy 2020/8/13 (목) 17:17:25 #54163548


무슨 뼈인지는 알겠냐?

기억나는 바로는 송곳니가 있었고, 가늘고 긴 느낌의 머리뼈였던 것 같다. 무슨 뼈였는지 특정은 못 하겠다.

doomy 2020/8/13 (목) 17:17:25 #54163548


이야기는 계속되는데, 나를 맡게 된 그 친척도 「알고 있지」 하는 느낌으로 위에 쓴 그 마실 물의 관습을 계속하려고 했다. 양친처럼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그 때의 눈빛이 진지하고 반론을 용납하지 않을 느낌이라서, 관습은 한 동안 계속되었다.

변화가 있었던 것은 그로부터 보름 정도 지났을 무렵이다. 이 글에서 이미 알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장난꾸러기라고 해야 할까, 질리지 않는다고 할까, 무서움을 모르던 인간이었기 떄문에, 자기 전 마실 물을 친척의 컵에 따랐다. 그리고 친척은 양친과 달리 내가 물을 섞은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대로 마시고 침실로 가서, 나는 놀라기도 했지만 그 이상 뭘 하지 않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친척은 안색이 나쁜 느낌이었고, 몸 상태를 물어 봐도 「괜찮아, 괜찮으니까」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그래놓고 신붕에 기원하는 회수는 몹시도 많았고, 「」라고 중얼중얼거렸다.

토모키는 내 형의 이름인데, 내가 철들기 전에 병인지 뭔지로 죽어버렸던 것 같아서, 얼굴도 사진으로밖에 보지 못했다. 나보다 2년 빨리 태어났다고 한다.

ramurezal 2020/8/13 (목) 17:20:05 #14752369


물에도 뭔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째 정보가 별로 없네요. 신붕이야 어느 집에나 흔히 있는 것이지만, 신붕은 어떤 느낌입니까? 뭔가 특징은 없나요?

doomy 2020/8/13 (목) 17:21:56 #54163548


신붕은 어떤 느낌입니까?

토모키의 사진과 물밖에 갖추어져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니 신붕에 죽은 사람 사진을 붙여 놓다니 굉장히 이상한 이야기네. 그런 건 보통 에 하지 않아?

ramurezal 2020/8/13 (목) 17:23:14 #14752369


확실히 신붕에 사진이라니 들어본 적 없네요. 그렇다면 물도 죽은 형님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klderson 2020/8/13 (목) 17:25:50 #88516338


물이 어떤 용기에 들어 있었나요? 만약 옹기류였다면 같은 종류일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신령이 깃든다는 그거요.

ramurezal 2020/8/13 (목) 17:26:14 #14752369


잠깐 개 짖는 소리와 아이 우는 소리가 시끄러워서 무슨 일인지 보러 갑니다
10분 뒤에 돌아옴

doomy 2020/8/13 (목) 17:30:28 #54163548


물이 든 용기는 특별한 옹기 같은 것이 아니고, 가정에서 보통 사용하는 컵이었다. 기배수였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의미는 느껴지지 않고, 정말 불단에 올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하 계속
그 뒤, 나를 돌보던 친척(이제 와서 얘기지만 노부부 두 사람이었음)은 남편 쪽이 지병이 갑작스럽게 악화되어 입원. 아내 쪽은 한동안 무사한가 싶었는데, 내가 고1 때 쓰러져 입원했고, 나는 더 맡아 줄 친척도 없었기 때문에 시설에 맡겨지게 되었다. 역시 시설에 맡겨져서야 그 관례를 계속할 수도 없고, 나도 굳이 입밖에 내지 않았다.
시설에 맡겨진 것이 6년 전 이야기였으니, 나는 올해로 22세가 된다. 여기서부터는 최근 며칠 사이 이야기인데, 최근 친척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고를 들은 뒤로, 뭔가 동물이 짖는 것 같은 소리를 듣게 되었다. 집 안에 있어도 밖이 시끄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가끔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방 안에서 들려올 때도 있다. 집 밖에서도 안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소리 나는 곳을 찾아 보아도 아무 것도 없고, 무슨 동물의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아니, 애초에 여러 가지 소리가 섞여서 나서, 절대 한 가지 종류가 아니고, 그 장소에 가까워지면 나를 에워싸듯이 소리가 난다.

역시 너무 기분 나빠서 나는 그 장소에서 도망쳐 버렸다. 왜냐하면 동물 짖는 듯한 소리에 섞여서, 사람이 흉내내는 듯한, 부자연스럽다고 해야 할까 위화감이 있는 소리가 들렸다.

그 날 이후로, 저녁이 되면 여기저기서 소리가 들린다. 집 밖이든 어디든 상관이 없다. 나는 위에 쓴 이야기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나친 생각일까? 최근 미열도 계속되고 끙끙 앓는다

Namamono 2020/8/13 (목) 17:48:28 #54163548


무녀 하면 또 빙의도 빼놓을 수 없지. 만약 그 머리뼈가 뭔가 귀신이 들리는 그런 것이었다면 상당히 위험한 걸 주웠던 것 같다. 부모님은 종교적인 것에 해박한 분들이었나?

doomy 2020/8/13 (목) 17:49:59 #54163548


집에 있던 신앙 관련된 것들의 관리를 전부 양친이 했으니, 적어도 자신들의 범주에서는 해박했다고 생각한다. 역시 그 뼈와 물이 위험한 걸까….

jhonston 2020/8/13 (목) 17:51:08 #52841633


제가 아는 정보들이 연결되는 것 같아서, 조금 고찰한 것을 써 보겠습니다.

우선 야보사님이라는 것은 큐슈(나가사키, 이키국)에 예로부터 전해지는 무녀에 들리는 신의 일종으로, 한자로 「」이나 「」 등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야보사님 신앙의 대상은 묘지로, 주로 조상의 영을 내림받는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을 고려해 보면, 이미 돌아가신 형님을 신붕에 모시는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는 느낌이 드는데….

dominica 2020/8/13 (목) 17:53:00 #25444615


이것은 박식한 분

doomy 2020/8/13 (목) 17:53:06 #54163548


내 본가는 확실히 큐슈 쪽이다. 그렇다면 야보사님=묘지신앙 설은 상당히 유력한 것이 되겠군.

klderson 2020/8/13 (목) 17:56:15 #88516338


그렇다면 신경이 쓰인다고 해야 하나 생각이 난 부분이 있는 게, 설마 신붕의 물컵은 두미 씨가 쓰던 컵과 같은 건가요?

doomy 2020/8/13 (목) 17:59:01 #54163548


그러고 보니 그랬던가. 마실 물이 기배수였던 것?

klderson 2020/8/13 (목) 17:59:41 #88516338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이라면 두미 씨에게 뭔가를 들리게 하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Namamono 2020/8/13 (목) 18:03:20 #54163548


광기를 느낀다
하지만 그 물 때문에 이상해진 건 친척들이었잖아? 두미에게는 아무 것도 안 일어나지 않았어?

doomy 2020/8/13 (목) 18:05:00 #54163548


그 때는 그랬지. 하지만 친척이 죽고 나서 내 주위에 이변이 늘었다
그리고 열이 높아져서 잠시 퇴갤한다 상황을 봐서 돌아올지도 모르지

Namamono 2020/8/13 (목) 18:05:35 #54163548


몸 챙겨라. 그 사이 고찰을 넓혀볼 테니까 안심하고 기다려

doomy 2020/8/13 (목) 18:05:52 #54163548


고맙다

klderson 2020/8/13 (목) 18:11:26 #88516338


역시 분기점이 되는 것은 그 뼈 사건과 친척이 물을 마신 사건일까. 딱히 근거도 확신도 없지만, 여우나 개 같은 동물이 불순물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부모가 초조해한 것을 생각해 보면 상당히 위험한 것이었을 테고, 저주와 관련되어서 그런 것이었을 수도. 그건 그렇고 라무레잘 씨 안 돌아오네요

soltymoi 2020/8/13 (목) 18:12:36 #84515365


그 밖에서 들렸다는 소리가 타래주가 말한 것과 같은 것이라면 위험하겠는데

klderson 2020/8/13 (목) 18:15:14 #88516338


무서워져서 덧붙인다면, 지금까지 이런저런 일이 있었는데도 당사자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대신 당해준 사람들이 있었기 떄문일지도 모르겠네요? 허브 같은 느낌으로. 의외로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되는데요….

하지만 아무리 신심이 깊어도, 효능도 없는 의식을 몇 년이나 했을 리가 없지요?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 부근이 납득이 안 되네요.

jhonston 2020/8/13 (목) 18:25:08 #52841633


확실히 그렇네요. 그렇다고 가정하면 두미 씨 주변에 가족이나 친척 이외의 사람에게도 불행이 많았을지도 모릅니다. 두미 씨가 돌아오면 물어 봅시다.

있을 법한 줄거리로는, 물을 계속 마시는 것이 의식이었고, 도중에 뼈를 주워온 것 때문에 불순물이 섞였던 것일까요. 부모님은 그걸 알았던 것 같고, 사람 목소리가 흉내내는 것 같다는 것도 신경 쓰입니다.

Namamono 2020/8/13 (목) 18:48:35 #54163548


경찰 불렀다 뭔가 이썽

Namamono 2020/8/13 (목) 18:48:51 #54163548


네 발로 기어다니는 모르는 사람이 복도에서 이쪽을 보고 있다. 어떡해야 좋을지 아는 사람 없어

Namamono 2020/8/13 (목) 18:49:05 #54163548


아무나 대답 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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