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치는 카나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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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그저 농담이었다고 따졌을 때, 어쨌든 맞는 말이 아니냐던 반박이 사실이라는 것쯤은 유란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단지 일이 이렇게 풀린 것을 자신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뿐.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복잡했다. 유란이 보기에 ― 아니, 평범한 상식으로 보기에도 ― 카나리아의 상태는 치료의 대상이지 활용의 대상이 아니었다. 아무리 재단이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지만, 적어도 유란이 알기에는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멈춘 적이 없었고, 그러한 재단에 속한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2662의 숭배자들을 손쉽게 제압하며 복도를 누비는 카나리아의 모습을 바라보는 유란은 마음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짬이 생겼을 때, 카나리아가 빠르게 손짓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핵심만 빠르게 전달한, 문장조차 아닌 문장이었지만 이미 이런 대화가 익숙했기에 유란은 카나리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카나리아가 하고 싶은 말은, 틀림없이 '이상하네요. 미리 받아본 보고서를 보면, SCP-2662은 협조적이라면서요. 숭배받는 것도 그다지 기꺼워하지 않고. 그런데 격리 실패라뇨. 납치라도 당한 건가?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도 사전에 받은 보고서 내용과 다릅니다. 전혀 광신도의 모습이 아닌걸요.'

"광신도의 모습이 아니라고요? 그런 건 어떻게…"
말을 꺼냄과 동시에 유란은 자신이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차 했지만 이미 입밖으로 나온 말을 주워 담을 순 없었다. 어떻게든 수습해보려 했지만 그렇다고 '하긴, 당신만큼 광신도를 잘 아는 사람은 없겠죠.'같은 말로 이 상황을 무마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건 너도 잘 알지 않냐?'하는 듯한 눈빛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카나리아에게, 유란은 그저 어색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카나리아는 바보가 아니었고, 생각해보면 당연히 자신과의 면담이 전근을 불러왔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는 알 터였다. 물론 카나리아는 정확히 어떤 이유로 근무지가 바뀌었는지도 모를 테고, 이 인사가 정말로 좌천이 아니라는 사실도 모르겠지만, 어찌 됐건 카나리아는 유란과의 면담이 이 '좌천'을 불러왔다고 생각할 여지는 충분했다. 카나리아의 방에 들이닥쳤을 때 순간적으로 보였던 아니꼬운 표정은, 단순히 아침부터 저렇게 높으신 양반이 왜 내 방에 왔느냐는 불만만 반영된 것은 아니었으리라.

"크흠. 어쨌든, 정확한 정보는 아직이요. 현장에 도착해봐야 알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주기적으로 숭배자를 만들어내는 것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건 거짓말이었을지도 모르죠. 아니면, 제3의 다른 존재가 있을지도."

유란은 마치 길잃은 개미처럼 멍하게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공격해오는 숭배자에게 반격을 가하며 말했다. 확실히 이상하긴 했다. 유란은 카나리아의 말을 듣고서야 재단을 뚫을 정도로 철두철미하고 조직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뭔가에 홀린 듯한 모습이 어색하다고 느꼈다. 그런 모습은 또 그거대로 광신도 같긴 했지만, 아무리 홀린 듯이 멍해도 무언가를 숭배하는 자라면 그 특유의 적극성이 있기 마련인데, 이들에게서는 전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사실상 기지가 통째로 2662의 영향을 받은 것도 이례적이지만, 확실히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모습도 이례적이었다. 유란은 뭔가 다른 요인이 개입했다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O5-10이 친히 명령을 전달할 리도 없었을 터. 유란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일단, 이례적인 상황이니만큼 가능하기만 하면 차후 새로운 격리절차 확립을 위해 가능하다면 이 숭배자들을 생포할 필요가 있음은 분명했다. 2662의 상태도 확인해야겠지. 유란은 상황을 정리하며 끊임없이 카나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가장 큰 목적은, 굳이 사살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거리낌 없이 총과 칼을 휘두르는 카나리아를 조금이라도 진정시키기 위해서. 중간에 합류한 정신 멀쩡한 경비원 둘을, 확인해보지도 않고 죽일뻔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결국 달라진 건 없는 거 아닙니까? 여전히 저희가 할 일은 이 종교쟁이들을 뚫고 상황을 파악한 후, 2662를 다시 격리하는 것. 복잡한 생각은 저희처럼 몸 쓰는 사람들의 역할이 아니에요.'

"당신과 달리 전 말씀하신 그 복잡한 생각을 해야 하는 자리에 있습니다만."

'적어도 지금 임무에선 아니잖아요?'

유란의 노력은 별 소용이 없었다. 카나리아의 솜씨는 마치 주인공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는 영화를 보는 기분을 들게 했고, 동시에 조금의 자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카나리아에게서 보았던 문제가, 새삼스럽게 더 와닿았다.

이러나저러나, 그 덕에 둘은 큰 어려움 없이 잡담까지 나눠가며 상황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유란은 미묘한 표정으로 처음 챙겨 들었던 권총을 바라보았다. 사용한 탄환은 단 2발. 그마저도 카나리아의 방에 가는 길에 썼지, 카나리아와 합류한 이후로는 할 일이 전혀 없었다. 그래도 막바지에 들어서는 카나리아가 유란의 뜻을 따라주었기에 시설 곳곳에 숭배자들을 묶거나 가둬두느라 시간이 조금 더 소모됐지만, 이렇다 할 문제는 없었다. 악착같이 달려들긴 했지만, 어딘지 나사 빠진듯한 숭배자들은 유란의 기준으로도 그다지 큰 위협이 아니었는데 카나리아에게는 오죽했으랴.

이들이 상황실을 찾은 것은, 별다른 기대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당연히 CCTV는 훼손됐을 거라 생각했고, 그저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의 녹화본을 챙기려던 것일 뿐이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숭배자들은 CCTV를 전혀 건들지 않아 시설 내부를 쉽게 살필 기회가 생겼고, 카나리아 역시도 뜻밖의 수확에 눈빛이 반짝였다.

2662의 격리실의 카메라를 확인했을 때는, 상황실 문을 열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저 회수할만한 것이 있을지 수색하러 가기 전, 남은 잔당이 있을까 확인하려는 의도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또다시 의외의 수확을 건져 올렸다. 격리 실패가 벌어졌다는 2662가, 여전히 격리실에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격리 실패라는 것이, 꼭 격리실을 빠져나가야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긴 하지."

유란은 전문가씩이나 되는 양반이 당연히 2662가 탈출했을 거라 여긴 것이 부끄러운지 웅얼거렸다. 숭배자 발생을 통제할 수 없어 불편하다는 녀석의 주장이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미안해지기도 했다.

카나리아는 유란이 중얼거리는 말에 그저 어깨를 한번 으쓱하여 대답할 뿐, 오히려 잘됐다는 표정으로 무장을 점검했다.

이때까지도, 이들은 O5-10이 직접 명령을 내린 것에 비해 일이 너무 쉽다는 의심을 전혀 하지 못했다.

사실, 어떤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잘 알고 있던 O5-10조차도, 새로운 변수로 일이 더 골치 아파질 것이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 결과적으로 방심한 것은 모두가 똑같았다.


촉수로부터 온 몸으로 이어지던 끔찍한 고통과 머리를 울리던 소음이 갑자기 사라졌다.

[한심하긴.]

그 대신, 아직은 어리신 위대하신 분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통신장비 너머에 있긴 했지만,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알고 있었던 O5-10은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SCP-2662에게 가까워질수록, 돌파는 점점 힘들어져야 정상이다. 아니, 실제로 더 힘들어지기는 했다. 단지 카나리아에게는 별 의미가 없었을 뿐.

"…"

사정을 모르는 O5-10는 감탄하다 못해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으나, 격리실에 도달한 유란의 감정은 당황도 안도도 아니었다. 유란이 느낀 것은, 다름 아닌 슬픔이었다. 지금까지 사용한 탄환은 총 3발. 카나리아와 합류한 이후로는 단 1발만 사용했다. 그 마저도 기세 좋게 문을 걷어찼으나 꿈쩍도 하지 않아 카나리아를 머쓱하게 만들어버린 문의 비상 잠금장치를 무력화하려고 벽을 쏜 것이었다. 사실상 혼자 싸운 카나리아는 호흡이 거칠어지지도 않았다. 카나리아의 몸놀림은, 분명 특별할 것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어린 만큼 경험이 모자라 다른 요원들에 비해 모자란 점이, 바로 보이진 않더라도 굳이 찾아내려면 결코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타고난 재능이 출중한 것도 아니었고, 변칙적인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유란의 눈으로 보기에, 카나리아의 능력은 '운'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방도가 없었다. 카나리아의 전투는 마치 어린 아이가 떼를 쓰는 것만 같았고, 그에 맞서는 적은 결국 장난감을 사주고야 마는, 자식에게 지는 부모라도 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유란이 슬픔을 느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내 유란은 감상에 젖어있을 여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곳에는, 아이 같은 카나리아가 아니더라도, 진짜 '아이'가 있었다. 물론 보고서에도 충분히 언급되고 있으니만큼, 이 곳에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 사실이 이렇게까지 와닿을 수는 없었다.

아이에게는, 으레 부모도 있기 마련인 법.


통신장비 너머의 O5-10은, 자신이 각오했던 위험은 걱정거리도 아니었다는 사실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위원회에서 사실상 묵인해버린 다른 빌어먹을 위원회 연놈들의 헛짓거리는, 결국 정말로 헛짓거리가 되어버렸다. 그네들의 계획대로라면 지금의 단계가 '실패'하여 2662가 그 영향을 받아 계획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했는데, 덜컥 성공해버린 것이다. 숭배자들이 기존과 양상이 달랐던 이유가 무엇인지는 굳이 분석할 필요도 없이 뻔해 보였다.

2662의 격리실에는 절대로 여기에, 그리고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될 존재가 있었다.

[기껏 가출해서 이룬 것이, 고작 인간의 시설에 짐승처럼 갇혀 지내는 것이더냐.]

목소리가 아닌 목소리가 격리실을 가득 채웠다. 분명 이 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모두가 얼어붙었다.

[더군다나, 이 곳의 인간은 참으로 맹랑하구나. 받들어 모셔도 시원찮을 판에 감히 얕은 수로 나까지 꾀어내다니 내 당장에…]

단 한 사람, 위대하신 분보다 더 위대한 것이 분명한, 그의 아버지의 말씀을 감히 끊으며 힘겹게 한 발 앞으로 내딪는 카나리아만 빼고.

카나리아는 그저 증오를 열렬히 불태우며 속으로 생각할 뿐, 아무런 의도도 없었다. 하지만 굳이 이 미천한 것들을 위해 섬세한 조정을 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한 위대하신 분의 권능은, 마치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신경 쓰지 않고 주변을 배려하지 않고 소리내어 표지판을 읽는 사람의 목소리처럼, 그에게만 전달되어야 할 카나리아의 속마음을 격리실에 있던 모두에게 전하고 있었다.

[그때와 닮았어. 닮아도 너무 닮았어. 혹시 저 자식이려나? 그렇게나 위대하시다던 개새끼.]

'젠장. 다 죽게 생겼군.' 카나리아의 과거와 지금까지의 행보로 보건데, 유란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저 녀석, 또 눈 돌아갔네.'

카나리아의 손에는 언제 챙겼는지 모를, 복도에 있던 소방 도끼가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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